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요가를 해보고 싶었다. 달리기도 해보고 싶었다. 요가한 후에 달리기 했더니 지쳐버렸.. 이건 다음에 이어서 쓰기로 하고, 그러다보니 옷이 땀에 흠뻑 젖었다. 그제는 하도 돌아다녀서 옷이 또 땀에 흠뻑 젖었고. 내가 머무르는 호텔은 작은 부띠크 호텔이라서 딱히 세탁 서비스가 있는것 같지도 않고 세탁 서비스가 있어도 속옷은 좀 맡기기가 그래서 흐음 어쩐담, 하다가 생애 처음, 여행지에서 빨래방에 가보기로 했다. 검색해보니 호텔 근처에서 조금 걷긴 하지만 이용할 수 있더라. 그래서 한군데 딱, 찍어가지고 그곳으로 갔다. 후기에는 세탁하는 동안 기다리는 시설이 잘 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 책을 가져가서 읽으면서 세탁이 다 되기를 기다리자. 나는 세탁물을 바리바리 싸들고 구글맵을 켜고 빨래방으로 갔다.
조금 헤매긴 했지만 빨래방에 무사히 도착했다. 자, 어디 보자. 카드.. 는 안되고 현금만 되는데, 당장 내일 요가를 또 예약해둬서 300바트가 현금으로 꼭 있어야 하고, 남은 현금이 얼마 되지 않았다. 계산을 해보니 어찌어찌 간신히 세탁과 건조가 가능할 것 같은데? 벽에 쓰여진 설명대로 나는 가진 지폐를 동전으로 바꾸어 세탁을 시작했다. 돌아간다, 돌아가!!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내 세탁물이다.
자, 세탁은 30분정도 걸린다고 나왔고, 자, 보자, 내가 가진 현금.. 일단 40바트는 지폐로 있으니 이건 바꾸면 되는데, 건조기 얼마인가, 확인해보니 50바트였다. 나는 가진 동전을 모두 꺼내어보았다. 도대체 이게 얼마짜리인지 살펴봐도 모르겠고, 10바트.. 되지 않을까? 나는 동전을 부려놓고 사진을 찍어 챗지피티에게 물어보았다.

오오, 좋았어! 그렇다면 해결이다. 나는 이것말고 가진 현금이 없어서 이 안에서 반드시 해결해야 해!
세탁이 끝나고 모두 건조기로 옮겼다. 가진 지폐 40바트는 동전으로 바꾸어 차례대로 넣었는데, 오, 이런 낭패가. 저 동전들을 아무리 넣어도 드라이 머신이 먹지를 않아.. 오 마이 갓. 그러니까 딱 10바트 짜리 동전만 들어가는거야? 큰일났네. 이를 어쩌지. 생각을 해보자 생각을. 일단 100 바트가 세 장 있지만 이건 내일 요가할 때 써야한다. 요가에서는 반드시 현금만 받는다고 했어. 이 빨래방은 카드가 안된다. 나에게 이 동전들이 있지만 쓸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말리지도 않은 빨래를 다시 가져갈 순 없다. 반드시 말려야한다, 어쩐담. 나는 빨래방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본다. 앗, 저기, 맞은편에 한국마트가 보인다. 나는 거기로 가진 동전 모두를 가지고 뛰어갔다. 한국마트라서 직원이나 사장님이 한국분이시기를 바랐는데 아니네요? 젊은 여직원이었는데, 자신은 한국말을 조금 할 줄 안다고 했다. 나는 영어와 한국어를 섞어가며 상황을 설명했다. 아이 해브 투 드라이 벗 아이 해브 낫 코인 백바트.. 캔 유 체인지? 그런데 얼마인지 모르겠어요. 나는 동전들을 테이블에 부려놓았다. 그리고 이거 텐바트에요? 직원은 아니라고, 그건 5바트라고 한다. 아아, 내가 가진게 10 바트가 아닐 수도 있겠네? 두려워졌다. 그러면 한국돈 백원짜리 좀 섞어서 바꿔달라고 애원해볼까, 속으로 생각하는데 직원은 이건 파이브바트, 이건 투바트, 이건 원바트, 하고 내가 가진 태국 동전을 다 가져가서는 다 합치면 텐바트가 맞다면서 바꿔주었다. 오 컵쿤카 컵쿤카 ㅠㅠ 직원은 활짝 웃으면서 천만에요 했고 나는 유어 한국어 이즈 베리 굿이라고 했다. 직원은 감사합니다, 라고 했다. 나는 다시 빨래방으로 달려가서 바꿔온 텐바트를 드라이 머신에 넣고 스타트 버튼을 눌렀다. 건조에는 30분이 걸린다고 했다. 만세!! 이거 건조하면 숙소에 가져다놓고 저녁 먹으러 가야지 눈누난나~ (챗지피티, 너는 아무것도 몰라!!!!!)
기다리면서 책을 읽고 싶었지만, 하아, 미쳐버려, 이 빨래방은 실내가 아니고 활짝 개방되어 있어서 모기가 ㅠㅠ 오자마자 한 방 물렸는데 자꾸 모기들이 달려든다. 가만 앉아서 책을 읽을 수가 없어 ㅠㅠ


책읽기는 다 틀렸고, 이제 대통령선거 개표방송을 앞두고 있던 터라 나는 동생들과 통화를 했다. 남동생과 영상통화를 하는데 다섯살 조카가 고모 어디야? 물었다. 고모는 치앙마이야, 했다. 조카는 고모 외국갔다며? 해서 응 치앙마이가 외국이야, 했는데 잠시후 대화중에 고모는 태국에 있거든, 했더니 아까는 치앙.. 이라며 해서 치앙마이가 태국에 있는 도시야, 했다. 아 너무 귀여워. 그리고 남동생과 통화했다. 누나 너무 불안하다, 어떡하지, 해서 왜 그렇게 생각해, 쫄지마, 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엄마랑도 통화하면서 엄마 나 치앙마이의 빨래방이야, 했더니 엄마는 그래그래, 다 경험해보고 살어, 했다. 아무튼 시간이 다 된 것 같은데 경고음 같은게 계속 들린다. 이건 도대체 무슨 경고음일까, 그러다가 그 경고음이 멈추질 않고, 빨래방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꼼짝도 안해.. 흐음. 그러면 혹시? 하고 내 건조기에 가보니 얼라리여, 남은 시간이 써져있질 않고 oveheat 라고 경고등이 들어왔다. 얼라리여~ 이게 무슨 일이야. 나는 이 기계를 멈추고 싶었지만 멈춤 버튼이 보이지 않았다. 직원을 부르는 비상벨 같은걸 찾아보았지만 역시 보이지 않아, 챗지피티에게 상황을 설명하니 얼른 전원을 끄라고 했다. 아니, 전원 버튼이 안보인다고!!
나는 빨래방 안을 둘러보다가 저기 저 한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웨얼 아 유 프롬? 그들은 차이나에서 왔다고 했다. 나는 내 드라이 머신 이상하다, 오버히트래, 했더니 그들은 자기들도 모른다고 했다. 그들도 나같은 여행객 같은데 어찌 알겠나. 그래도 남자가 가서 보기는 했는데 모르겠다고 하더라. 저기, 혼자 앉은 남자가 보인다. 나는 웨얼아유프롬 다시 물었고 그는 태국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또 설명했다. 이렇게 됐는데 혹시 도와줄 수 있을까? 물어보니 자기도 잘 모른다고 했다. 나는 다시 건조기 앞으로 갔다. 그리고 살펴보니 벽에 라인 메신저 큐알코드와 전화번호가 있더라. 짧은 영어라도 메신저보다 빠르겠다 싶어 전화했는데 안내방송이 나오면서 전화 연결이 안된다. 내가 뭔가 국제전화라 그런가. 나는 아까 그 태국남자에게로 가서 네가 통화한번 해주면 안될까 물었더니 오케이 하고 그가 통화를 시도했다. 한참을 들고 있더니 그쪽이 no answer 란다. 아 미치겠네. 그리고 그는 다시 통화를 시도해보려는듯 밖으로 나갔고, 나는 메신저 큐알을 통해 얼른 친구추가를 하고 말을 걸었다. 헬프 미!! 어느천년에 이게 답이 오려나. 그런데 답은 의외로 금세 왔다. 나는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open door 하라고 했다. 나는 사진을 찍어서 보내며 지금 건조기 돌고 있는데 오픈 도어해도 괜찮아? 물었고 그는 그렇다고 했다. 윽.. 졸라 무서운데.. 할 수 없지, 한 번 열어보자, 하고는 열려는데, 나를 도와주려던 태국 남자가 통화를 하며 들어와 내 옆에 섰다. 아마도 직원과 통화가 된 모양이다. 나보다 설명 잘하겠지. 통화를 하다가 건조기의 알림창을 보고 또 설명을 하는것 같았다. 태국말이라 하나도 못알아듣겠는데 분위기상 설명하는 것 같았고, 나는 이미 메신저로 문 열라고 들었던 터라 열어보려다, 흐음, 이 사람이 이렇게 통화까지 해주는데 내가 여기서 열어버리면.. 잠깐 기다렸다가 통화를 마치면 열어보래, 하고 열어볼까.. 이 사람이 이렇게 통화까지 해줬는데 이 사람의 도움으로 해결한게 되는게 낫지 않을까 막 생각하는데, 수화기 건너편에서도 아마 그에게 건조기 문을 열라고 했는가보다. 그는 건조기 문 앞에서 망설이더니 문을 열었다. 그러자 건조기가 서서히 멈추었다. 그리고 그는 계속 통화하면서 나에게 젖었어? 말랐어? 물어봤다. 만져보니 다 말랐다. 나는 말랐다고 말했다. 잇츠 돈. 했더니 그가 퍼펙트? 라고 물었고 나는 퍼펙트, 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전화기로 돌아가 상황을 설명하는 것 같았고 그리고나서 전화를 끊었다. 나는 빨래를 꺼내기 전 그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고,
I was so scared.
했다. 건조기가 계속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무서웠던 거다. 그리고 문을 열어야 하는 상황까지도. 그러자 내 말을 듣고 그가 잽싸게 말했다.
Me too!!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나는 감사하다고 재차 말했고 그는 웃으면서 유아웰컴이라고 하고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나는 빨래를 다 꺼내서 가져왔던 가방에 다시 담았다. 그리고 그에게 뭔가 줄게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따라 가방에 아무것도 없네요? 하는수없이 인사만 다시 한 번 하자, 해서 다시 그에게로 가서 땡큐 베리 머치 어게인, 땡큐 베리 머치, 했다. 그는 활짝 웃으면서 유아 웰컴 이라고 손을 모아 이야기해줬다. 휴..
완전 땀났어... ㅜㅜ
어휴.. 지친다. 오늘은 대선결과 발표도 있고 소주를 마시자. 숙소 근처에 한식당이 있어 나는 일단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카드계산이 가능하냐 물었다. 사장님은 그렇다고 했다. 한국분이셨다. 힝 ㅠㅠ 내가 가진 현금이 완전 똑 떨어져가지고 ㅋㅋㅋ 카드 계산이 안되면 먹을 수가 없다. 십오분후에 올게요, 라고 말하고 숙소로 돌아가서 빨래 던져놓고 다시 나갔다. 그리고 가서 삼겹살 먹을까 하다가 흐음, 어제 저녁은 스테이크 먹었으니 오늘은 김치찌개랑 밥 먹을까, 하고 김치찌개랑 밥을 시키고 소주도 한 병 시켰다. 김치찌게는 220바트 소주는 250바트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예예, 아니, 소주가 더 비싸.. 이게 외국 나오면 소주가 정말 비싸다. 그리고 소주에 이렇게 테이프 둘러져있다.

그리고 내가 주문한 김치찌개

반찬이 셀프라 내가 알아서 가져다 먹으면 되는데 어차피 김치찌개라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것 같고, 밥 나오기 전에 소주 안주 하려고 땅콩하고 갓김치만 가져왔다. 그런데 마늘하고 상추가 너무 먹고싶어서 사장님께, 저는 김치찌개 주문했는데 상추랑 마늘 좀 먹어도 되나요? 물었더니 사장님이 얼마든지 드시라고 해서 ㅋㅋㅋ 상추랑 생마늘 쌈장 가져와서 밥 싸서 야무지게 먹었다. 그리고 소주도 마시고. ㅋㅋㅋ 유튜브로 개표방송 보면서 먹다가 남동생하고 통화했다. 나는 김치찌개에 소주 한잔 하고 있어, 했는데 남동생이 잘했다고 하면서,
"누나 그런데 외롭지 않어?'
물었다. 그리고 이내 덧붙였다.
"개표방송, 혼자 보는거 말야. 그거 외롭지 않어?"
그래서 나는
"외로워. 개표 방송 같이 보고 싶어 ㅠㅠ 그런데 내가 이미 다 예약해놓은 뒤에 선거일이 결정났어 ㅠㅠ 어쩔 수 없지. 그런데 같이 보고싶어!!" 했다. 남동생은 톡으로 우리 삼남매가 같이 개표방송 보면 좋겠다고 했다. 5년 후에는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숙소 밖에서는 밤늦게까지 사람들 얘기소리와 상점의 음악소리가 들리는데, 나는 이게 너무 좋았다. 그 소리 들으면서 잠을 청하는게 너무 좋은거다. 가끔 비행기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데 그건 왜그렇게 무서운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너무 무서워. 그런데 사람들이 내는 소음은 혼자 자는데 참 좋았다.
내가 빨래방에 가져간 책은 이것.
오늘 박물관 가려고 오후에 숙소를 나섰다가 아 태양은 뜨겁고 나는 오전에 한시간반 빡센 요가로 기운이 없다. 박물관 패쓰. 까페에 가서 시원한 커피 한잔을 먹고 갑자기 망고쥬스 먹고싶어서 망고쥬스 파는데를 찾아갔다. 현금만 받는다고 해서 다음 가게로 이동, 또 현금만 된다고 해서 다음 가게로 이동, 또 이동, 또... 중간에 스캔으로 되는데도 있었는데(이건 무슨 페이란다) 이게 검색해보니 네이버페이가 되기도 해서 한 군데에서 시도했는데 네이버페이 불가한 곳이었고, 마지막에 들른 곳은 네이버페이로 되는 곳이었다. 만세! 그랬는데 여기는 좀 비싸네? 하여간 망고오렌지 쥬스 주문해서 흡입했다.

책은 아직 이번주 할당량을 다 읽지 못했고, 책에 대해서도 또 할 얘기가 있는데 페이퍼가 너무 길어지니 요가 얘기랑 책 얘기는 또 내일 써보도록 하겠다.
지금은 까페에서 글 쓰고 있는데 나는 까페에서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까페에서 글을 쓰는게 진짜 너무 좋다는 걸 깨달았다. 이 시간이 너무 기다려진다. 박물관 가는 것도 포기할만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만 살고 싶다.

오늘 저녁에도 소주를 먹고싶네요? 흠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