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니콘 스토어 (Unicorn store), 2017

 

 

 

 

 

 

현재 상영중인 엔드 게임 여주인공 브리 라슨이 주연, 제작, 감독까지 한 영화이다.

2017년 영화인데 최근 네플릭스를 통해 공개되었다.

유니콘 스토어. 말 그대로 유니콘을 파는 가게라는 뜻.

화가가 되고 싶어 미대에 진학하지만 재능을 인정받지 못하자 좀 더 현실적인 삶을 살기로 하고 학교를 중퇴, 회사에 취직한 여주인공 키트. 하지만 거기서도 만족을 못느끼던중 유니콘을 파는 가게에서 초대장을 받는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주제를 환상적인 색채와 디즈니 영화 같은 플롯에 담아 내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

뻔한 줄거리와 뻔한 결말.

개인적 평점은 ★★☆☆☆

 

 

 

 

 

 

2. 보살핌의 정석 (The fundamentals of caring), 2016

 

 

 

 

 

이 영화 역시 뻔할 수 있는 얘기임에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았다. 감동도 있고 재미도 있는.

큰 주제는 뻔할지 몰라도 디테일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일까.

근위축증을 앓고 있어 혼자서 화장실도 못가고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트레버.

아버지는 세살때 엄마와 이혼하고 집을 떠났고 엄마와 단둘이 살고 있는 트레버는 낮에 엄마가 직장에 가있는 동안 보살펴줄 간병인이 필요했다.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고 부인으로부터는 이혼을 요구 받고 있는 벤이 트레버의 간병인으로 오게 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된다.

트레버도, 벤도, 그 밖에 출연하는 피치, 도트, 모두 개인적인 아픔이 있는 사람들.

자기의 아픔을 혼자의 힘으로 극복하는건 어렵지만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보는건 가능하다는것이 새삼 눈에 들어오는 영화이다. 그렇게 서로 상처를 인정하고 돌보며 어떻게 어떻게 삶을 끌고 나가는 모습에서 보는 사람은 말없는 위로와 격려를 받는다.

개인적인 평점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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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2 - 하루 5분 국민 영어과외 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2
김영철.타일러 라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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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2권 함께 구하여 읽었는데 책이 따로 검색되어 리뷰도 따로 쓴다. 검색해보다 알았다. 이미 3권도 나와있다는 것을. 앞으로 시리즈로 계속 나올 가능성이 충분해보인다.

2권 역시 1권과 같은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50개의 표현을 담고 있다는 것도 같다.

실제 라디오 프로그램에선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 들어본 적은 없지만 원하면 팟캐스트로도 들을 수 있는 모양이다.

요즘 많이 쓰이는 표현, 유용한 표현 위주로 하다보니 거기에 딱 맞는 표현이 영어에 없기도 하다. 그래서 심지어 2권에는 영어로는 없다고 비워놓은 페이지도 있다.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냐는, 아마도 라디오 청취자의 질문인 것 같은데 타일러는 이런 상황 자체가 미국에선 부자연스럽고 절대 이런 말 하지 않는다면서, 친해지고 싶은 상대방이 있으면 오늘 일끝나고 뭐하느냐, 일 끝나고 한잔 하면 어떻느냐 등, 구체적인 제안으로 다가가지 우리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라고 말하진 않는다고 한다. 완전 애기들만 쓰는 표현이라면서. 그래서 이것에 해당하는 영어 표현은 '없다'이다.

운전할때 안내하는 네비게이션은 왜 네비게이션이라고 불리게 되었는지. 영어로 바른 표현은 GPS이다.

금연구역을 표현하는 말로서 You can smoke here on days that don't end in Y. 라는 말도 재미있다. Y로 끝나지 않는 날에는 여기서 담배를 피워도 된다. 라는 뜻으로 영어의 모든 요일은 Y로 끝나는 걸 생각하면 여기서 담배를 피우면 안된다는 말이다.

good을 꼭 좋다, 착하다는 뜻으로 쓰지 않는다는 것은 다음 표현에서 알 수 있다. 우리 말로 "기대했던 그대로네."를 영어로 표현할때 보통 It's as same as expected. 라고  하지만 더 많이 자주 쓰는 것은 as same as 보다는 as good as 가 들어가는 표현으로서 It's just as good as I thought it would be. 라는 것이다. 며칠 전 우연히 우리 영화 한글 자막에 잘못된 예로서 Your guess is as good as mine. 의 의미를 알고 놀란 적 있다. 이 문장이 우리 말 자막에 "당신도 나만큼 촉이 좋네." 라고 되어 있었다. 이것은 완전 잘못된 번역이라는 것이다. 정확한 뜻은 '나도 모르겠다/너나 나나 잘 모르겠는 건 마찬가지다.' 라고 하니까 말이다.

2권을 훑어보는 중에 나도 모르게 김영철의 그 수다스런 말투, 큰 입, 어딘지 모르게 특이한 영어 억양 등이 떠오르고, 그 옆에 침착하고 낮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가르쳐주는 타일러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참으로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다. ("They just click."--> 죽이 잘 맞는다는 뜻으로 1권에서 배운 표현)

시작하는 글에서 김영철이 하는 말. 먹는 만큼 살이 찌듯, 잠은 자면 잘수록 늘듯, 영어도 한 만큼 결실을 맺더라고 한다.

타일러에게서 영어를 배운다면 김영철에게서도 배우는게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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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 한 마디를 해도 통하는 김영철.타일러의 진짜 미국식 영어 1
김영철.타일러 라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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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도 이 책에 나오는 표현을 이용해서 붙여 보았다. Never a dull monent. 지루할 틈이 없었어요.

개그맨 김영철은 나름 영어를 열심히 해온 사람으로 알려져 있고 타일러 또한 TV의 많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얼굴이 잘 알려진 사람. 김영철이 진행하는 <김영철의 파워FM>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있는 모양이다. 이 라디오 프로그램에 '진짜 미국식 영어'라는 코너가 있는데 거기에 소개되었던 표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일단 책이 두툼하다. 그래서 많은 내용이 수록되었을 것 같은데 그건 또 의외로, 150개 문장 표현이 포함되어 있다.

많이 쓰이는 우리말 문장 하나가 제시되면 우선 김영철이 그 문장을 영어로 표현해본다. 그리고 타일러가 그것을 고쳐주면서 어디가 어색한지, 어떻게 해야 더 자연스러운 표현이 되는지 설명을 덧붙이는 식으로 되어 있다. 김영철도 영어에 초보 실력은 아니기 때문에 어떻해서든 영어로 문장을 만들어보는데 그에 반해 타일러가 제시하는 표현은 오히려 김영철이 시도한 표현보다 점잖고 (!) 평범한 표현일때도 많다.

예를 들면, 친구의 가게 오픈 1주년 되는 날에 더욱 번창하라고 영어로 한마디 해주고 싶을때 "번창하세요!"라고 어떻게 말할까 하니까 김영철이 제시한 것은 많이 써봤던 표현이라면서 'Hit the jackpot!' 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타일러의 의견은, 그것도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것은 복권이나 내기에서 대박나라는 표현이기 때문에, 축하한다, 지금껏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하라는 의미로 'Congrat(ultaion)s, keep it up.'이라는 표현을 대신 내놓았다.

미끄러우니까 조심하세요 Be careful! It's slippery. 표현도 극히 간단하고 평범한 예가 되겠고, 그런가 하면 농도가 높다는 뜻의 dense를 사람에게 쓰면 멍청하고 센스가 없다는 뜻이 된다는 것을 알았다. You're so dense. (당신 참 눈치 없네요.)

개인적으로 우리말로든 영어로든 사용하고 싶지 않은 표현으로 Back in the good old days (내가 왕년에 말야)눈  '지금 몇시예요?'는 What time is it? 이지만 '도대체 지금 시간이 몇 시예요?' 이렇게 완전히 다른 느낌을 전달하고 싶을땐 Do you have any idea what time it is? 라고 하면 된다. "What are you doing?" 과 "Do you have any idea what you are doing?" 의 차이 같은 것이다.

요즘 한국에서 유행하는 표현들 위주로 물어보다보니 "헐~" 이라든지 "완전 붕어빵이네요." 같은 것들이 많고 이에 대해 김영철이 내놓는 영어 표현은 다 맞진 않지만 기발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웃음을 자아낸다. 아들과 아버지가 완전 붕어빵이라는 표현으로 He is a miniature of father. 라는 김영철의 대답은, 답이 맞든 틀리든 일단 듣는 사람이 한번 더 웃게 만들지 않을까? 이번에도 타일러는 지극히 평범한 표현으로 You look so much alike. 라고 하면 된다고 했지만 말이다.

김영철은 묻는 사람으로서의 역할을 호기심, 일단 부딪혀보겠다는 의욕, 그래서 내놓은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어 표현들로서 최선을 다해주고 있으며 타일러는 가르쳐주는 사람의 역할에 충실하게 기발함보다는 정확하고 자연스런 표현, 과하지 않은 표현을 제시해주는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 나와있는 표현을 다 외우겠다든지 꼭 사용해보겠다든지, 그런 부담 대신에 가끔씩 꺼내 아무페이지나 펴서 주욱 훑어보고, 대신 그렇게 자주 하여서 눈과 입으로 익히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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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기의 전문가들
김한민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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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눈을 떼지 않고 단숨에 읽었다. 그림이 들어가있고 글자는 드문드문 있는,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그래픽 노블 쯤으로 생각했는데, 제목을 보고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림이 들어가 있고 글자가 드문드문 있는 것은 맞지만 가볍게 읽을 내용만은 아니라는 것을.

몇년 전 일을 손에서 놓은 후 지금까지 다시 일을 찾지 못한 상태이고 그런 기간이 길어져가는 생활에 적응하고 있는 나로서는, 이제 내 인생의 성수기는 끝나고 비수기에 들어가나보다 라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그리고 더 울적한 것은 그 비수기가 언제까지나 계속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이다. 아마도 나처럼 인생의 비수기를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러 있을테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비수기의 "전문가들"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직 보지 못했다. 저자는 확실히 남들과 다른 구석을 가진 사람, 남들과 다른 구석을 숨기고 사는 사람이 아니라 고수하고 사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이 보기에 비수기로 사는 삶 같은 그 생활이 저자 자신에게는 곧 성수기의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

단군신화에 나오는 곰과 호랑이의 비교로 시작하는 첫 페이지부터 저자의 독특함에 빠져들어간다. 곰은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내한 끝에 사람으로 변했는데 못참고 뛰쳐나간 호랑이는 과연 그 후로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내용이다. 끝까지 사람이 되리란 믿음을 의심하지 않고 버텨낸 곰은 주류가 되었고 호랑이처럼 바깥 세상으로 뛰쳐나간 존재는 비주류가 되는 것일까 저자는 의문표를 던지면서, 이런 호랑이와 같은 인간형을 '호모 티게르'라고 명명하였고 자기가 그런 사람을 한 명 발견하는데 성공했다고 했다. 이후의 내용은 그 호모 티게르, 어쩌면 저자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독백 형식으로 하고 있다. 그는 도망자이기도 하고, 시인이기도 하며, 초심자, 성자, 아이, 등등 여러 가지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

 

한번은 인적 드문 동굴까지 찾아온 보따리 행상이 있었다.

내 발명품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시 쓰고 앉았네."

흥정 끝에 그 표현을 사들였다.

그렇게 시를 만지기 시작했다.

싸고, 짧아서. (17쪽)

 

 

비행기를 기다리는 동안 면세점을 경멸했다.

이토록 많은 물건 중에 갖고 싶은게 단 한 개도 없다면 면세점과 나, 둘 중 하나는 잘못된 거다.

나 같은 사람이 많았다면 자본주의는 진작에 멈췄겠지. (31쪽)

여기도 그런 사람 하나 있는데 한 명 더 보탠다고 자본주의가 멈추진 않겠지요 작가님.

 

그가 살던 나라는 유난히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많았고,

갈수록 더 늘고 있었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걸 보고,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걸 좋아하고, 같은 반응을 하고, 같은 걸 먹고,

그 무수한 같음을 위해 기꺼이 우르르 줄 서는 사람들. (44쪽)

그가 살던 나라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나라.

 

미친 듯이 갈구한 자유

정작 주어지면 피운 딴전 (54쪽)

 

고통의 영화관

가만히 앉아서 재미 보겠다는 사람들이 훌륭할 인품을 지녔을 리 만무하다. (77쪽)

가만히 앉아서 재미 보겠다는 사람들이라는 말에 움찔.

 

제도권 사회뿐만이 아닙니다. 주류를 지양한다는 이들도 '탈주', '가로지르기', '지평 확장'등 말은 잘하지만, 구체적인 삶에서는 절대로 호랑이를 키우지 않습니다. 조금 다른 곰, 약간 다른 동굴을 추구할 뿐입니다. (...) 철학자, 작가, 시인, 비평가라는 자들도 입으론 호랑이 정신을 부추기지만, 그들 역시 자기 주변은 곰들로 채우고 안온한 동굴을 확보한 후, 그제서야 추위에 대해, 곰이 아닌 것들에 대해 씁니다. 그렇습니다. '쓸'뿐, 살진 않습니다. (83쪽)

'읽을'뿐, 그렇게 살진 않습니다 라고, 책 읽는 나에게도 적용시켜 말해본다.

 

뻔뻔하면 스타일이고 쭈뼛쭈뼛하면 먹잇감이라고 했으니 (111쪽), 이제부터 뻔뻔할 것.

느린 자살, 컴마하고 '삶'이라고 하였다. 느린 자살이 곧 삶이라는 뜻일것이다.

 

세상이 돌아가는 원리 말고 돌아가지 않는 세상의 원리를 알고 싶다고 한 호모 티게르, 아니 작가 김한민.

그는 비수기의 전문가가 아니라 이 자체로서 성수기의 삶을 살고 있는게 아닐까.

그렇게 인정받을 수 있는 세상이 아쉬워서 이 책을 쓴게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에게 이 책이 너무 특별하고 재미있게 읽혔다는 것, 어렵지 않게 공감하며 읽혔다는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하나.

 

(참고로, 얼마전에 역시 재미있게 읽은 책 <비숲>을 쓴 긴팔원숭이박사 김산하는 저자의 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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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나무 2019-05-03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김한민 작가를 그저 페소아 번역가로만 알고 있었고, 직접 그림과 글을 쓴다는 건 알았지만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에이치나인님 글보니 문득 김한민 작가 본인의 글을 보고싶어졌어요! 덕분에 아침부터 김한민 작가의 이런저런 책들을 구경하고 있습니다. ^^ 더불어 <비숲>도 궁금하구요.

hnine 2019-05-03 12:19   좋아요 1 | URL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하고 있던데 번역도 그 중 하나이고요.
말씀하신대로 김한민 작가 본인의 글을 읽어보신다면 이 분의 독특함을 아시게 될거예요. 공감하셔도, 그렇지 않으셔도, 한번 읽어보실만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싶은데요.
김산하 박사의 <비숲>도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것도 추천합니다! ^^
 

얼굴보다 정직한게 손이 아닐까 한다.

키도 크고 미인이셨던 나의 이모는 머리 손질도 집에서 직접 하시기 보다 미장원에 가서 손질받으실 때가 더 많을 정도로 멋장이셨다. 같은 옷을 입어도 품새가 다르셔서, 누가 봐도 귀티나는 이모와 함께 어딜 가거나 길을 걷노라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외모의 반전은 이모의 손에서 나타났다. 엄격한 시어머니와 까다로운 이모부와 한집에 살면서 집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고 아기자기 예쁘게 꾸미시고 사시는 이모의 일상이 드러나는 손이다. 거칠고 구불구불 관절이 불거진 손. 그 당시 편찮으셨던 이모부 간병까지 하셔야 했기 때문에 이모의 손은 잠시도 쉴 틈이 없었으리라.

키가 작으시고 이모처럼 미인은 아니셨던 우리 엄마는 손 만은 이모보다 고우셨다. 직장생활 하시느라 직접 살림은 하지 않으셨고 부엌에도 직접 들어가시는 일이 거의 없으셨던 엄마였다.

 

오늘 아침 캘리포니아에서 시골 생활을 하신다는 어느분의 블로그를 보게 되었다. 텃밭 가꾸시고, 한국에서도 못보는 시루에다 떡도 찌시고, 빵도 만드시고, 바느질도 단정히 해서 꾸민 화려하지 않으면서 정이 가는 집, 그 누구와의 집과도 다른 집이었다. 얼굴 사진은 공개하지 않으셨지만 사진에 언뜻 언뜻 보여지는 그분의 손. 예전에 보던 이모의 손을 보는 것 같았다. 옹이 지고 거칠고 주름 많은 손.

 

의학의 힘으로 얼굴의 수정, 보완 기술은 날로 발전하여 요즘은 나이보다 젊어보이는 사람 찾는게 어렵지 않는 시대가 되었으나 손은 아직 얼굴보다 솔직한 것 같다.

여자손이 그렇게 크고 못생겼냐고, 학교때부터 친구들로부터 장난말을 들어온 나의 손. 그 당시엔 얼굴도 아니고 손 좀 못생기면 어떠냐는 생각으로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렸었지만 나이가 좀 들고 여전히 손이 예쁘고 가녀린 사람들을 보면 나도 지금이라도 손을 가꾸면 저렇게 될까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그보다 더 나이가 든 지금은 내 손의 솔직함을 받아들이자는 쪽이다. 내 손이 거칠어질수록 그 속엔 내가 보낸 시간이 새겨지는 것이고 내가 건강하게 활동하고 그 손으로 무언가를 만지고 다듬고 노력하며 살았다는 것인데. 내가 내 손을 한번씩 쓰다듬어 주고 기특해해야지.

 

말주변이 없는 사람에게 손은 또하나의 입이 되어줄수도 있다. 사랑한다, 응원한다, 격려한다는 말 잘 못하겠으면 손 한번 꼭 잡아줄 수도 있고, 어깨를 토닥여줄수도 있고.

내 손. 못생겨도 자랑스런 내 손.

 

 

 

 

 

 

 

신부입장

 

 

- 신미나 -

 

 

날계란을 쥐듯

아버지는 내 손을 쥔다

드문 일이다

 

 

두어마디가 없는

흰 장갑 속의 손가락

쓰다만 초 같은 손가락

 

 

생의 손마디가 이렇게

뭉툭하게 만져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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