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
채한수 지음 / 김영사 / 2013년 12월
평점 :
IT기술 산업이 발달함에 따라 사람과의 소통이 면대면보다는 쉽고 빠른 인스턴트식 문답과 대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이 요즘의 세태이다.깊게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자신만의 사유법을 만들어 가려는 의지와 노력은 자연스레 퇴색되기 마련이다.독서의 경향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한다.세간에서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고 있는 도서가 마치 삶의 방향과 삶의 질을 바꿔 놓을 것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솔직히 나도 예외는 아니다.그런데 나이가 한 살 한 살 들어감에 따라 꼭 읽어야 할 도서,글을 쓴 철학가,작가와의 간접적인 만남을 통해 삶의 방향을 바로 잡고 삶의 목적을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떠한 도서를 읽고 음미하며 사유해 나가는 것이 좋을까?
시중에는 성공 경험담,처세술,자기계발서 등과 관련하여 다양한 도서들이 봇물 쏟아지듯 범람의 시대에 놓여 있다.개인의 입장과 성향이 다르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뒷얘기 및 삶의 방향이 자신에게 접목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부합하지 않는 점도 있고 삶의 목적과 방향이 다르기도 하여 자신이 나아갈 길에 일관성 있게 벤치마킹하기 어려운 점도 내재되어 있다.일각을 다투듯 빠르게 변화해 나가면서 무한경쟁 시대에 놓여 있는 현대인의 심성은 마치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실타래와 같을 것이다.또한 통속적인 차원에서 돈과 물질,신분의 상승,승부욕을 위해 살아가다 보니 생각하고 사유할 겨를이 없는 것이 현주소일지도 모른다.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도리부터 처세술,용인술,인간관계에 이르기까지 오랜세월 후세들에게 교훈이 되고 삶의 가치를 부여하는 고전은 쉽게 읽혀지지는 않을지라도 읽고 또 읽어 음미하면서 살아가는데 접목시켜 나간다면 중심없는 삶이 무게감을 더해 주면서 주체적인 삶이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동.서양의 철학사상 속에는 나름대로의 삶의 의미와 가치,교훈이 심오하다.옛말에 독서백편의자현이라는 말이 있듯 어렵다는 선입견을 버리고 반복하여 그 의미와 가치를 살린다면 고전은 시대,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생명력을 불어 넣어 주는 전적(典籍)이 되리라 믿는다.
<천천히 걸으며 제자백가를 만나다>를 쓴 채한수저자는 오랜 시간 교사직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고전을 탐미하면서 혼자 보기에는 아까운 명문장,명글귀를 모아 독자들과 생각과 소통을 도모하고 있다.옛사람들의 생각과 이성이 지금보다는 순수하고 강직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의당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와 덕목을 비롯하여 타인과의 관계,사람을 쓰는 용인술,타국과의 외교관계,사회의 체제를 일탈한 범법자들에 대한 법치의 잣대,그리고 유한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지나친 탐욕과 욕망은 패가망신한다는 진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의미있게 다가온다.살아서는 돈과 물질,명예,권력이 있다한들 죽어서 싸가지고 가는 것이 아닌 만큼 중용의 미덕을 발휘하는 선지자적인 자세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춘추전국시대는 엄밀히 말하면 춘추와 전국시대로 구분된다.'춘추'란 말은 공자가 편찬한 노나라의 역사서인 《춘추》에서 유래하고 '전국'은 전한시대 유향이 정리,편집한 《전국책》에서 비롯되었다.후일 이것을 합쳐 춘추전국이라 하였다. -P14
이렇게 춘추시대와 전국시대에는 제자백가들이 출현하는데 다양한 사상과 학파들이 탄생한다.특히 난세에는 재능과 능력있는 인물들이 많이 배출되기 마련이다.근 550여 년 동안인 춘추전국시대에는 동양정신의 근간을 이루는 모든 사상의 원류가 태동하고 완성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우선 학파를 보면 유가,도가,묵가,음양가,법가,명가,종횡가,잡가,농가 등이 있고 후일 소설가가 덧붙여졌다고 한다.이로 인해 제자백가를 구류십가(九流十家)라고 부른다.채한수저자가 분석.정리한 사상은 장자,열자,한비자,전국책,여씨춘추,논어,묵자,맹자,회남자,안자춘추이다.
이 사상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장자 : 장자는 광대무변한 우주공간,끝도 시작도 없이 흐르는 영원이라는 시간 속으로 인간을 안내한다.인간이란 어떤 존재이며 삶이란 무엇인가.결론은 무위자연이고 절대자유의 경지였다.
* 열자 : 노자를 이어받은 '무위자연'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그의 사상은 대부분 우화형시기으로 나타나 있다.꿈과 현실,삶과 죽음 같은 것을 동일시하고 있어 장자의 사상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 한비자 : 전국시대 법가상을 대표하는 인물로서 법치를 실현한 상앙,술을 강조한 신불해,세를 주창한 신도의 법가사상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시행방법을 제시했다.법술사상을 숭상하고 형명은 날카롭게 할 것을 군주에게 간하며,역사적 사실,전설,우화 등이 망라되어 법가의 진가가 돋보인다.
* 전국책 : 유향(劉向)이 편찬했는데,춘추에 바로 이어지는 시기에서 초한이 일어나기까지 245년간의 일이 기록되어 있다.이익을 중시하다 보니 도덕이 땅에 떨어지고 약육강식의 시대였다.끊임없는전쟁과 기만,허위가 판을 치던 시대였다.
* 여씨춘추 : 여불위가 문하에 있는 학자들에 의뢰하여 편찬한 저서이다.춘추전국시대에 전개된 제자백가들의 사상과 학술을 망라한 백과사전,잡가의 성격이 짙다.
* 논어 : 공자의 중심사상은 인의예지로 요약되며,《논어》는 그의 사후,제자들이 엮은 언행록이다.
* 묵자 : 주된 사상은 겸애교리(兼愛交利),반전론,박애와 만민평등,절용 등 민생과 직경된 것이 많다.
* 맹자 : 위민과 왕도를 주창한 정치철학서이다.시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직언을 듣고 맹자는 정치이상이 실현 불가능함을 인식하여 귀거래하면서 《시경》,《서경》을 편집하고 《맹자》 7편을 썼다.
* 회남자 : 한고조 유방의 손자로서 내용은 노자에 가까운 담백무위(淡白無爲)를 요체로 하고 마음을 허정(虛靜: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사물에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 두려고 했다.
* 안자춘추: 관중과 더불어 제나라의 명재상인 안영은 기울어가는 제나라의 국력을 바로잡기 위해 힘쓴 인물이다.안자춘추는 안영의 일화를 한데 모아 수록한 책이다.
이상과 같이 간략하게나마 제자백가의 사상을 정리했는데,개개인의 삶의 목표가 불분명하고 중심을 잡지 못할 때 그 해법을 춘추전국시대의 제자백가의 사상을 고요하고 평안한 마음 가운데 한 문장,한 구절을 음미해 보는 시간은 커다란 반향과 가치를 부여해 주리라 생각한다.채한수저자는 각 사상가들의 사상의 요체와 예화,해설을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다.또한 삶의 처세에 유익한 고사(故事)의 유래,인물들의 성격과 언변,행동 등을 잘 조명해 주고 있어 고대 중국의 역사적,사회적 상황까지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되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