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회계학 콘서트 회계학 콘서트
하야시 아쓰무 지음, 다케이 히로후미 그림, 박종민 옮김, 이상근 감수 / 멘토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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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흔히 '회계'라고 하면 복잡한 도표나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는 용어 등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뉴스에서 종종 보도되는 분식회계가 뭔지도 몰랐고, 주식을 하려면 대차대조표나 손익계산서 등을 공부해야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생각만해도 머리가 지끈거렸다. 하지만 우연히 이 책을 만나고 '어랏, 회계도 그렇게 어려운 개념이 아니네?'라는 이유불명의 자신감이 생겨났다.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회사를 물려받게 된 유키. 디자인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유키에게 회사 경영은 상상도 못했던 일.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사장이 된 유키에게 주어진 과제는 1년 안에 구조조정을 하는 것. 만약 1년 내에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주거래 은행가 융자를 끊어버릴 상황. 부도 직전의 회사를 살리지 않으면 자신이 빚더미에 앉을 지경이었던 유키는 회사를 살리기 위해 고심하기 시작하고, 우연히 같은 아파트에 유명한 회계학 교수인 아즈미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회계의 기초도 몰랐던 유키는 아즈미를 통해 회계에 대해 하나씩 배워가고, 경영자로서의 자세와 능력도 키워가기 시작한다. 

  자연과학처럼 절대적인 진리를 추구하지 않고 정해진 규칙 속에서 상대적인 진실을 추구하는 회계, 규칙 위반을 싫어하는 회계 등 회계의 본질과 손익계산서의 구조에서부터 시작해 대차대조표, 현금흐름표, 경영 계획과 월별 결산의 PDCA 사이클, 분식회계, 원가관리, 기회손실 등 다양한 개념들을 아즈미와의 만남을 통해 배워가는 유키. 유키처럼 독자인 나도 회계라는 낯선 개념을 하나씩 배울 수 있었다. 

  만화로 구성되어 있어서 지루하지도 않았고, 간간이 용어 설명이 있어서 낯선 용어가 등장해도 이해하고 갈 수 있었다. 이야기 속에서 아즈미가 드는 예도 크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1평짜리 만두 가게와 프랑스 고급 레스토랑 어느 쪽이 돈을 더 많이 벌까와 같은 물음이나 참다랑어 초밥과 전어 초밥 어느 쪽이 돈벌이가 될까와 같은 것이라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나처럼 회계에 대한 별다른 지식이 없고 회계라면 벌벌 떠는 사람들이나 이제 갓 회계를 공부하는 대학생들이 회계란 이런 걸 배우는 학문이구나하고 간단히 맛보기 좋을 것 같은 책. 다음에는 <회계학 콘서트>도 한 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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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3-11 19: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본은 웬만한 책은 만화로 다 나와있는데 이거 역시 일본 번역본이군요

이매지 2009-03-11 19:59   좋아요 0 | URL
만화가 아닌 버젼도 꽤 잘 나가더라구요.
아무래도 그 작품의 힘에 입어 나온 듯.
출판사는 다르더라구요~
 
스페흐트와 아들
빌렘 얀 오텐 지음, 유동익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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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스카 와일드의 재림'이라는 문구에 혹해서 읽게 된 책인데 확실히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처럼 한 폭의 그림과 그에 얽힌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비슷했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달라서 비슷한 소재였지만 유미주의 작가였던 오스카 와일드와는 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었다. 네덜란드 최고 권위의 리브리스 문학상 수상작품답게 이 책은 독자에게 많은 예술가의 열정이나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 탄생과 부활이라는 종교적인 메시지까지 많은 생각할 거리를 남겨줬다. 

  가로 2미터, 세로 120센티미터라는 크기 때문에 평범하지 않은 인생을 살게 된 캔버스. 평범한 그림을 그리기엔 너무 큰 크기의 캔버스라 오랜 시간 주인을 만나기를 조용히 기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을 살 것 같지 않았던 한 남자가 자신을 구매해간다. 초상화가였던 그(펠릭스 빈센트)는 캔버스를 샀지만 오랜 시간 그는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거부인 발레리 스페흐트가 자신의 죽은 아들인 싱어의 초상화를 그려달라는 의뢰를 받고, 그동안 자신이 원하던 저택을 구입할 돈을 모으고 있었던 빈센트는 이번이 마지막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있는 사람만 그린다는 자신의 원칙까지 깨고 싱어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한다. 커다란 캔버스에 그려지는 싱어의 모습. 그리고 그 과정에서 몇 가지 의문점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는데...

  아무것도 없는 하얀 캔버스. 그 위에 하나의 생명을 그려내는 빈센트. 그를 캔버스는 '창조자'라 부른다. 창조자는 빈 캔버스 위에 한 사람의 모습을 오롯이 그려내 생명을 부여한다. 사람의 육체는 언젠가 사그라지지만, 그림 위에 그려진 인물은 또 다른 생명을 얻어 영원히 살아간다. 화가를 창조자라고 부르는 것에서부터 캔버스 위에 싱어라는 아이를 표현하는 과정에서 싱어가 테인이 되고, 아들인 스타인이 되는 순환적인 과정을 통해 한 폭의 그림은 생명을 부여받는다. 결국 캔버스 위에 그려진 싱어는 불타버리지만, 싱어는 반으로 잘라진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그리고 빈센트의 아들인 스타인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아내가 죽을 위기를 넘기며 출산을 하듯 빈센트 또한 자신의 혼을 쏟아부어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다른 사람의 연인을, 다른 사람의 아들을 그리지만 빈센트는 자신의 애정을 담아 자신의 눈으로 그림을 그린다. 결국 그는 타인을 그리고 있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어린 시절과 대면하게 된다. 

  종교적인 색채도 엿보이고(창조자라는 명칭부터가) 철학적인 내용이 많은 책이라 페이지는 술술 넘어가도 한 번 읽어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 아닐까 싶다. 캔버스가 화자라 자신이 보고 들은 것만 전달하기 때문에 사건의 단편적인 내용만을 파악할 수 있을 뿐이라 독자 역시 제한된 내용만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각각의 상징물을 통해 작품을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아직 내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시간이 지나고 한 번쯤 다시 읽으면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작품. 두고두고 읽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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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편집 매뉴얼 - 2009
열린책들 편집부 엮음 / 열린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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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가격, 알찬 내용. 편집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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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의 시계장치
마티아스 말지외 지음, 임희근 옮김, 박혜림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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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을 한 번쯤 해본 사람이라면 사랑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사랑이 얼마나 아픈 것인지 알 것이다. 하지만 이별 후 다시는 누구도 사랑하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던 사람도 결국 자신도 모르게 다시 사랑에 빠진다. 위험한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사랑, 아플 것을 알면서도 시작하는 사랑. 이 책은 자신의 목숨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는 사랑을 시작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다. 

  4월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강추위에 도시가 꽁꽁 얼어붙은 날 '아서 왕의 자리'라고 불리는 애든버러에서 가장 높은 언덕 꼭대기에서 한 남자아이가 태어난다. 강추위에 심장까지 꽁꽁 얼어붙은 채 태어난 아이, 잭. 너무 괴상한 의술을 행해 마녀라고까지 취급받는 매들린은 아이를 살리고자 아이의 심장에 뻐꾸기 시계를 단다. 미혼모였던 엄마에게 버림받은 아이는 괴상한 모습 때문에 누구에게도 입양되지 못하고 매들린과 함께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마을에 내려가게 된 잭은 한 소녀 가수의 노래를 듣고 한순간 사랑에 빠지고 만다. 다시 언덕으로 돌아갔지만 그녀를 잊을 수 없었던 잭은 매들린을 졸라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학교에 가지만, 그녀는 이미 떠난 뒤. 잭은 소녀를 찾아 안달루시아를 향해 긴 여행을 떠난다. 과연 잭은 소녀를 다시 만나 사랑을 고백할 수 있을까?

  어린 잭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안나처럼 때론 사랑을 주는 것만으로 행복했던 사람도 있었고, 매들린처럼 사랑 때문에 느끼는 즐거움이나 기쁨이 언젠가 모두 고통으로 변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또 여행 중에 만나 잭의 사랑의 주치의가 된 마술사 멜리에스처럼 위험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그것을 감수함으로써 사랑의 즐거움을 맛보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각자 저마다의 경험을 통해 잭에게 조언을 해준 사람들의 이야기는 얼핏 보기엔 너무 모순되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들이 말한 것이 모두 사랑의 단면임을 알게 된다. 때로는 즐거움을, 때로는 고통을, 때로는 슬픔을 가져다주는 사랑. 이 책은 이제 갓 사랑을 알게 된 잭을 통해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에 빠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독자에게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준다. 

  사랑에 빠지면 이왕이면 상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누구나 한두 가지 거짓말을 하고, 자신을 좀 더 예쁘게(혹은 멋지게) 보이고자 진짜 자신의 모습이 아닌 만들어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보통사람과는 다른 심장을 가졌던 잭 또한 자신의 결점을 숨기고자 한다. 하지만 멜리에스는 잭에게 "넌 그게 약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 연약함을 감수하고 네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넌 그 심장시계 덕분에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어. 네 남다른 점이 널 매력 넘치는 존재로 만들어줄 거라고!"라고 조언해준다. 하지만 미스 아카시아는 잭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만 받아들인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상대를 사랑한다는 것은 결국 상대의 단점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남몰래 어두운 밤에만 만나 자신이 보고 싶은 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한 낮에 만나 밤에는 미처 보지 못했던 작은 부분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실한 사랑이 아닐까? 

   표지만 일러스트만 봐서는 팀 버튼처럼 기괴한 분위기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었는데, 등장인물의 면모만 봐서는 팀 버튼과 비슷했지만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은 달라서 지루하지 않게 읽었다. 전반부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애타게 만나고 싶어하는 잭의 이야기가, 후반부에서는 마침내 그녀를 만나 사랑하며 겪는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내용에 따라 서사의 방식도 바뀌어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다른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세상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날 태어나 심장은 얼었을지라도 그 안에 마음(사랑)만큼은 어느 누구보다 뜨거웠던 소년 잭의 이야기가 안타깝지만 따스하게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사랑. 사랑 앞에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사람에게, 사랑에 빠진 이에게, 사랑을 떠나보낸 이에게 저마다의 메시지를 전해줄 책.  

덧)현재 이 책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으로 제작 중으로 2010년에 개봉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유투브에서 맛보기(http://www.youtube.com/watch?v=W9QtJERu_2E)로 만나보니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조금 달라서 영화로 접해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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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3-09 2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리뷰를 보다 보니 팀 버튼의 가위손이 딱 생각나던데 읽다보니 다르다고 해놨군요. ^^

이매지 2009-03-10 00:09   좋아요 0 | URL
저도 팀버튼의 가위손이나 유령신부 요런 류의 이야기가 스치고 지나갔는데요, 분위기나 기본적인 설정은 비슷한데 풀어가는 방식이 다르더라구요 :) 팀버튼보다는 좀 덜 우울하고 덜 어두워요 :)
 
스페흐트와 아들
빌렘 얀 오텐 지음, 유동익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3월
절판


나는 사람들이 이렇게 캔버스에 대해 평가하는 것을 가끔 들었는데, 그들은 서로 잘 통했다. 그들의 평가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그것만이 내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는 유일한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나처럼 완전히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세상이 있다면, 내 운명은 전적으로 사람들이 나를 가지고 무엇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아직 아무것도 그려 있지 않은 상태에서 나에 대해 이야기되는 것은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이러한 이유로 매우 중요하다. -9쪽

나는 내가 햇볕을 볼 수 있게 마치 화장지 조각처럼 쫙 펼쳐진 해(年)에 "절망했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시간들이 나를 강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단지 기다리는 것만 배운 게 아니라 주로 깊이 생각하는 것을 배웠다.-11쪽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만들기 원하는 사람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내가 이해하는 바로는 그런 사람들은 미지의 것에 대해 집착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의 깊은 확신을 위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한다.

내가 먼 훗날 무언가가 된다면, 나는 원래 의도되었던 것이 되고 싶지 않다. -33쪽

보호받지 못하는 이 상태, 사람들의 눈길로부터 감출 수 없는 이 무능력함을 사람들은 수치라고 부른다. -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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