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 루브르를 거닐며 인문학을 향유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안현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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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미술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고 미술을 잘 하는 편은 더구나 아니었다. 학교 다닐 때 싫어하는 과목 1순위였던 체육 만큼은 아니었지만 2순위를 꼽자면 미술을 떠올릴 정도로 미술과 안 친했다. 일단 시간표에 미술이 들은 날은 준비물을 챙겨가야 한다는 것도 귀찮았고, 선생님이 그리라는 것을 찾아 그리기 시작하는 것도 어려운데 완성될때까지 꼼꼼하게 색칠해야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 ( 나, 매우 덤벙거리고 성질 급했던 아이). 수채화 그릴 때는 물감이 다 마를때까지 기다리는 인내심도 부족해서 물감이 다 번져버리고 말았을 때의 황당함과 암담함. 만들기는 또 왜 그리 서투른지. 결국 나와 미술은 안 친한 것으로 하자고, 그런 줄 알고 살았는데. 그러다가 우리 (미술과 나)의 관계에 변화가 온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한참 후 내가 가족과 친구로부터 떨어져 있게 되었을 때였다. 심심했고 외로웠고 쉽게 잠들지 못해 괴로와 하던 그때 친구 대신 가까스로 발견한 것이 그림이었다.

책 처럼 계속 집중하지 않아도 되었다. 슬렁슬렁 눈으로 그림 도면을 넘겨 보다가 어쩌다가 눈길이 좀 더 오래 머무는 그림이 생겼고 그런 그림은 굳이 제목과 화가 이름을 한번 더 보고 지나가는 정도. 그때 내가 가지고 있던 책이 꽤 두꺼워서 오랫동안 이 책 한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다가 책에서 사진으로 본 그림을 직접 그 그림이 걸려있는 미술관에 가서 볼 기회가 생겼다. 미술관에 가서 처음 보는 그낯선 그림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그림을 미술관에 가서 볼 때의 느낌이 그렇게 다를 줄은 몰랐다.

누가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누가 권해준 적도 없이 그렇게 그림과 조금씩 친해진 것 같다.

지금도 미술관 가는 것은 나의 몇 안되는 취미 생활 중 하나이며 그림 관련 책을 보면 가끔씩이나마 읽어보기를 즐겨하고 있다.

 

며칠 전 내가 사는 지역 한 기관에서 상반기 미술사 관련 특강 공고를 보았고 '안현배'라는 이름을 보았다. 강의 신청에 앞서 강의하는 분에 대해 알고 싶어 검색해보다가 이 책을 만났다. 책에 나와있는 소개글을 보니 파리1대학에서 역사학과 정치사 공부를 하였다니 인문학자 맞다. 이어서 예술과 정치를 접목시킨 연구에 참여하였고 나중엔 예술사학과 순수예술사로 방향을 정한 것 같다. 귀국후엔 각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대중 상대로는 미술과 인문학 관련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책 에서는 미술관 중에서도 루브르에 있는 그림을 대상으로 하였다. 하루 관람객이 15,000명, 소장 작품만 380,000점인 곳.

아무래도 저자가 파리에 머무는 동안 제일 자주 방문하였던 미술관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용을 4개의 장으로 나누어 신화와 종교를 비춘 미술, 역사를 비춘 미술, 예술을 비춘 미술, 인간을 비춘 미술 이라는 소제목을 달아 설명하였다. 어떤 그림이든지 그 배경에는 신화, 종교, 역사, 예술, 또는 인간 등이 배경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글 한 꼭지는 루브르에 전시되어 있는 그림 하나에 그와 관련된 배경 (주로 인문학적 배경) 설명으로 구성하였고, 이 설명 중에는 루브르의 해설을 번역하여 인용해놓은 구절이 꼭 포함되어 있었다. 객관적인 설명 뿐 아니라 저자의 주관적인 소감이나 설명에 해당하는 부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서 읽는 사람은 내용 중 어느 부분이 저자의 소견인지, 어느 부분이 루브르 측의 해설에 해당하는지 구분하여 읽을 필요가 있을 것이다.

문체도 마치 도슨트가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는데 전혀 딱딱하지는 않다. 오히려 쉽고 친숙하게 내용을 전달하려다 보니 약간 산만하고 내용의 깊이까지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아쉬움이 있다.

 

루브르에 있는 그림 중에는 작가 미상인 것들도 꽤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고, 모나리자의 후광에 가려 묻혀 있는 그림이라는 문구가 다른 그림 설명에 자주 인용된다는 것은 모나리자 그림의 유명세를 더 강조하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았다.

루브르에서 가장 큰 그림으로 소개한 파올로 베로네제의 <카나의 결혼잔치>는 자그마치 666 x 990cm. 르네상스시기 베네치아 미술의 화려함의 정수를 보여준다는 이 그림엔 132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물론 저자가 다 세어본 것은 아니고 루브르에서 제공하는 설명에 의하면 그렇다고 한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의 라이벌 격인 두 도시 피렌체와 베네치아. 피렌체 출신 3대 천재 예술가로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가 있다면 베네치아 출신 3대 예술가로 티치아노, 틴토레토, 베로네제가 있다. 우리에게는 피렌체 출신 예술가 이름이 더 익숙하지만 이 책에서 티치아노가 매우 자주 언급되고 있어 이제 부턴 티치아노라는 이름도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래 그림: 티치아노의 <장갑 낀 남자>).

종교적인 그림을 볼때는 어떤 공식적인 것들이 있어서, 십자가를 손에 들고 있으면 그건 따로 설명이 없어도 세례 요한을 가리키며, 여러 화가들이 같은 제목으로 그린 그림 '수태고지' 는 무엇을 뜻하고 누가 등장하는지. 누드화는 실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그려졌으면 용인되었지만 현재 (그당시) 살아있는 실제 인물을 그린 누드화는 금지되었다는 것.

들라크루아는 학살 같은 역사적 사건을 고발 형식으로 그리기 좋아했는데 이런 작품들이 '미술저널리즘'을 연 작품이라는 평이 붙어 있다니 그게 벌써1800년대이다.

그리스·로마는 한묶음으로 소개되는것이 일반화 되어 있을 정도로 두 문화 사이엔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조각과 예술에는 각각의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는 것도 알았다. 그리스가 작품의 대상을 이상화하고 조화롭고 모범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반면 로마는 그리스보다 훨씬 사실적이라는 점에서이다.

다음은 119쪽에 소개되어 있는, 조각상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방법으로 저자가 알려주는 하나의 팁이다.

조각상에만 적용되는 팁 그 이상인 것으로 보여 옮겨놓는다.

조각상을 오랫동안 기억하는 가장 좋은 방법 하나 알려 드릴까요?

무엇보다 조각상들의 특징을 한 가지씩 포착해서 기억해 두는 것입니다.

<하드리아누스의 흉상>의 경우에는 단연 눈 부위가 되겠지요. 이 작품에 대한 루브르의 해설대로 "찡그린 눈썹 아래 눈동자 부분에 파진 구멍"을 포착해 <하드리아누스의 흉상>의 트레이드마크로 삼는 것입니다. 그런 식으로 작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그 다음에는 '도대체 이 조각상이 무엇을 얘기하려는 거지?' 라며 작품 앞에 서 있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보길 권합니다. 그런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기 시작하면 하나의 작품을 통해서 역사와 예술, 심지어 철학까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드디어 미술관에서 인문학과 조우하게 되는 것이지요. (119쪽)

 

 

3월부터 있을 저자의 강의를 신청한 것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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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2-21 15: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외국의 미술관은 가게 될지 안될지 모르니 그래도 국내에서 개최되는 전시회는 가보려고 노력은 하는데 참 쉽지가 않네요. ^^;;
미술에는 문외한이지만 그래도 나름 관련 책들을 사 모으기도 하고 읽기도 하고 그러기는 하는데... 읽는 것보다는 그래도 보는 게 무엇보다 읽고 나서 직접 보는게 좋은 공부가 되는 것 같긴 해요.
3월부터 듣는 미술사 강의 부럽습니다~ 후기 이런 거 기다려도 될까요? ^^

Falstaff 2019-02-21 16:30   좋아요 1 | URL
외국 유명화가 전시회 있어서 먼 걸음해 가보면 한두 점 빼고 전부 복제화 걸어놓는 만행, 헛심 빠지는 짓이었습니다. 그 다음 부터는 안 가게 되더군요.
차라리 우리나라 화가들 그림 보는 게 마음 편해요. 선입견인지 몰라도 정서에도 더 맞는 거 같고요.

목나무 2019-02-21 16:41   좋아요 1 | URL
그럼 제가 본 것들도 복제화일 가능성이 크겠네요. 그게 복제화인줄 도 모르고 직접 봐서 좋다고 마냥 좋아했네요. ㅎㅎㅎ;;;;
친구랑 인사동에 있는 작은 갤러리들에 가서 구경도 하고 그랬었는데.....요즘은 좀 뜸했네요.
간만에 전시회 나들이 가보고싶어졌어요! ^^

hnine 2019-02-21 22:28   좋아요 1 | URL
순회 전시라면 원화 전시하는 경우는 아주 특별한 경우일거예요. 원화 전시라면 그렇다고 크게 선전을 해요. 그만큼 특별한 일이라는 뜻이지요.
우리 나라에도 크고 작은 미술관이 많이 있는데, 서울에 집중되어 있어서 좀 아쉬워요. 아무때나 지하철 타고 갈 수 있는 곳에 미술관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요.
날 좀 풀리면 친구분이랑 또는 혼자서, 인사동 갤러리 구경 많이 하시길 바랍니다.
책을 읽을 땐 마음이 진지해지다가 무거워지기 쉽고, 음악을 들을 땐 슬퍼질때가 많은데, 그림을 볼땐 위로가 될때가 많아요. 물론 제 개인적인 얘기입니다만~
3월 부터 듣는 미술사 강의 저도 기대 많이 된답니다. 후기 아마 쓰게 되지 않을까요 ^^

oren 2019-02-21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감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흥미롭게 잘 읽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도 고전 작품들을 읽으면서 관련 그림들을 인터넷으로 찾아본 적이 여러 번이었는데, 세계 도처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소장된 뛰어난 화가들의 그림들을 책과 연관지어 만나볼 수 있어서 흥미롭더군요. 특히, 고대 그리스 로마 시대에 쓰여진 작품들이나 셰익스피어의 희곡 작품들에 나오는 인물이나 풍경들을 그린 그림들은 책 속 내용들을 더할나위없이 생생하게 눈 앞에 드러내주는 것이어서 공짜로 보기에 미안할 정도더군요.

hnine 2019-02-21 22:40   좋아요 1 | URL
oren님께서 미술관에 가시면 얼마나 충만한 감상이 되실까 생각하니 부럽습니다.
이 책에서도 보면 신화를 비롯한 고전을 소재로 한 그림들 얘기가 많이 나와요. 배경지식 모르고서 그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을까 생각하니 역시 인문학과 미술관은 따로 생각할 수 없는 관계가 맞는 것 같아요. 르네상스때 이탈리아 화가들도 영국의 세익스피어 작품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일이 유행하기도 했대요. 그래서 오늘날 세익스피어 문학을 책과 연극뿐 아니라 그림을 통해 감상하는 묘미를 주기도 한다고요.
이 책 저자가 서문에서 그림을 보는 것 뿐 아니라 ˝읽는다˝라고 표현한 의미를 알것 같아요.

oren 2019-02-21 23:26   좋아요 0 | URL
특별히,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화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그림 소재가 아니었을까 싶은 생각이 많이 듭니다. 셰익스피어와 관련된 글을 쓸 때 인터넷에서 틈틈이 찾아봤던 그림들만 하더라도 도대체 얼마나 많았던지요.(셰익스피어의 설화시 『루크리스의 강간』을 다루면서 제가 인용했던 그림만 해도 티치아노, 알브레히트 뒤러, 귀도 레니, 루벤스 등이었으니까요. http://blog.aladin.co.kr/oren/9424819)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은 일부러 그림과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책들도 여럿 나와 있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셰익스피어, 그림으로 읽기> 같은 책들 말이지요. 제가 지니고 있는 앤터니 홀든의 『윌리엄 셰익스피어 - 그림과 자료로 복원한 셰익스피어의 삶과 예술』이라는 책만 해도 총천연색 컬러 도판이 무려 190여 점이나 실려 있을 정도니까요. 지금은 절판된 그 비싼 책을 중고서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건 아무리 생각해도 커다란 행운이었던 듯합니다.^^

hnine 2019-02-22 04:56   좋아요 1 | URL
<루크리스의 강간>에 대해 쓰신 페이퍼 잘 읽어보고 왔습니다.
티치아노, 뒤러, 귀도 레니, 루벤스. 유명한 화가가 세익스피어의 <루크리스의 강간>을 소재로 그림을 그렸네요. 루벤스는 그 답게 이런 주제 조차도 화려하고 화면이 꽉 차게 그렸어요. 오랜만에 삽입해주신 프로크네와 필라멜라 이야기도 다시 읽어보게 되었고요. 세익스피어의 설화시에서 하이라이트 해주신 부분은 세익스피어의 비유가 참 절묘하다는 생각을 또 하게 됩니다.

서니데이 2019-02-24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도 아는 만큼 조금 더 많이 볼 수 있는 것 같아요.
전시를 자주 보러 가는 편은 아닌데, 가끔 생각했던 것과 다른 느낌도 있고 좋았던 것 같아요.
hnine님,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처음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유안진 지음 / 가톨릭출판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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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유안진 하면 대부분 <지란지교를 꿈꾸며>란 글을 떠올린다. 작가의 이름을 알리는데 제일 기여를 많이 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는 1967년 시인으로 등단하여 지금까지 17권의 시집을 내었고 지란지교를 꿈꾸며를 비롯한 다수의 산문집을 내었으며 소설까지 두 작품 발표하였고 이제는 대학 강단에서 정년퇴직한, 칠순을 몇년 남기지 않은 원로작가가 되었다.

그동안 발표한 시집, 산문집, 소설까지 거의 다 읽은 것으로 기억한다. 오랜만에 신간 소식을 접하고 자동반사적으로 구입하게 되었는데 이 책은 그동안 일간, 주간, 월간 여기 저기 게재되었던 글을 모은 산문집이다.

유안진 글의 주제라면 그것이 시이든 산문이든 성찰의 결과로 얻은 깨달음이라는 것인데 관심을 갖고 본 사람이라면 담박에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깨달음의 사용 목적이 뚜렷하다.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가르쳐서 다듬어가는 과정에 기여하게 하는 것이다. 나를 더 원숙하고 깊은 인간이 되게 하려는 자아에 대한 작가의 유난히 큰 욕구랄까. 그 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물이나 상황을 이렇게도 보고 저렇게도 보고, 나의 종교가 아닌 타종교의 눈을 빌어 보기도 하며 (시집, 다보탑을 줍다), 때로는 현실에 없는 상상의 힘을 빌어,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도 그것을 품으려는 노력이 보인다. 그래서 쉽게 흔들리지 않고, 쉽게 웃고 쉽게 울지 않겠다는 결의가 그녀의 글 여기 저기서 읽힌다. 남이 비웃는 상황이나 처지에 있더라고 당당하고 싶고, 남의 잣대가 나의 잣대를 더 넘어서지 않게하겠다는 결의, 겉으로 보이는 그럴듯함보다 나만은 안으로 얼마나 깊은가를 보겠다는, 그녀의 조용하고도 결연한 얼굴은 말없이 말하는 듯 하였다. 물론 내 개인적인 소감이다.

이번 산문집에서도 그녀의 이런 성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나이나 연륜 때문일까 새로운 생각이나 발견이 담긴 글 보다는 자서전이나 회고록 같은 느낌이 짙다. 원숙하고 일관된 목소리를 내면서 동시에 참신한 글을 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149쪽, 나는 내가 창조한다는 말은 간단한 문장이지만 그녀의 조용히 독립적인 성향을 잘 나타내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녀는 독실한 기독교인이었고 나중에 카톨릭교로 개종하였다. 이 책을 펴낸 곳도 카톨릭 출판사이다.

 

가끔 아무 맛도 없는 뻥튀기를 사 먹는다. 맛없음의 맛이 좋다. 주님과 함께함도 비슷하지 않을까? 삶이란 이렇게 맛없음의 맛을 누리는 무사함이자 평범한 일상 아닌가 하고. 우린 공짜로 주어지는 무사한 일상의 진가를 모르고 살지 않나. 알면서도 잊어버리고 새콤달콤 매콤한 쌉쌀한 맛을 좇아, 신문과 방송 등에 오르내리는 허황된 뻔쩍임을 성공이라고 착각하면서.

내가 추구하는 믿음이란 것이 아직도 새콤달콤 매콤한 자극적인 기적이나 신비를 기대하는 게 아닐까? 뻥튀기의 맛없음 참맛을 누리듯 이 평범한 일상적 믿음을 믿음으로 인정하기 싫은. (169쪽)

 

누구나 궁극적으로 바라는 삶은 심신이 평안한 삶일 것이다. 그런데 그 평안한 삶이란 '심심함'이란 모습을 하고 있더라는, 나의 요즘 생각이 위의 구절과 일치하는 듯 하다.

 

책의 맨 마지막에는 몇년 전 지병으로 남편 (故 김윤태, 전 서강대 교수)을 먼저 떠나보낸 후 망연자실한 자신을 추스리기도 하고, 그보다 더 아버지를 잃은 후 자식들이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방향을 잃을까 염려하여 그 뒷마무리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주는 글을 실었다. 부부라면 둘 중 누구 한사람이 먼저 세상을 떠날텐데 남겨진 한 사람이 지녀야 할 태도로서 참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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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2-20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안진 씨가 최근까지도 책을 냈군요.
80년 대 그녀의 책 한 권쯤 안 읽어 본 사람이 없을 정도였는데.
저도 두어 권 읽었던 것 같아요.
그때 유안진하고 또 누구하고 쌍두마차였는데
갑자기 기억이 안 나네요.ㅠ

hnine 2019-02-20 14:30   좋아요 1 | URL
혹시 신달자 시인이요?
저는 신달자 시인의 글은 저랑 잘 안맞아서 좋아하진 않았습니다만 ^^
 

 

 

 

 

 

 

 

그당시 한국에서도 이 노래가 유행했었는지 모르겠다.

1990년대 말. 하루도 라디오에서 이 노래가 안 나오는 날이 없었다.

말도 잘 안 통하는 곳에서 나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내 실험만 반복하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가사야 어쨌든 리듬이 경쾌해서 그렇게 질리게 들으면서도 싫지 않았던 노래이다.

Don't marry her 다음에 나오는 가사 have me 가 그 당시 내 귀에는 어째서 help me 로 들렸는지.

실험실 동기 남자애에게 물어보기까지 했다. 저기서 왜 help me 라는 가사가 나오냐고.

참, 어이 없어서. 앞뒤 가사 문맥상 남자 애에게 물어볼 질문이 아니었다 ㅠㅠ

 

 

 

 

 

 

 

 

 

 

Black 이라는 이름으로 노래를 하는 이 가수는 독일 태생.

위의 Beautiful south 노래보다 더 이전, 한국에 있을 때 듣던 노래인데 (그러니까 1980년대 말 ^^),

30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그리 오래된 노래 같지 않다.

No need to run and hide, it's a wonderful life 라는 가사가 나온다.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가

어디로 숨고 싶은가

그렇지만 않아도 괜찮은 인생이지.

나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하고 싶은 가사.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도망치고 싶고 숨어버리고 싶은 때가 누군들 없을까.

 

 

 

 

오늘은 새벽부터 추억놀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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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2-16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2-16 12:17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아직 마음이 아픕니다. 저의 사소한 불평은 삼키게 되어요.
자리를 지키고 있는다는건 아무것도 아닌 일 같은데 그렇지 않더라고요. 저 역시 그동안 이력을 보면 한 자리 잘 지키는 사람이 아닌데 알라딘에는 정이 많이 들어서요. 이 자리만은 지키고 싶네요.

하늘바람 2019-02-16 13:34   좋아요 0 | URL


저는 저 힘듦만 알고 툴툴댄게 부끄럽네요

페크pek0501 2019-02-1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억 놀이에 동참하고 싶은 갱년기 여성입니다. 노래 좋네요.
종종 음악 들으러 오겠습니다.

hnine 2019-02-17 04:22   좋아요 1 | URL
지나간 추억놀이는 저절로 될때가 많은데 앞으로 일을 상상하는 놀이는 잘 안되는 것 같아 서운해요. 일부러라도 해야할까요? 100세 시대라니까 ^^
음악 자주 올리지는 않지만 함께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이거 사왔어요."

학교에서 돌아오는 아들이 다녀왔다는 인사와 함께 들어보이는 손에 웬 검은 봉다리가 들려 있다.

"그게 뭐니?"

"도넛이요. 집 앞에서 팔아요."

식탁 위에 펼쳐놓더니 나보고도 먹으라면서 벌써 한개 집어 먹고 있다.

볼 빨개져서 옷도 벗기 전에 도넛을 먹고 있는 아들을 보느라고 나는 먹는 것도 잊는다.

순간 마음이 따뜻, 물컹 해진다.

 

뭐든 닥쳐서 준비하는 성격때문에 요즘 며칠째 계속 잠을 제대로 못자고 있는 녀석이다.

키는 물론 나랑 비교가 안되고 몸무게도 이제 거의 나의 두배에 육박하는 덩치지만,

엄마란 사람은, 자식이 잘 못먹는걸 봐도, 잘 먹는 걸 봐도 때론 뭉클할때 있는 존재. 저 녀석이 허기졌었나 싶어서.

아마 그 마음을 그때 그때 다 표현하면 애가 부담가서 못견딜거다.

그냥 혼자 따뜻, 물컹 하고 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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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2-13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죄송하지만 도넛 같지는 않네요.
미리 밝히시니까 도넛인가 보다 하는 거지.
그래도 질감은 따뜻한 느낌이어요.

아드님이 많이 크지 않았나요? 고등학생쯤 되지 않았나요?
저는 조카들을 일년에 두번쯤 만나는데 만나면 꼭 물어보죠.
몇살이냐고. 이렇게 물으면 나도 나이 먹었다는 증거구나 싶습니다.
저도 물컹해지는 마음입니다.^^

hnine 2019-02-13 1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도넛이 아니라돌멩이 같지 않나요?
제가 봐도 그래요.
제 아들 올해 열 아홉 살이요. 다 컸죠.
매일 늦게야 집에 들어오는데 저는 기다리다 먼저 잠들때가 많아요.

stella.K 2019-02-13 16:02   좋아요 0 | URL
돌멩이 보단 감자요.ㅎㅎ
근데 아드님 정말 다 컸네요.^^

카알벨루치 2019-02-13 18:58   좋아요 1 | URL
감자에 한 표!

hnine 2019-02-13 22:24   좋아요 1 | URL
네, 지금 보니 감자에 더 가깝군요 ㅋㅋ
막상 감자를 그리려고 한다면 또 감자 아닌 이상한 모양으로 그려놓겠죠.
저만이 그릴 수 있는 그림이랍니다~ ㅋㅋ

카알벨루치 2019-02-13 23:55   좋아요 0 | URL
감자 삶아 먹죠 삶은 감자 같아요 ㅎ

하늘바람 2019-02-13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일기를 이렇게 이쁘게
넘 부럽사와요
어떻게 그리신거예요?

hnine 2019-02-13 17:43   좋아요 1 | URL
어떻게 그렸냐면, 아무 생각 없이 그렸어요. 애들처럼 ^^

하늘바람 2019-02-1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하늘바람 2019-02-13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으세요

목나무 2019-02-13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딱 저렇게 생긴 도넛 먹었어요. ㅎㅎ
의뢰인이 사다준 맛보다 정성이 더 와닿던 그런 도넛이어서 저도 오늘 뭉클 물컹했네요. ^^

hnine 2019-02-13 22:27   좋아요 1 | URL
맛보다 정성을 더 가깝게 느낄 줄 아는 사람이 있더라고요 설해목님처럼 ^^
도넛이 여러 사람 맘을 움직이네요.

페크pek0501 2019-02-14 1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자를 그린 줄 알았다는... 하하~~ 뭐 그래도 실력이 좋아 보이십니다.
그릴수록 늘어날 꼬예요.

hnine 2019-02-15 04:35   좋아요 1 | URL
재미로 그려요. 잘 그리지도 못하고 잘 그리려고 하지도 않고 그냥 어린 아이 같은 마음이 되어보는 재미로요.
책을 읽는 것과 그림을 그리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뭐라고 표현은 못하겠지만요.
앞으로 또 어떤 엉뚱한 그림 올리더라도 웃으며 봐주세요~ ^^
 

 

최근에 본 영화 두편입니다.

 

 

 

1. RUDY (1993)

 

 

 

우리 나라 제목으로는 '루디 이야기'라고 되어 있는, 1993년 꽤 오래된 영화입니다.

두번이나 봤다면서 저에게도 추천하는 남편때문에 보게 되었어요.

딱 보니 포스터에 럭비 선수들이 나오기에 이거 럭비 경기에 대해 좀 알아야 이해되는 영화 아니냐고 남편에게 물었더니, 몰라도 보는데 전혀 문제 안된다네요. 아들이 그렇게 오래 럭비를 해왔는데 럭비에 대해 거의 아는게 없는, 스포츠꽝 엄마입니다.

집에서도 밀어주지 않고 (12명의 형제들), 학교에서도 받아주지 않고 (형편없는 성적), 노틀 담 대학의 럭비 선수가 되고 싶은 루디의 꿈은 루디 혼자 키워나갈 뿐입니다. 하지만 그 꿈을 향해 나가는 문은 매번 좌절만 안겨줄 뿐.

제철공장에 취직하여 일하면서도 노틀 담 대학의 럭비 선수로 뛰고 싶다는 꿈은 변함이 없는데 그나마 루디의 꿈을 믿어주고 노틀 담 대학의 유니폼 점퍼를 생일 선물로 사주기도 했던 친구 에디가 사고로 죽는 사건이 일어나자 루디는 꿈이 이루어질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직접 나서서 내 삶을 개척해나가야겠다고 결심합니다.

그러려면 우선 대학엘 들어가야 하고 돈을 마련해야하는데, 보는 사람이 정말 한숨 나올 정도로 뭐 하나 계획대로 되는게 없습니다.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믿는, 그렇게 믿고 이루고 싶은 인생 목표가 있으신 모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영화 어땠냐고 묻는 남편에게 대답했습니다.

"감동의 물결이네. 매우 교육적이고, 긍정적인, 미국 영화. 꿈은 이루어진다. 아자!"

제 대답에서 약간 삐딱한 기운을 느꼈는지 남편이 말합니다.

"얼마나 감동적이야.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해내는 모습이 감동적이잖아."

 

 

영화 전편에 흐르던 OST가 좋아서 youtube에서 찾아 듣고 있는 중입니다.

 

 

 

 

 

 

"꿈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말할 때, 그들에게 RUDY에 대해 얘기하라."

  - 포스터에 이렇게 써있네요.-

 

 

 

 

 

 

 

 

 

 

2. 극한직업 (2019)

 

 

 

 

재미있다는 소문도 있었지만, 상영관에선 이 영화 외엔 다른 영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한 영화에 이렇게 몰아줘도 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천삼백만 관객 달성에는 영화의 재미 더하기 대기업 제작 영화의 특권이 작용했을거라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지만 어쨌든 영화는 재미있어서 길게 불평 안하게 되네요.

킬링타임용 영화라는 것이 꼭 부정적 영화평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킬링타임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요.

 

이병헌 감독은 각본, 각색으로 영화계 일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관련된 영화들을 보니 본 영화도 꽤 되네요.

이하늬가 배우로 나오는 영화는 처음 보는데 배우로서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류승룡은 물론, 공명, 진선규 등 배우들의 연기가 삐긋함없이 잘 어울린 것 같습니다.

 

 

 

 

 

3.  알리타 -배틀 엔젤

 

이것은 볼지 안볼지 아직 결정을 못한 영화입니다.

저는 이런 영화를 좀 지루해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영화를 아주 재미있어 하는 남편이 보자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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