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운의 조선 프린스 - 조선왕실 적장자 수난기
이준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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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부자(父子)간에도 주고 받지 않을 만큼 냉혹한 세계이다.또한 권력을 일단 잡게 되면 세상을 다 거머쥔 듯 선량(善良)했던 지난 날의 포부는 어디론가 가버리고 체제유지를 위해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국정을 혼란케 하고 민심의 이반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 정치권력의 속성이라고 생각한다.그러한 관점에서 조선시대의 왕권 계승은 『훈요십조』에 의거하여 적장자(嫡長子)가 뒤를 이어야만 마땅한데 조선 왕조 27대 적장자가 왕위 계승을 한 것은 7명의 왕 밖에 없고(문종,단종,연산군,인종,현종,숙종,순종) 나머지는 상왕으로부터 이쁨을 받은 자가 왕의 바톤을 이어받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당시 조선은 명,청 관계에서 힘의 논리,문명의 발달 정도,외교관계에서나 늘 조공을 하고 사대(事大)의 예를 갖추어야 했고,신권(臣權)이 강하다 보니 왕 혼자서 다음 왕을 전적으로 결정할 수가 없는 상황이기도 했다.또한 왕자들 가운데에서는 왕이 되고자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들,이를테면 공신들,친인척들을 매몰차게 숙청 내지 유배를 보내야만 속이 시원했을 정도이다.게다가 왕으로서 자질이 뛰어나다 해도 왕의 귀에 들려오는 소문이나 평가가 좋지 않다면 후대를 위해 일도양단의 과단성을 보여야 할 때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 의거하고 조선사의 전문가들의 관심과 격려에 의해 세상에 나온 이 글은 조선왕조 가운데 적장자임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상황,개인의 자질,왕과 왕비,친척간의 이권 다툼,부왕의 그릇된 판단 등에 의해 적장자로서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한 편으로는 안타깝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자업자득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이 군주세습의 방편으로 적장자 계승 원칙은 고려,조선에서 만들어졌는데 중국에서는 아들들이 황권을 노리고 싸우는 꼴이 싫어 '밀건법'을 사용하여 황제가 죽은 뒤 황세자 및 신하들이 황제가 점지한 봉투를 열어 황제를 선정했다는 것이다.조선에서도 밀건법이 있었다면 왕권 다툼으로 왕실 주위가 시끌시끌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명,청과의 왕의 책봉문제,왕과 왕비(정비,후궁)와의 관계,신료 및 주변 인물들의 입김 등으로 밀검법은 취지는 좋지만 조선 당대 상황으로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불노,난언죄로 생을 마친 지운을 비롯하여 여색에 빠지고 세자로서 자질이 좋지 않았던 양녕대군,인수대비의 과한 교육열과 철저한 계산하에 잘산대군(성종)이 왕으로 임명되고 실제 적장자였던 제안대군과 정치적 자질이 부족했던 월산대군,계비에 의해 적장자로 태어났지만 모함에 의해 생을 마감했던 영창대군,볼모로 청국으로 끌려 갔던 소현세자가 귀국 후 급작스런 죽음(부왕의 암묵적인 지시에 의한 독살설) 등으로 왕이 되는 것이 당시의 관례이고 정석이었지만 부왕의 오판,왕와 왕비 간의 알력 및 세력 다툼 등으로 적장자로서 제 역할과 기능을 못하고 초야에 묻혀 버렸던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조선시대의 정치 상황과 현대 정치상황과 제도,시스템 면에서 판이하지만 '국리민복'을 제1의 과제로 삼아 차기 지도자를 선택하고 선진문물을 일찍이 수용해 나갔더라면 사색당파,천주교 탄압,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과거는 없었으리라 생각을 해본다.권력은 달콤하지만 누구를 위하여 쓰여지느냐에 따라 사회의 명암이 판가름 난다는 것을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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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들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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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물질을 숭배하고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살아 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돈독한 인간관계를 맺으며 살아 가야 한다는 점이다.'독불장군(獨不將軍)'이라는 말이 있듯 혼자서는 제대로 된 일을 할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도중에 중도하차할 우려도 있다.솔로로 살든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려 가든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고 서로의 힘을 합쳐야 제대로 된 일에 대한 성취감과 만족감을 느낄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신(神)이 아닌 이상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주위와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 가는 극히 나약하고 상호보완적인 존재라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인간 관계의 비중이 커지고 중요시되고 있는 환경 속에서 이 도서는 적시에 나와 다행이고 유익하다.개개인 모두가 홀로 사는 존재가 아니기고 나약하기에 타인의 힘을 빌리고 때론 도와 가면서 살아 가야 한다.소외되고 외로운 사람일수록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 다양한 시도를 하기도 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SNS 등의 관계망 형성일지도 모른다.놀라운 것은 한국 남녀 중에 어려울 때 기댈 수 있는 친구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이 조사인구 가운데 1/4정도이며,설령 친구가 많더라도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도 극히 적다는 점이다.그 이유는 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게 사귀더라도 깊고 의미 있는 관계 형성이 어려운 일이 닥쳤을 때 진실로 도와주고 위로해 줄 진정한 친구가 아닐까 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보니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접촉하면서 타인이 자신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평가하는지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쓴다.즉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좋은 평가를 받으려 입성부터 언행,두발 등에 이르기까지 매만지고 확인을 하는 것이다.남에게 흠잡히지 않고 당당하고 세련된 모습을 보여 주면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입지를 한껏 고양시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 하는 본능의식이 있는 것이다.물론 혼자 있을 때에는 방약무인과 같이 행동을 해도 누가 간섭하지 않겠지만 일단 개인이든 다수를 만날 때에는 '높은 사회성'을 보여 주는 것이 자신의 입지를 높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알고는 있지만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사람마다 갖고 있는 고유한 성격의 5요인이다.모험,여행,새로운 경험 등을 좋아하는 경험에 대한 개방성,꼼꼼하고 깔끔하고 철두털미한 특성의 성실성,사람들과 어울리고 시끌벅적하게 노는 걸 좋아하는 특성의 소유자 외향성,착하고 갈등을 싫어하고 남을 돕기 좋아하는 원만성,걱정이 많고 위험 지각이 빠르며 예민한 특성인 신경증이 있다.타고난 성품과 기질이 있기에 성격 자체는 쉽게 변할 수는 없겠지만 성실하고 외향적인 성격이 사회생활에 무난하지 않을까 한다.남에게 속기 쉽고 마음이 약한 원만성과 쉽게 스트레스를 받아 건강이 악화되고 행복도가 낮은 신경증은 스스로의 의지와 노력에 의해 좋은 성향으로 바꾸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

 

사람들에게 믿을 만하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처음 얼굴을 마주한 순간부터 진실한 태도로 최선을 다해 대하기'라고 한다.

 

처음 만나는 사이에서는 데면데면하기 마련이다.좀 더 외향적인 쪽이 말을 붙이고 상대적으로 내향적인 쪽은 상대방의 말에 경청을 하면서 미소와 수긍으로 대화가 오고 간다면 외모,능력을 떠나(현실은 어렵겠지만) 진실성,호의,믿음이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믿을만한 사람으로서 잠재성이 높은 사람은 첫대면 후 20초 간의 외모와 언행에서 감지할 수가 있다고 하니,개인 스스로 믿을 만한 사람으로 비쳐지기 위해 노력과 승부를 봐야만 할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점은 친구 관계,부부관계,직장 상.하관계 모두가 신분과 입장,상황에 따라 적절한 언행과 배려,협력,순응이라는 말이 떠오른다.사회 생활 가운데에서는 처세라는 항목이 매우 중요한데 자신의 입장보다는 타인의 입장에 서서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보이고,이성 간에는 서로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부각시켜 좋은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편협한 시각으로 자신만의 울타리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기 보다는 좀 더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로 타인과의 관계개선을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 줌으로써 보다 나은 삶과 행복한 나날이 전개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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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미술 - 예술의 부활, 인간의 발견 시공아트 58
피터 머레이.린다 머레이 지음, 김숙 옮김 / 시공아트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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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라는 단어에는 인문주의가 부활한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작용한다.교권과 농노제가 위주였던 봉건사회를 지나 유럽에서 싹트기 시작한 르네상스는 다양한 방면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그 시기는 이탈리아에서 15세기 무렵부터 발흥하게 된다.특히 미술,건축 등의 분야에서 불후의 명작과 건축물 등을 남겼는데 르네상스의 발원지는 이탈리아에서 시작하여 네덜란드 등으로 차츰 번져 나갔던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르네상스 시대의 3대 미술거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를 거쳐 틴토레토의 사망 이전인 16세기 후반에 이르러 르네상스의 시대는 폐막하게 된다.당시 이탈리아인들은 르네상스 시대를 로마제국 멸망 이래 가장 우월한 시대로 생각하고 있으며,잠들어 있던 문예사조가 부흥했다고 여기고 이러한 자부심이 현재까지도 계속 되고 있다.

 

르네상스의 최초 발원지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일어 났으며 그것은 문법,시학,수사학,회화,조각,건축,음악에 이르기까지 문예부흥이라는 커다란 아우라를 내포하고 있다.특히 라틴어는 식자층의 공용어로 신학문을 대변하고 성직자의 신학연구의 기본이 되었다는 점도 당대의 특색이라고 할 수가 있으며,정치,경영,자본주의 측면에서 볼 때 근대사회는 중세 후기 이탈리아에서 탄생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 도서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한 르네상스 미술,조각,건축물 등을 필두로 이탈리아 방방곡곡으로 번져 가면서 이웃 나라인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으로 확산되었다.다양한 미술가들의 명작을 도판과 더불어 소개하고 있으며 3대 미술가(레오나르도 다 빈치,미켈란젤로,라파엘로)의 등장까지 다양한 작품과 해설이 촘촘하게 실려 있다.작품 중에는 종교적인 이미지의 배경에 소설과 우화의 문학적 상상력을 담아 종교미술로 승화한 것들도 꽤 눈에 띄며,원근법에 대한 새로운 관심은 새로운 논리와 질서를 부여하고 있다.작품은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점이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온다.

 

한 편 이베리안 반도의 스페인,포르투갈은 플랑드르 양식의 지배를 받게 되는데 15세기 전반 스페인,포르투갈은 플랑드르풍이 주된 미술 사조를 보여 주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이탈리아로 나폴리 왕국까지 확장하게 되었으며 안토넬로 다 메시나와 같은 플랑드르파 화가를 배출하기도 했다.또한 서적삽화와 목판화도 당시의 인쇄술과 조판술을 통해 당시의 감정을 반영하고 있으며,이는 경전과 같이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1500년 이후 이탈리아에서 예술 전반이 찬란한 절정을 맞이하면서 <최후의 심판>,<론다니니 피에타>,성 베드로 대성당의 계획안(1527년 이후)과 성 베드로 대성당의 <피에타>,<다윗>,시스티나 천장화 등을 엿볼 수가 있다.전성기 르네상스는 조화와 균제,새로운 이상을 구현키 위한 고전고대의 이해와 부활을 들 수가 있겠다.1527년 신성로마제국이 로마를 약탈하면서 전성기 르네상스는종말을 고하게 된다.

 

14세기 초 조토로부터 시작된 인간적인 새로운 시각을 부여한 르네상스는 14세기 중반 흑사병으로 중단되고 15세기 초에 이르러서야 조토의 구상이 주목을 받게 된다.성경 또는 성인의 생애를 전하면서 몸짓과 표정에 의존하고 생생한 동작을 취하고 있는 인물은 자연을 직접 관찰하는 태도를 보여 주고 인간적인 시각을 재현하고 있으며,다양한 영역에서 이를 증명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개인적으로는 르네상스의 미술 사조에 대해 일천한 지식 밖에 없었는데 이번 도서를 통해 폭넓게 배워 보는 계기가 되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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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시체를 버리지 마세요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채숙향 옮김 / 지식여행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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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제목이 섬뜩하게 다가온다.사람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도 더 하찮게 여기는 그릇된 풍조를 보면서 인명,인권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들리기도 한다.어찌되었든 죽음 사람의 몸통을 증거인멸을 하기 위해 누군가와 합심하여 후미진 외딴 곳에 시체를 버리는 모습이 연상된다.아무리 강심장이라 하더라도 죽은 사람을 혼자서는 버릴 수 없을 것이다.죽은 사람의 몸을 누군가와 공모하여 버리는 과정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탐정과 수사과정은 어떻게 흘러갈지를 기대하면서 읽어 내려 갔다.

 

살인사건에 관한 미스터리물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히가시가와도쿠야는 몇 편의 글로 한국 독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유감스럽게도 나는 히가시가와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인지라 글의 구성,사건사고에 대한 탐정과 수사과정,그리고 예기치 않은 일들이 어떻게 전개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되었다.시체 유기 과정도 흥미롭지만 작가가 들려주는 재치있는 추리와 개연성은 음식의 양념과 같은 역할을 해 주고,글의 전개에 암시를 안겨 주기도 한다.

 

사법고시 준비생인 하루카는 어느 날 자신의 아파트에 들이 닥친 한 여성을 과도(果刀)로 치사케 하고 자신의 앞날이 두려운 나머지 언니 가오리에게 시체 유기를 떠넘기게 되는데,가오리는 대범하게도 폐품 수집업자인 데쓰오에게 시체유기 협조를 부탁한다.살해자는 야마다 게이코로서 하루카가 살고 있는 아파트 맞은 편 건물에 가야 하는데 아파트를 건물로 착각했던 모양이다.남의 집에 무단 침입하여 변괴를 당했던 것이다.

 

한 편 가오리와 데쓰오는 계류에 시체를 유기하고 돌아오는 길에 크레센트장(莊)에 묶게 되는데 이 곳에서 사립탐정원들,형사들과 우연치 않게 만나게 된다.'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듯이' 가오리와 데쓰오는 야마다 게이코의 얘기만 나오면 침을 꿀꺽 삼키기도 하고 애써 태연한 척을 한다.크레센트 장에 묶으면서 밀렵꾼 유키지로가 행방불명이 되면서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살인사건의 주범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와 그럴듯한 추리를 만들어 나간다.

 

때는 푹푹 찌는 8월 여름 날이기에 야마다 게이코,유키지로가 사체가 상류에서 하류로 떠나려 폭포 인근에서 발견되면서 탐정들이 내놓는 갖가지 추리는 '그럴 법하다'라는 점에서 재미와 흥미를 돋구어 주었다.그러면서 데쓰오와 가오리는 장(莊)을 떠나 폐가가 된 여관으로 몸을 옮기면서 탐정과 수사관들의 의심을 더욱 사게 된다.한 편 유키지로를 죽인 범인은 크레센트 장에서 축구 관람을 하다 하프타임(15분)을 이용하여 유키지로가 있는 낚시터까지 왔다 갔다 하는 데에 15분 간의 추리와 트릭이 그럴듯했다.

 

 

하루카의 철없는 살인이 언니 가오리와 순진하고 원만한 데쓰오가 콤비가 되어 시체를 유기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과 사건의 전개에 따른 사립탐정과 경관(수사관)들이 주고 받는 추리와 트릭은 끝까지 흥미를 잃지 않을 정도로 몰입을 더해 갔다.독자들로 하여금 상상력을 더해 주는 추리의 묘미는 약했지만 이색적인 소재에 기발한 트릭은 '잘 읽었다'라는 감흥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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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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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청소년들의 눈동자가 촛점을 잃은 듯 멍한 모습을 띤 채 총총걸음으로 걷기 바쁘다.걸어 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집 앞까지 대절해 주는 셔틀버스가 있어 시간에 맞춰 쏜살같이 달려가는 모습도 보인다.왜 그럴까? 일선 학교에서 배우는 것만으로는 만족을 하지 못하기에 더 높은 성적을 거두고 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것이다.학부모 입장에서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기도 하고 안스럽기도 하다.아이들 중에는 학습 동기가 확고하여 성적을 높이고 좋은 학교에 들어가려는 의지와 열정이 강한 학습 주도자형이 있는가 하면 부모의 의지,욕심에 의해 억지로 가방만 메고 학원,공부방으로 아무 생각없이 다니는 아이들도 있기 마련이다.한참 뛰어 놀면서 심신을 단련해야 할 시기에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또 다시 과외를 받아야 하고 식지 않은 뇌에 먹기 싫은 음식을 우적우적 씹어야 하기에 당연히 인상이 구겨지고 정서적으로는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초조함과 불안감으로 시달리고 있는 것이 현대 한국사회의 어린이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내 중.고교시절은 '잘 배워 잘 살자'였다.예나 지금이나 공부 잘하여 좋은 대학,좋은 직장에 취업하여 좋은 배필감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 인간의 조건일지도 모른다.그런데 좋은 학교,좋은 직장은 어찌보면 사회가 정해 놓은 울타리이고 체제이기 때문에 획일적일지도 모른다.신자본주의가 맹위를 떨치는 요즘에는 좋은 학교에 들어가기 위해 좋은 학군,중간 학군,하위 학군 등으로 알게 모르게 정해져 있다.좋은 학군에 들어가 좋은 지식정보를 교환하여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극성스러운 엄마는 치마바람을 날리며 집을 팔아 전세로 좋은 학군 땅으로 이사를 하는 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소위 사(士)자가 들어가는 직업이 경제적으로나 신분적으로 우위를 나타내고 있기에 돈이 있고 머리가 좋은 학생의 집안은 우선 풍족한 돈으로 자식의 앞날에 전심전력을 기울이면서 아낌없는 희생을 다하고 있다.그것은 현재의 삶보다 나은 미래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도 있지만 아이의 적성과 학업정도를 고려하지 않은 채 '들이밀기식'으로 교육투자를 했다가는 부모,아이 모두에게 상처와 회한,낭패만이 남을 거라는 우려가 앞선다.

 

 

시간으로 행복을 사고 잃어버린 행복했던 기억을 되찾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 행복이라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 아닌 최상위 성적,1등을 노린 것이라면 그 행복은 급등(急騰)한 냄비찌개가 금방 식어버리고 마는 것과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시간이 필요하십니까?

시간이 부족한 분께 시간을 드립니다.

- 시간 가게-

 

길에서 본 시간 가게의 홍보 전단지가 주인공 윤아에게는 행복을 안겨 주기도 하고 잊혀진 행복의 기억을 되살려 주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다소 판타지적인 요소가 담겨져 있지만 아이의 마음 속에서 강렬하게 갈구하는 것이 행복하고 짜릿한 순간을 안겨 주기도 하고 그 행복한 시간이 다하게 되면 시든 꽃잎처럼 초라하게 변해 버린다.윤아가 전교에서 1등을 하고 영어인증시험에서 최고성적을 거둘 때에는 비상하는 한마리의 새가 되고 일이 안되어 푸석푸석하게 지쳐 있는 엄마에게 커다란 위안과 환희의 순간으로 바뀐다.나도 아들 둘이 중.고교생이라 윤아의 성실하고 착한 품성,열정적인 학습태도가 본보기가 되고 자극을 받게 되었다.

 

 

윤아는 아빠를 일찍 사별하고 보험설계사를 하시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다.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윤아 엄마의 극성스런 교육법에 윤아는 총명하면서도 혼자 된 엄마를 위해 열심히 공부하여 좋은 학교(국제중학교)에 들어가는 것이 엄마에게 효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속깊은 어린이이다.문구점의 할아버지로부터 받은 시간 가게는 시계 버튼을 누르면 10분간의 행복을 사게 되고 반대 방향으로 버튼을 누르면 기억을 사는 신비스러운 존재이다.무엇이 행복한 것이고 행복의 기억이란 무엇인가를 곰곰히 생각하게 한다.몸과 마음이 기억하는 행복이라면 굳이 시간 가게에 들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오로지 1등을 하기 위한 행복한 시간은 잊으면 안되는 행복했던 기억을 놓치게 되고 만다.

 

 

서열주의,1등만 대우받는 편협하지만 엄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한국 교육계의 자화상을 우회적이고 판타지적으로 시간 가게를 빌리고 있는 이 글은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장에서 사회 우등생으로 우뚝 설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학교 성적 1등이 반드시 사회 우등생이 되라는 법은 없다.몸과 마음이 지칠대로 지쳐 가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전인교육을 함양해야 하고 사회 공동체를 이끌어 갈 미래의 멋진 사회의 주역이 될 수 있도록 기성세대와 교육계는 교육지침과 방향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이러한 교육왕국의 세태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돈과 물질이 풍족한 집안에서 수재자가 나오고 그러한 소수의 계층 자녀만이 성적 우등생도 되물림하지 않겠는가라는 자조와 탄식이 절로 나온다.진정한 행복의 시간,행복의 기억은 어린이들에게 주입식으로 부어 넣는 정크식 지식이 아닌 잘 걸러진 정제형의 전인교육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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