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권 제복경관 카와쿠보 시리즈 2
사사키 조 지음, 이기웅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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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며칠 사이 동토에라도 들어온 듯 매서운 추위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칼바람이 부는가  싶더니 낮 기온마저 영하권으로 뚝 떨어져 체감온도는 그 이상이다.해가 저물면 사람들 발길이 끊어지고 앙상하고 을씨년스러운 기온으로 인해 가로수와 대지마저 숨을 죽이는 날씨다.기상 이변이라도 일어난 듯 하다.북반구는 중국 대륙에서 불어오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강추위가 계속되고,남반구는 혹서가 이어지는 기상이변을 낳고 있다.

 

 겨울이 지나 봄을 기다리는 사이 꽃샘추위가 한국에 종종 나타난다.이를 반영하듯 일본 홋카이도 지방은 연중 행사와 같이 폭풍설이 찾아와 마을과 도로가 고립되면서 각종 재해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있다.일명 히간아레( 彼間荒れ)라는 폭풍설이 홋카이도 중부 지역을 고립시키면서 인적,물적 사고가 잇다르고 있다.히간아레를 맞이한 일본 홋카이도 중부지역의 시모베츠(志茂別)촌을 공간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폭풍설과 함께 사건.사고를 생생하게 전해 주고 있는 『폭설권』은 경찰소설이기도 하다.사사키 조 작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 셈인데,폭설권은 제복수사의 제2탄이라고 한다.읽는 순서가 바뀌었지만 스릴물을 좋아하는 내게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는 컸다.

 

 카와쿠보 아츠시(川久保篤) 순사부장이 주인공으로 시모베츠 주재소에 부임한 지 2년 째가 되던 3월 무렵 히간아레를 맞이한다.순찰을 돌고 주재소에 돌아오는 참에 한 통의 전화가 들려준 농부의 전언이 폭설권의 발단이 된다.차베츠바시 다리 밑에 변사체를 봤다는 이야기부터 사건.사고에 대한 긴장감이 고조되어 갈 것이라 예상했는데,이 사건과 또 다른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긴장과 스릴에 대한 기대는 다소 퇴색되어 가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가와구보 아츠시 주재 경관 혼자서 다양한 사건.사고를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는가.기동성과 순발력으로 각인되는 수사 방식이 극대비되고 있다.가와구보 아츠시 경관도 기상 악화가 갖어 온 고립된 주재소를 중심으로 한 사건.사고에 대해 혼자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을 감지하게 된다.

 

 농업자재를 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하는 니시다는 재직하는 회사의 금고를 털어 아내 치료비를 대고 얼마만이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보고 싶다는 심산이고,계부에게 성적 노리개가 되어 그의 마의 손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청소년 미유키,온라인 만남의 사이트에서 유부남들을 알게 되면서 꽃뱀으로 살아왔던 아케미는 이 생활을 청산하고자 한다.폭력단 조장(組長)집에 난입.강도로 들어간 사사하라는 조장이 부재중인 가운데 그의 부인을 살해한다.그리고 폭력단의 조원(組員)인 아다치(足立)는 체면이 완전히 손상되는 꼴을 당하게 되는데...홋카이도 서부와 동부의 경계인 히다카(日高)산맥의 동쪽 귀퉁이 쯤에서 폭풍설에 손과 발이 묶인 이들이 찾아 든 곳이 그린루프 팬션이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사사키 조 작가는 그린루프 팬션으로 들어오게 된 사람들을 인질극으로 그리고 있다.아키라라는 인질범이 벌이는 인질극은 스릴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싱겁게 끝나고 만다.인질범이 도주하는 방향을 따라 뒤쫓는 가와구보 경관은 인질범 아키라와 대치하다 치명적으로 만든다.이것이 가와구보 주재 경관이 했던 가장 큰 일이다.그 외 도난 당한 택배용 경트럭 운전사가 전복되는 사건과 보이스피싱에 걸린 뻔했던 한 노파의 이야기 등이 단막극처럼 다가온다.오도 가도 못하는 고립된 시모베츠 주재소를 중심으로 전개된 사건.사고는 기대했던 만큼 흥미와 재미는 다소 약했다.다만 폭풍설이라는 자연재해의 압도감과 맹위로 인해 고립된 자연의 혹독함에 인간을 더욱 나약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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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중숙 교수의 과학 뜀틀 -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우수출판콘텐츠 당선작, 수학, 물리, 생물, 화학, 지구과학 공부가 한눈에 잡힌다!
고중숙 지음 / 궁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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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에 대한 선입견 내지 생각은 신비스럽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다.과학이라는 과목으로 뇌리에 자리매김한 것은 생물과 물상을 배우면서 시작되었다.깊이와 통찰력은 부족하되 간단한 관찰과 실험 등을 거치면서 하나의 과정,관측을 통해 뭔가 결과치를 얻어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신비스럽고 경이하다'라는 생각을 했다.중.고교시절 접했던 과학 관련 과목들이 수험 대비 위주여서 애착을 갖고 깊게 파고 들 형편은 아니었다.내겐 생물,물상(물리),지구과학이 나름 흥미가 있었고,화학 과목은 주기율표,기호들의 나열로 흥미를 잃게 했다.과학,가장 큰 핵심은 관찰,실험,현실 속의 본질 등이 복합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체부터 자연계,지구 및 천체계에 이르기까지 영역폭이 방대하면서 개인의 삶과 일상의 업무에 두루 적용되므로 과학 분야에 대해 관심과 애정의 폭을 넓히는 것이 삶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근자 온라인 서적의 자연과학 서평단에 선정되면서 자연과학 분야를 섭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개인적으로) 더할 나위 없이 마음 든든하기만 하다.대학에서 어문계열을 배우고 사회생활에선 무역과 교습 업무를 하다보니 과학 분야에 대해 도외시 할 수 밖에 없었다.가끔 매체를 통해 '줄기 세포,블랙홀,빅 뱅,운석(隕石) 낙하,방사능 문제 등'을 접하였지만 심도 있는 공부는 하지를 못했다.국가적으로 과학 영재를 많이 배출하기 위해 과학고,카이스트대가 우수하고 전도유망한 학생들로 가득차 있어 나라의 앞날이 어둡지만은 않다.

 

 (개인적으로)우리의 삶 자체가 과학과 뗄레야 뗄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한다.인체의 생로병사를 비롯하여 각종 질병의 원인과 대책,자연 생태계의 순환작용,기후 온난화로 인한 지각변동,물리법칙,과학에서 다루어지는 단위,지구를 비롯하여 우주 천체의 어제와 오늘 등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분야라고 여겨진다.다만 과학이라는 분야가 과정과 측정,이론과 체계(수와 기호 등)로 엮어져 있어 자칫 흥미를 잃을 수도 있다.그럼에도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어 살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물,불,공기,흙과 같은 인간의 삶에 없어서는 안될 요소부터 인공 지능 로봇과 같은 첨단 과학은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자양제이다.'과학'이란 말을 만든 사람은 일본 철학자 니시 아마네로 '어떤 대상을 일정한 단위를 써서 측정하는 학문'으로 이해했다.예컨대 삶에 충분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의문의 제기,해결의 실마리 포착,가설의 설정,실험의 고안,개념과 관념과 명제의 창안,논리적 서술과 증명,타분야에의 응용과 확산 등이 포괄된다.

 

 이 글의 저자이며 교수인 고중숙은 과학을 건물로 상기시킨다.1층부터 4층까지 순서별로 수학,물리,화학,생물이라는 본관과 '지구과학 별관'으로 된 건물을 보여주고 있다.과학의 근간인 물리,화학,생물은 약 300년 정도가 걸렸다고 한다.나아가 지구과학은 역사적 및 논리적으로 '종합 과학'의 성격을 띠고 있다.이것은 구석기.신석기.청동기.철기에서 보이듯 광물과 밀접한 관련을 짓고 있고,물리.화학.생물과 많은 작용을 주고 받고 있다.현대에선 기후.환경.자원 문제와 관련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나아가 화학과 관련해서 해당 분야의 화학자의 이론을 소개하고 있는 점도 인지와 이해력을 배가시킨다.복잡하게 여겨졌던 원소,분자 등이 도표와 설명을 통하면서 보다 더 가깝게 다가온 느낌이다.게다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학 분야와 일상계(인문학.사회학.예술 등)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복잡다단한 이론과 기호 등이 과학을 멀리하게 하는 요인이 될 지 모르지만,자신을 둘러싼 주위와 일상의 삶과 연관지어 생각하고 궁리해 나가다 보면 수,물리,화학,생물,지구과학,우주천체라는 분야가 멀게 느껴지지 않는,관심과 연구의 대상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한다.

 

 앞에 열거한 과학 분야의 이론과 체계가 주로 서양의 과학자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보니 법칙,수,기호,단위(진시황제에 의해 통일) 등이 외래어 일색이다.이왕 과학에 대해 관심과 애정의 폭을 증가시키려면 그깟 법칙,기호,단위,수 등이 뭐가 대수이겠는가.참고로 대학에는 자연과학이 있다.이 글에서 말하는 과학은 자연과학대학(순수과학)에 속한다.그 외는 응용과학에 해당한다.나아가 과학은 인류 역사와 함께 해 온 분야인 만큼 과학의 내면에는 수학,철학,예술,인문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다양한 과학 분야를 공부하다 보면 저절로 관련 학문에도 발을 들여 놓게 되는 셈이다.일종의 융합과 통섭의 시대를 섭렵하고 고찰하게 된다.아울러 인류의 삶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다가올 지구 재앙에 철저한 준비와 대비가 필수적이다.과학의 시야를 넓히면서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과학이고 그 뜀틀을 구르고 잘 넘어야 과학이 추구하는 참모습을 실현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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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사고력을 키우는 20가지 이야기
가미나가 마사히로 지음, 조윤동.이유진 옮김 / 윤출판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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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게 수학은 '좋다가 만 과목'이다.중학교 2학년까지는 수학 성적이 꽤 좋아서 공부하는 보람이 있었다.사칙연산을 발판으로 1,2차 방정식,사인.코사인,탄젠트까지는 상위 성적을 유지했는데,중3 하반기부터 점점 수학에 재미를 못느끼게 되다 보니 수학 성적이 점점 하위권으로 밀려나고 말았다.원인이야 내 노력과 연습부족이 크지만 막혔던 수학 문제풀이에 대해 조언과 가르침이 (사적으로)있었더라면 수학 성적은 계속 상위를 유지하고 공부하는 보람,원하는 과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고 후회가 된다.이왕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성적,좋은 과에 들어가려면 메인 과목이 바쳐 주어야 하는데,수학 과목 성적이 저조하여 늘 불안하기만 했다.게다가 사춘기라는 연령대에 놓여 있어 신체적,심리적 방황의 시기가 맞물린 점도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성적을 올리지 못한 소이이기도 하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수학과목은 크게 유용하지는 않지만 학창 시절 배웠던 사칙연산과 분수,유리수,무리수,방정식 정도는 아직도 학생들에게 뒤쳐질 정도는 아니다.우리가 다니던 시절의 수학과목과 현재의 수학과목의 내용과 질은 크게 달라져 섣불리 풀어 본다고 손을 대다간 시간만 질질 끌다 손을 놓고 말 우려도 크다.사회 생활에선 수학 과목이 크게 필요하지는 않지만(수학 교사,연구자,학자 등 제외) 스피드를 요구하고 정확성을 요구하는 계산 부분에서는 사칙연산에 대한 기본기가 중요하다.일종의 '계수관념'을 갖춰야 한다.사칙연산을 떠나 수학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어린이들이 배우는 사고력 수학의 기초부터 수학과 관련한 물리,화학 과목의 수의 법칙들이다.무턱대로 공식만 외운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직감과 직관,상식을 뛰어 넘는 사고력은 1차적인 현상에서 복합적인 요소들까지 통합하여 분석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기에 그 현상에 대한 이해와 추리,통찰력이라는 사고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자연과학은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그 시초는 단연 수학 과목이 아닐까 한다.기원전 4세기부터 연구되어 온 천동설은 A.D 2세기 프톨레마이우스에 의해 천동설이 체계화되고 16세기 코페르니쿠스에 의한 지동설이 나올 때까지 지구천체에 관한 이론의 체계는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지구를 중심으로 한 행성의 각도,망원경을 이용한 행성 관찰,로그(Log)라는 수단으로 빠른 계산으로 행성의 운행 법칙을 완벽하게 설명하기에 이르렀다.수학자,물리학자,천문학자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공(功)이 후학자들에게 학문의 발판을 마련해 준 것이다.하나의 이론과 체계가 확립되기까지는 참과 거짓이 상존해 왔던 셈이다.그래서 수학 사고력에 관한 이론과 문제를 접하면서 직관과 상식으로 풀이하려들면 자칫 수학 사고력이 요구하는 본질에서 벗어나 오류와 허울로 가득찰 것이다.자연,사회 모든 현상이 본질을 품고 있기에 현상이라는 직관과 상식에서 벗어나 본질이 무엇인가를 궁리해 나가야 비로소 사고력 수학의 틀을 배양하고 본질의 함의를 빨리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도서는 말그대로 수학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마음 자세 즉 직감,상식,찍기에서 탈피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수학 주제의 본질에 가깝게 다가가고 문제해결이 쉬워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총 20개의 주제로 구성된 수학 사고력 이야기는 주제 자체가 일상에 흔히 있는 소재 위주이다.소재를 접하면 뭔가 해답이 떠오를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많은 궁리와 추리,연산,논리,확률 등을 거쳐야 원하는 답을 도출할 수가 있다.물론 내 자신도 20가지의 소재들을 접하면서 어느 정도 흥미유발은 되었지만 깊이 있게 따지고 계산하고 추리하며 논리적인 사고력 과정을 거치지는 못했다.직감을 배반하는 데이터,상식을 깨는 확률,직관을 뛰어넘는 도형,통념을 뒤엎는 논리로 대별하고 있다.예를 들어 평균 수명까지 인구의 절반이 죽는 걸까,계산대가 하나 늘면 기다리는 시간은 얼마나 줄어들까,맨홀 뚜껑은 꼭 원 모양이어야 하나,곡선으로 정사각형을 채울 수 있을까 등이다.수학사고력 주제가 반드시 수학적 요소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지구천체,물리,화학,시대와 사회적 흐름 등의 기호와 법칙이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딱 떨어지는 정답은 없는 경우가 많다.근사치,평균치에 가깝다고 보면 된다.학창 시절 공식 하나만으로 씨름했던 내 자신이 상기되면서 '좀 더 잘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라고 뒤늦은 후회를 해 본다.수학 사고력 주제와 관련하여 수학자들의 법칙,이론,가설 등을 도표와 해제를 접하면서 현상 속에 숨겨진 본질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유익한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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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역사 e 4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4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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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e 시리즈'는 참신하기 그지없다.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았던 한국 역사의 뒤안길,위정자들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던 민초들의 삶의 무늬 등을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할 수 있는 점이 특색이 아닐까.게다가 학창 시절 접했던 역사 교과서라는 것이 역사의 승자라고 할 만한 위정자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기에 역사의 진실은 은폐되고 만다.그래서 일반인들이 자국의 역사에 대한 진실은 늘 '수박 겉핥기 식'이다.참된 역사의 진실을 알아야 그것을 발판으로 또는 거울 삼아 미래를 향해 똑바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이번 역사e에서 들려 주는 얘기는 사안이 크든 작든 알아야 할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기나긴 세월 타임캡슐 속에 파묻혀 있었던 역사의 기록들이 세상의 광명을 받고 다시 태어난 거나 다름없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역사는 수많은 민초들의 간난신고에서 비롯된다.권력을 쥐고 있었던 왕조,관료 등 지배계층은 자신들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고,피지배계층이었던 천인들은 위정자들의 신분상승을 위해 처절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앞서 얘기했듯 역사e가 가슴에 와닿으면서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점은 뭐니 뭐니해도 낯설지만 보석과 같은 역사의 편린들이다.이러한 편린들을 엮어 현재와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고 맞이하는 계기로 삼는 것이 역사를 사랑하고 연구하는 자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근자 역사 국정 교과서 움직임으로 뒤숭숭한데,이것은 현 주류 이데올로기를 쥐고 있는 자들이 아전인수격으로 역사 교과서를 만들려는 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본다.잘못 만들어진 역사 교과서는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인의 의식과 생각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획일적으로 몰아가려는 의도는 국정 교과서 안에 위정자들의 입맛에 맞는 이야기만 잔뜩 집어 넣겠다는 발상이 아니고서야 뭐겠는가.

 

 <역사채널ⓔ>는 직접 시청한 적은 없다.도서에 소개하고 있듯 '5분 분량의 방송 프로그램'으로 방대한 내용보다는 핵심적인 장면을 싣고 부족하다싶은 내용은 관련 주제에 보충하고 설명하면서 알차게 내용을 엮었다고 한다.2008년 불탄 국보 제1호 숭례문의 유래,일제강점기 무렵 러시아 땅으로 넘어간 녹둔도,강제징용 한국인의 아픔을 보여주는 하시마 섬의 비극과 대조적으로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양반들의 특권 의식을 현대 사회의 '갑질 문화'와 연관지어 비판하고 있다.조선왕조의 흥망성쇠를 경복궁 역사에 비유하고 있고,청계천 준설과 청백리 제도,조선 사회의 깨어 있는 의식과 역동성의 상징 만인소,태극기의 발굴,이역 몽고에서 인술을 편 독립지사 이태준,어린이에게 미래를 찾은 방정환 등이 주요 사실(史實)로 나타나 있다.그외 조보,지방지도,태교신기,승정원일기 등에 대한 설명을 생생하게 엿볼 수가 있다.선조들이 남긴 우수한 기록문화의 산실이 아닐 수가 없다.

 

 잊혀지다(忘),지키다(守),기록하다(記)라는 세 개의 키워드로 대별되는 이번 역사e 4는 짧지만 임팩트한 내용들이 참으로 많다.1992년 8월 한산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귀함별황자총통(龜艦別黃字銃筒)이 '가짜 총통'으로 드러났다는 이야기부터 베이징조약(1860년)에 의해 녹둔도(鹿屯島)가 연해주 땅과 연륙되어 가 버리고 말았다.녹둔도는 현재는 러시아 땅이지만 언젠가는 되찾아야 할 영토로써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구한말 위정자들의 무사안일이 자초한 결과치이다.기록과 증언을 토대로 하시마 섬의 조선인 강제동원 피해자는 약 800여 명이지만 누락되고 은폐된 사망자까지 고려하면 희생자는 크게 상회할 것이다.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은 역사적 과오,치부를 은폐한 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했다.강한 국력과 막강한 외교채널이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진다.일본 정부는 조선인 징용고 관련 사망자들의 유해봉환 및 피해보상은 외면하고 있다.파렴치한 족속이 아니고서야.

 

 그외 눈에 띄는 대목들이 참 많았다.삼국시대 초기에 들여온 감귤은 나라에 진상하는 귤의 수량을 늘리기 위해 감귤나무 수량의 증가를 비롯하여 감귤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자세하게 실었다.특별 과거시험에서 단 한 명에게만 관직이 주어지고 참여 유생들에게 귤을 나누어주며 귀한 과일의 진상을 축하했다.그러나 감귤 진상 제도가 해가 갈수록 횡포해지면서 감귤 농사꾼들은 나무 심기를 꺼리고 심지어 뽑아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여러 상황을 예상하고 임기응변식으로 대처하는 것이 특징인 판소리,판소리,춤,재담을 바탕으로 '판줄'의 원형을 복원한 인간문화재 김대균,관직과 토지를 독점한 양반이 지배계층으로 군림하면서 천민들을 억압과 수탈을 일삼았다.조선 최고의 법궁인 경복궁을 통해 조선 역사의 빛과 그늘을 살필 수가 있었다.1995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 조선총독부는 역사의 이슬로 사라지고 새롭게 태어난 경복궁 복원사업은 아직도 진행형이다.만들고 파괴되고 재건되고 홀대받았던 경복궁은 뒤늦게나마 복원 중에 있어 다행이다.본래의 기능과 모습은 어렵겠지만 조선의 국체를 다시 한 번 음미할 수 있는 법궁이 경복궁이 아니던가.

 

 이 도서에 소개된 내용을 모두 올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다만 수미일관 느끼는 점은 역사교양서로써 잘 엮어져 있다는 것이다.게다가 하나의 이야기가 끝나면 해당 이야기와 관련한 도서를 소개하고 있어 역사학자,연구자,역사 애호가에겐 둘도 없는 참고서가 되어 줄 것이다.또한 『승정원 일기』는 아직도 번역 중에 있다고 하는데 문제는 인력과 예산 부족에 있다고 한다.현재 한국고전번역원에서 번역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다.완역(完譯)까지는 약 50여 년이 소요될 예상이라고 하니 내 생전에는 승정원 일기 완역 소식은 들을 수가 없을 것 같다.조선 시대의 비화를 주로 다룬 역사e는 과거 역사의 정체성과 인과관계를 가늠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조상들의 숨결이 고이 흰보자기에 간직되어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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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팔천 - 나도 사람이 되고 싶다
이상각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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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란 근본적으로 인격이 부인되고 타인에게 소유되어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박탈당한 인간을 말한다. -p5

 

 한국 역사 속에 노예제도가 오랜 세월 지속되어 왔다.현대사회에는 노예제도라는 명칭은 없지만 그와 유사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즉 사람을 부리면서 임금을 주지 않고,인간 이하의 대우를 하고 있다면 노예취급과 별반 다를 것이 뭐가 있을까.사적으로 사람을 다루며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를 빼앗고 착취하는 입장에 있는 자들이 현대판 노예주는 아닐까.한국사 속에선 《고려사》와 《조선왕조실록》에 민초들의 간난신고(艱難辛苦)가 있을진대 그것이 바로 양천제도 가운데 천(賤)에 해당하는 노예제도임과 동시에 천한 직업으로 불리웠던 것으로 보인다.조선시대의 최하층 계급으로 수탈과 차별에 저항할 능력을 상실했던 천민들의 삶이 『조선팔천』에 잘 나타나 있다.노예 신분에서 벗어나는 길을 도주가 유일했다.도주에서 성공하면 자유인이 되지만 실패하면 목숨을 부지할 수가 없는 신세였다.

 

 조선시대는 양천제도와 반상(班常)제도가 있었다.양반과 천민으로 불리던 신분제도가 조선 후기로 들어서면서 양반과 상민으로 바뀌었던 셈이다.양반을 제외한 천민과 상민은 사회적으로 출세할 길이 없었다고 보면 된다.특히 서자 출신인 서얼(庶孼)은 아버지는 같되 어머니의 배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신분이 막혔던 것이다.그 입장에 있었던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했을까.16세기경 조선 인구의 30퍼센트에 해당하는 150만여 명이 노비였다고 하니 신분차별이 매우 심했던 동방노예지국이면서 한편으론 (아이러니하게도)동방예의지국이라는 딱지가 붙기도 한다.천민으로 불리던 조선의 노비들은 겉으론 출산 휴가,조상 제사까지 지낼 수 있어 하층민으로 분류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이것은 민족적 자존심이 개입된 억지 논리에 불과할 뿐이다.노예라는 신분이 1894년 갑오개혁을 통해 해방이 되었지만,아직도 갑의 입장에 있는 일부 몰지각하고 비이성적인 부류들이 을의 입장에 있는 사람들을 노예 이상으로 착취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회적 모순을 고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조선시대는 노비(奴婢)라는 관점에서 하층민을 대하고 있다.노는 남자 종을 일컫고 비는 여자 종을 일컫는다.노비라는 천민을 8가지로 분류하고 있는데,내가 모르고 있었던 신분들이 많아서 어안이 벙벙했다.익히 알고 있었던 노비을 비롯하여 기생,백정(白丁),광대,공장(工匠),무당,승려,상여꾼이 조선팔천에 해당한다.노비 제도는 고조선 시대로 회귀한다.《한서》지리지 고조선의 팔조법금 가운데 노예제도의 기원이 상징적으로 잘 나타나 있다.그것은 범죄자에 대한 징벌이었고,일정 벌금을 내면 노예 신분에서 풀려날 수도 있었다.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노비로 사목,자속(自贖)하려는 자는 1인당 50만 전을 내야 한다. -p10

 

 천인에 대한 차별은 양인에 견줄 바가 아니었다.양천제를 바탕으로 부모 가운데 어느 한쪽이라도 천인이 있으면 천인으로 삼는다는 일천즉천(一賤卽賤)규정을 강력 시행했다.노비는 8대까지 천류(賤流)에 관계되지 않아야 관직에 나갈 수 있었다.형벌 조항도 강화되어서 노비가 주인을 배반하고 도망치거나 반항,모욕,모함하는 죄를 저지르면 사형에 처해졌고,아무리 부당한 일을 당해도 주인을 고발할 수 없었다.예외가 있다면 역모와 그에 해당하는 범죄를 고변할 때뿐이었다.반대로 노비가 공적인 죄를 지었을 때 주인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다만 고려의 노비 가운데 공노비는 60세가 되면 신역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사노비는 국가의 허가를 받으면 면천이 가능했다.

 

 고려의 정치체제를 일정 부분 이어받은 조선의 신분제는 양천제를 고수해 나간다.조선의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의 노동력을 바탕으로 문명생활을 누렸다.시간이 흘러 조선의 신분제도가 지배계급인 양반과 중인,피지배계급인 양인과 천인으로 고정되어 갔다.네 갈로 바뀐 계급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양반은 조선 사회의 최상위층에 있던 현직 관료와 전직 관료 그리고 선대의 관료 경력이 4대를 넘지 않는 자손을 총칭한다.둘째,중인은 하위직인 기술관을 비롯하여 서얼(庶孼),중앙의 녹사와 서리,지방의 서리인 호장,육방과 향리 계층을 통칭한다.셋째,양인은 평민으로서 상인도 포함되지만 거의 모두 농민이었다.양인은 공명첩을 사들이거나 뇌물을 바쳐 양반이 된 양인도 있었지만 대부분 허울에 불과했다.넷째,천민은 다양한 직업에 종사했지만 주로 공.사노비가 가장 많았다.《경국대전》이 완성된 성종 이후 신분제도가 가오하되면서 다양한 계층의 천민이 양산되었다.즉 사노비.승려.백정.무당.광대.상여꾼.기생.공장 등이 대표적이다.자유인이 되고 싶어 공명첩,납속책이 발행하여 팔자를 고치려 했던 천민과 '얼어 죽어도 곁불은 안 쬔다'던 양반에 대한 조소(嘲笑)은 극과 극을 달렸다.

 

 조선팔천이라는 천민 계층 가운데는 흥미를 돋구는 부분도 많다.팔천 가운데 최상위 계급인 공노비와 짐승보다 못한 사노비의 운명은 극대조를 보인다.몸을 팔던 유녀에서 노비의 아내가 되고,노래와 춤을 배워 기생이 되었던 장녹수는 연산군의 사랑을 받아 정3품 소용(昭容)의 지위에 오르고 왕자를 셋이나 낳은 인물이다.조선 사회의 최하층 계급으로 신분을 바꾸는 첩경은 역모에 참여하는 길이었던 백정들은 배타적인 생활을 꾸렸다.유랑 및 별도의 부락을 형성하면서 일반민과는 통혼하지 않았다.백정들은 자신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에게도 반말을 들어야 할 정도로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연산군대 화극으로 잘 알려진 광대 공길(孔吉)은 연산군 앞에서 입바른 소리를 하다 매질과 유배형에 처하기도 했다.『한복 입은 남자』로 알려진 장영실은 본래 공장(工匠)이다.그는 천민에서 당하관의 지위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지만,세종 재위시 어가(御駕)를 부실하게 만들어 탄핵을 받고 죄인의 몸이 되었다.곤장과 함께 그의 이름은 역사에서 사라지고 만다.신과 교접하여 병든 이를 고치고 액사를 막아주던 무당들은 현대인들의 생로병사와 재수(財數)를 관장한다.고려 말의 개혁 정책에서 불교가 1순위 개혁 대상이었다.이어 조선은 숭유억불 정책으로 사찰의 승려들에 대한 괄시와 천대를 일삼게 되었다.왕조와 사안에 따라 불교를 숭불하기도 했고,억불하기도 했다.그리고 끝으로 초상이 나면 사자의 시신은 화려한 꽃상여를 타고 애절한 상엿소리와 요령(搖鈴) 소리와 함께 이승을 떠나게 되는데,산 자의 집에서 죽은 자의 무덤까지 상여를 운반하는 천대받는 신분이 상여꾼이었다.1886년 신분세습제 폐지와 1894년 신분제 폐지로 인해 이 땅에 천민이 해방되었다.시대와 직업의 귀천의식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과연 현대판 노예제도가 어딘가에는 있지 않을까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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