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1980 호/2013-10-21

[FUTURE] 신재생에너지, 준비하는 만큼 돈 번다!

2013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올 한 해 동안 매월 1편씩 [FUTURE]라는 주제로 미래기술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칼럼에서 언급된 미래기술은 KISTI에서 발간한 <미래기술백서 2013>의 자료를 토대로 실제 개발 중이며 10년 이내에 실현 가능한 미래기술들을 선정한 것입니다.
미래기술이 상용화 된 10년 이후 우리의 생활이 어떨지, 또 이 기술들로 인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변할지를 이야기로 꾸며 매월 셋째 주 월요일에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023년, 10월 각 기업의 경영전략실은 비상이 걸렸다. 10월로 예정돼 있는 탄감에 대비해야하기 때문이다. 탄감이란 정부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기업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실시하는 감사를 말한다. 여기서 탄소 배출 기준을 지키지 못한 기업은 막대한 벌금을 물거나 영업정지 같은 엄격한 제재를 당하므로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12년 5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및 할당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통과돼 2015년부터 기업별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한 뒤, 이를 초과한 기업은 초과한 양만큼 배출권을 사야 한다. 반대로 할당량보다 온실가스를 덜 발생시킨 기업은 그만큼 배출권을 팔 수 있다.

철강회사 (주)만만디 경영전략실의 최미적 부장은 요즘 좌불안석이다. 하루 종일 전자계산기를 두드려 보지만 답이 보이지 않는다. (주)만만디는 값싼 철광석을 수입․가공해 부가가치가 높은 제철, 제강 제품을 만들어 전 세계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창사 이래 한 번도 불황을 겪어보지 않은 내실이 튼튼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상황이 녹록치 않다. 온실가스 배출권을 너무 쉽게 보고 별 준비를 하지 않았는데 그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철광석을 녹이는 데는 엄청난 화석에너지가 들어간다. (주)만만디는 정부가 정한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매년 초과해서 쓰고 모자란 것은 다른 기업들로부터 구입해서 써왔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온실가스 배출권을 팔려는 기업들이 사라졌다. 자기들 쓰기에도 모자라는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온실가스 배출권 값이 천정부지로 뛰어올라 (주)만만디 영업이익은 몇 년째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최 부장은 왜 미리 이런 사태를 예측하지 못했는지 땅을 치며 후회해 보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건설자재를 제조하는 중견기업 (주)미리미리의 경영전략실 신미리 부장은 콧노래가 절로 난다. 이런 사태를 예상하고 틈틈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해 왔기 때문이다. 건설자재를 만드는데도 석탄, 석유 등 많은 화석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한꺼번에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는 없다. 처음 설치비가 많이 들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란 액화석탄, 수소에너지 등‘신에너지’와 동식물의 유기물, 햇빛, 바람, 물, 지열 등을 이용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통합해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8개 분야의 재생에너지(태양열, 태양광발전, 바이오매스, 풍력, 소수력(산간벽지의 작은 하천이나 폭포수의 낙차를 이용한 발전), 지열, 해양에너지, 폐기물에너지)와 3개 분야의 신에너지(연료전지, 석탄액화가스화, 수소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규정하고 있다.

신 부장이 주목한 것은 첫 번째로 투명 태양전지¹⁾였다. 투명 태양전지를 건물의 유리창에 설치하면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는것은 물론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태양광으로 물을 분해하는 수소제조기술²⁾, 세 번째는 공중풍력발전기³⁾였다. 이렇듯 태양에너지, 수소에너지, 풍력에너지를 이용해 기업에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했으며, 점차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높여왔다.

처음에는 설치비가 비싸고 효율이 낮다고 반대하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현재는 회사 전체 에너지 비용을 아끼는 것은 물론, 남는 온실가스 배출권을 고가에 팔아 높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이런 성과로 (주)미리미리는 올해 신 부장에게 임직원들의 최고 영예인 ‘미리미리 대상’을 수여했다. 내년 임원 승진도 따 놓은 당상이다.

공로상 수상 소감으로 신 부장은 “이런 큰 상을 받을지 꿈에도 생각 못했다. 단지 지구온난화로 병들어 가는 지구를 살리기 위해 나부터 동참해야겠다는 작은 꿈을 실천한 것뿐이다.”고 말했다.

한 사람의 작은 실천이 회사도 살리고, 지구도 살림 셈이다.

글 : 정영훈 과학칼럼니스트

[각주-미래 기술]

1) 투명 태양전지는 건물의 유리창 등에 설치하여 유해한 자외선을 차단하면서 전기까지 생산할 수 있는 투명 태양전지로서 빛에 반응하는 염료 분자와 티타늄 산화물을 이용해 만드는 것으로, 입사각이나 온도가 변화해도 효율에 미치는 영향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훨씬 덜 민감하여 효율성을 유지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와 KAIST가 공동으로 건물 일체형 투명 태양전지를 개발․발표하였다. 기술 예상 실현 시기 1~2년 후.

2) 태양광으로 물을 분해하는 수소제조기술 : 태양광을 에너지원으로, 물을 원료로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로 태양전지를 이용하여 전기를 생산한 후 물의 전기 분해를 통해 수소를 생산한다. 이 기술로 인해 수소에너지의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 기술 예상 실현 시기 5~6년 후.

3) 공중풍력발전기 : 원통 모양의 내부에 다른 기체보다 가벼운 헬륨가스를 채운 후 하늘에 띄워, 중심에선 바람의 힘으로 돌아가는 프로펠러가 전기를 생산하여 헬륨 튜브를 묶은 선을 통해 땅으로 전달하는 공중풍력발전기. 지상의 풍력발전시스템보다 더 큰 에너지를 얻을 수 있으며 또한 하늘에 떠있기 때문에 자연경관도 손상시키지 않고 소음도 거의 없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 예상 실현 시기 3~4년 후.

참고 : <KISTI 미래백서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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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10-21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방 주사 맞기 싫어! 병만이와 동만이 그리고 만만이 6
허은순 지음, 김이조 그림 / 보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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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나온 로봇 그림이 재밌다.
이번 이야기가 '주사'를 소재로 한 것을 반영해서 주사 들고 싸운다.
로봇 갑옷을 갖춰 입은 병만이와 동만이가 꼭 아이언 맨처럼 보인다. ^^

겁이 많은 병만이! 주사 맞을 생각만 해도 오들오들 떨린다.
못지 않게 겁이 많은 동만이는 주삿바늘 쳐다만 봐도 바들바들 떤다.
그리고 이들과 오누이 사이가 되어버린 강아지 만만이도 만만치 않게 겁이 많다.
주먹만 한 강아지를 보고도 도망가니까.
바들바들 떠는 동만이와 오들오들 떠는 병만이의 우리말 대구가 재밌다.

선생님은 뇌염 예방주사를 맞고 오라는 숙제를 내주셨다.
주사 맞는 게 두려운 아이들의 표정이 재밌다.
뇌염 예방 주사를 왜 맞아야 하는지 영상 자료를 보았나보다.
뇌염에 걸리고 싶지 않지만 주사 맞는 건 너무너무 싫은 병만이는 오줌이라도 지릴 기세다.

아무리 떼써도 병원에 아니 갈 수 없었다.
아무리 핑계를 대어도 간호사 누나의 주사기를 피할 수 없었다.
병원 대기실의 액자에는 병만이의 로보트가 'v'자를 지어 보였지만 병만이는 현재 보이는 게 없다!
이것저것 핑계를 대보았지만 먹히지 않았다.
콧물이 나도, 코피가 많이 났었더래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두드러기는 달랐다.
두드러기 다 낫고 다시 오라는 간호사 누나!
병만이 눈에는 나이팅게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차례를 기다리며 오들오들 떠는 다른 아이들은 주사 맞지 않고 돌아가는 병만이가 부럽기만 하다.
그러나 너희들은 모른다.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것을...^^

병만이와 마찬가지로 주사를 맞아야 했던 동만이의 호들갑은 요란했다.
그에 비해서 주사 몇방 맞고 피도 뽑아야 했던 만만이는 차분하기만 했다.
주먹만한 강아지를 보고도 놀라서 도망치던 만만이 같지 않다.
강아지들도 주사 맞으려면 병만이 동만이처럼 요동치는 애들이 있을 테지?
그럼 옆에서 꽉 잡아주려나?

주사 맞는 건 싫지만 뇌염에 걸리는 건 더 싫은 병만이!
모기장 안에서 일상사를 모두 해결한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형아를 놀려 먹는 동만이!
얄밉지만 나가서 때려줄 수도 없다.
그러다가 뇌염 모기에 물리면 안 되니까.

난 어려서부터 주사 맞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았고, 사실 별로 아파하지도 않았다.
놀이기구 타는 걸 무서워하지도 않았고, 당연히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도 그리 두렵지 않았다.
그래서 주사 맞는 것에 오만가지 인상을 쓰는 아해들의 공포는 모르지만, 이해는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 책 속의 병만이와 동만이 같으니까.
그런데 어른 되고 나서도 이렇게 주사 맞기 싫어하는 건 좀 웃겨보인다.^^
아무튼! 예방 주사 맞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이 책을 읽으면서 약간의 위로와 어쩔 수 없다는 비장함을 느끼지 않을까. 아무렴 뇌염에 걸리거나 다른 병에 걸리는 것보다는 주사 한방 맞는 게 더 나을 테니까.

올테면 와보라고 모기향으로 무장한 병만이의 표정이 재밌다.
근데 병만아, 그 모기향도 몸에 좋지는 않단다. 그냥 주사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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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3-10-21 0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닥 무서워 하는건 없었던거 같아요. 주사도, 높은 곳도 귀신도 뭐....
그런데 지금은 가끔씩 경사가 높은 계단에서 내려 올땐 왠지 넘어질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무릎에 힘이 빠질때가 있어요. 무릎에 힘이 빠지는 나이라 무서워지는건지 무서워서 무릎에 힘이 빠지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마노아 2013-10-21 13:34   좋아요 0 | URL
저는 귀신은 무서워요.(>_<)
작년부터 무릎이 안 좋아져서 계단은 조심하려고 해요.
특히 아침에 출근길에 계단 내려올 때 뻣뻣한 무릎에 더 긴장하게 되더라구요.
우리집 계단은 가파르기까지...;;;;;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 뉴 루비코믹스 743
요네다 코우 지음 / 현대지능개발사 / 200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네다 코우의 작품은 세번째다. 미리 얘기하자면 앞서 읽은 책들도 좋았지만 이 책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이 책이 첫 단행본이라고 한다. 첫 작품에서 이미 홈런을 친 작가였구나!



どうしても觸れたくない

요게 원작인데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다. 일단 영어 제목으로 본다면 우리말 번역 제목이 아주 마음에 든다. 이렇게 역설적이고, 이렇게 간절하게, 그리고 이렇게 시적으로 들리다니......


BL 만화 중에는 BL을 위한 BL이 많은데, 이 작가의 작품은 등장인물이 둘다 남자일 뿐, 사람과 사람의 사랑 이야기에 집중한다. 그러니까 이들의 마음이 서로에게 기울고, 그 마음으로 힘들어 하고, 그 관계로 지쳐가며 또 회복되는 모든 과정이 무척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이런 기분을 주었던 작품으로는 마리모 라가와의 '뉴욕 뉴욕'과 박희정의 '마틴 & 존' 정도였는데, 이 작품은 짧은 분량 안에서 무척 큰 성과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그림도 훌륭하다. 조금은 무심하게, 대충 그린 듯하지만, 그 무심한 표정 안에 감정이 녹아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집어들었는데, 잠이 확 달아날만큼 진지하게 읽어나갔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과거, 내게 트라우마를 안겨 준 과거. 그 과거가 발목을 잡는다. 당신을 위해서였다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기적인 내 마음 때문에 상대를 밀어냈다. 내가 상처받는 게 싫어서 당신이 어찌할 수 없는 과거를 원망하게 만들었다. 그게 얼마나 잔인한 일이었는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차리는 순간, 주저앉을 수밖에 없었다. 그곳이 직장이어어도 멈출 수 없었다. 차마 입 밖에 내지 못했던 말을 상대방이 알아차렸던 이 순간의 연출이 가장 아프게 다가왔다. 가장 인상깊고 공감도 갔다.



집에 난 불을 꺼주지 못했던 그 하얀 눈. 그 차갑고 서럽던 눈이 연인의 어깨 위에 내릴 때는 모처럼 따뜻하게 보였다. 

이 눈 역시 두 사람의 마음에 난 불을 꺼주지는 못하리라. 그래도 좋을 눈이다. 



뭔가 휘리릭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컷의 분할이다. 대사가 오고 가고, 눈을 감고, 상대를 끌어안은 손에 더 힘을 주었을 것이다. 그리고 후회하지 않을 고백도 남긴다. 멋진 장면이다.



이 장면의 연출도 마음에 든다. 누워 있기 때문에 옆으로 누운 그림과, 그걸 또 거꾸로 잡은 컷이 자연스럽다. 행복하다면서 눈물이 나는 그 마음도 이해가 간다. 두 사람의 장거리 연애가 잘 이어지기를! 그리고 부록처럼 따라나온 오노다 과장의 우울은 치료가 되기를! 심각한 이야기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이 균형 감각이 참 좋다. 


내가 알기로는 요네다 코우의 작품은 이렇게 딱 셋이다. 일본에서는 모르겠지만 국내도서로는. 이 작가의 장편은 어떠할지 기대가 된다. BL 여부 상관 없이 다양한 작품을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나는 팬으로서 기다리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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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섬세한 사랑을 한다.
    from 그대가, 그대를 2015-10-25 16:39 
    인 디즈 워즈와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 비슷한 시기에 읽었다. 둘 다 유명했지만, 인 디즈 워즈 쪽이 워낙 강렬해서 더 인기가 많아 보였다. 그래도 섬세함과 감성의 부딪힘을 손든다면 압도적으로 요네다 코우다. 이 책은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의 스핀 오프에 해당한다. 사실 이 책을 먼저 읽는 게 순서상으로 맞다. 작가의 설명이 이렇다. atrer9와 다정한 거짓말은 소용 없다는 모두 이 책에 함께 실려 있다. 시간 순서는 이렇지만 각각 읽는다 해도 큰
 
 
2013-10-21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3: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1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1 2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4 1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10-24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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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NY 2013-10-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허허허...

마노아 2013-10-20 13:07   좋아요 0 | URL
이게 대한민국의 수준이죠..;;;

BRINY 2013-10-20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YTN 뉴스 보면 열받아서 채널 돌립니다...

마노아 2013-10-20 17:21   좋아요 0 | URL
국민들의 홧병을 돋우어서 정치에 무관심하게 만드려는 수작이 틀림없어요.ㅡ.ㅡ;;;;;

Mephistopheles 2013-10-21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앵무새 몸으로 울었다 군요....

마노아 2013-10-21 13:37   좋아요 0 | URL
파격미에서 결코 뒤지지 않아요...;;;;
 
서로를 보다 - 동물들이 나누는 이야기
윤여림 글, 이유정 그림 / 낮은산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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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처럼 초원을 달리는 동물, 치타.

네가 젖먹이 동물 가운데 가장 빠르다며?
한 시간에 백 킬로미터 속도로 달릴 수 있다니, 멋지다.


글쎄, 난 잘 모르겠어. 그렇게 달려 보지 못했거든.



한 시간에 백, 이백을 달리는 자동차라도 주차장 안에만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듯이, 저렇게 초원을 달릴 수 있는 치타도 우리 안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동물의 가장 근본적인 성질을 억지로 누르게 만들 힘과 자격을, 누가 인간에게 주었을까.

구름처럼 하늘을 나는 동물, 쇠홍학.

너는 먹이가 많은 호수를 찾아
한번에 몇 킬로미터씩 날아가는구나.


여기서는 먹이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
그래도 가끔 날고 싶긴 해.
아무리 날갯짓을 해도 날 수 없지만.



스스로 먹이를 찾고 천적의 위험을 피해야 하는 야생의 환경보다 안전하게 먹잇감을 제공해 주는 동물원의 삶 중, 쇠홍학은 어느 것을 원할까? 자기 삶의 주도권과 방향을 결정할 기회를 앗아버린 책임을, 인간들은 어떻게 지고 살까?

나뭇가지를 타고 숲을 누비는 동물, 긴팔원숭이.

너는 팔이 길고 힘이 세서
나뭇가지를 타고 여기저기 잘도 다닌다더라?


그래, 팔 힘이 세서 난 이렇게 창살에 매달리곤 해. 하루종일.



아무리 높은 창살이라 하더라도 밀림 속 나무와 견줄 수는 없겠지? 운숭이는 동물원 밖 인간을 오히려 원숭이 보듯 할까?

파도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동물, 돌고래.

너는 어쩜 그렇게 똑똑하니?
조련사 말을 척척 알아듣잖아.
너희만의 말이 있어 서로 얘기도 나눈다며?


친구랑 나는 늘 이런 말을 해. 바다가 그립다고.



숲과 하늘이 그렇듯이, 바다를 대처할 수 있는 수족관 따위는 있을 수가 없지.
미안하고, 또 미안하구나.

얼음 들판 위로 떠도는 동물, 북극곰.

너는 원래 추운 북극에 산다면서?
때때로 먹이를 찾아 눈보라도 헤치고 말야.


추운 북극? 눈보라? 끼억이 나질 않아. 근데 여기 너무 덥다.



요즘은 북극도 얼음이 녹아서 살기 만만치 않은 곳이긴 하지만, 그래도 너희들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을 거야. 그렇지?

달처럼 어둠 사이를 가르는 동물, 올빼미.

캄캄한 밤에 날갯짓 소리도 안 내고 사냥한다던데.
먹잇감들이 도망갈 틈도 없다며?


내가 그렇게 멋진 사냥꾼이라니......
난 오늘도 가만히 앉아 있을 뿐인걸.
밤하늘을 날며 사냥을 하면 기분이 어떨까?



호그와트와 인간 세상을 오가는 전령은 되지 못하더라도 네가 살던 숲속에는 가야 할 텐데 말이다......

바위산 위로 뛰어오르는 동물, 바바리양.

너는 높이뛰기를 잘해서 이 미터가 넘는 바위도
훌쩍 뛰어오른다던데, 한번 뛰어 볼래?


아니, 그러고 싶지 않아.
높이 뛰어오를 만한 곳도 없는데, 뭐.



모리 카오루의 '신부이야기'에 바위 산을 산양을 타고 오르는 할매가 나오는데 네가 바로 그런 친구였나보다. 용감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네가 이렇게 변해버리다니...ㅜ.ㅜ

함께 노래하고 사냥하는 동물, 늑대.

너는 가족이랑 함께 다니면서
숲이 울리도록 울부짖는다며?
그 소리가 마치 노래처럼 들리는 거고.


가족이랑 함께 노래하면 쓸쓸하지 않겠지?



일부일처를 고집하는 네가 가족과 헤어져 이렇게 외롭게 지내다니 안타깝구나.
인간에게 결코 길들여지지 않는 네가 이리 갇혀 있는 것도 자존심이 상할 테고 말이야......

함께 집을 짓고 지키는 동물, 프레리도그.

정말로 넌 적이 나타나면 뒷발로 서서 개 짓는 소리를 내니?
그래서 네 이름이 '초원의 개'란 뜻이구나.


여기는 적이 없어. 그러니 소리 낼 일도 없지. 잠이나 자야겠다.



알아, 알아. 쳐들어올 적, 위험으로부터 도망칠 일이 없다고 해서 네가 고마워하지 않을 거라는 것......

해처럼 하늘 높이 떠오르는 동물, 콘도르.

넌 정말 대단해.
안데스 산맥 높은 곳에 둥지를 짓고,
날갯짓 없이도 몇 시간이나 하늘에 떠 있다니 말야.


......
저기 해까지 날아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늘을 날 자유를 빼앗긴 순간, 네 목숨을 앗아간 것과 다름 없겠지?
너희에게 무슨 희망이 남아 있을까?

바람처럼 달리지도, 해처럼 솟아오르지도, 산 위로 바다 위로 뛰어오르지도 못하지만

그 누구보다 자유로운 동물, 인간.


너희 사람은 아주 똑똑하다고 들었어.
자연을 이해하는 능력이랑
자연을 파괴하는 능력
모두 뛰어나다고.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 그 뛰어난 능력과, 빼어난 재주를 이토록 오만하게 사용한다는 것이 말이야.
그것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서 인간을 해칠 텐데, 바보같이 그걸 모른다.
아니, 알면서도 멈추지 못하니 더 어리석은 거겠지.

우리는 서로를 보아야 해.
우리는 서로가 있을 곳에 있어야 해.
서로의 영역을 감히 넘보지 말아야 해. 그건 월권이야.
우리는 신이 아니니까, 서로 겸손해져야 해.
아니, 인간이 겸손해지면 충분히 안전해질 거야. 이 아름다운 지구에서......

낮은산의 책들은 언제나 기대를 갖게 하고 실망시키지 않는다.
내가 그런 책들을 읽은 건지, 출판사가 그런 책들만 만드는 건지 모르겠는데, 유난히 따뜻하고 메시지가 깊다.
그래서 정보가 없는 책이라 하더라도 낮은산 브랜드가 주는 힘으로 믿고 구입하게 된다.
아직까지 실망해본 적이 없다.

동물들이 원래 살던 곳의 모습을 표현할 때는 양쪽 지면을 모두 이용했고, 현재의 모습은 한쪽 면에만, 그것도 사각형 안의 작은 공간으로 더 축소된 모습을 보여준다. 동물 친구들의 현재 모습이 보다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효과가 있다.
예전 모습을 질문할 때는 작은 글씨로, 그리고 지금의 상태를 답변할 때는 보다 큰 글씨로, 그리고 각자의 색깔을 담아서 표현했다.
작은 부분이지만 이런 것들도 무척 섬세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동물들이 동물답게, 인간도 인간답게, 자연은 자연답게, 지구는 지구답게...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며 잘 살 수 있는 공존의 세상을 꿈꿔 본다. 오래오래, 우리가 잊지 말고 지켜야 할 가치이며 약속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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