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요한의 마음 청진기 - 정신과의사가 아니었다면 깨닫지 못했을 인생치유법
문요한 지음 / 해냄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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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생이라는 길은 탄탄대로로 이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또한 내가 가고 싶은 길만 가는 것도 아니고 가고 싶지 않은 길도 가야 하는 것이기도 하다.어머니의 뱃속에서 태어나는 순간 모든 사람들의 축복을 받고 귀여움과 사랑 속에서 자라고 배우면서 어엿한 어른으로서 이제는 받는 것보다는 주고 나누며 책임의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하는 것이 어른의 몫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바람직한 상(像)이 아닐까 한다.

 

베이비붐 세대의 한사람으로서 학창시절엔 '잘 배워 잘 살자' 교훈(校訓)이었던 만큼 모두가 좋은 학교,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절실함으로 가득찼었다.나처럼 시골에서 자라 대학을 서울에서 나와 사회생활을 하는 가운데 IMF 경제위기,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알게 모르게 경제위기의 폭탄을 빗겨갈 수가 없었고 가정경제에도 심대한 타격과 개인적인 심리적 위축,건강 문제까지 겹치게 되니 삶이 그리 달콤하지도 않고 재미없는 시절도 상당 기간 보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미국 레이거노믹스라고 불리는 신자유주의는 돈과 물질을 앞세운 대기업,부유층,일부 관료들에게 부와 특권이 돌아가게 되면서 한국에도 알게 모르게 이러한 사조가 깊숙이 침투해 왔던 것이다.은수저를 물고 태어나는 부유층이 있는가 하면 그저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나 성실과 근면으로 사회의 역군이 된 사람도 있다.그런데 IMF 경제위기는 한국 사회에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의약분업으로 인한 의료비 증가로 인해 사회 양극화의 골은 더욱 깊어져만 가게 되는데,이로 인해 중산층이 붕괴되고 대부분의 서민들의 삶의 질이 떨어지면서 삶의 의욕을 상실한 채 그 굴레에서 오래도록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하물며 OECD국가이면서도 전세계에서 삶의 질은 최하위,자살율은 최상이라고 하니 이는 사회의 총체적인 문제가 아닐 수가 없다.

 

또한 세대간의 대화,소통의 부재와 단절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중.장년층은 학창시절 어느 정도 규율과 예의범절을 익히면서 자라왔지만, 현재 청소년들은 오로지 공부,성적을 높여서 좋은 학교,좋은 직장에 들어가려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인간으로서 정작 갖춰야 할 인성 문제는 소홀히 하고 있고,대화의 상대가 친구 아니면 스마트폰,트위터,게임 등으로 정신건강을 스스로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특히 급우나 사회로부터 자신이 따돌림을 받는다는 피해의식에 갇혀 스스로 타인과 관계를 단절하고 '방콕족'과 같이 외로움을 근시안적인 것들과 가깝게 지내려 하는 경향도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인간은 자연과 친해지고 교유해야만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가 있다고 생각한다.드넓은 산과 강,들판을 뛰놀며 지천에 깔린 온갖 나무,화초,동물들의 생장과정을 지켜 보면서 그것들과 일체가 되려는 순수하고 청정한 마음을 함양해 가야 하지만,현대인들에겐 그러할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는 것 같다.평일의 피로를 주말에 잠과 게으름으로 해소하고 또 한 주가 시작되면 무미건조한 일상이 연속되어 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다.조금만 부지런하고 챙긴다면 주말에는 가까운 산과 들,강으로 자연과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한다.자연에는 도회지에서 못느끼는 천연의 흙냄새와 산림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토치드와 같은 인체에 유익한 향기가 1년 내내 복사열과 같이 유동하고 있기 때문에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레스마저 해소가 된다.

 

경제수준,교육수준이 높아져 가면서 현대인의 의식은 극히 개인주의로 흘러가고 있다.나 자신도 나이를 먹어가면서 내 자신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내 주장과 욕심만 내세운 나머지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점,길고 넓게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고 당장 눈 앞에 닥친 사리사욕과 집착에 얽매이다 보니 마음의 병이 생긴 것,내가 힘들고 어려워진 것을 사회 탓으로 생각한 점 등을 이제는 내 자신의 탓으로 돌리려 한다.즉 ~때문에에서 ~에도 불구하고로 점차 생각의 틀을 변환시켜 ~덕분에라는 내려놓음과 감사의 마음으로 살아가려 한다.즉 매사를 목표와 목적을 갖고 살아 가되 나와 타인이 잘 융화되려는 상생의 마음을 견지하면서 마음의 병이 생기지 않도록 늘 나 자신을 거울에 들여다 보면서 성찰해 가려고 한다.인생의 길이 구불구불하기도 하고 질척질척 진흙길과도 같지만 언젠가는 맑게 개인 청명한 하늘과 새털구름 조각을 볼 수도 있고 나로 인해 타인의 삶이 건강해지고 발전된 모습을 보여 준다면 이것 또한 삶의 즐거움과 행복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은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훈련 전문가이신 문요한저자가 마음의 병을 안고 아니면 마음이 병이 아닐지라도 그를 찾아오는 환자,손님들과의 상당내용 가운데 가장 공감을 얻은 글들을 종합정리한 내용이다.스스로 절망과 시련이 찾아올 때 혼자서 해결하려 하지 말고 마음 따뜻하고 멘토가 되어 줄 만한 이들을 찾아 속에 있는 모든 응어리,불만,외로움,심경 등을 토로하여 밝고 건강한 삶의 길을 되찾아 가야 할 것이다.94편의 세션(Session)으로 구성되어 있다.마음의 병의 근원,본질은 자신에게 있다 것이다. 그렇게 자신에게 내재해 있는 문제들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아야 비로소 마음의 짐이 가벼워지고 새로운 삶과 생명력을 일구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타인을 진심으로 배려와 존경하는 마음으로 대하면서 항상 남보다 큰 그릇이 되기 위한 자세와 준비를 하려는 적극적인 마인드만이 마음의 병도 고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존재가 되리라 생각한다.저자가 들려 주는 이야기들은 모두가 경험에서 비롯되고 간단명료하면서도 비근한 사례와 에피소드를 병행하고 있기에 마음 든든해지면서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만하다는 생각이 절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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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우주 - 인간 삶의 깊은 곳에 관여하는 물리학의 모든 것
닐 투록 지음, 이강환 옮김 / 시공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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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천체라는 말이 너무도 익숙해서 친근감있게 다가오지만 실제 무엇에 대해 말해 보라고 하면 제대로 된 답변을 할 수 없다.평소 우주,지구,행성,달,별,은하,은하계 등이 어떻게 형성되어 현재에까지 이르게 되었는가의 과정에 대해서도 구체적이지 않다.그만큼 우주천체에 관한 지식이 얇지만 살아 오면서 우주와 인간과의 함수관계가 어떻게 되고 인간은 우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얼마큼이나 있는가에 대해 관심과 흥미는 마음 속에 늘 자리잡고 있었다.

 

우주의 빅뱅이론과 인류의 탄생,나아가 물리학자들의 과학적 발견과 이론 등을 염두에 두면서 읽어 내려 갔다.숫자와 공식에 얽힌 난해하기만 한 물리학의 법칙들이 현대사회 기술,IT산업 등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사유하고 글을 쓰는 철학가 및 작가들에게 예리한 통찰력과 삶의 방식을 바꿔 놓는 역할마저 하게 되었다는 위대한 지침이 되었던 것이다.피타고라스,갈릴레오,코페르니쿠스,뉴턴,아인슈타인,뇌터 등의 수학,물리학의 위대한 발견이 오늘날 양자 컴퓨터의 시대를 열게 된 동력이 되었으며 이러한 첨단산업의 밑바당이 되어온 수학과 물리법칙이 향후 인간과 우주의 관계는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 것인가에 대한 기대와 예측은 크기만 하다.

 

현재 페리미터이론물리연구소 소장으로 재직중인 닐 투록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인종차별로 부모님이 박해를 받으면서 모국을 떠나 현재는 미국에서 아프리카 수리과학연구소(AIMS)를 운영하면서 아프리카인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이 수리개념이 약하기에 수리개념을 심어 주는 것이 절실하고 가장 효율적인 학습이라고 판단하여 아프리카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또한 저자는 물리학자로 재직하면서 그가 경험했던 것들,특별히 만났던 인물들과의 나누었던 대화 등을 묶어 에세이 형식으로 담고 있다.특별한 것은 모국을 비롯하여 아프리카인들에게 대한 관심과 애정을 교육으로 승화시키려는 그의 단단한 의지가 깊다는 것이다.또한 과학은 순전히 사람에 대한 것으로 자연에 대한 호기심이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닐 투록저자는 역사적으로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 이를테면 철학자,화가,수학자,물리학자 등이 상상 속으로만 여겨지는 것들을 호기심과 탐구정신으로 매진하여 놀라운 원리,법칙들을 세상에 내놓았는데,이러한 것들이 당시에는 환영을 받지 못하다 후대에 들어오면서 후학자들에 의해 재발견하여 다양한 분야로 확대발전시켰던 것이다.특히 고대 그리스 문명이 진전되면서 수학,철학,예술,문학이 병행하고 이것은 민주주의의 번성으로 연결되어 갔다는 점에서 학문이라는 것이 서로 연결되어 상호보완작용을 한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글 속에는 다양한 이론이 나열되지만 딱딱하지 않고 난해하지 않아 일반인들도 우주과학에 대한 교양서로도 매우 유익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겐 처음 들어 보는 이론이 있었는데 그것은 인플레이션 이론이다.그 의미는 우주가 매우 평탄한 이유를 초기 우주의 기하급수적인 팽창으로 설명하는 이론이다.앨런 구스에 의해 발명된 이 이론은 초기의 우주가 무작위적이고 혼돈스러웠다 하더라도 이것을 매끈하게 만들어주고 거대한 양의 복사로 채울 수 있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그는 그런 메커니즘을 자연에 존재하는 모든 입자와,중력을 제외한 모든 힘을 서로 연결시키는 대통일이론들 속에서 발견했다고 하는데,대통일이론에서는 여러 종류의 입자들과 힘들을 서로 구별하기 위해 '힉스 장(Higgs Fields)'이라고 불리는 스칼라 장들이 도입되고 있다.

저자는 20세기의 우주론은 빅뱅 특이점을 무시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이것은 이론에 심각한 오류가 있음을 나타내지만,최종적으론 근거 없는 인위적 가정을 만듦으로써만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이렇게 계속 특이점을 무시하게 되면 모래성을 쌓고 있는 위험에 직면하게 되고,특이점은 우주가 실제로 어디에서 왔는지 알려줄 가장 훌륭한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또한 순환하는 우주 모형에 대한 작업은 인플레이션 모형의 성공이 인플레이션을 겪지 않고 특이점을 통과하는 우주에서 모두 재현될 수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오늘날 건강,교육,산업,교통,자연 자원 등에 대한 좋은 정보에 근거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 기술자,컴퓨터 과학자,통계학자들이 하고 있으며 이것들을 포괄하는 분야가 디지털의 혁명이라고 볼 수가 있다.아인슈타인이 발견한 일반,특수상대성 이론부터 양자이론이 결합하여 전자,통신,디지털 문화의 전성기를 만끽하고 있는데 미래가 어떻게 흘러갈지를 아무도 예단할 수 없을 정도이다.아인슈타인도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나는 한 번도 미래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미래는 너무나 빨리 다가오기 때문이다."이것을 높은 벼랑 끝에 서서 안개 덮인 낭떠러지를 내려다보고 있는 다이버 같은 느낌이 든다고도 했던 것이다.

 

끝으로 저자는 과학이 분화되면서 과학은 과학자들이나 일반 대중들 모두에게 접근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서로를 풍부하게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과학자들은 더 큰 목적에 대한 감을 잃어버리고,과학이 자족적인 학술 연구나 순수한 기술적인 작업으로 격하되면서 사회는 과학의 위대한 약속과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게 되었다는 것이다.나아가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 앞에 저항할 수 없는 도전들에 직면하고 있는데,그것은 경제 불안,과소비,환경오염,에너지와 자원 부족,기후 변화,그리고 늘어만 가는 불평등과 같은 것들이다.우주를 비롯하여 지구,행성,은하계 등의 천체현상과 연관된 수학 공식,방정식과 물리 법칙이 인간의 문명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문명 발전의 뒤안길에는 인간 스스로의 업보를 치뤄야만 하는 당면성이 내재한다는 것을 각인시켜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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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비행 소담 베스트셀러 월드북 64
생 텍쥐페리 지음, 이원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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쌩 떽쥐뻬리 독자들에게 <어린 왕자>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데 알고 보니 그의 직업은 작가로부터 시작한 것이 아닌 비행사 즉 우편기 조종사부터 시작하였고 트럭 회사에서 근무하던 중 글쓰기 작업에 몰두했다고 한다.그리고 살롱 등을 드나들면서 대작가인 앙드레 지드와의 교분,니체,아인슈타인 등의 저서를 탐독하는 등 글쓰기에 대한 배경지식을 넗히고 상상력을 배양해 나갔던 것으로 보여진다.

 

몇 년 전에 <남방 우편기>와 <야간 비행>,<인간의 대지> 모두를 재미나게 읽었는데 쌩 떽쥐뻬리의 직업인 우편 조종사와 관련된 내용이었기에 지역은 다르지만 우편 조종사로서의 임무와 경험 등이 생명력 가득찬 인간의 영원성을 그리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된다.<야간 비행> 역시 우편 조종사가 처녀 비행항로를 개척하는 역정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기에 나와는 관련없는 직업일지라도 아찔하면서 숨가쁜 밤하늘의 별과 달,하늘과 공기를 가르며 목적지를 향해 비상하는 우편 조종사의 모습이 현장감과 동류애를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다.

 

 

디디라 도라 밑에서 민간 항공기 조종사로 일하게 되고 조종사로 활약하던 중 교분을 나누었던 메르모즈,기요메가 <야간 비행>의 대리역으로 출연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작가가 말하는 인간의 행복이란 자유 속에 있는 것이 아닌 의무를 감수하는 것에 있다고 하며,이 글에 등장하는 본부장,감독관,조종사 모두가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업무의 특성상 위험직임에도 불구하하고 열성적이고 헌신적이며,그 임무를 성취하고 나서야 행복함을 몸과 마음으로 갖게 된다는 것을 실감케 한다.그들은 다다이즘이나 초현실주의를 비판하고 직접 행동으로 보여주는 행동파들이었으며 인간의 영원성을 그것에서 찾고 모색하고 있다.

 

남극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를 향해 파타고니아 노선 우편기를 조종해 오던 파비앵은 바다의 물결로 항구가 가까워졌음을 알듯이 평온한 구름이 보일 듯 말 듯 그리는 잔주름과 그 고요함을 보고 밤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았다.그는 이제 거대하고도 행복한 기항지로 들어서고 있었다..... - 본 문 -

 

이 글에는 우편 조종업무의 총사령관격인 본부장 리비에르와 로비노 감독관,파비앵 조종사가 주인공 및 조연이 되어 야간 비행을 새롭게 길닦는 역정을 있는 그대로 체현하고 있다.쌩 떽쥐뻬리만의 독특한 경험과 사실에 바탕하고 있다.목적을 위해서라면 기필코 해내야 하고 실수나 헛점은 절대 용서하지 않는 리비에르와 그 밑에서 그의 비위,눈치를 보는 로비노가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를 읽을 수가 있으며,조종사인 파비앵은 안데스 산맥을 넘으려다 어둠과 회오리바람에 의해 좌초가 되어 어둠 속에 길을 잃고 악전고투와 처절하게 싸워야만 하고 인간의 극한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를 고뇌하지만 이미 벌어진 현실상황인 충돌의 위험을 받아들이게 된다.한편 파비앵은 직업의 특성상 주말 부부가 되다시피하는데 아내와의 짧은 잠자리마저도 달콤한 시간이 되지 못했다.우편 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떠난 남편이 돌아올 시간이 되었건만 종무소식이기에 파비앵의 부인은 좌불안석하고 리비에르 본부장과의 대화를 요구하지만 시원한 답변은 듣지 못하고 발걸음을 뒤로 해야만 하는 쓸쓸한 여운만 안겨 주게 된다.

 

야간 비행은 주간 비행보다도 위험과 충돌이 훨씬 크다.맑은 하늘,보름달,바람 없음은 듣기만 해도 쾌청하고 순항이 쭉 이어질 것 같다.그러나 기상상황은 언제 변덕을 부릴지 모르는(돌풍,폭우,번개)것이기에 비행 조종사가 겪는 심리적 위축과 긴장도는 보통 사람도 몇 곱절 크기만 할 것이다.자신에게 맡겨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되 불가항력적인 문제는 하늘에 맡길 수 밖에 없어 순명의 마음으로 체념을 하는 것 같다.본부장 리비에르는 규칙을 철저히 지키려는 냉혹한 조직인으로 비춰지는데,조종사가 어떻게 항로를 뚫고 목적을 달성하느냐가 최선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부하직원들에게 격려하여 조종사들로 하여금 불안감을 해소시키려는 리더의 진정한 면모도 읽을 수가 있었다.

 

안데스 산맥의 장중한 위용은 움추렸던 가슴과 마음을 활짝 펴게 하고 신비함,공포감마저 안겨 준다.

 

안데스 산맥 위의 상공을 태평하게 비행하고 있었다.하얀 눈으로 덮인 산맥은 평온함이 넘쳤다.흡사 장구한 세월이 퇴락한 성에 평온함을 깃들이게 하듯 그 하얀 눈이 거대한 산맥에 형온함을 깃들여 놓은 것이었다.(중략)오직 서로 닿을 듯이 수직으로 오르는 산등성마루들과 일직선으로 내리지르는 암괴(巖塊)의 외투들,그리고 무시무시한 정적이 있을 뿐이었다. - 본문 -

 

쌩 떽쥐뻬리가 비행 조종사로 활약하면서 지중해,북아프리카,남미 등을 비행했던 경험일지 중에 남미 우편 항로를 개척하려던 당시의 상황을 논픽션에 가까우리만큼 잘 묘사해 주고 있다.남미 안데스 산맥의 장관,변화무쌍한 기후,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가 압권일 정도로 극세함을 느끼게 한다.또한 쌩 떽쥐뻬리가 그리고 있는 서정묘사는 하얀 도화지에 수채화를 그려 놓은 듯이 선명하게 살아 숨쉬는 생명체와 같았다.이 글이 전해 주는 행동적인 돌격성 속에는 인간의 영원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도 마음으로 체득하게 된 감동적인 장면이 아닐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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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에 할망이 있었다 - 우리의 창세여신 설문대할망 이야기
고혜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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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인류문명은 과학과 기술문명을 주축으로 이성과 논리에 입각하여 획일적,정형적,물질적인 토양이 지배적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의식적으로 그것에 동화되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더군다나 IT산업의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람들과의 관계는 이제 기계에 거의 의존하다시피하고 그것을 통해 소통과 교류,인적 네트워크망을 형성하고 있는 세태이다.무한경쟁의 시대이다 보니 일일이 사람을 만나 대화하고 타협하고 결론을 도출하던 시대를 벗어나 즉각적이고 즉자적인 결과들을 갈망하고 단편적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한 번쯤 내면에 자리잡고 있는 무의식의 세계 속으로 깊게 빠져 오랜 세월 이어져 오고 있는 신화를 만나 보면서 그 세계의 원형을 비롯하여 인간세상에 던지고 있는 신화의 다양하고 구체적인 산물을 살펴 보면서 모래알과 같이 흩어져 버린 인간세계가 신화의 원형이 추구했던 인간세계가 하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의식적인 현대사회의 모습을 잠시 접고 신화의 세계로 빠져 드는 즐거움과 흥미를 느끼게 되리라 생각한다.

 

한국에도 제주에 창세신화가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존재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못 흥미롭고 그것이 인간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와 추구하는 것들이 무엇인가에 대한 의미와 가치는 놀랍기만 하다.그것이 바로 창세여신의 주인공 '설문대할망'이다.설문대할망이 세상에 나와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인간세계를 어떻게 조종하고 가르침을 주었는가를 새롭게 인식하고 발견해 갈 수가 있었다.설문대할망이 제주를 대표하는 창세여신으로서 한라산을 베개로 삼고 다리는 제주 앞바다 관탈섬에 이르렀다고 한다.빨래를 할 때에는 양손을 한라산 꼭대기에 짚고 빨래감은 관탈섬에 놓고 빨래를 했다는 키도 크고 힘도 센 설문대할망은 신비로운 존재가 아닐 수가 없다.또한 치마폭에 흙을 날라오면서 바람에 날린 흙부스러기는 수많은 오름이 되고 나머지는 한라산을 만들었는데 한라산이 너무 높아 꼭대기 일부분을 꺾어 그 흙을 한쪽으로 던졌는데 그것이 산방산이라고 전해지고 있다.

 

 

설문대할망은 여신의 원형으로 생명의 탄생과 죽음을 관장하고 지역과 지구 생태계 생명의 도래와 소멸,그리고 모든 유기체의 위대한 그물망이 조화롭도록 관장하는 '어머니이신 자연'으로 더 알려지고 있다.

 

설문대할망과 같은 창세여신이라는 신화는 어느 나라에나 존재하고 있는데 세계의 종교,문화,영성 안에 숨겨져 있고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정령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는 것이다.만물의 영장이면서도 지극히 나약하고 유한한 존재인 인간은 이러한 신화의 힘을 빌어 불완전한 느낌과 분리된 상처,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이것을 마음의 의지처로 삼기도 한다.또한 설문대할망은 자신의 자녀,사람뿐 아닌 말 못하는 돌과 바람과 구름과 별 같은 뭇 생명에게 자신의 생명의 기운을 나누어준 천사와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그래서인지 제주에는 여자,바람,돌이 많은 곳이라는 생각을 더해 주고 그곳은 평등과 평화가 뿌리 내린 땅이기도 하다.18,000 신이 있어 신들의 고향이라고 하며 500곳의 당과 300개의 신화가 남아 있는 땅이기도 하다.

 

"설문대 시절에......"라는 기원의 시간부터 존재했던 노래가 시대에 맞는 창세의 기운을 불러내는 주문이 되기를 바라며 옛날 옛적 선조들은 혼돈의 시기가 올 때마다 다양한 의례를 거행했다고 한다.설문대할망이 살아서 했던 무수히 많다.우주의 질서를 짜고,완성되지 않은 속옷과 다리,똥구멍으로 출산한 황금빛 오름,바다를 만든 오줌 홍수,다리가 셋 달린 솥덕(돌 따위로 솥전이 걸리도록 만든 것),자궁으로 낚은 고기,할망의 죽음과 잠자는 할망의 모습이 흥미진진하게 전해지고 있다.집단의 꿈이라고 일컫는 신화는 사람이 꾸는 꿈과 공통 문법을 생각하게 한다.그것은 기존 세상의 파국과 새로운 세상의 탄생,구 질서의 몰락과 새 질서의 도래,묵시와 창세의 우주적 드라마가 재현된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설문대할망의 자취가 발견되고 있는 제주의 자리들은 제주민들의 삶과 직접 연관이 있다고 한다.놓다 만 다리가 현재의 항구 자리이고,길쌈을 하려고 솔불을 켜던 자리가 해맞이를 하러 하는 자리이고,오줌 홍수로 탄생한 바다는 파랑(波浪)이 심해 어부들의 삶을 위협하는 곳이라고 한다.또한 제주 남해의 물결과 동해의 물결이 합류되는 섭지코지는 제주에서 가장 풍요로운 어장이라는 점도 단순한 사실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혼은 깊고 그늘진 골짜기에 거주한다.어두움 속에서 태어난 무겁게 늘어진 꽃들이 거기서 자란다.강물이 끈적끈적한 시럽(syrup)처럼 흐르고 이 강들은 거대한 영혼의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달라이라마-

 

물장오리에 빠져 죽었다는 설문대할망의 존재는 아직도 제주민들에게는 신령스럽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불안과 두려움을 완화하고 제거하기 위해 제주에는 수많은 무속(巫俗)신 외에도 조왕(俎王)신,문전신,칙신,성주신과 같은 가신들,그리고 조상신,마을신,잡신까지 있다.귀신,신의 노여움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했던 제주민들에게는 복잡한 인간의 삶을 모든 상황에서 두루 반추하기 위한 것이고 '비가시적인 존재들'이 잘 분화되어 발달한 곳이다.이성과 과학을 중시하는 현대사회는 상상의 산물을 신들을 축축하고 빛으로 어두움을 몰아 내면서 어두움의 존재마저 사라지니 이미지가 압살된 것이다.추상적인 개념이 사라지다 보 현대인의 삶은 풍요로운 경험과 아름다운 상상력으로부터 유리되어 살아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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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키토키 유럽 - 네 남자, 유럽인들과의 대화여행
최규동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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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건너 머나 먼 외국땅을 밟은 지가 꽤 오래되었다.그래서인지 해외여행에 대한 동경과 설레임이 식어 버린 것처럼 그저 돈 많고 여유있는 부류들의 사치품이라는 생각마저 든다.돈을 모아서 여행을 떠난다는 생각이 어떻게 보면 지극히 고지식하고 융통성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실제 해외여행을 맘먹고 떠나는 사람들을 보면 돈이 많아서 흥청망청 타지에 뿌리고 다니려는 사람보다는 어떠한 계획과 목적을 세워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알게 되었다.물론 한국보다 경제적 수준과 물가가 비싼 구라파,북미권의 나라로 여행을 가려면 두둑한 돈이 기본적으로 충족되지 않으면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만일 외국 어느 나라를 탐방하면서 그곳을 집중취재 형식을 띠고 역사와 문화,풍물,현지사정,현지인의 삶의 방식 등을 알고자 한다면 단연 중국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곳을 택하고 싶다.중국에는 한족을 포함하여 56개의 소수민족들이 여기 저기 산재해 있다.주로 외몽고를 비롯하여 티벳,쓰촨,광시좡주자치구,윈난,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 분포되어 있다.인구는 몇 천명에서 몇 백만 명에 이르고 그들은 그들만의 전통 문화와 언어,문화와 풍습을 고이 간직하면서 산업문명의 이기가 아직은 덜 침투되어 중국정부측도 소수민족권을 보호하고 자치권을 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는 연구대상이다.특히 그들은 전해 내려 오는 신화와 전설,민담 등의 전통문화를 아직도 고수하고 이를 후대에 면면히 이어지도록 노력하고 있으며,특이한 점은 같은 성씨,혈족이 같은 마을에 거주하고 피를 나눈 가족은 한 울타리 안에서 가족이라는 유대의 끈을 지속시키고 있다고 한다.중국어를 어느 정도 할 수가 있고 역사적으로 한.중관계의 '일의대수(一衣帶水)'의 관계 갖고 있는 만큼 친밀감을 바탕으로 쉽게 접근하고 소통을 통해 그들의 삶의 과거,현재,미래를 내다 볼 수가 있을 것 같아 꼭 실현되기를 갈망하고 있다.

 

여행에세이를 몇 십권을 읽어 왔지만 이번 글 만큼 특이한 케이스는 드문데,네 여자도 아니고 네 남자가 제 각각 신분과 입장은 다르지만 여행 반,연구 반이라는 합목적성을 띠고 베낭과 자전거,캠핑 장비를 안고 서구유럽 및 중동(이스라엘)의 각국을 천방지축처럼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면서 나라별,지역.도시별 특징과 현지인들의 생각과 감정,인습을 생생하게 들려 주고 있다.나그네,이방인이 되어 현지에서 느끼는 격리감과 소외감,외로움 등을 느끼게 되는데 이성과 논리를 중시하는 서양인과 예의와 관습을 중시하는 동양인의 사고관념에서 오는 괴리감도 이 네 남자를 당황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었다.반면 우연찮게 만난 몇 명의 독일인을 통해서 따뜻한 인간미와 인정이 넘치기에 돈과 물질보다는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곳이 어느 곳에나 있기 마련이다는 생각이 들고 가슴 훈훈한 감동마저 안겨 주었다.

 

동.서독이 하나가 되어 기쁨과 환희는 몇 년 못가고 이제는 옛 서독이 옛 동독에 대해 물질적 지원을 언제까지 해야 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고물가,각종 공과금에 힘겨워할 것 같으면서 크게 내색을 하지 않는 현지인들의 체념에 가까운 삶,한때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알려진 영국은 다양한 인종이 집합되어 있고 재정악화마저 곂쳐 영국의 살림살이는 불안한 안개 속에 있다.나아가 프랑스는 낭만과 멋,예술을 제대로 알고 발휘하는 낙천적인 모습과 농업이 발달한 나라라는 인식이 새롭게 들고,영세중립국인 스위스는 조그만한 국토에 네 개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특이한 점은 1년치 통행세를 한 번에 다 받아가는데 말도 못하게 비싸다는 것이다.이스라엘만의 독특한 생활공동체로 여러 산업들을 영위하며 독립적인 생활을 영위하는 키부츠는 이스라엘만의 특색이고 정부와 민간이 티격태격하지 않고 원활한 소통과 상생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 주고 있다.그외 캠핑과 화훼농장으로 유명한 벨기에 및 네덜란드를 통해 해당국의 수박 겉핥기 식의 지식을 어느 정도 매꾸어 줘서 다행스러웠다.

 

이 네 남자들은 각국을 여행을 다니면서 그저 보고 듣는 차원이 아닌 뭔가를 얻어 한국에서 새롭게 연구하고 벤치마킹시켜 밝은 한국의 미래를 위해 각분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깊게 구상하고 있다.신자유주의 시대인 오늘날 세계는 세계무역기구,지적재산권,FTA 등이 이미 한국에 들어와 자리잡고 있으며 OECD국가로서 그 위상과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실상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파악하여 선진국들이 한국에 뭔가를 요구할 경우에는 당황하지 말고 당당하고도 주체적인 입장에서 선진국들을 대해야 할 것이며,정치적으로는 국제적인 협상력,외교력,분쟁해결 면에서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를 벗어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자세와 태도로 서구 선진국들에게 실력을 발휘해야만 하지 않을까 한다.이 네 남자들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농업','공동체','사람'이라는 세 박자 잘 조합되어 연결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실속 있는 여행을 통해 체득해야 할 것들은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네 남자의 워키토키는 독자들에게 신선하고 유익한 여행이 되도록 모색하고 자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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