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풍론도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권남희 옮김 / 박하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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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히가시노게이노작가는 소재의 다양함과 글의 전개력,장르문학에 매우 탁월하다는 생각을 한다.그가 한국에 번역본으로 선보인 무수한 작품들 가운데 최소한 10권 이상은 읽었을 것이다.소재가 다양하고 추리,SF,스릴 등에 점입가경을 보여 주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노작가의 작품을 읽어 가다 보면 임팩트한 소재,사건 전개,론도(원무과 같은 경지)와 같은 롤러코스트의 경지를 마음으로 느끼게 한다.즉 군더더기가 없기에 생생한 무대배경,등장인물의 개성 등이 오래도록 남게 마련이다.히가시노 게이고작가도 이렇게 멋진 작품을 쓰기 위해 해당 분야에 대한 사전조사,연구,탐방,상상력과 통찰력을 십분 발휘할 것이다.

 

 '질풍론도' 말 그대로 전력질주하는 가운데 회오리 바람을 연상케 하고 여럿이서 재빠른 몸동작으로 춤을 추는 것을 연상케 한다.무엇이 질풍론도와 같은 상황을 연출케 했을까.히가시가와 게이고작가만의 독특한 소재에 인물들의 숨막히는 움직임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고 긴장감을 내려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스토리의 템포가 매우 빠르다.그래서 롤러코스트와 같은 스릴물의 전형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신의 재능을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해 불합리하다고 판단한 구즈하라는 의과대학 감염증 연구소에서 생물병기를 빼돌려 설산의 스키장 활주 금지구역에 가서 눈속을 파서 생물병기를 집어 넣고 발광 다이오드가 생성하는 테디 베어를 너도 밤나무에 걸어 놓고 귀경하게 되는데,그의 차를 추돌한 차로 인해 병원으로 이송되던 중 사망하게 된다.한편 다이호대학 감염증 연구소에서는 생물병기가 도난 당한 것을 발견하고 범인을 구즈하라로 지목하게 된다.그의 죽음을 접하면서 가방에서 발견한 디카사진을 토대로 테디베어가 있는 위치를 추적해 나가는데 바로 구리바야시와 그의 아들 슈토(秀人)가 일본 중부지방 시라다케산 사토자와 온천 부근으로 직행한다.

 

 심설과 압설,스키 플레이트,폴,스노보드,갤렌데가 잘 갖춰진 스키장은 인산인해이다.겨울방학을 맞이하여 스키,스노보드를 배우러 온 학생 및 일반인들의 발길을 끊이질 않는데 겔렌데를 활주하고 활강하는 인파 속에서 활주 금지구역에 우연히 들어간 중학생이 테디 베어를 발견하여 누군가에게 주고 만다.이러한 가운데 구리바야시는 스키장 구조요원들에게 사정을 전하고 테디 베어 및 생물병기 찾기에 주력하는 한편 감염증 연구소 소장으로부터는 집요한 수색과정을 질문받게 된다.구리바야시는 뭔가 단서가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간구하게 되지만 모두 허사가 되고 만다.그런데 단서는 그의 아들 슈토로부터 듣게 되면서 스토리는 마치 롤러코스트와 같이 수상 스키를 멋지게 타는 것과 같다.

 

 구조요원은 스키 놀이를 끝낸 한 가족을 찾기 위해 '나고야(名古屋)'행 고속버스를 추적하면서 테디 베어를 찾아 냈고 생물병기를 찾기 위해 나고야행 가족과 다시 스키장으로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테디 베어를 발견하여 건네준 장본인도 찾아 내고 활주 금지구역을 샅샅이 뒤져 생물병기를 찾아 내고 말았던 것이다.집요하고 끈질기게 탐문하고 추적한 끝에 구리바야시 아들인 슈토가 만난 중학생 동료 덕분에 테디 베어 및 탄저균으로 알려진 K-55 생물병기를 찾아 낼 수가 있었던 것이다.비록 이야기이지만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했다.인명 살상에 영향을 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탄저병은 옛날부터 알려진 병이다.보통은 가축이나 야생동물이 탄저균에 오염된 풀이나 토양을 섭취하여 감염된다.인간 감염은 그런 동물이나 그 고기,모피에 접촉한 경우에 일어난다.균의 침입경로에 따른 발병 유형에 따라 피부 탄저병,장 탄저병,폐 탄정병 세 가지로 나뉜다.다만 인간에서 인간으로 감염되는 일은 없다. - P33

 

 2001년 미국에서 탄저균 테러 사건이 일어나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우편물을 분리한 사람들까지 피해를 보면서 전 세계적으로 탄저균에 대한 경계심이 한층 강화되었다.히가시노 게이고작가는 이를 놓칠세라 '질풍론도'라는 작품을 만들어 탄저균에 대한 환기와 주의를 주고 있는 셈이다.히가시노 게이고작가도 스스로 놀랍다고 자탄한 '질풍론도'는 한겨울 대목을 맞고 있는 심설의 스키장을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이 계절에 제격이고 안성맞춤인 작품이라고 찬탄해 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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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수 같은 이웃집 탐정 이카가와 시 시리즈
히가시가와 도쿠야 지음, 신주혜 옮김 / 지식여행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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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가시가와 도쿠야작가는 유괴,밀실,살인,시체에 대한 작품을 많이 쓰는 걸로 알고 있다.몇 년 전에 읽은 <시체를 여기에 버리지 마세요>라는 작품을 통해 작가의 문체를 알게 되었다.심오한 내용이 담겨져 있는 생각하면서 읽어 가다 보면 약간의 유머와 재치도 담겨져 있고 추리소설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트릭(Trick),반전도 있어 읽는 재미,추리를 동시에 느끼게 하는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개인적인 생각인데 일본인의 의식 구조 안에는 축소지향의 생각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협소한 밀실(密室)에서 벌어지는 유괴,살인,의문의 시체는 마치 잘 짜여져 있는 각본과 같고 이를 풀어 나가는 탐정,형사들의 발빠른 움직임 속에서 독자는 누가 범인인가를 스스로 알아 맞추게 되는 퍼즐과 같은 형식을 띠고 있다는 점도 특징이 아닌가 싶다.

 

 제목이 '웬수와 같은 이웃집 탐정'이라고 했지만 읽어 가다 보니 웬수가 아닌 실과 바늘과 같은 관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작품이다.길지 않은 5편의 이야기들이 저마다 특색이 있다.예리하고 통찰력 있는 작가의 경험을 충분히 살린 5편의 이야기 안에는 일본인들의 샤머니즘,토템 신앙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되었다.여명(黎明)이라는 5층 건물의 소유주 아케미와 그 건물에 세들어 있는 사립탐정 우카이 그리고 그의 조수 류헤이가 5편의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다.진지한 내용보다는 가벼우면서도 일본인다운 소설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고도 남았다.

 

 사립 탐정 사무실이 있는 건물 근처에서 머리를 벽에 부딪히고 죽은 사람에 대한 수수께끼와 같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놓고 다양하게 추리하는 우카이와 아케미 그리고 주변인물들의 증언들을 종합하면 사고사를 가장하여 보험금을 타내려 했고,하얀 케잌과 같이 두꺼운 눈 속에서 사체로 변한 교수의 의문사가 발생하면서 한 여인의 불륜 조사의뢰가 진행되던 중 한 교수의 죽음은 탐정의 주특기인 사진 트릭에서 범인이 누구인가를 알아내게 되었는데 '찰칵찰칵' 찍은 사진들을 파노라마와 같이 전개해 보니 빼도 박도 못하게 범인을 찾아 내었던 것이다.한 사당(신사)에서 발생한 이카가미 일족 살인사건을 둘러 싸고 사당지기이면서 아르바이트 여대생에게 시체를 본 자세한 정황 탐문과 궁사인 긴조 장남의 여친의 남자 관계,과거이력 조사를 의뢰 받는다.재미있는 것은 이카가와라는 지방이 일본에서 사투리가 심한 모양인지 신주혜번역가는 경상도 버전으로 옮긴 점이 인상적이다.

 

 '죽은 사람은 한숨을 내뱉지 않는다'는 한 시청직원이 바위에서 굴러 떨어져 죽게 되는데 그 광경을 한  소년이 목격하면서 탐문이 이어진다.야간에 일어난 사건으로서 한여름 날 냇가에 다슬기가 반딧불 빛을 보고 돌맹이 위로 몰려 든다고 하는데,시청직원은 반딧불을 잡아 입 안에 넣고 도망치다 바위에서 굴러 떨어지면서 한 소년이 빛을 보았다는 오컬트적인 요소가 물씬 풍기는 이야기이다.마지막 '204호는 불타고 있는가?'는 화재현장인 204호실에서 사체가 발견되면서 수사,탐문이 진행된다.그런데 시체의 가슴에는 칼이 꽂혀 있으며 우카이와 아케미는 머리를 짜낸 끝에 내린 결론이 러브 신을 가장한 남녀 1인 2역을 한 장본인이 범인으로 판명된다.

 

 우카이는 사립 탐정으로서 경우에 따라서는 톡톡히 수임료를 받기도 하고 진지하고도 자세하게 추리를 이어가는 탐정 해설가와도 같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건물 소유주인 아케미와는 웬수가 아닌 명콤비로서 사건의 본말을 수미일관 의기투합하고 있는 멋진 관계로 이어져 나간다.우카이에게는 직업상 탐정사업 7대 도구를 늘 지참하고 있는 탐정의식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이 특색이다.지루하지 않고 재미와 흥미,일본인의 의식구조를 엿보게 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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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살림)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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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어떻게 될 지 모르는 것이 사람의 일이고 사람의 운명이 아닐까 한다.잘 나가는 사람이든 그렇지 않은 사람이든 사람의 앞길은 짐작은 가능하지만 에리하게 적중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그래서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다양한 소재와 등장인물들이 나오게 되는데 때론 특이한 소재와 스토리를 접하게 되면 집중과 몰입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자주 접하지 못하기에 메마른 정서와 부족한 스토리 배경도 독서를 하고 난 뒤 다가오는 여운이 한정될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요즘 새삼 느끼게 한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 다가설 수 없는 남.녀간의 로맨스가 짜릿한 맛도 있지만 진한 감동과 여운을 안겨 주는 로맨스도 있다.어느 경우든 상황에 따라 안겨 주는 여운이 다를텐데 지체가 높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과의 관계는 쉽게 접착이 되지 않는다.단지 순수한 사랑이라는 생각과 믿음으로 하나가 되는 경우가 흔치 않다는 세태를 반영하기도 한다.또한 어느 나라이든 경제위기가 계속되면서 생계를 위해 살아가려는 일반인들의 각박하고 치열한 삶의 현장이 남일 같지 않게 다가오기도 한다.

 

 <미 비포 유>는 보기 드문 감동을 안겨 주는 로맨스 이야기이다.흔히 사랑하는 사람을 곁에 두고 지금 자신과 오랜 시간을 함께 하는 사람에게 뜻모를 연정과 사랑을 느낀다면 미래를 언약한 애인은 어떠한 생각을 할 것인가.물론 공과 사는 구분하여 사람을 대하겠지만 인간의 마음이라는 것이 다양한 요소,변수에 의해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에서 내가 헌신하여 사랑한 사람이 딴 사람에게 마음을 둔다는 것을 감지할 때 다양한 반응이 나올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질투만 보일 뿐 애인을 믿고 맡기고 별다른 풍파는 없어 다행이었다.

 

 이 글의 주인공 루와 윌은 가문과 환경,신분이 완전 다른 경우이다.루는 할아버지를 비롯한 대가족이 한지붕에서 살아 가고,윌은 치안판사의 가문으로 신분과 경제력으로 남부러울 것 없다.그런데 윌은 삼십대 중반의 나이에 모터 바이크 사고를 입으면서 사지마비의 환자가 되고,루는 미용사 일이 안되어 실직한 상태에서 윌의 어머니의 요청(따뜻하고 수다스럽고 활기에 차기를 바람)에 따라 6개월간 루의 정신적 삶을 기적과 가능성이 충만한 세상으로 바꿔 줄 중대한 임무를 맡게 되었다.삼십대 중반의 남자 윌 이십대 후반의 루는 누가 보면 마치 연인으로 착각할 정도의 나이임에 틀림없지만 하나는 환자,하나는 병수발을 거드는 간병인의 처지이다.특히 루가 받는 급료는 가정의 생계에 절대적이다.

 

 한편 루는 7년간 트래픽이라는 남자와 교제를 하고 있음에도 결혼 날짜를 잡지 못한 채 엉거주춤한 상태이다.트래픽이 하는 일은 바이크 대회 및 달리기 대회에 자주 출전한다.그가 출전하는 대회에 관전해 줄 것을 루에게 요청하지만 루는 윌의 간병에 최선을 다한다.루의 컨디션,마음 속을 읽어내면서 가능한 비위를 맞추는 일이기에 초보자로서는 심적이 부담이 클 것이다.루는 힘든 일은 동료 네이선에게 맡기고 자신은 힘이 덜 드는 정신적 상태를 체크하고 보고하는 식이다.때론 루의 마음을 달래고 심적인 변화를 찾기 위해 이곳 저곳을 데려다 주기도 한다.그러는 가운데 루는 인터넷에 접속하여 사지마비와 연관된 단어를 찾고 사지마비 환자에게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가를 유경험자와 메일을 주고 받기도 하는 나름대로의 정성을 기울인다.그리고 간병인 계약기간 6개월이 다가올 무렵 루,윌,네이선은 마다가스 동쪽에 있는 모시셔스 섬으로 요양 여행을 떠난다.숨막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지내온 이 세 명은 모리셔스 여행은 심신에 활력을 더해 주었으리라 생각한다.특히 윌의 정신적 상태가 한층 호전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모리셔스 제도(諸島)

 

 그런데 윌은 자신의 삶이 무의미하고 건강을 되찾을 수 없다고 비관한 나머지 자살을 기도하면서 윌은 스위스에서 생을 마감하려고 하면서 루가 곁에 있어 줄 것을 간청한다.루의 집안에서는 그녀의 스위스행을 결사반대하지만 윌의 뜻을 저버릴 수 없어 스위스로 떠나고 그곳에서 윌과 재회를 한다.모든 일이 윌의 뜻에 따라 이루어졌다.그가 루에게 남긴 편지에선 루가 지금보다 자유스럽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면서 그간 루가 그에게 보여 주었던 '자신의 인생을 크게 변화시킨 보답'을 해주면서 잘 살아 가기를 기원한다.잘 생기고 잘 나가던 윌의 삶에 폭풍이 불어 닥치면서 루와 윌의 만남은 우연찮은 인연,관계로 이어지면서 진실된 사랑이 무엇인가를 루는 윌에게 전하려고 했던 것이다.진부한 표현이지만 사랑은 신분을 뛰어넘는 고귀한 것이라는 것을 일깨워 준 멋진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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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정신 - 세상을 바꾼 책에 대한 소문과 진실
강창래 지음 / 알마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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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0년대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라는 코너가 모방송국에서 인기몰이를 하면서 독서의 저변화를 꾀한 적이 있었다.매주 1번씩 방송되는 프로그램이었지만 그 시간이 기다려지곤 했다.또한 그 주에 선정된 도서는 꼭 읽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엄선하였기에 머리 속에 저장하고 또는 간단하게 기입해 놓았다가 기회가 닿으면 구입을 한다든지 또는 빌려서 읽곤 했다.당시 인상적이고 부러웠던 점은 방송 현장에 등장했던 게스트들의 독서력이 대단했는데 어떤 분은 속독력을 현장에서 테스트 받아 그 결과에 대해 사회진행자가 읽은 내용에 대해 확인을 했는데 놀라우리 만큼 거의 정확했다는 점이었다.일반인 특히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사람은 그러한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수준에 맞고 필요한 도서를 꾸준히 읽어 가다 보면 세상을 보는 안목과 통찰력이 증대된다는 점은 부인할 수가 없다.책을 몇 년간 꾸준히 읽어 오면서 내용정리,서평 등을 다는 것도 생각의 힘과 비판력,논리력이 좋아지기에 사회생활을 더욱 윤택하게 해주고 정신적으로는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다양함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다는 점에서 독서의 힘은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데 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연간 신간이 4만 건이 넘는다고 한다.실로 출판문화의 전성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신간으로 세상에 나와 빛을 발하고 있는 도서는 과연 얼마나 될까.어떤 도서가 되었든 전문가에 의해 쓰여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편향적인 독서력으로 인해 대부분의 도서는 출판공장 창고에 잠자고 심할 경우에는 파쇄기로 쓸려 가는 불운한 운명을 맞기도 한다.그러한 의미에서 1990년대와 같이 언론사를 비롯하여 공익단체에서 꾸준하게 독서의 필요성과 독서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독서행사,모임 등이 계속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또한 IT산업의 발달에 따라 SMS 및 스마트폰을 이용한 독서 전 및 독서 후의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의미없는 시간 때우기,수다떨기와 같은 시간낭비성 SMS나 스마트폰 활용보다는 책과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풀어 가는 것이 독서의 저변확대와 문화생활을 넓혀 가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메타북은 책이란 무엇인가,책을 읽는다는 행위는 무엇인가,그리고 책에 담긴 내용인 '생각'의 정체는 무엇인가를 다룬다.(중략)메타북은 책의 내용이 담기는 그릇으로서 언어의 정체를 밝힌다.그리고 책은 문자문화의 핵심이지만 구술(口述)문화와 비교할 때 그 정체가 더 잘 드러난다.빛이 어둠과 비교될 때 가장 잘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다.이런 종류의 메타북은 주로 수천 년에서 수만 년에 걸친 거시적인 역사를 다룬다. - 본문 -

 

 이렇게 메타북의 의미를 정확하게 인식을 하여 책에 담긴 내용과 언어의 정체를 밝힘으로써 독자의 정신적인 인식과 사유의 힘,도서의 역사를 살피면서 생각과 언어의 정체가 무엇인가를 파악할 수가 있어 독서의 가치가 증가되리라 기대한다.언어로는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을 수 있는 것들에 대해 문자로 표기된 도서 안에는 구체적인 기록과 증언을 비롯하여 당대 바깥으로 표출할 수 없었던 개인 및 사회상을 바르게 재인식하면서 역사적인 오류와 실수는 재발하지 않도록 환기시켜 주고 다가올 미래에 대해서는 분석과 통찰이라는 시각으로 문명을 한층 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되어 주리라는 생각을 한다.그래서 책의 역사,책이 담고 있는 정신은 한 개인의 정신력을 고양시키는 것을 떠나 전세계,전인류의 문명발전의 바로미터가 되어 주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20세기 이데올로기 책을 학살하다>를 통해 강창래저자를 알게 되었다.이번 <책의 정신>은 앞의 내용을 보강하고 있는데 시선을 집중시키는 내용들이 많다.국가권력에 의해 통제.검열되었던 도서의 수난과 세인의 관심에서 사라진 도서들이 과학혁명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또한 고전에 대한 재해석과 본성과 양육에 대한 인간의 오해,책의 학살에 대한 역사적 배경과 사건 등을 차례대로 서술하고 있다.특이한 점은 각장의 사건,에피소드와 관련하여 역사적인 삽화를 도입하여 읽는 재미와 이해력,공감력을 돋구고 있다는 것이다.도서는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기도 하고 당대의 국가의 통치술과 정권행사를 행하고 문명의 발전,철학적인 인문사상을 발전시키는 데에 있어 매우 귀중한 자료임에 틀림없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책을 쓰는 저자에게는 도서의 판매부수에 따라 수입이 좌우되는데 저자는 김훈의 <자전거 여행> 서문을 본떠 '사람들아 새 컴퓨터 하나 사게 책 좀 사봐라'라고 프롤로그를 대신하고 있다.이 글을 읽는 나에게는 보다 참신하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서평력이 향상되기만을 바라고 있다.

 

 군주의 힘이 막강했던 봉건주의 시대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책의 내용에 담긴 외설(猥褻)적인 부분에 대해 심한 검열과 통제가 이루어졌음은 주지하고 있는데 이는 천박하고 불경스럽다고 느끼는 언어문화,사회인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싶다.특히 한국의 경우에는 유교문화권 및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외설적으로 느껴지는 성의 표현 및 성의 표현물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엄한 단속.검열.구속 등이 이어지곤 했다.(개인적으로 볼 때) 유교권인 동북아 3국(한.중.일)가운데 한국이 가장 성문화에 대해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이와 견주어 중국,일본의 경우에는 성문화의 개방이 한국보다 많이 앞서 있다.인간의 성행위가 인간의 본능에 가까우면서 자연스러운 행위이다.중세의 '엘로이즈 이야기'는 중대 최대의 연애사건으로서 가정교사와 학생의 아슬아슬한 러브 스토리이다.신분의 차이로 인해 둘은 결합을 못하고 만다.글에 등장하는 삽화들은 현대적인 관점에서 보아도 매우 파격적이기만 하다.저자는 전쟁의 참혹상과 누드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느 것이 더 외설적이고 참혹한지를 묻고 있는데 그림이 매우 섬뜩하기만 하다.

 

한편 1997년 한국에서는 장정일작가의 <내게 거짓말을 해봐>가 포르노그래피와 연관되어 음란성이 문제되었다고 하는데 이를 두고 '예술이냐 외설이냐'를 놓고 분쟁이 일어났다 당시 강금실 변호사는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전략) 사회가 도덕의 이름으로 용인하는 범위를 넘어 육체의 이면으로 들어가 성관계를 헤집어놓거나,쾌감을 확장시키는 어떠한 실험적 시도도 통제의 뇌관을 건드리는 가장 위험한 행위가 될 것이다. - 본문-

 

 포르노그래피가 계몽사상을 일깨워 준 근대과학의 좋은 메타포가 되어 주었다.이와 연관지어 코페르니쿠스의 <천구의 회전에 관하여>는 과학사 및 일반 역사에도 자주 등장하는 통사임에도 불구하고 당시에는 잘 팔리지 못한 불운의 도서였다.당시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천동설과>과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은 매우 파격적인 우주과학 이론이고 파격적이었을 것이다.교황에 대한 신성모독죄에 해당하여 종교재판을 받기도 했다.나아가 물리학과 광학 이론으로만 알려져 있는 뉴턴의  <프린키피아>는 사회개혁을 갈망하던 계몽주의 사상가에게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뉴턴의 사회개혁 및 계몽사상이 후일 존 로크,볼테르의 정신적 영향을 끼치기도 했으며 에밀리 드 샤틀레는 뉴턴의 <프린키피아>의 내용을 보다 구체적으로 주석까지 달았다.

 

 소크라테스,플라톤,아리스토텔레스,플로타르코스로 이어지는 유럽 고대철학자를들의 사상과 저작을 접하면서 느끼는 점은 '다행이다'라는 것이다.수많은 도서들이 통치권자의 입맛에 맞지 않은 '눈에 가시와 같은 존재'였다면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시대의 지배구조와 타협하며 살아남은 고전이다.그런데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을 소크라테스가 했다고 학창시절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왔건만 이는 잘못된 해석이고 소문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일본도서를 그대로 번역하고 군사독재문화하에서는 '악법도 법이다'라는 것이 국가를 통치하고 국민을 지배하는 데에 유효한 수단으로 보였으리라 판단한다.나아가 이러한 고전은 원래의 것이 아닐 확률이 높다고 지적하는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주류 이데올로기를 가진 편집자의 의도에  맞게 필요한 만큼 적당히 변형되어 오늘에 이른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특히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정확하게는 크세노폰이 쓴 <소크라테스의 회상>이다(1978년 한국어판).또한 헤겔은 공자의 <논어>를 '매우 상식적'인 내용이면서 멀건 맹탕 같다고 비하하고 있다.그러한 내용은 어느 민족에게서나 찾아볼 수 있으며,다른 민족에게서 더 잘 정리된 상식을 찾아볼 수 있다는 우월 의식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치적인 견해이면서 매우 중요한 대목이 인간은 본성과 양육 사이에 놓여 있다.우성학으로 대변되는 본성과 실패했지만 공산주의,진보세력에 적용되는 양육 현상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본다.인간은 좋은 DNA를 받아 태어나는 우성학에 기반을 둔 소수계층 및 소위 보수세력 등은 본성에 입각한 인간군상을 좋아할 것이고,경험과 교육에 의해 인간이 성장해 나간다는 양육론이 더욱 부합할 것이다.다만 극단적인 본성론,양육론은 시대의 흐름,변화에 의거하여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인간은 어떠한 환경에서 성장하든 부단한 교육과 경험,체험을 통해 인간의 그릇이 변화해 나간다는 것이 일관된 생각이다.또한 흥미로운 점은 <타고난 성,만들어진 성>이다.성생활에 대한 문제,정신적인 긴장감으로 인한 신경쇠약증과 관련하여 역사적인 일화 즉 여장 남자,남장 여자와 같이 양성인들에 대한 정체성을 잘 보여 주고 있다.그 가운데 홀로코스트로 유명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은 독일 아리아인의 우월적인 자부심과 민족성에 의해 무참하게 학살했던 점은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가 없다.우생학이 현대과학의 유전공학,사회생물학으로 발전해 나가는 점에서는 학문적으로나 실용적인 면에서나 매우 유익하다는 생각이 든다.

 

 끝으로 20세기 이데오로기 책을 학살하다의 부분은 주지하다시피 20세기초 세르비아의 티토,독일 나치의 유대인 학살,중국현대사의 비극인 마오저둥의 문화대혁명의 와중에 이념과 사상인 주류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도서들은 군중들 앞에서 처참하게 화형식을 맞게 되었다.그 가운데에서도 용케 기적적으로 살아 남은 도서들은 구중궁궐과 같은 서고에 남아 통치자의 정책과 지혜를 채우기 위해 모조리 불사르지는 않았다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지 않을까 한다.강창래저자는 수많은 독서이력에 공감과 설득력을 더해주기 위한 인용구,삽화,풍부한 참고 도서까지 전해 주고 있어 이 도서를 덮고 난 뒤에도 독서의 힘,책의 정신은 단순히 문자해독과 문리(文理)를 터득한다는 1차적인 의미를 떠나 사회와 국가,다양한 문명의 발전에 있어 도서의 힘은 매우 막강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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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집행인의 딸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1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먹고 사는 직업은 셀 수 없이 다양하다.다양한 직업들도 한계적인 인간의 수명과 같이 또는 자연의 섭리와 함께 생사를 순환하기도 한다.한국의 경우 조선팔천(八賤)이라는 직업( 노비, 광대, 기생, 백정, 공장, 무당, 승려, 상여꾼)이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따라 사라지고 말았다.서양에서도 예외는 아니다.죄수라고 생각하여 처형을 해야 하는 경우 당연 사행을 집행하는 사형집행인이 있었던 것이다.유럽의 경우 사행집행인이 하나의 직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사행집행인은 생계를 위해 죄수에게 온갖 고문을 자행하고 목숨줄을 끊어 놓아야 비로소 관할 행정기관으로부터 수고비를 받았던 모양이다.그리고 사행집행인의 경우에는 세습적으로 그 직업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런데 올리퍼 푀치가 쓴 <사행집행인의 딸>을 읽어 가다 보니 혐의자 내지 용의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방증,탐문,증거자료 등에 의한 현대적인 수사진행보다는 미신과 인습,정령과 같은 의식이 팽배하면서 얼토당토 않은 사람을 무고하게 잡아 들여 가혹한 고문과 자백을 받아 내려 했다.일종의 몰이식으로 무죄한 사람에게 죄를 덮어 씌우려는 구시대적인 발상이었던 것이니 죄없는 자가 고문을 받고 거짓자백을 해야 하고 사형집행의 방법도 대부분 화형(火刑)이었다.인간이 어차피 한 번 죽는데 이렇게 죽어 간다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고 비참하고 가혹하기만 하다.그래서 시대,사회의 흐름과 구조,제도는 인간에게 육체적,정신적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중세 독일의 한 마을(숀가우 지방)에서 발생한 한 소년의 의문사가 악마의 상징이었던 산파(마르타 슈테흘린)에 의한 짓으로 몰아 가면서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된다.죽은 소년의 몸에서 연금술 기호와 십자가 표시가 새겨져 있어 시의회에선 산파를 특히 의심하게 되었던 것이다.산파인 마르타 슈테흘린은 수많은 태아들이 세상에 나올 때 인정과 자애로 도움을 주었던 인물인데 이 사건이 발생하기 70여 년 전에도 유사한 일로 인해 산파들이 화형의 이슬로 사라지고 말았던 비극이 있어 이번 물가에서 소년의 죽음에는 마녀의 상징인 요녀 산파를 잡아 들이기로 시의회에서 작정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사행집행인 야콥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 퀴슬,의사의 아들인 지몬 프론비저 그리고 짐마차꾼,여관,식품점,시의원,참관인,어린이들,군인들이 당시 숀가우 지방과 이웃 아우크스부르크 지방과의 수로교역까지도 잘 들려 주고 있다.특히 야콥 퀴슬 사형집행인의 가족은 실제 존재했다고 하니 중세 유럽의 사형제도에 대해 기회가 닿으면 찾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이번 숀가우 지방에서의 소년의 죽음과 연관하여 1659년 4월24일부터 동년 5월1일까지 1주일 간의 숨막히는 과정이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가 없었다.산파는 과연 관습에 따라 가혹한 고문,강요된 자백을 통해 화형의 이슬로 사라지는 것일까.

 

 

 

 

 사행집행인 야콥 퀴슬은 산파를 고문하고 자백을 얻어내야 수고비를 받고 생계를 이어가는 처지에 놓여 있는데 그는 산파를 감옥에 넣고 고문을 하되 고통이 덜 한 방법을 쓰게 된다.일종의 신경이완제와 같은 약초를 쓰는 것이다.반면 시의회의 서기 요한 레흐너는 집요하게 산파의 죄를 자백받고 화형식에 올려 놓아야 한다고 재촉을 거듭하게 되고,사행집행인의 딸 막달레나와 의사의 아들 지몬은 청춘 남녀로서 애정이 조금씩 싹터 가는 것이 매우 흥미롭기만 했다.특이한 것은 사행집행인 야콥 퀴슬은 의식이 깨어 있던 인물로 다양한 도서의 소유자이면서 세상의 흐름과 변화를 읽어 가려 했던 것으로 보여지며 그의 딸 막달레나는 지체 높은 신분의 가문은 아니지만 미모에 영민하기만 했으니 의사 아들 지몬이 그녀를 좋아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산파가 마녀로 몰리면서 숀가우 지방에서는 나병 요양소 건립이 진행중이었는데 방화 사건으로 인해 건물이 소실되고 건물 밑에 둔 보물이 없어지면서 산파의 화형은 뒤로 미뤄지는 듯하게 스토리가 전개되어 간다.아이들 세 명이 의문사 당하고 두 명이 행방불명 되면서 야콥 퀴슬과 지몬은 난쟁이 동굴로 들어가 실종된 아이들 찾는데 주력한다.반면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는 악마들이 추격하면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든다.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산파였던 마르타 슈테흘린은 야콥 퀴슬에 의해 반죽음의 상태에서 기사회생하게 되고,막달레나와 지몬은 사랑이 점점 깊어만 간다.아이들이 죽고 실종되고 요양소 건물이 방화되는 사건의 배후에는 악마와 같은 군인들이 있었다는 사실이 감춰져 있었다.

 

 

 17세기 후반 독일의 숀가우와 아우크스부르크 지방이 의문의 소년 살인사건과 배후를 파헤치는 사형집행인의 분투가 스릴 넘치고,현장감 있게 잘 그려져 있다.작가의 탄탄한 역사적,사회적 배경이 주도면밀하게 살려져 있고 산파와 사형집행인의 관계를 보면 '정의'는 살아 있다라는 인식과 막달레나와 지몬의 로맨스적인 요소는 이 글을 읽는 데에 달콤한 소스와 같은 역할을 해 주기에 충분했다.후반부로 들어 갈수록 추격하고 쫓기는 스릴감을 더 해 주었고 진실은 사실 위에 있다는 점이 주제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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