미화란 바로 이런 것!



개구리 왕자



알라딘



인어공주



헤라클레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라이온 킹



피터팬



노틀담의 꼽추



뮬란



101마리 달마시안


라이온킹과 뮬란이 대박인 듯! 미화란 이 정도 되어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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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09-1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앨리스 읽고 있는데 여왕님 팜므파탈로 미화되셨네요ㅋㅋ

마노아 2013-09-18 23:03   좋아요 0 | URL
하하핫, 찌찌뽕이네요. 저 그림 보니까 여자들은 팜므파탈에 남자들은 '나쁜 남자' 컨셉으로 보여요.^^ㅎㅎㅎ

saint236 2013-09-19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미화란 이정도는 되어야하죠

마노아 2013-09-20 22:17   좋아요 0 | URL
하하핫, 미화의 급이 달라요.^^

hnine 2013-09-19 18: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성형의 바람이...

마노아 2013-09-20 22:17   좋아요 0 | URL
이 정도면 성형을 넘어 '환생'이 아닐까 싶어요.^^ㅎㅎㅎ
 
내가 바로 디자이너 : 발레리나 내가 바로 디자이너
달리출판사 편집부 지음, 최미경 그림 / 달리 / 2013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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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훌륭한 책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름이 새겨진 디자이너 북을 갖는다는 것, 그야말로 로망이 아니던가!
어린 아이라면 또 발레 옷이 환상적으로 어울리기도 할 터!
사진이 있다면 붙여주면 더 좋겠다.
내 고등학교 때 절친은 초딩 저학년 때 발레를 잠시 배웠는데, 그 덕에 평생을 유연한 몸을 갖고 살고 있다.
이 친구는 고전 발레를 더 좋아했는데, 이 책을 보니 당시 발레 좋아하던 그 친구가 떠오른다. 발레 만화들도 떠오르고~

발레 의상에 대한 아주 간략한 설명들이 나온다.
모두 이 책에서 내가 입혀보고 오려볼 수 있는 옷들이다.
내 눈에 유독 들어오는 것은 팬케이크 모양의 클래식 튀튀다. 특히 백조의 호수에서 흑조가 입는 의상이 좋다. 강렬하잖아~
그리고 바디스로는 지젤이 입는 코르셋 모양의 옷이 좋아 보인다.

참, 이 페이지에는 오타가 있다. 왼쪽 '랩스커트' 부분에서 유니타드를 '유니타이즈'로 고쳐야겠다.

발레의 기본 동작에 대한 설명이다.
사실 이 책은 발레 관련 의상을 꾸미는 게 주목적이기 때문에 발레 기본 동작은 일종의 구색 맞추기다.
그래도 이 동작에 익숙해진다면, 주인공들이 왜 저런 포즈를 잡고 있는지 이해하기 쉬울 테지.
기본 동작 1번부터 5번까지 따라해 보았다. 두번 다시 못하겠다. 무릎이 휠 것 같았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발레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지젤',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공주',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
호두까기 인형의 왕자님은 그야말로 임태경을 떠올리게 한다. 의상 때문이야... 귀공자 타입...^^

참, 여기도 오타가 있다.
'지젤' 편에서 힐라리온을 유혹하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 부분은 알브레히트로 바꿔야 말이 맞는 것 같다. 뒷부분에선 유혹된 알브레히트가 함께 춤을 춘다고 나온다.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주인공 오로라 공주다. 나에게 오로라 공주는 별나라 손오공의 오로라 공주만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속 주인공 이름이 오로라라는 것은 무척 안 어울리게 느껴진다.
공주가 장신구로 '발레번'을 했다고 나와 있는데 그게 뭔지 모르겠다. 머리카락의 망사인가???
그림 속 인물들은 사실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머리 스타일과 옷차림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 바뀐다. 호두까기 인형의 주인공은 무척 새침하게 보인다.
백조의 호수의 오데뜨 공주! 아, 그러고 보니 매튜 본의 댄스컬 DVD를 여태 보지 않았다는 게 생각나버렸다. 몇 년이나 지났더라...;;;;

이 책에는 이렇게 채색이 되어 있는 조금은 헐벗은 친구들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 (총 45장)
저 친구들에게 어울리는 옷을 입히는 게 바로 우리의 미션이다!

그리고 이쪽은 배경까지 들어가 있지만 채색이 되어 있지 않아서 더 많은 손길을 필요로 하는 그림들이다.
스티커를 붙이거나, 아니면 패턴을 오려서 붙이고 색칠까지 할 수 있다.
이 사진을 찍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무척 흥분이 되어서 아주 기쁘게 색칠을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단언컨대, 오산이었다!!!!

스티커북은 네장이다.
의상과 장신구, 그밖에 소소한 소품들이 있다.
적당한 곳에 붙이면 된다.
그런데 단점이 있다. 그림에 하얀 테두리가 쳐져 있어서, 얼굴처럼 작은 범위에 붙이면 하얀 테두리가 그림을 침범한다. 가발 같은 경우는 얼굴을 가려서 눈썹도 안 보이게 만든다. 그럴 경우 하얀 테두리 안쪽을 도려내야 했다. 손이 무척 많이 가는 작업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화려한 패턴들!
모조리 스티커였다면 붙이는 게 아주 쉬웠겠지만, 그렇게 한다면 내가 디자이너라고 할 수 없지 않은가!
이 패턴은 무척 무늬가 큰 편인데, 재주껏, 적당히, 알아서 사용하면 되겠다.
꼭 책에 나와 있는 무늬가 아니더라도, 본인의 재량으로 적절한 조화를 이룬다면 그야말로 '디자이너 감'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다만 가위질은 꽤 고된 노동이다.
하아, 일단 한숨부터 쉬고....;;;;;

맨 뒤에는 일종의 '자' 노릇을 할 수 있는 도안이 두 개 들어 있다. 스텐실이라고 부르는구나!
스프링에서 떼어낼 수 있게 되어 있으니 떼어서 도안 위에 대고 그림을 그리면 된다.
광택이 있는 종이이기 때문에 잘 안 그려져서 꾹꾹 눌러서 자국을 보고 오려냈다.
다현양은 이런 섬세한 도안을 오리기엔 아직 어리므로, 이건 모두, 전부, 모조리 내 차지였다. 부르르르르!!!!

책의 앞뒤 표지다. 이 시리즈는 6개가 더 있는데, 심지어 할인 행사 중이다.
어젯밤 이 책을 보았을 때는 너무 흥분한 나머지 모조리 사 주겠어!를 외쳤다.
그러나 만 24시간이 훌쩍 지난 지금, 나는 지축을 흔드는 내 관절들의 비명을 들으며 이걸 과연 사도 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까닭은 아래 이어서 쓰겠다. ;;;

다현양은 이 책을 어여 만들어 보고 싶어서 일주일이나 졸라댔다.
오늘 언니가 외출해 버렸고, 형부도 이어서 나가버렸고, 세현군은 숙제하기 바빴고, 심심한 다현양은 나와 이 책에 도전하기로 했다.
간밤에 아주 재밌게 읽었던 터라 나도 기대가 컸다.
그리고 분명 아주 즐겁게 시작했다.
그런데 한시간, 두시간, 그렇게 다섯 시간이 지나가자 내 어깨와 무릎에서 비명소리가 나는 게 아닌가.
책상 앞에 앉아서 나 혼자 했으면 나았겠지만, 바닥에서 다현양 데리고 하기엔 보통의 에너지가지곤 택도 없었다.
그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절반 밖에 못했다. 빈종이가 절반 남았다...;;;;;
처음엔 배경이 꽉 차도록 색칠을 했는데, 뒤로 갈수록 여백이 커진다.
색연필이 싸인펜으로 바뀌고, 속을 채우지 않고 테두리만 그리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 하하핫... 체력이 안 받쳐줘서....;;;;

하여간, 그렇게 해서 완성된 아이들이다. 그래도 다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서는 색칠공부 솜씨가 꽤 늘었다. 유치원 시절에는 이런 것 택도 없었는데, 지금은 가느다란 면적도 제법 깔끔하게 칠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복 디자인이 꽤 끌린다. 웨딩 드레스와 파티복도 꽤 흥미로울 듯!
그러나, 또 다시 이렇게 만들라고 하면 이런 중노동은 못하겠다.
다음 번 책은 언니가 만들고, 나는 사진 찍고 리뷰만 쓸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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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3-09-16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무대 위 발레리나들........은....평상 시...팔자 걸음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죠...그것도 꽤 심한 팔자걸음..ㅋㅋ

마노아 2013-09-16 11:06   좋아요 0 | URL
제가 저 자세 해보니까 팔자걸음이 이해가 되더라구요. 다리를 완전히 젖혀야 하는데 못하겠어요...;;;
김연아 발목이 휜 것과 똑같은 이치겠죠. 나름 아름다운 직업병이네요.^^

transient-guest 2013-09-17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예쁜 그림들을 보면서 저는 왜 문득 이토 준지를 떠올린 것일까요???ㅗㅗ

마노아 2013-09-17 08:34   좋아요 0 | URL
아아아??? 어쩌다가요! 이토 준지는 유명세만 알고 작품은 직접 보지 못해서 뭐가 떠올랐을까 궁금해지네요.
이토 준지 그림체랑은 아주 차이가 많은데 말이지요.^^

transient-guest 2013-09-18 01:46   좋아요 0 | URL
그림체보다는 발레하는 사람의 표정과 동작에서 이토 준지 만화의 에피소드가 떠오른 것 같아요. 제가 그런 포비아가 좀 있기도 하구요. 뭐랄때, clown이나 카드에서 joker의 얼굴을 보면 막 무서워지거든요..ㅎ

마노아 2013-09-18 09:27   좋아요 0 | URL
아핫, 어떤 의미인지 알 것 같아요. 저도 삐에로의 분장을 보면 어릴 때 들었던 무서운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 오싹해지곤 하거든요.
어제 조카가 다크나이트를 보다가 조커가 나오자 무섭다고 제 방으로 도망 왔어요. 하핫, 묘하게 겹치네요.^^

하늘바람 2013-09-18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명절 잘 보내세요
날씨가 좋아서 참 좋네요
건강하고 힐링되시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마노아 2013-09-18 11:56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청명한 가을 하늘이 반가운 계절이에요.
하늘바람님도 명절 즐거이 보내시고, 이쁜이들과 좋은 추억들 많이 만드셔요.^^
 

1. 월요일에는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정류장 앞에서 할머니 한분이 말을 거셨다. 치마 길이가 딱 적당한 것이 아주 참해 보인다고. 요즘 젊은 것들은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허벅다리를 다 내놓고 다닌다고 마구마구 쏟아 놓으신다. 마침 내 앞에 핫팬츠 입은 젊은 여자가 서 있기는 했다. 내 눈에는 쭉 뻗은 것이 시원하고 보기 좋았지만... 암튼 그러면서 자신이 박통 시절에 살았는데 그때는 치마 길이를 단속했다면서 불라불라불라.... 내 버스가 먼저 왔기에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그거 다 듣고 있을 뻔 했다.



2. 화요일에는 언니와 함께 매드 포 갈릭을 다녀왔다. 어쩌다가 생긴 건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 나한테 매드 포 갈릭 파스타 교환권이 있었다. 메인 메뉴 하나 시키면 사용할 수 있는 쿠폰. 이름만 들어보고 가보지 못한 곳이어서 한번 가보자 싶었다. 신문로 점으로 다녀왔는데 오후 5시라 우리 밖에 없었다. 메뉴판을 열어 보니 샴페인 30만원, 와인 40만원.. 응? 뭐 이따구지..;;;;; 


쿠폰으로 크림 파스타 하나 시키고, 고르곤졸라 피자를 하나 시켰다. 와인이랑 샴페인 말고는 딱히 음료수가 메뉴판에 없어서 더 없냐고 물으니 에이드 있다고 한다. 와인 에이드와 레몬에이드 한잔씩 시켰다. 아, 와인 에이드 짱 맛있었음! 고르곤졸라도 맛났고, 무엇보다도 파스타가 진심으로 맛있었다. 단언컨대, 이제 뽐모도로는 2인자다. 그렇게 맛나게 먹고 일어나면서 계산서를 보니 에이드 한잔에 5900원. 응? 뭐가 이렇게 비싸. 메뉴판에도 안 적어 놓더만...;;; 그래서 추가 요금 33,600원. 아씨, 쿠폰에 낚인 건가...;;;;;


3. 수요일에는 거의 한달이나 지연된 반품 책을 회수해 갔다. 내가 이수지의 동물원을 중고 최상 상품으로 주문한 것은 8월 16일이었다. 책이 가운데가 쩍 벌어진 체로 너덜너덜한 채로 도착했다. 책이 지저분한 거라면 등급 조정을 요청했을 텐데 제본 불량은 반품시키곤 했다. 바로 접수를 해놨는데 8월 26일이 되도록 회수를 안 해 간다. 그래서 고객센터에 다시 문의를 넣어놨다. 죄송하다며 오늘 바로 회수해 가겠다며 기사님 전화번호를 알려주었다. 그러나 기사님은 오지 않았다. 이틀 뒤 다시 세번째 문의를 넣었다. 이번에도 죄송하다며 오늘 바로 보내겠다고, 기사님 전화번호를 남겼다. 그러나 기사님이 오기는 개뿔! 9월 3일, 다시 네번째 문의를 넣었다. 이번엔 전화가 왔다. 죄송하지만 수신자 부담으로 보내줄 수 있겠냐고. 아, 이쯤 되면 막가자는 것 아닌가. 이게 뭐하자는 거냐 버럭 하니 지역 문제라며,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아니 우리집이 무슨 산간 도서도 아니고, 그 사이 내가 알라딘에서 주문한 것도 몇 번이나 왔고, 알라딘에 중고 팔기, 회원에게 중고 팔기도 다 회수해 갔는데 이 무슨 얼척 없는 소리! 


그렇게 며칠을 더 기다렸다. 한달까지 기다려 보고 그래도 안 오면 그땐 정말 지랄지랄을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인상 쓰고 있을 때에 드디어 책을 회수해 갔다. 비러머글!  그래놓고 다음 날 또 상태 안 좋은 책이 중고 '최상' 등급으로 둔갑해서 내 집에 도착. 화르르르륵!


4. 목요일에는 부서 회식이 잡혀 있었는데 일정이 취소된 걸 나한테만 알려주질 않았다. 나쁘다, 나빠...;;;;; 

 

역류성 후두염이 재발했다. 지나치게 찬 것 먹지 말라고 한다. 이런, 아이스크림 먹으면 좋은 건 줄 알았는데 아닌가 보다. 근데 방금 형부가 아이스크림 한통 사들고 오셨다. 하아, 유혹에 약한 나. 저녁 부실하게 먹은 것 같다고 아쉬워하던 찰나에 아이스크림 폭풍 섭취하고 다시 돌아왔다. 금세 이렇게 후회할 것을...;;;;;;;


 


5. 금요일에는 엄마와 함께 영화 '관상'을 보기로 했다. 극장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내가 먼저 도착했는데, 내 표는 인터넷으로 예매를 했고, 엄마 표는 경로 우대를 받아서 그 옆자리를 끊을 생각이었다. 내가 아껴 마지 않는 우리 동네 극장에서 표를 찾는데, 아뿔싸! 내가 토요일 표로 예매를 했다는 것이다. 취소하고 다시 예매를 하려고 하니 상영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인터넷 예매가 되질 않는다. 할인 받아서 500원에 볼 수 있었던 영화를 7천원 내게 생겼다. 그러나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지역 극장이 아니던가! 2시 영화였는데 4시 걸로 예매해서 2시에 입장하란다. 음하하핫, 나야 땡큐! 그래서 4시 걸로 예매 마칠 때에 엄니가 도착하셨다. 경로 우대증 달라고 하니 안 가져왔다고... 응? 그럼 신분증이라도 달라고 하니 그것도 안 가져 오셨다고.. 아니, 가방에 도대체 지갑을 안 넣어 오고 뭘 담아 오셨나 보니, 시루떡 한팩... 하아....;;;; 지갑은 아니 들고 떡만 들고 오셨....;;;;


그렇지만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우리 지역 단골 극장. 다음엔 꼭 갖고 오라며 경로 우대 혜택으로 4천원에 영화를 끊었다. 지하 1층으로 내려오라고 일러두고 먼저 화장실에 갔는데 엄니가 안 보인다. 영화 시작할 때라서 급하게 전화 넣고 막 찾는데 엄니는 여전히 위에 계시고...;;;; 하아, 이 극장 한두번 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러셔...ㅜ.ㅜ 


영화가 시작됐다. 극장 안에는 달랑 다섯 명 앉아 있다. 이게 우리 동네 지역 극장의 실태...;;;;;;

그런데 엄니의 전화가 울렸다. 상대방 이름이 안 뜨는 걸 보니 별로 중요한 전화 같지 않았다. 통화 거절하라고 일러드렸더니 스피커폰 눌러서 상대방 목소리 다 들리고... 하아.... 엄니...ㅜ.ㅜ


6. 추석 연휴 기간에 관광 버스 타고서 인천을 둘러볼 계획이 있었다. 엄니와 둘이서 갈 계획이었는데, 인천 개항장과 차이나 타운과 전통시장을 도는 코스였다. 아침 9시에 시청 역에서 출발해서 저녁 8시에 돌아오는 코스. 시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기 때문에 단돈 만원으로 가능한 여행지였다. 게다가 전통시장 상품권도 5천원 짜리를 준다고! 오홋, 차이나타운 못 가봤는데 맛있는 짜장면을 먹어주겠어! 이런 마음을 가졌는데, 추석 때 전통시장 쉬는 바람에 이날 여행이 취소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하아, 엄니...;;;;;;



7. 토요일인 어제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다. 전날 준비한 내 축의금과, 부탁받은 지인의 축의금 봉투를 챙겨들고 식장으로 가던 도중, 호주에 가 있는 친구로부터 카톡으로 연락이 왔다. 축의금 좀 대신 전달해 달라고. 하아, 미리 연락을 했어야지...ㅜ.ㅜ 가는 길에 마땅히 은행을 찾지 못해서 지갑에 있는 돈을 탈탈 털어 보니 49,000원. 천원 모자란다. 친구가 돈이 되면 5만원 해주고, 안 되면 3만원을 부탁했는데, 이 애매한 숫자! 결국 같이 간 언니한테 5천원을 빌려서 5만원을 맞췄다. 만원짜리 네장과 오천원짜리 한장, 천원짜리 다섯 장이 들어간 축의금 봉투라니... 완전 민망...;;;;;


8. 친구는 작년 12월부터 연애를 시작했는데 연애 소식과 결혼 소식을 동시에 알린 것이 지난 6월이었다. 그리고 청첩장을 받은 것은 3주 전이었는데 그 사이 신랑을 한번도 소개시켜 주질 않았다. 우린 식장에서 신랑 얼굴을 처음 보았다. 신랑 소개는 피로연 장에서나 가능하겠구나 싶었는데 웬걸, 한복 곱게 차려 입고 피로연장에 나타난 내 친구는 우리 테이블을 못 보고 지나쳤다. 친구들 사진을 가장 늦게 찍으니 식사가 조금 늦어져서 그 자리에는 신부 친정 식구들과 우리쪽 세사람 밖에 없었는데 그걸 못 보고 지나가다니! 부모님께 인사 드리고 우리 쪽으로 올줄 알았는데, 고개 들어보니 어느새 애가 사라지고 없다. 하아, 끝내 신랑하고는 인사도 못 나눴다. 제법 친한 친구인데 이 무슨....;;;;;;


9. 생각해 보니... 난 이런 게 무척 섭섭하거나 불편하거나 화가 났다. 결혼식에 참석해 준 지인들에게 신혼여행 다녀와서 보통은 전화하지 않던가? 덜 친하면 문자라도 보내고... 예전에 고등학교 때 절친은 결혼식 다녀와서 한달이 되도록 연락이 없었다. 당시 나는 그날에 결혼식이 무려 세 개가 겹쳤는데, 하나는 제끼고, 하나는 축의금만 전달하고 나와서 이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 셋 중 가장 먼 곳에서 치러지는 결혼식이었다. 당시 울 언니는 그 아이한테 내가 그만큼 안 중요한 거라고 말했다. 난 그럴 리 없다고 여겼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언니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 친구는 내내 연락이 없다가 어느 해 갑자기 내 생일 때 케이크 기프티콘을 보내왔다. 당시에 언니가 이렇게 말했다. 둘째 생겼나 보다~ 언니의 말은 적중했다. 하아, 우리 사이는 이 정도였던 것일까. 


블로그에서 알게 된 사이라면 와줘서 고맙다고 댓글이라도 달 거라고 여겼는데, 깜깜 무소식. 그때도 굉장히 서운했다. 지난 6월에 결혼한 내 친구가 부케 받고 들러리 서기로 한 내게 청첩장 제대로 안 보내서 화가 났던 것도 마찬가지 기억이다. 청첩장은 결혼식 마치고 사흘 뒤 도착했다. 


또 생각해 보니, 나의 베프는 택배로 뭘 보내주면 일주일이 다 되도록 물건 받았다는 말이 없다. 항상 내가 연락해서 무사히 도착한 것 맞냐고 물어본다. 그러면 뒤늦게 잘 받았다고, 문자 보낸다는 걸 깜박했다고 말한다. 그러기를 십년이 넘었다. 습관이 그런 것이다. 나로서는 참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이다. 왜들 그러지?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들일까? 


10. 일요일인 오늘, 언니가 외출하고 형부도 바로 외출을 해서 다현양과 내리 놀게 되었다. 이 책은 무척 재밌는 놀이로 되어 있는데, 이걸 나혼자 하라고 하면 아마 더 쉬웠겠지만, 아해와 같이 하자니 삭신이 쑤신다. 정확히 5시간 동안 오리고 붙이고 색칠하며 놀았다. 그 결과 18장 완성! 나름 재미가 있긴 했지만 관절이 아프다. 1000피스 퍼즐 맞추던 때 느꼈던 무릎이 썩는 고통이 오랜만에 찾아왔다. 애들이랑 놀아주는 건 체력이 관건이다. 정말 벅차구나...


뽀너스. 

알라딘에서 재작년인가 이벤트 상품으로 제작한 빨대 달린 투명 텀블러! 엄니가 그 뚜껑을 메꾼 걸 발견했다. 뚜껑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막았다고.... 하아, 그거 빨대 구멍인데... 엄니...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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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9-1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그 구멍은 어떻게 막으셨답니까? 어머님은 능력자. ㅋㅋㅋㅋㅋ
10번에 언급하신 책 검색한번 해보고 저도 구입해야겠어요. 저도 조카랑 놀아야되니까요. 하핫;;

마노아 2013-09-15 23:39   좋아요 0 | URL
쿠킹호일 테이프라고 해야 할까요? 뒷면은 호일로 되어 있고, 안쪽은 끈끈이가 있어서 붙일 수 있는 테이프요~ 싱크대도 붙이는 강력한 놈이랍죠. ㅎㅎㅎ
타미가 하기엔 좀 어려워 보이긴 해요. 타미는 색칠 공부 쪽을 먼저 도전해야 하지 않을까요? 뭐, 다락방님이 있으니 문제 없지만요.^^

Mephistopheles 2013-09-16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스타 교환권은 알라딘의 소행입니다. 저도 받았지만 뒷자리 20대 초반 여직원에게 패스~!

마노아 2013-09-16 10:55   좋아요 0 | URL
아, 알라딘이었습니까? 무슨 책에 끼어 온 것 같은데 당최 기억이 안 나더라구요. 맛있어서 비싼 건지, 비싸서 맛있는 건지 구분하기 힘들었어요. ㅎㅎㅎ

아무개 2013-09-1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성격차이겠지만 저는 그들이 매너없다에 한표!

2.인천 차이나 타운은 정말 뭐...
시간 꼭 내서 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짜장면..동네 반점보다 딱히 맛나지 않구요.
차이나 타운이라기 보담 그저 엄청 많은 중국집들이 모여있는곳일 뿐.

마노아 2013-09-16 10:57   좋아요 0 | URL
제가 원래 '봉평 메밀꽃 축제'를 가고 싶었는데 정말 멀더라구요.
엄마랑 같이 당일로 다녀오기는 벅차서 일단 만만하게 가까운 데부터 가보자! 했지요.
개항장은 저한테 재밌을 것이고, 전통 시장은 엄마가 좋아할 거라고 여겼어요.
근데 이번 연휴에 궁합이 안 맞네요.
차이나타운은 딱히 맛있진 않나 보군요. 그냥 동네 자장면 집이 더 나을지도...^^ㅎㅎㅎ

파란놀 2013-09-16 1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미난 글을 쓰도록 '그 많은 사람들'이 온갖 이야기를 베풀어 준(?) 셈일까요... @.@

..

인천 차이나타운은 가볍게 구경해 보면 재미날 수 있어요.
다만, 그곳 중국집 가운데 추천할 만한 데는...
인천 토박이로서 그다지 ^^;;;

그곳 말고, 신포동으로 나오면 1960년대부터 장사를 한 <진흥각>이란 데가 있고,
인천 배다리 헌책방거리 철길 건너편, 인천 중구 경동 골목 안쪽에 <용화반점>이란 데가 있어요.


<진흥각>은 언제 가도 자리가 있지만,
<용화반점>은 이제 줄을 서서 먹어야 하는 곳이 되어서
예약을 해 놓고 한두 시간 골목마실을 하고 돌아가면
맛난 밥 즐길 수 있어요~

마노아 2013-09-16 11:04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그것도 요일별로 묶어서 말이지요.^^

인천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집은 인기가 별로인가 보네요. 다른 걸 공략해야겠어요.
제가 심각한 길치라서 과연 찾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나중에라도 기회가 된다면 다녀올 수 있게 일러주신 곳들은 적어놔야겠어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무개 2013-09-16 12:45   좋아요 0 | URL
용화반점은 거의 중국집계의 전설이던데 저도 말만 듣고 못가봤네요.

마노아 2013-09-17 08:31   좋아요 0 | URL
오오오, 적어놓은 것 잊지 말아야겠어요. 전설이라니, 꼭 시식하고 싶네요.^^

순오기 2013-09-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매너없는 인간들~ 지 아쉬울때만 연락하는 거 맞아요.
살면서 참 이런 사람들 많이 만나는데...그래서 나는 그런 인간 되지 말자 다짐하며 살아요.
그런 부류의 인간들에게 너무 잘해주실 필요없어요, 결단코!!
그래도 멋진 가을, 행복한 가을 되라고--- 마노아님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마노아 2013-09-17 08:33   좋아요 0 | URL
자기 아쉬울 때만 연락한 후배가 이번에 있었어요. 거의 십년 만에 결혼한다고 연락이 와서 이 친구 결혼식엔 가지 않았어요. 돌잔치가 겹치기도 했지만요.
그런데 평소 아주 친하고 좋은 녀석들도 결정적일 때 저리 실수들을 하네요. 참 이상해요.ㅜ.ㅜ
아, 내일부터 긴 휴일이 시작되네요. 순오기님은 자유부인 계속 유지 중이신가요?
이 근사한 계절에 하늘도 자주 보고, 가족들과 좋은 시간 보내도록 해요. 굿 휴일입니다!! ^^

순오기 2013-09-17 15:34   좋아요 0 | URL
어제 남편이 내려와서 다음주 일욜에 올라간대요.
그때까지 자유부인 반납해야죠.ㅋㅋ
오늘은 고려인 유아들과 송편 만들었어요~이제 사진 올리려고요.^^

마노아 2013-09-17 20:12   좋아요 0 | URL
하하핫, 짧은 반납이네요. ^^
고려인 아이들이 송편 만들면서 무척 즐거워했을 것 같아요. 사진 구경하러 갈게요.^^

파란놀 2013-09-19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천에서 진흥각은 나이든 어르신들이 좋아하는 추억 어린 곳이고,
용화반점은 저 같은 30~40대 토박이들이 좋아하는 곳이에요.
용화반점은 인천에서만 '아는 사람이 가는 곳'이었는데
제가 어느 날 '맛집 블로거'로 유명한 분한테
왜 용화반점 이야기도 안 쓰면서 '맛집 블로거'인 척하느냐고 여쭈었더니
바로 그곳을 찾아가서 뒷이야기를 올리는 바람에
이제는 너무 이름난 곳이 되었어요.

그때 맛집 블로거한테 소개를 안 했으면
용화반점에서 줄 서서 기다리지 않고
배달을 시켜서 먹을 수도 있을 테지만
이제는 그렇게 못해요 ㅠㅜ

아무튼, 인천에서 중국집은 그 용화반점 요리맛이
참 남다른 무언가 있어요.

그 언저리에서 나들이를 하신다면
신포시장 닭강정 말고, 신포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있는 <치킨 꼬꼬>란 데에서
'아저씨가 날마다 손수 빚는 반죽'으로 튀기는 '야채치킨'을 드셔 보시면
그런 튀김닭 맛도 다른 데에서는 느끼지 못할 놀라운 맛이 되리라 생각해요.

가끔 고향 인천으로 가서 동무들 만나면
꼭 그 치킨꼬꼬에 들른답니다~

마노아 2013-09-20 22:19   좋아요 0 | URL
아핫,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나, 그 바람에 배달의 즐거움을 놓쳤군요.
그래도 맛있는 요리를 나누게 되었으니 그도 좋은 일이죠.
신포시장 치킨 꼬꼬도 같이 적어놔야겠어요.
어제는 영종도에 다녀오는 길에 짜장면을 먹었는데 용화반점이 생각나더라구요. ^^

2013-09-28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30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망찬샘 2013-10-19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이지 그게 뭣이 어렵다고.... 뜨끔합니다. 저를 한 번 더 돌아보네요. 근데, 참 무심한 그녀들~ 그녀들은 그 사실을 알까요? 이런 섭섭한 마음을 말이지요.

마노아 2013-10-19 14:53   좋아요 0 | URL
일주일 전에 피로연 장에서 우릴 지나쳐버린 친구를 만났는데 못 본 게 아니라 보았다고 하네요. 봤는데 신랑 때문에 열받는 일이 있어서 신경을 못 썼다고 해요. 그게 굉장히 실례였다는 걸 모르더라구요.ㅜ.ㅜ 이런 건 참 말해주기도 힘들고 속 끓이게 하네요.^^;;;;
 

한달도 더 기다려서 받은 모노맥스 부록 만년필이다. 

드디어 내게도 만년필이 생겼다고 만세를 불렀는데, 써지질 않는다.

아핫, 심을 넣지 않았군! 동봉된 두개의 잉크 중 하나를 넣었다.

그래도 안 써진다. 

사용설명서를 보았다.

일본어다.

하나도 못 읽겠다. 

영어라면 번역기라도 돌리겠는데 얘는 긁을 수도 없고 방법이 없다.

대충 그림 보고서 종이컵에 물 담아 놓고 촉을 담가놓았다.

충분히 젖어들 무렵 끼어 보았다.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어쩌지?



요런 종류의 만년필 써보신 분 계십니까아??? 혹시 방법 아시는 부운~~ 

아님 저기 뭐라고 써 있는지 아시는 부운....ㅜ.ㅜ



요렇게 생겼다.



문구만 확대. again 다음에는 뭐지??? 그림은 도마뱀 같고... 라고 적었는데 제보가 들어왔다!


문구는 아녜스 베 agnès b.라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도마뱀은 그 엠블렘-이라고 한다.

하하핫, 설명 듣고 보니 이 만년필이 좀 더 있어 보인다.^^



맨 마지막 문구가 방금 만년필로 쓴 거다. 상당히 굵구나. 무척 부드럽게 써진다. 매일 같이 만년필을 쓸 일은 없지만, 가끔 사용해 보고 싶었다. 이제 라미 만년필에 대한 미련은 버려....질까? 


잡지 가격이 10,850원이다. 잡지는 바로 재활용 칸으로 직행. 역시 부록은 잡지였고 만년필이 메인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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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9-14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크를 삽입한 채 물컵에 담아야 하는데 잉크 없이 펜촉만 적셔서 그런가???

Mephistopheles 2013-09-14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잉크 카트리지 꽂는 자리에 입을 대고 불어 보세요. (근데 새 물건이라면 불량 확률이 높겠군요)

마노아 2013-09-14 22:36   좋아요 0 | URL
우왕, 나와요, 나와! 이게 어찌된 조화일까요! 메피님 고마워요!!!!
이거 불량이어도 해외배송이어서 교환 안 되거든요. 불량이면 어쩌나 걱정했어요. 다행이다. 만세만세!!!!

아무개 2013-09-15 0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겠다 글씨체가 이뻐요..전 제 글씨도 제가 못알아 보는데...

마노아 2013-09-15 12:28   좋아요 0 | URL
정말 예뻐요? 글씨 엄청 잘 쓰는 울 언니로부터 맨날 글씨 못 쓴다고 구박만 받고 자라서 믿어지지가 않아요. 꺄아~

bookJourney 2013-09-15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글씨체 정말 예뻐요. 부러워요~~ (라미 만년필 없어도 될 듯 ^^)

마노아 2013-09-15 12:29   좋아요 0 | URL
우앙, 글씨체 예쁘단 소리를 연속으로 듣다니! 제 눈에는 안 예뻐 보이지만 기분 좋아요.
라미 필요 없을까요? 우히히힛^^ㅎㅎㅎ

2013-09-15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5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FUN 과학

제 1954 호/2013-09-11

솔잎이 없으면 송편이 아니다?

매년 추석이 되면 시골 할머니 집에는 두 개의 보름달과 수백 개의 반달 그리고 날카롭게 거꾸로 찢어진 초승달이 함께 뜬다. 이게 무슨 넌센스 퀴즈냐고? 아니다. 이건 100% 리얼이다! 휘영청 밝은 하늘의 보름달과 추석만 되면 더욱 동그랗게 살이 오르는 아빠의 각 없이 너부데데한 얼굴이 보름달이고, 찜통 가득 향긋한 솔잎 냄새를 폴폴 풍기며 익어가는 송편이 반달이고, 아빠를 째려보는 엄마의 쪽 찢어진 눈이 바로 거꾸로 뜬 초승달이다.

“어머니…, 송편은 그냥 맛보기로 몇 개만 만드셔도….”

“아니, 어멈아. 그게 뭔 소리여. 아범이 송편을 얼매나 좋아하는디. 송편 몇 개 먹드니 벌써 보름달마냥 뽀얗게 살이 올랐잖여. 긍께 한 삼백 개는 만들어야 하지 않겄냐.”

“그, 그럼… 솔잎이라도 깔지 말고 찌면 안 될까요? 하나씩 떼 내려면 손이 너무 많이 가서요.”

“그건 어멈이 몰라서 그려. 솔잎을 안 깔믄 그게 어디 송편이여? 걍 떡이지.”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할머니 댁에만 오면 갑자기 간에 살이 쪄버리는 아빠는 심각한 마마보이 근성을 드러내며 엄마의 초승달 눈을 더욱 길게 찢는다.

“엄마 말이 맞아. 송편의 송이 소나무 송(松)자인 건 알지? 편은 떡을 점잖게 표현한 우리말이고. 그러니까 풀어서 말하면 소나무떡이란 얘긴데, 솔잎을 안 쓰면 그건 송편이 아니라고. 우리 엄마 진짜 똑똑하다. 앙, 엄마 좋아!”

“우쭈쭈, 우리 아범, 엄마가 좋아쪄유?”

“응, 좋았쪄요! 또, 소나무 잎에서 피톤치드(phytoncide)가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여보가 알아? 피톤치드는 식물이 다른 미생물로부터 자기 몸을 방어하기 위해 발산하는 살균물질인데, 공기 중의 세균이나 곰팡이를 죽이고, 해충, 잡초 등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뿐만 아니라 피톤치드는 사람 몸에도 완전 좋아요. 병실 바닥에 전나무 잎을 놓으면 공기 중의 세균이 1/10로 줄어든다는 연구나, 결핵균이나 대장균이 섞인 물 옆에 상수리나무의 신선한 잎을 놓으니까 몇 분 안 돼 세균들이 거의 다 죽어버렸다는 연구 결과도 있을 정도거든. 또 얼마 전에는 KBS의 한 방송에서 피톤치드를 많이 마시면 암세포를 죽이는 자연살해세포(NK-cell)들이 훨씬 더 활발하게 활동한다는 실험을 한 적도 있어.”

“소나무 이파리서 나오는 그 피똥싸구인가 먼가가 암도 잡는겨? 워매, 참말로 대단하구먼.”
“더구나 피톤치드는 활엽수보다 침엽수에서 훨씬 많이 나오고, 특히 소나무는 보통의 나무보다 10배 정도나 강한 피톤치드를 발산하는데, 이렇게 좋은 피톤치드를 포기하고 맹숭맹숭한 떡만 만들어 먹는다는 게 말이나 돼? 송편을 먹으면서 산림욕 효과까지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솔잎을 안 쓰는 게 말이 되냐고. 안 그래 엄마?”

“그람, 말이 안 되지. 근디 우리 아범은 워째 이리 똑똑한겨?

“엄마 닮아서 그렇지~~.”

“아이고, 귀여운 것! 그래서 옛날부텀 구더기나 바퀴 같은 벌레를 없앨라믄 소나무나 전나무 이파리를 뜯어다 그물망에 넣어놓고 그랬던 것이구먼! 나는 그게 피똥싸구 덕분일 줄은 오늘에사 첨으로 알았구먼.”

“아니 엄마~, 피똥싸구가 아니라 피․톤․치․드! 암튼, 그래서 소나무 옆에서는 퇴비도 안 만들잖아. 세균이 근처에 오지를 못하니까 퇴비가 잘 썩지 않아서 그랬던 거더라고.”

“그랬던겨어? 아들이 과학자니께 별거를 다 배우는구먼!”

“송편에 들어가는 녹두, 밤, 깨 같은 고물은 대부분 상하기 쉬운 음식재료잖아. 그런데 송편은 추석기간 내내 두고 먹어야 하는 음식인데다, 추석 날씨는 알다시피 꽤 덥단 말야. 그래서 똑똑한 우리 조상님들이 찜통에 솔잎을 깔았던 거야. 피톤치드가 세균을 막아줘서 송편이 잘 상하지 않거든. 어때, 여보야. 이제 송편 찔때 꼭 솔잎을 깔아야 하는 이유를 알았어?”

“근데 삼백 개씩이나 만들 솔잎을 어디서 따온담…. 당신이 뒷산 가서 따다 줘요.”

“알았어, 내가 따올게! 괜히 아무 솔잎이나 쓴다고 다 좋은 건 아니거든. 지난해 9월, 남부지방산림청이 2년간 산림병해충 방제를 위해 영남지역 2800헥타르(ha)의 소나무에 포스파미돈, 아바멕틴 등의 고독성 농약을 주사했다고 밝혔던 거 기억나? 솔잎혹파리와 솔껍질깍지벌레 등을 없애기 위해 사용한 건데, 농약의 독성이 워낙 강하다 보니 솔잎에 농약성분이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거든. 농약을 처리한 지역은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판이 세워져 있고, 또 약제를 주사한 소나무는 지면에서 높이 50cm 이내에 주사 구멍이 뚫려 있기 때문에 이런 솔잎은 피해서 따야 한다는 말씀~.”

“그런데 어머니, 송편을 많이 만들었다가 남는 것을 냉장고에 넣어두면, 나중에 먹지도 못하고 버릴 수도 있어요. 냉장고에 넣으면 딱딱해져서 못 먹겠더라고요.”

“어멈아, 그게 뭔 소리여. 떡이나 밥은 절대 냉장고에 넣어두면 안되는구먼! 차라리 냉동실에 넣어야 혀!

“맞아 맞아, 울 엄마 말이 맞다구! 떡이 ‘노화’된단 말이야. 떡이나 밥의 주성분인 녹말은 물에 끓이거나 쪘을 때 쫀득쫀득 점도가 높아지고 색이 반투명하게 변하면서 소화하기 쉬운 상태가 되는데 이걸 ‘호화’라고 해요. 쌀은 딱딱한데 밥은 말랑말랑 맛있는 게 바로 호화현상 때문이지. 그런데, 이렇게 호화된 녹말이 온도가 낮은 곳에서 수분을 빼앗기면 원래의 딱딱한 상태로 되돌아가거든. 이걸 ‘노화’라고 하는데, 노화현상이 가장 잘 일어나는 온도가 딱 냉장실 온도(0~5℃)란 말야. 그러니까 떡이나 밥을 냉장고에 넣는 건 노화돼라, 노화돼라, 노래를 하는 거랑 같은 거야. 그러니까 차라리 냉동실에 보관해뒀다 녹여 먹는 게 좋아요. 노화단계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다시 말랑말랑 맛있어 지거든.”

“아이고 내 새끼, 엄마가 송편 삼백 개가 아니라 사백 개 만들어 줄 테니께 걱정일랑 붙들어 매, 알았징? 냉동실에 꽉꽉 쟁여놓고 먹어라, 내 새끼~~.”

“응응응!!”

명절 때마다 아빠는 바보가 되는 게 틀림없다. 할머니 치마폭에 머리를 파묻은 채 머리를 쓰다듬어 달라고 어리광을 부르는 저 행태 뒤에, 어떤 엄마의 보복이 뒤따르는지 너무나 잘 알 텐데도 언제나 저 버릇을 고치지 못하신다. 드디어 엄마의 눈에서 거꾸로 뜬 초승달마저 사라져버리고 이글이글 거친 불길이 타오른다. 이제 아빠는 끝장난 거다!

“어머님이랑 여보가 그리 좋다고 하시니까 송편 삼백 개 만들어 볼게요. 솔잎 듬뿍 깔고 푹푹 쪄볼게요. 느낌 아니까…. 아! 그런데 태연이 외가에 갈 때는 아범한테 된장, 고추장 담으라고 하고 집안 대청소까지 시켜도 되죠? 아, 그리고 추석 끝난 다음에 아범한테 명품가방 두 개 사놓으라고 윽박질러도 되죠?”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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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3 0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3 1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4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9-14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13-09-13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깨 든 송편을 무척 좋아합니다.^^
추석때 실컷 먹어야겠어요.ㅎㅎ

마노아 2013-09-13 13:07   좋아요 0 | URL
저두요~ 깨송편 맛있고 밤을 넣은 송편도 좋아해요.
근데 깨송편이 칼로리가 후덜덜 하다고 하네요. 자제해야겠어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