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하갈이 오만해졌다는 주석에 갸웃했던 나는 오늘 성경을 찾아보았다.
(어젯밤에 작성한 페이퍼 https://blog.aladin.co.kr/fallen77/16508181 )
사실 챗지피티 한테 물어보기 전에 내가 직접 성경을 확인하는게 맞는 일이었을텐데 늦었네. 안그래도 성경을 보는게 제일 정확하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율리시스 같이 읽는 친구가 검색해 찾은 챗지피티 결과를 보내주었다. 거기에는 하갈이 오만했다고 되어있었다. 흐음. 내가 성경책 확인해볼게, 하고 그 자리에서 부랴부랴 창세기 16장을 펼쳤다.
내가 살펴본 성경책은 이북으로 다운 받았던 [굿데이성경 개역개정] 인데 지금 검색해보니 같은 책이 안나온다. 왜죠?
하여간 16장이다.

4절에 보면 하갈이 자신의 임신을 알고 그 주인을 업신여겼다고 나온다. 아.. 내가 생각하는 것처럼 억압받는 자의 입장이었던게 아니란 말인가. 임신 사실을 알고 주인을 업신여겼다고? 그런데 6절에 사래가 하갈을 학대하여 하갈이 도망하였다고 한다. 도망할 정도로 학대당한 사람이 업신여긴 것이 과연 오만일 수 있을까?
'오만하다' 거나 '업신여기다' 는것 모두 잘못된 행위임이 맞다. 그러나 그 사람이 그렇게 하는 입장과 전후맥락을 살폈을 때, 하갈이 한 행동이 오만하다고 표현되어질 수 있는것일까? 학대에 괴로워 도망도 치는데, 그게 오만일 수 있었을까? 어쩌면 나는 약자라는 입장에 있었던 하갈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팔이 안으로 굽고 편을 드는걸까? 하갈의 '오만' 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결국 사래가(이 성경에서는 사라가 사래로 표현된다) 괴로워야 하는게 아닌가(사래가 괴롭기를 바란다는게 아니다). 자신을 업신여기는 사람을 도망갈 정도로 학대한다는 건, 결국 상대의 업신여김 오만을 자기 기준으로만 해석한게 아닐까. 결국은 하갈보다 위에 있는거잖아. 아, 나는 하갈의 편이 됩니다.
아니 그러니까 누가 하갈을 첩으로 주래?

(이 성경 갑자기 왜 또 사라가 됐죠 ;;)
→ 이 궁시렁거림에 댓글로 이름 변경의 이유가 창세기 17장에 나와있다고 알려주셔서 찾아서 내용 덧붙인다.
17장 5절: 이제부터 네 이름은 아브람이 아니라 '아브라함'이 될 것이다. 나는 너를 많은 민족의 조상으로 세웠다.(아브라함:'많은 무리의 아버지'라는 뜻)
17장 15절: 그러고서 하나님은 덧붙여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셨다. "이제부터 너는 네 아내를 사래라고 부르지 말고 그 이름을 '사라'라고 불러라. (사라:'왕후'라는 뜻.)
21장 8절을 보면 하갈의 아들이 사라의 아들을 놀렸다고 한다. 그래서 내쫓았다고.
결국 하라든 하라의 아들이든 자기 기분대로 행동하는 순간 학대당하고 내쫓기는 입장에 있다. 그런 그들이 과연 '오만할' 수 있는 것일까? '오만'이라는 단어가 이들에게 써도 되는 단어일까? 성경에서 표현한대로 '업신여긴다'는게 과연 이들에게 적합한 표현일까? 동등한 입장이 아닌데, 누가 봐도 약자의 입장에서 업신여기고 오만하다는 것은 과연 함께 올 수 있는 단어인가. 그러다가 쫓겨나는 사람들인데, 그게 오만이라고? 이건 마치 남자들이 역차별 당한다는 말하고 같은거 아니야?
아들이 굶어죽을까봐 쫓겨난 광야에서 우는 하갈에게 하나님이 나타나 샘물에 가서 물을 길어 아들에게 먹이고 그 아이에게 "그가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하시니라" 하였다고 18절에 표현된다. 하나님이 그 아이와 함께 계시매 그가 장성하여 광야에 거주하며 활 쏘는 자가 되었더니, 가 20절 이다. 결국 십대에 쫓겨난 이스마엘은 아브라함의 양육을 받진 못한것인가. 그리고 이게 다 하갈의 '업신여김'과 이스마엘의 '놀림' 때문이었단 말이지.
완전 글쎄올씨다, 이다. 결국 임신부터 출산과 양육 결국 아들 이스마엘의 결혼에 이르기까지 온전히 하갈이 자기 뜻대로 한게 없지 않나. 결국 시키는대로 주인과 잠자리를 가졌고, 눈 밖에 났다고 쫓겨났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않나. 하아- 겁나 하갈 입장에서 소설 쓰고 싶어지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브라함 넘나 내 스타일 아님;;
아.. 율리시스 재미없는데 갑자기 성경 읽다가 재미있어져 버렸다.
같이 읽는 친구에게 성경의 저 부분 찾아 사진 보내줬는데 오 성경 재미있네요, 했다. 성경 아직 읽어본 적 없는 친구이고 기독교도 아닌 친구이다. 성경이 구약 읽다보면 진짜 드라마틱하게 재미있다. 네? 이런다고요? 하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스토리들이...
하여간 덕분에 창세기 몇 장 다시 보았고, 역시 챗지피티한테 물어보지 말고 성경을 직접 찾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치앙마에 빨래방에서도 틀린 정보를 주더니 여기에서도 원하는 정보를 충분히 주질 않네. 그건 어쩌면 내 검색 능력이 그정도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러나 이 경우에 어쨌든 성경을 직접 찾아보는게 가장 정확하긴 했을 터. 다음부턴 그냥 직접 찾자.
그리고 나 까페에서 글 쓰고 있다. ㅋㅋ
까페에서 글 쓰는 거에 재미들림. 이 시간이 너무 좋음.
치앙마이에서 보내는 동안 과연 내계 이런 시간이 있다니, 하면서 지독하게 행복했더랬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서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나 이대로 괜찮은가, 일하지 않아도 괜찮은가, 돈 벌지 않아도 괜찮은가.. 조금 두렵고 조금 불안하다.
오늘은 오전에 병원을 다녀왔다. 몇해전 담낭제거 수술로 인한 정기적 검사인데, 갈 때마다 몸무게 측정을 하고, 살이 찌면 좀 지청구를 듣는다. 살 찌면 안된다고. 그런데 이번에 좀 살이 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하아- 닥터한테 욕 들어먹겠다, 하고 똭- 닥터를 만나러 갔는데,
닥터: 살이 좀 쪘네요?
다락방: ..네
닥터: 이러면 지방간, 간경화 이런게 다 안좋아지는데..
다락방: .....
닥터: 고지혈증 약 먹고 있어요?
다락방: 아뇨
닥터: 혈액검사 수치가 괜찮네? 운동선수에요?
다락방: 아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닥터: 수치가 괜찮네요? 좋은콜레스테롤이(라고 직접 말한건 아니고 영어로 말했는데 그게 이거 같음. 무슨 밀도 얘기도 함.) 상당히 높아서.. 보통 운동선수들이 이정도 나오는데
다락방: 걍 운동은 조금 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기분이가 좋다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운동 더 열심히 해야지 생각했다.
백수라서 불안한 마음을 안고 집에 가 밥을 먹고, 밥을 먹었으니 좀 걷자, 하고 집을 나섰다.
언제나 걸을 때면 내 등에는 백팩이 있었다. 여행을 가도 백팩을 메고 걸었으니까. 출퇴근도 마찬가지고.
그런데 오늘 점심을 먹고 걸을 때는 그냥 집 근처 산책하는거라 아무것도 없이 걸었다. 어깨에 멘것도 없이 손에 든 것도 없이 그냥 가볍게 걷는데, 와 밥먹고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걷는게 가능하구나, 하는 여유로움이 생겨서 좋았다. 그렇게 교보문고까지 걸어가서 책을 좀 구경하고 백화점으로 가서 빵구경하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빵구경 넘나 좋아함) 그리고 집으로 다시 걸어갔다.
내가 백수라 불안하다는 말에 이모도 그럴 수 있어, 그렇지만 괜찮아 라고 말해주었고, 오늘 톡으로 대화한 친구도 퇴사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왜그러냐고 했다. 그런데 남동생하고 통화하다가 백수라 조금 불안하다, 돈 벌지 않는거 괜찮은건지 조금 불안해, 라고 하니 남동생이 그랬다.
"더 불안해야지 왜 조금만 불안해? 더 불안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길바닥에서 빵터졌네. 하여간 이 자식이 ㅋㅋㅋㅋㅋㅋㅋ 아무튼 경주를 남동생네랑 놀러가기로 했는데 그 뭐냐 수영장인지 워터파크인지 그런데 간다고 해서 나는 안가고 그 때 잠시 쉬기로 했다. 그런데 오늘 남동생이 그러는거다. 아가 조카가 나랑 물놀이 같이 하는 걸로 알고 있다고. 그래서 내가 고모는 거기는 같이 안간다고 말해야지, 하면서, 나 수영복도 없어! 라고 말했는데,
남동생: 있잖아, 수영복. 그 비키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네, 제가 비키니가 있긴 합니다. 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할말이 많지만 하지는 않기로 한다. 아무튼 뭔가 운동선수..같은 나는.
아니 근데 닥터에게 묻고 싶네.
저 무슨 운동선수 같은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렇지만 묻지 않기로 하자. 하여간 운동하자.
여러분 운동하세요.
하갈로 시작해서 운동 권유로 마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