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레마 - 어느 유쾌한 도덕철학 실험 보고서
뤼방 오지앙 지음, 최정수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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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덕과 윤리가 현시대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가라고 물어 본다면 대답은 "글쎄요"라는 말 밖에 나오지를 않는다.사회적 치안문제의 결핍,가족 구성원간의 대화 및 소통의 부재 등이 가깝게는 물질 만능주의에서 비롯되었고 멀게는 사회의 구조와 분위기에서 기인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몇 십 년 전의 농경시대,촌락을 단위로 한 공동체 생활 속에서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삼강오륜,조상숭배,어른에 대한 예의범절이 어느 정도는 지켜졌다.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미풍양속이면서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미칭(美稱)을 받기도 했던 것이다.그러던 것이 서구유럽의 문명과 사조가 한반도에도 깊숙이 파고 들고 농경문화 대신 도시문화가 급속히 전파되면서 한국 사회는 인간관계에서의 기초적인 도덕과 윤리의 상실 및 결핍 현상이 여기 저기에서 목도(目睹)되고 있다.

 

 손아래 사람,손윗사람이 먼저 태어났느냐 뒤에 태어났느냐로 양분되는데 한국사회는 아직도 조상에 대한 예우를 어느 나라보다도 숭상하고 존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추석,설 명절만 되면 한반도의 산하는 차량의 물결,귀성객의 인파로 몸살을 앓게 된다.본가,처가의 어르신를 찾아 뵙고 조상의 묘를 찾아 은덕을 기리는 고귀한 연례행사는 비록 짧은 시간에 몸은 피곤하지만 다녀 오고 나면 '사람 구실'을 했다라는 거뜨한 마음이 생긴다.그런데 이러한 명절행사 뒤의 일상의 풍경은 미풍양속이 아니다.아파트,빌라,단독주택 등으로 가옥의 형태는 획일화 되고 집번지도 행정편의에 따라 바둑판을 짚어 가듯 정렬화 되어 있다.이것을 뭐라고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행정구역이 획일화,정형화 되다 보니 개개인의 마음 역시 빈틈,여유,풍요로움,따뜻함,인간미 대신 개인주의,형식적,사무적,각박함,몰인정 등으로 바뀌어 버렸다.이러한 상황 속에서 손윗사람에게 공손히 하고 부모를 부모답게 대하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생각해 본다.요즘 젊은 세대에서 느끼는 점은 부모가 경제적 능력이 떨어지고 교육지원을 해 주지 못하면 부모를 부모답게 생각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부모 역시 죽자 살자 벌어도 하우스 푸어,에듀 푸어 시대에 각박하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데 자식들은 이렇게 어려운 부모의 사정과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기만 하고 때론 서글플 때도 있다.

 

 모두가 먹고 살기 바쁘게 살아 가는 현대사회에서 사회의 구조 및 인습,지도자들이 정책을 이끌어 가는 마인드와 태도를 보면서 인간이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인 도덕과 윤리 등을 어떻게 체득해 나가는 가는 그 사회구성원들의 자화상이고 삶의 척도,지수와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다.정치민주화가 이루어졌지만 진정한 정치선진국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경제민주화 역시 요원한 문제이다.지난 MB정권 시절 수많은 부정과 비리가 발생했어도 문제를 일으킨 경제사범들에겐 '종이 방망이'로 훒어 내렸을 뿐 정의와 상식을 심어 주지는 못했다.부정과 거짓,비리가 득실거려도 사법계에서는 이를 바로 잡으려는 의지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이런 저런 이유로 힘있는 자는 풀려 나고 힘없는 자만 당하게 된다.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교육수준과 의식(비판)수준이 높아진 국민들이 정부관료 및 사회고위층을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또한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문제가 개인이 쌓아 온 인성이 문제인데 사회적 학습과 경험은 사회의 구조,인습에 많이 좌우된다.너도 나도 돈 많이 벌어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의식을 막을 수야 없지만 사회지도층부터 정의와 상식을 숨김없이 진실로 보여 주고 실천해 나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이 글의 저자인 뤼방 오지앙(Ruwen Ogien)은 프랑스 현대 철학자로서 감성.윤리.사회 연구를 담당하고 있는 학자이다.윤리와 도덕에 대한 개념부터 실험 도덕철학 등을 가벼운 이론과 사례를 들어 주고 있다.그중에 실험 도덕철학이 도덕적 성찰에 유용한 경험적 소재 5가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인상적이다.그것은 인간의 도덕적 직관에 관한 조사,인간의 도덕적 추론에 관한 조사,인간의 관대함 혹은 잔인함에 관한 실험들,어린이의 도덕성 발전에 관한 심리학적 연구,도덕적 체계의 다양성에 관한 인류학적 보고들로 나열하고 있는데 도덕과 윤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떠나 개인의 인간성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그런데 도덕과 윤리를 시대에 맞지 않게 지켜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고 본다.도덕과 윤리라는 문제가 비단 개인과 개인과의 관계를 떠나 도덕과 철학,종교,정치,경제,문화,체육,예술 등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는데 사회적,문화적 영역이 어떠하든 도덕,관습,개인의 영역을 구분하면서 때와 장소,상황에 따라 도덕과 윤리규범을 지켜 나가게 마련이다.또한 이러한 세 가지 문제는 나라와 사회문화적인 인습과 규범에 따라 달라지기에 이를 획일적으로 지켜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은 없다고 본다.

 

 도덕,관습,개인의 영역을 구분하면서 인간이 본능적으로 해야 할 일,해서는 안 될 일을 스스로의 책임성을 갖고 구분 지어야 한다.때에 따라서는 통찰력 있는 직관을 활용해야 할 것이다.낙태,할례,임신중절,동성애,줄기세포,인공수정 등 윤리의식과 관련한 문제들도 현대사회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는데 이는 국가별로 다소 상이하기에 자신이 속한 나라의 규범에 따를 필요가 있다.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메타 윤리라는 것이다.모든 사람의 도덕적 판단을 설명하고 나아가 철학적 관점에서 의미 있는 특성들을 확인하려는 야망을 가지는데,메타 윤리는 의미론적,의무론적,인식론적,그리고 심리학적 문제까지 아우르고 제기한다.도덕과 윤리가 개인에게 내재하기도 하고 외재하기도 하는데 꼭 지켜야 할 정의와 상식 등은 성문화하고 강제성을 띨 필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부정과 거짓을 밥먹듯 일삼는 부류들에게는 도덕,윤리의 차원을 넘어 자신의 명예와 권력,부를 채우기에만 혈안이 되고 정작 챙겨야 할 민생은 외면하기 때문이다.도덕,윤리,정의,상식 모두가 인간이 갖추어야 할 덕목이고 정착이 되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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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미, 칠월의 솔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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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간 어린시절엔 조부모님,부모님,동네어른들,친구들 모두가 영원히 함께 살아가리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시간과 세월,시대의 흐름 모두가 정지되어 꿈과 희망을 찾아 가고 사랑과 우정을 녹슬지 않도록 오래도록 유지하고 싶었다.산과 들판으로 둘러 싸인 시골 마을에서 제법 큰 도회지로 나오고 또 다시 서울 한복판으로 출세를 하였다.내가 어린시절 품고 있었던 소박한 꿈은 변화를 해야만 하는 시대의 흐름과 내 자신의 각성 및 인지 앞에서 무너지고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야 하고 스스로 길들여지도록 동화되어만 갔던 것이다.단잠과 같이 꿀맛 같았던 어린시절은 문명적으론 살아가기가 꽤 불편한 점도 있었지만 오손도손 정을 나누면서 자급자족하던 이웃 사람들과의 시래기맛 나는 구수한 인연은 도시화,산업화가 되면서 희미해져만 간다.내 삶의 방향과 DNA기질,품성을 낳아 준 그 본향은 빛바랜 고서와 같기만 하지만 들춰보면 꼭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잔병치레를 유난히 많이 했던 나는 00소아과에 돈을 뿌리면서 대신 면역기능이 좋아져 지금까지 커다란 질병이 없이 사는 게 나에겐 행운이라는 생각을 한다.일찍 남편을 잃고 7남매를 억척스레 보살피고 키우던 고모님은 먹고 살기가 힘든 것도 힘들었지만 먹었던 음식에 체하여 사경을 헤맨 적이 있다.할아버지,할머니,남동생인 아버지는 딸이요 누나인 고모가 나을 수 있도록 온갖 약과 정성을 쏟아 죽을 운명에서 오래 살 운명으로 바뀌었다.지금은 90이 가까운 나이이지만 정정하고 잘 드시고 여기 저기 딸네집을 전전하면서 인생후반부를 후회없이 사시는 것 같다.또 하나 내 나이 열살 무렵 객지에서 그릇 장사를 하시던 아버지께서 나를 비롯한 가족을 남겨 놓고 본가에 계시는 조부모님 문안을 드리러 가는데 마침 기차 좌석이 없었던 것이었는지 맨 뒤칸 문틈에 기대여 젊고 활력있는 목소리로 "아빠, 잘 다녀 올게"라는 사십대 초반의 모습이 돌아가실 무렵에는 이가 거의 망가지면서 홀쭉이가 되시고 숙환으로 어머니 무릎에 기댄 채 운명을 달리하셨다.

 

 글은 잘 살고 화려하고 잘 나가는 주인공의 삶보다는 그늘진 곳에 소외되어 살아가는 일반 서민들의 가엾은 삶을 작가의 경험과 상상력을 가미하여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독자들로 하여금 찡한 여운과 생명력 넘치는 환희를 동시에 맛보게 해주는 것이 살포시 미소가 나오며 공명을 느끼게 한다.살아가는 서민들의 삶 속에는 아픔과 상처,번민과 고뇌가 묻어 난다.시간이 흐르고 되돌아 보면 지금의 시련과 고난과 비교하여 대수롭지 않았던 일인데 '당시엔 왜 힘들다,괴롭다,막막하다'라고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 있었을까라고 스스로 성찰하기도 한다.이러한 사연들이 그리 멀지 않은 과거이고 과거였기에 손을 내밀면 바로 잡힐 것 같기도 하고 꿈 속에선 내 자신이 그 모습,그 자리에 우뚝 서 있기만 하다.현실로 돌아오면 괜한 생각,덧없는 세월을 한탄했구나라는 각성이 일기도 한다.다시 올 수 없는 지난 시절을 아픔과 상처,회한과 우울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는 김연수작가의 <사월의 미,칠월의 솔>은 총 11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 모음집이다.

 

 사십대 초반의 김연수작가는 남성적인 육중한 문체보다는 섬세하고 감성적인 문체를 선보이고 있다.소리나지 않게 잔잔하게 내리는 사월의 빗소리는 음계 '미'로 들렸고 칠월의 비는 장대비와 같이 뚝뚝 떨어지는 '솔'로 들렸을 것이다.제목에서 다가오듯 창가에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지난 시간과 세월을 음미하는 글 속의 인물들의 사연 만큼이나 애잔하고 촉촉한 느낌을 안겨 준다.사랑과 실연,삶의 고통과 회한에 대한 기억의 편린들이 당시에는 어떻게 오고 갔는지 모를 정도였지만 지나고 보면 인간의 성장 과정에 꼭 있을 법한 이야기이고 사연들이다.작가는 이념과 사상에 의한 월남한 작가의 얘기와 죽음을 노 전(前)대통령 추모와 섞어 들려 주기도 한다.개인의 아픔이 아닌 국가의 몸뚱이가 흔들리는 아픔을 동시에 맛보게 하기도 한다.인상 깊은 소설은 주쌩뚜디피니를 듣던 터널의 밤이다.작고한 엄마의 음성을 기억하고 추억을 맛보기 위해 남동생과 안산 터널을 야밤에 쌍라이트를 켜고 그곳을 찾아 가는 여정에서 엄마의 존재는 참으로 위대하기만 하다.그리고 방화범인 청소년 동욱의 빗나간 삶을 작중 화자인 담임이 교도소에서의 만남과 격려 그리고 착실하게 교도생활을 하면 밝은 내일을 재기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멘토에서 그래도 삶은 차갑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되었다.

 

 소설 11편 모두가 잔잔한 정중동의 모습이 연상된다.기쁨과 슬픔,만남과 이별 그리고 다시 만남,기억과 추억의 소야곡들이 구슬프게 전해지는 것 같다.그리 멀지 않은 1990년대부터 근자에 이르는 이야기를 개인과 사회의 모습을 교차시키면서 들려 주고 있다.김연수작가는 직접 만나 뵙지는 못했지만 천상 이야기꾼이 아닐까 한다.마치 범생이 강의 내용을 메모지에 빼곡하게 정리해 나가는 모습이 연상되고 이를 다시 길게 해석하고 기술하는 스토리텔링의 파워풀한 힘을 느끼게 하였다.당시엔 다하지 못한,할 수 없었던 말과 행동,눈빛을 솔직하고 담담하고 자연스럽게 진실로 그때의 삶을 사랑했고 사랑한다 말해야 한다고 김연수작가는 5년간의 글쓰기 작업 속에서 하고 싶었던 진심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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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 도조 겐야 시리즈
미쓰다 신조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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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회가 이성과 논리를 중시한다해도 인간의 정념 속에는 비과학적이고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지만 어딘가에 의지하고 싶은 대상이 있을 것이다.우환이 끊이지를 않고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무속인을 찾아가 뒤풀이를 한다든지 액땜을 위한 가르침을 받기도 한다.또한 사람이 죽으면 육신은 풍화 작용에 의하여 사라지지만 영혼은 남는다는 믿음은 아직도 갖고 있다.생전 원한을 안고 간 사람은 죽어서도 후손들을 해꼬지 한다는 생각마저 갖고 있기에 죽은 조상에 대해 제사와 명복,한풀이 등을 하여 후손들에게 불길한 일이 생기지 않고 안녕과 행운을 기구하기도 한다.

 

 흔히 꿈 속에서 죽은 조상이 소복을 입고 나타난다든지 어떠한 일로 가위눌림을 당한다든지 하면 다음 날 몸과 마음이 찌뿌듯하면서 일진이 좋지 않을 때가 있다.이것은 자신의 현재 상황과 상태를 잘 보여 주는 것이라고 판단이 들지만 예기치 않은 흉몽 속에는 미래에 대해 막연한 불안감을 암시하는 경우가 있다.그러하기에 생전 잘 대하지 못한 조상에게는 마음으로나마 정성을 다해 제례를 지내고 마음으로 용서를 구하면서 조상의 원혼이 후손에게 다가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 삶의 지혜가 아닐까 한다.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을 읽기 전에 상기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일본인에 의해 일본인의 인습과 정념을(인위적이지만) 배경,사건,인물들을 교차식으로 잘 배열하여 흡인력과 긴장감을 한껏 부풀게 하는 마력이 이 글 속에는 잘 담겨져 있다.일본은 지신과 곡식,물신 등을 아직도 숭배하는 경향이 짙은 것 같은데 이번 작품 속에는 기우제와 관련한 수신(水神)인 미즈치에게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물의 재앙의 여부를 알 수가 있는 매우 흥미롭고 감칠맛 나게 명탐정과 조수를 등장시켜 스토리를 원활하게 이끌어 가는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미쓰다신조(三津田信三)의 작품은 <염매처럼 신들리는 것>을 읽으면서 일본의 무속신앙과 관련한 이야기를 향토문화적인 차원에서 잘 엮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러한 무속신앙이 일본인의 뇌리에 아직도 견고하게 심어져 있다는 것을 실감했는데,이번 작품과 견주어 볼 때 공통점이라고 하면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산골마을인 점과 재해 및 재앙과 관련하여 정념상의 신(神)적인 존재에게 잘 대해야 한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다.미쓰다 신조작가는 일본민속신앙에 대해 많은 조사와 연구,통찰력 있는 스토리텔링을 갖추고 있다는 판단이 강하게 일었다.

 

 일본의 나라현의 작은 마을(네 곳)과 신사,그리고 배례 등을 관장하는 신관,하인과 같은 다양한 인물,미즈치와 같은 정령의 신(神) 등이 스토리를 이끌어 나간다.어느 나라에서든 비가 오지 않으면 기우제를 지내게 되는데 이것은 수리(水利)조합에서 담당을 하고 사요촌,사호촌,모노다네촌,아오타촌에는 각각 미즈시 신사,스이바 신사,미즈치 신사,미쿠마리 신사가 자리 잡고 있다.재해를 예방하려면 신사에서 감의 및 증의의식을 거행을 한다.신을 모시는 의례인 만큼 정성을 다하고 소홀함이 없어야 신으로부터 노여움과 재앙을 받지 않는 것이다.

 

 명탐정 도조겐야는 작가이면서 민속탐방이 전문이고 출판사 편집인 시노가 바늘과 실처럼 신사의 의례,신관 연쇄살인사건을 추리하고 말끔하게 정리하여 연쇄살인범이 누구인가를 가려낼 수 있는 단초를 만든다.등장인물이 참 많다.일본이 만주에서 패배하여 도망쳐 온 쇼이치 일가가 신사(神事) 및 신관들과 얽히게 되고 외눈 광에 갇히기도 하며 연쇄살인의 용의자로 떠오르기도 한다.온통 산으로 둘러 싸여 있는 네 곳의 마을과 신사 그리고 산정에 자리잡은 진신호수가 있다.진신호수 밑바닥에는 미즈치신이 가라앉아 있는데 그의 비위를 못맞추게 되면 가뭄과 재앙을 안겨 주는 공포와 경원의 대상이기도 하다.신사에서 의식이 일어나던 때에 신관들이 연쇄적으로 죽어 나가는데 과연 연쇄살인범은 누구일까.

 

 머리가 잘려지고 전율감이 일도록 빨간 띠가 대롱대롱 달려 있는 등 을씨년스럽고 공포스럽기만 하다.오랜만에 기우제가 열린 나라현의 산골 오지마을에서 연쇄살인이 일어나고 명탐정 도조겐야의 추리력과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제10회 본격미스터리대상 수상작인 <미즈치처럼 가라앉는 것>은 일본 민속신앙을 이해하기에 충분하고 스토리의 전개도 흡인력 있게 빨려 들어가는 묘한 마력이 있어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정념의 신을 소홀히 하게 되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은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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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경영학자는 지금 무엇을 생각하는가
이리야마 아키에 지음, 김은선 옮김 / 에이지21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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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학은 경제학에서 파생된 실천적이고 현장감 있는 분야라고 생각한다.경제학이 이론의 총아라고 한다면 경영학은 경제학을 바탕으로 실제 시장에 현장감과 현실성에 맞게 적용하는 분야라는 것이다.그래서 경영학은 아직도 학문적이라기 보다는 시장경영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는가에 초점을 맞추어 나가야 한다고 본다.경영자이든 기업가이든 경영이 추구하는 목표와 구체적인 회계관리,인적관리,생산관리 등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꿰뚫어 보는 혜안과 직관력을 갖고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계경제는 언제 위기가 끝날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나라마다 지역마다 경제상황,형편,지수가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에는 실업자수가 늘어가고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도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게다가 정부는 세수를 메꾸기 위해 공과금을 연례행사마냥 인상하고 각종 세금명목을 만들어 국가자산을 늘리려 하고 있다.개인의 경제소득이 늘지 않는 상황에서 각박하고 힘든 부류는 서민들이 아닐까 한다.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하우스 푸어,에듀 푸어가 생겨 나고 있다.뭔가 속시원한 경제탈출 해법이 현실화 되기를 바래본다.

 

 젊은 경영학자 이리에 아키에저자는 자신만의 경영학적인 생각을 담담하게 들려 주고 있다.현대경영학의 대부 피터 드러커의 이론마저 미국에서는 더 이상 경영바이블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인기가 없다고 한다.즉 피터 드러커의 이론은 비과학적이라는 것이다.이리에저자는 시시각각으로 변해 가는 경영세계에 대해 두 가지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데 다음과 같다.첫 번째는 일선에서 해외 비즈니스 스쿨의 교수가 경영학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지,경영에 관해 어떤 의문을 품고 있으며 그것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그리고 그 연구 성과는 과연 유용한 것인지 등에 관한 지식을 알려야 할 필요성을 느꼈으며 두 번째는 대다수가 막연하게 상상하는 경영학과 세계의 경영학자가 발전시켜나가고 있는 경영학 사이에 큰 차이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으로 보여진다.

 

 경영은 주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활용되어야 하기 때문에 진부하고 난해한 이론보다는 비즈니스맨들이 알기 쉽게 활용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하는 실용적인 분야이다.경영학에서 다뤄지는 경영전략론,조직론,국제경영론,기업가정신 등의 분야로 이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지향하기 위해서는 경영이론의 발전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가 아닐 수가 없다.이렇게 경영이론을 확립하게 위해서는 실험적인 생생한 시장체험과 같은 과정이 필요하다고 본다.이를테면 회귀분석이든 벤치마킹과 같은 것이다.나아가 M&A(기업흡수합병)과 같은 기업간의 합병이 많은데 같은 분야,전혀 다른 분야의 회사끼리 합병하는 경우를 말하고 있다.요즘 잘 쓰는 콜라보레이션이 바로 그것인데 동종기업간의 합병보다는 이종기업간의 합병이 경영면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높지 않을까 한다.

 

 경영학에는 3대 유파가 있다.경제학 유파,인지심리학 유파,사회학 유파가 있다.그런데 근자에는 경영학자들간에 '소셜'을 중요한 연구 과제로 여기고 있다.이것은 사회학 유파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경영학자들은 사회학에서 발전시켜 온 이론을 바탕으로 사람과 사람 또는 조직과 조직의 사회적 관계를 통계분석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나아가 소셜은 개인이나 기업의 성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사회적 자본,관계성의 소셜 네트워크,구조적 소셜 네트워크라는 세 가지 개념이 서로 상관관계에 놓이면서 경영인,기업인은 이를 백퍼센트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기업가정신 활동의 국제화를 촉진하는 요인으로 '초국가 커뮤니티의 대두(大頭)'라는 것이 글로벌 경영학자가 주목하는 있는 연구 과제이기도 하다.이들은 주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해외 스타트업기업에 투자하고,특정 지역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본질을 지닌 기업가정신 활동이 국제화되는 것이 본질과 현상이 모순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배경에는 초국가 커뮤니티의 발전이 있고,초국가 커뮤니티를 통해 사람 안에 내재된 지식 및 비공식 정보가 국경을 넘어 순환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의 최고 CEO를 비롯한 기업과 조직원은 경영혁신에 바탕을 두고 시장개척을 하되 제품을 시장에 내다 판다는 의식을 넘어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면밀하게 조사하고 분석하면서 '틈새시장'을 노려야 치열한 경영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고 본다.경영인은 시장 구석구석에 대한 통찰력과 기민성,직관력을 갖어야 한다고 생각한다.틈새시장,소셜네트워크,기업인수.합병,기업의 다각화 모두 필요하지만 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간다는 생각과 마인드를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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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주의 인물
수잔 최 지음, 박현주 옮김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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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완전 범죄자와 용의자 사이에 놓여 있는 요주의 인물은 흔히 블랙리스트에 오른 사람이 아닐까 한다.요주의 인물은 인간관계가 매끄럽지 못해 자기 주관적이며 홀로 있기를 자처하는 사람이라고 본다.자신의 속내를 드러내 놓지 못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셈하기에 대인관계의 폭이 넓지 못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내 주위에 이러한 사람,인물이 있다고 한다면 우선 껄끄러워 가까이 하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굳게 닫힌 마음과 자기위주의 독특한 발상과 우월적인 행동을 갖고 있으니 자연 부담스럽기만 할 것이다.그래서 인간관계가 간혹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는 엔진오일을 간 자동차와 같이 잘 굴러갈 수가 있다는 생각마저 들게 한다.

 

 수잔최작가는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한국인 아버지와 러시아계 유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스토리의 전개를 절묘하게 짜맞추고 있다.한국인 아버지와 같은 동양계가 미국에서 어떠한 처지와 상황에 놓여 있는가를 간접적이나마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미국에는 다양한 종족과 언어가 살아 숨쉬고 있고 정치선진국을 자부하고는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표면적인 모양일 뿐이다.미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재미교포의 경우 직.간접적으로 인종차별을 느꼈으리라 짐작한다.미국이 건국되기 전 영국 청교도이 신대륙을 침입하고 원주민 인디언마저 오지로 추방하고 살육하는 등 쓰라린 미국역사를 비롯하여 청교도세력이 특히 종교적인 면에서 우월적인 자부심과 드러내 놓고 있다는 것을 주지하고 있다.게다가 미국은 총기사용이 자유로운 나라이다 보니 앵글로색슨족 이외 동양계,히스패닉계,흑인들에 대한 차별 아닌 차별로 인해 총기사용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곳이다.

 

 한국에서 30대에 미국으로 유학 온 주인공 리는 젊고 인기 많은 핸들리 교수가 사제 폭탄물을 실은 작은 상자를 든 순간 핸들리는 폭발에 의해 즉사하고 옆방 연구실에 있던 리는 폭발과 폭음에 의해 반죽음의 상태에 놓이게 된다.폭발물 사건을 두고 FBI 연방수사국 요원들은 과연 편지와 폭탄을 누가 보냈을지를 놓고 탐문을 벌이게 되는데 리를 요주의 인물로 몰아가게 된다.리는 일본인 전처와 동료교수의 아내를 탐하는 등 원만한 결혼생활을 이어가지를 못하고 교수진들 사이에서도 경원시하게 된다.리는 짧지만 가깝게 지내던 게이더를 폭발물을 보낸 자로 요원들에게 털어 놓는데 게이더는 평소 광적인 청교도주의에다 아전인수격의 성격을 지녔다는 것이다.반대로 리가 게이더의 아내 아일린과 성관계를 갖고 아이까지 낳았으니 게이더는 리에 대한 분노와 원망이 컸을 것은 분명하다.다만 발신인이 누구인지는 모른 채 심증으로만 그를 용의자로 몰아가고 연방수사국 요원들은 리를 폭발물을 보낸 장본인으로 의심하게 되는데 읽어 가다 보면 스토리의 진행이 흐트러진 퍼즐을 끼워 맞추기라도 하듯 긴장감이 맴돌게 한다.

 

 수진최작가는 리가 미국에서 외롭고 융합되지 않는 교수간의 캠퍼스 생활과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을 촘촘하게 그려 나간다.일본인 미치코에게서 태어난 딸 에스더와 아일린에게서 낳은 마크의 비애에 가까운 삶의 단면을 잘 들려 주고 있다.리는 아일린과 결혼을 하자 마자 에스더를 친딸과 같이 키우게 되는데 그는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보여 주지 못한다.에스더는 친부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사춘기시 혼란을 겪으면서 힘든 생활을 보내고 마크는 태언난 지 30년이 지나 리와 상봉하게 되지만 진정한 혈육애를 느끼지 못한다.에스더와 마크는 주위에 친구는 있지만 가족의 부재를 몸과 마음으로 느끼면서 마음의 상처를 얼마나 입었을까.부모가 자식을 낳았으면 끝까지 책임지는 것이 마땅한데 그러하지를 못한 리는 아일린에게도 소홀하게 대한 점이 어찌보면 이기주의적인 인간이 아닐까 한다.

 

 폭발물 사건이 장기화되지만 결국 용의자는 화이트헤드로 밝혀지면서 리는 요원 및 행동대원들의 추적과 감시에서 벗어나게 된다.리가 사랑했던 아일린,동료교수였던 게이더 모두 이 세상을 떠나고 이제는 자신의 씨로 낳은 아들 마크와 딸 에스더를 만나 없던 정을 만들어야 하고 사랑을 쌓아 나가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마크와 에스더에겐 아버지의 정을 무척 갈망하고 있을 것이다.70대로 넘어가는 리에게는 지나온 시간과 세월을 성찰하면서 대학교수라는 지성이 아닌 인간적인 감성과 따뜻한 영혼을 자식들에게 베풀어야만 할 것이다.이방인으로서 타국에서 겪은 말못 할 차별과 경시를 떠나 인간이 어떻게 처신해야만 하는가를 교훈으로 삼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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