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건너 마을에 불이 났어요.
다람쥐네 나무 구멍 집도 타 버리고, 딱다구리네 둥지도 타 버렸어요.
너구리네 집이랑, 토끼네 땅굴 집은 괜찮았지만, 모두 모두 야단났어요.
집도 먹을 것도 다 타 버렸으니 이보다 더 큰일이 어디 있겠어요.
아이들은 춥고 배고파서 엉엉 울었어요.
"아이구, 어쩌나!"
"아이구, 어쩌나!"
어른들은 우는 아이들을 위해 먹을 것을 찾아 여기저기 먼데까지 샅샅이 뒤졌어요. 하지만 간 곳마다 허탕만 쳤어요.
할 수 없이 강 건너 마을로 까치 아빠들이 날아가서, "제발, 제발 살려 주세요" 하고 사정을 했어요.
강 이쪽 마을에서는 모두모두 나서서 먹을 것을 모으기로 했어요.
집집마다 조금씩 조금씩 가지고 나왔어요.
도토리도 가져오고, 찔레 열매도 가져오고, 땔감도 가지고 나왔어요.
아기 다람쥐들은 엄마가 주신 도토리를 한 개만 먹고 한 개는 남겨 가지고 왔어요. 강 건너 배고픈 친구들을 위해 아껴 먹고 가져온 거지요.
생쥐들도 찔레 열매랑 보리둑 열매를 꼭 한 개씩 입에 물고 왔어요.
모두가 마음이 아팠거든요.
어떤 애들은 강 건너 마을 애들이 불쌍해서 훌쩍 훌쩍 울기도 했어요.
아기 토끼들은 편지를 썼어요.
"얘들아, 우리가 도와 줄께.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라"
모두 모은 양식을 배에다 싣고 강 건너로 갔어요.
까마귀랑 까치랑 비둘기랑은 작은 바구니에 끈을 달아 입에 물고 날아서 갖다 줬어요.
헤엄을 잘 치는 수달은 머리에다 자루를 이고 건너갔어요.
강 건너 마을은 불이 나서 참으로 고생스러웠지만, 이렇게 도와주며 도움 받으면서 살았어요.
세월이 흐르자 불탄 자리에 새로 싹이 나고 나무가 자라나 옛날처럼 살기 좋은 마을이 되었어요.
"그 동안 정말 고마웠어요"
강 건너 마을에서 크게 잔치를 벌여 놓고 초대를 했어요.
모두 함께 춤추며 놀았어요. 그러고는 앞으로도 어려운 일이 생기면 서로서로 도우며 살자고 약속했어요.
- 권정생 지음, 강건너 마을 이야기, [또야 너구리가 기운 바지를 입었어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