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잠시 먹기를 멈추면 - 삶을 축제로 만드는 간헐적 단식의 모든 것
제이슨 펑.이브 메이어.메건 라모스 지음, 이문영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살기 위해선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살기 위해서 먹기를 멈출 줄도 알아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캐나다의 신장내과 전문의 제이슨 펑, 임상 연구자이자 단식 치료법 전문가인 메건 라모스, 그리고 이들의 지도 아래 건강을 되찾은 칼럼니스트이자 강연자 이브 메이어, 이 세사람이 공동 저자가 되어 간헐적 단식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이다.

오래전 고지혈증 진단을 받았고, 그때부터 약보다 우선 식단과 운동 먼저라는 생각으로 식단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론적인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읽은 두 권의 책에서 많이 배웠다. 그 두 권중 한권이 이 책이고 다른 한권은 아마도 다음에 리뷰를 올리게 될 <초가공식품>이라는 책이다.

이 책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1. 체중 감량은 단순히 칼로리 섭취량과 소모량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2. 칼로리보다 결정적인 것은 호르몬, 특히 인슐린

3. 이 두가지와 연관되어 제로칼로리라고 하는 식품들이 포함하고 있는 인공감미료는 칼로리는 0일지라도 여전히 인슐린을 폭등시켜 체중감량에 역효과를 낸다.

4. 호르몬의 관점에서 볼때 탄수화물보다 지방은 호르몬의 교란을 일으키지 않아 오히려 건강에 도움이 된다.


이 책에서 권하는 단식은 극단적인 단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 단식을 포함한, 보다 넓은 범위의 단식이며, 다이어트 이상의 목적을 위한 단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저탄수화물 식단의 의미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탄수화물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탄수화물이 가공된 상태로 너무 많이 들어옴으로써 호르몬, 특히 인슐린의 역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칼로리는 이론적으로 측정된 지수일뿐, 체중이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한 칼로리의 차이로, 더하기 빼기처럼 딱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다음은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내용을 옮겨본 것이다. 저자가 캐나다 사람이라서 음식 목록에서 우리에게 낯선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체내에는 칼로리에 의존하는 생리학적 경로가 없다.

내가 자주 먹으면 내 몸은 지방을 에너지로 비축하느라 바빠지고 내가 덜 먹으면 몸에서는 에너지를 태우는 시간이 길어진다.

단식은 내 몸이 에너지를 저장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에 더 집중하게 한다.

단식은 호르몬을 조절한다. 단식은 다이어트 그 이상이다.

단식 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까? 4일 연속 단식에 대한 연구 결과, BMR이 약 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 먹지 않을 때 대사율이 높다.

비만은 암의 주요 위험 요소

X 증후군: 대사 증후군으로서, 복부 비만, 고혈당 (2형 당뇨병), 높은 중성 지방, 낮은 HDL, 고혈압 5가지 기준 중 3가지 기준을 충족하는 질환군. 이들의 공통점은 인슐린 과다를 수반한다는 점

배고픔은 사라진다. 배고플 때 먹지 않으면 결국 배고픔이 지나간다.

펩타이드 YY, 콜레시스토키닌: 주요 포만감 호르몬으로서 펩타이드 YY는 주로 단백질에 반응, 콜레시스토키닌은 지방에 반응.

배고픔이 단순히 속이 비어서 나타나는 결과가 아니라 인체 호르몬의 산물이라면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덜 배고프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너무 큰 위를 채울 수 없어서 배고픈 것이 아니다. 배고픔은 자기 통제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는 배고프지 않게 할 수 없다. 우리는 덜 배고프겠다고 결심할 수 없다. 우리는 그저 배가 고프거나, 배가 고프지 않다. 식욕은 호르몬에 의해 자극되기 때문에 우리가 바꿀 것은 호르몬이다. 체중 감량은 근본적으로 칼로리가 아니라 배고픔을 조절하는 것이다.

단식은 독특한 해결책을 제공한다. 임의로 식사를 건너뛰고 식사 간격을 다양화하면 하루에 세 번에서 여섯 번 먹는 현재의 습관을 깨는데 도움이 된다.

칼로리가 동일한 두 가지 식품에 대한 인체의 호르몬 반응은 음식의 구성 성분에 따라 뚜렷이 다르다.  

혈당 수치가 계속 높게 유지되면 제2형 당뇨병이 발생할 수 있다.

(저탄수화물 식사를 하고 싶다면) 이런 탄수화물은 피하라.

-일반적으로 정제된 () 설탕이 들어 있는 제품은 모두 피하라.

-모든 녹말을 피하라.

-블루베리, 라즈베리, 딸기 같은 베리류는 보통 하루에 한 번 정도 먹는 것은 괜찮다. 다른 과일은 피하라.

당지수와 당부하

당지수 (GI, Glycemic index) 탄수화물이 든 음식 50g이 소화되는 속도와 그것이 혈당 수치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한 수치. 1~100으로 표시되며 수치가 높을수록 혈당을 급격하게 상승시키는 음식을 의미.

당부하 (GL, Glycemic load) 똑같이 50g이라도 일반적인 1인분 양보다 더 많은 식품이 있는가 하면 더 적은 식품도 있다. 이점을 반영하기 위해 GI값과 1인분의 양을 결합한 수치를 당부하라고 한다. 인슐린 수치가 얼마나 높아질지, 이 수치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를 나타낸다.

GL = (GI x 탄수화물 g) / 100

단식 중에 먹을 수 있는 당 부하가 매우 낮은 음식

GL 10 이하인 음식

당근

견과류

육류와 해산물

베리류

플레인 요구르트

치즈

포화지방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지방이 사실은 몸에 좋다.

단식하는 동안 식단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식사에 지방을 고의로 첨가해서는 안된다.

건강한 지방이 풍부한 아보카도와 올리브는 맘껏 먹어도 좋지만 베리류는 하루에 한 번을 넘기지 않되 과일이 몹시 먹고 싶을 때만 먹어라.

가공 당류와 가공식품을 멀리 하라. 포장지에 수십 가지 재료가 적혀 있으면 먹지 마라.

음식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첫 번째 단계는 음식을 잠재적인 에너지원으로 보는 것이다. 음식을 에너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생각함으로써 내 마음속에서 음식을 그것이 상징했던 더 복잡하 영역으로부터 분리해야 한다. 우리 중 많은 사람에게 음식은 보상이다. 지루하거나 외로울 때, 마음이 헛헛하거나 일정에 공백이 생길 때, 친구 삼아 또는 기분 전환을 하려고 음식을 먹는다.

즐거움과 중독 사이에는 아주 미세한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태초부터 먹는 것을 즐겼지만, 음식 중독은 거의 전적으로 현대인의 문제다.

헤로인과 같은 불법 약물은 뇌에 특별히 강력한 도파민 급증을 일으킨다. 당분도 정확히 같은 작용을 한다.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뇌의 한 부분인 해마는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급격한 속도로 느끼게 되는 만족감을 기억에 저장해 사탕, 쿠키, 탄산음료를 꿈꾸게 만든다.

음식 중독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지천에 널린 게 음식이다 보니 다른 중독보다 음식 중독을 끊기가 더 어렵다.

음식 중독을 유발하는 10대 식품: 피자, 초콜릿, 감자 칩, 쿠키, 아이스크림, 프렌치 프라이, 치즈 버거, 다이어트 음료가 아닌 탄산음료, 케이크, 치즈

과식한 후에야 감자 칩 하나 또는 케이크 한 조각도 절대로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는다.

) 고도로 가공된 음식을 먹으면 뇌의 쾌락 중추가 활성화되어 뇌에 행복감이 넘쳐나는데, 그 행복감이 도망치고 싶은 시댁에 있어야 하는 스트레스를 압도한다. 이 경우 먹기는 신호와 보상의 매우 중요한 매개자이다.

두 가지 전략

첫째, 음식이 몹시 당길 때마다 당을 지방으로 대체한다. 지방은 배가 부르니 식욕을 없애라고 뇌에 신호를 보낸다.

둘째, 단식한다. 단식도 마찬가지로 호르몬조절을 도와 식욕을 통제하게 해 준다.

단식이란? 원하는 건강을 얻기 위해 식사 간격을 벌리는 것.

모든 단식의 진정한 의미는 덜 자주 먹는 것이다.

간식 없이 하루에 세 번만 먹는 기본부터 시작.

단식보조음료

l  비타민, 미네랄, 전해질이 가득한 사골 육수

l  집에서 만든 저탄수화물 채소 육수

l  무설탕 피클 주스

l  세 큰 술의 레몬주스나 라임주스가 들어간 물

l  사과 사이다 식초.

l  사우어크라우트즙 (독일식 양배추 절임 즙)

l  차와 커피. 헤비 크림 (유지방 함량이 36% 이상인 생크림), 우유와 크림을 반반 섞은 혼합물, 전지 우유, 무가당 코코넛 밀크, 무가당 아몬드 밀크, 버터나 기, 코코넛이나 MCT 오일 등과 같은 지방 1~2큰술과 함께.

    설탕과 인공 감미료는 절대 안된다. 설탕이나 스테비아 등을 먹으면 단식으로 줄이려고 하는 인슐린 생산이 자극된다.

수분 무게를 제외하면 24시간 단식할 때 마다 체지방이 약 230g 감소.

지방 연소 모드로 들어가려면 16시간 동안 끊이지 않고 단식한 후에 시작된다.

단맛은 배고픔을 유발

단식의 시작은 한끼 거르기. , 8시간 동안에 두 끼를 먹어야 하며 각 끼니를 1시간 내에 마쳐야 한다.

의약품으로 분류된 멜라토닌은 인체의 멜라토닌과 동일한 구조를 가진 합성물질인 반면 해외 직구나 불법으로 유통되는 거의 모든 멜라토닌은 소와 같은 동물의 뇌에서 추출한 것이어서 안전성 우려가 있다.

아무것도 먹지 않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가 본다.

장기 단식을 시도하는 이유

목표를 빨리 달성하고 싶다.

체중과 치수가 한 달 이상 그대로다.

단순히 체중 감량을 넘어 추가적인 건강 혜택을 얻고 싶다. 예를 들어 장기 단식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인슐린 수치가 낮을 때 더 효과적이다. 단식 36시간 후에 케토시스가 시작되고 48시간 후에 자가포식이 시작된다. 장기 단식을 하면 머리가 맑아진다고도 알려져 있다.

단식을 중단하는 방법

대부분의 단식, 5일 이내의 단식에서는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5일 이상 굶는 긴 단식을 마쳤다면 주된 식사를 하기 약 30분 전에 견과류 한 줌이나 소량의 샐러드 같은 간식을 조금 먹으라고 조언한다. 약간의 간식은 영양 재개의 한 형태이다. 이것은 단식을 끝내고 많은 양의 식사를 할 때 전해질이 너무 빨리 세포로 들어가는 현상을 막고, 단식 후 과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영양 재개로 여러 날 사용하지 않은 소화 기관을 준비시킬 수 있다.

 

체중 감량은 칼로리 인 칼로리 아웃 방식이 아니므로 운동으로 칼로리를 소비해도 지방이 빠지지 않는다.

체중 변화는 호르몬에 의해 조절되며 그중 인슐린은 지방 저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포식 (단식의 상대적인 용어) 기간에 폭식을 부추기거나 당신을 중독이라는 토끼굴에 빠뜨리는 음식을 먹지 말기 바란다. 스테비아와 같은 천연감미료는 칼로리가 거의 없거나 전혀 없는데도 내 인슐린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추수감사절에 탄수화물을 폭풍 흡입하고 사과파이를 다 먹어 치웠다고 해서 정말 문제가 생길까? ‘단식으로 씻어낸다면 대답은 아니오. 나는 항상 이 방법을 사용한다. 모든 사람에게 내가 탄수화물을 먹지 않는 초인적인 존재라고 말하고 싶지만 나는 그럴 수 없다. 나는 가끔 피자를 즐기는데 대개 너무 많이 먹는다. 괜찮다. 그러고 나서 나는 항상 단식 일정을 잡는다. 단식은 인슐린 수치를 낮추고 지방에 저장된 음식 에너지를 태워서 피자로 인한 갑작스러운 호르몬 변동을 바로잡는다. 단식은 내가 피자를 먹으며 느꼈던 죄책감까지 씻어 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은빛 2025-04-14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중독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군요. 당분이 헤로인과 같은 약물과 같은 작용을 한다는 내용은 충격적이네요. 고도로 가공된 음식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데, 대부분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간편식들이 그런 종류이죠. 직접 식재료를 장만해 요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기엔 너무 물가가 높고, 너무 간편한 음식들이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고 느낍니다.

1일 1식으로 저녁만 먹는 날이 가끔 있어요. 낮에는 살짝 배가 고프다가도 조금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점심 약속이 잡히거나, 회의 장소에서 나오는 간식들 때문에 간헐적 단식이 자꾸 깨지는데, 일을 하면서 이런 것들까지 제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hnine 2025-04-14 16:00   좋아요 0 | URL
빈곤국, 빈곤지역일수록 비만율이 높은 이유가, 집에서 음식을 만드는 것보다 싼 값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간편식들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하지요. 편한 것들을 선택할땐 그만한 댓가를 치르게 될 각오를 해야할것 같아요. 간헐적 단식을 고수하느라 사회 생활이 깨지게 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될수록 간식을 피하는 것이 좋고 그런 경우 어떻게 융통성있게 대처하는지에 대한 내용도 있더군요.
음식 중독이 다른 중독보다 훨씬 제어가 어려운 것이, 마약이나 술, 담배 등은 사회적으로 경고도 받고, 일부러 가서 구입해야 손에 넣을 수 있는데 음식은 어디에나 널려있고, 중독을 의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단어가 품은 세계 - 삶의 품격을 올리고 어휘력을 높이는 국어 수업
황선엽 지음 / 빛의서가 / 202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도 평소에 이름이나 단어에 대해 궁금증이 많다.

'사과'는 왜 이름이 사과가 되었을까? 

'살구'는 왜 살구이지? 우리말인가, 한자인가?

'느티나무' 의 느티는 무슨 뜻일까?

왜 어느 나라 언어이든지 엄마, 아빠라는 단어는 비슷한 소리로 발음될까?

저자도 그랬다. 전공이 국문학이어서 더 그랬을지 모르겠다. 나는 궁금한데서 끝날때가 많지만 저자는 어원을 찾아보고 조사했을 것이다. 그렇게 알아가게 된 단어들이 쌓이고, 수업 시간에 인용을 많이 하면서 이런 것들은 전공자가 아닌 일반일들도 흥미를 가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이책의 서문 첫문장이 이렇다.

저는 단어의 뿌리를 탐구하는 일이 참 재미있습니다.

오래 쓰여오는 단어가 탄생하던 순간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태어난 단어가 성장하고 노쇠하고 죽기도 하는 과정을 알아내는 것은 단어와 함께한 우리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이기도 하고 우리의 모습이기도 할테니 재미있는게 당연하다. 요즘 들어 새로 생겨나는 단어는 얼마나 많은가. 오늘도 나는 새로운 단어를 배웠다. 마기꾼.

얼룩백이 황소, 옛말의 고추는 후추, 양말의 '양'은 서양을 뜻한다는데 그럼 예전엔 그냥 '말'?, 강아지, 송아지와 달리 돼지와 고양이에 새끼를 뜻하는 단어가 없는 까닭은 돼지와 고양이가 원래 새끼를 뜻하기 때문, 이름 앞에 붙는 '개'의 의미, 가죽나무의 가죽은 껍데기 (skin)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돼지고기의 한 부위인 갈매기살의 갈매기는 가로막 (횡경막)에 붙은 살이라는 뜻, 등등, 책 속에 흥미있는 사실이 가득이다.

서울에서 이사온지 꽤 되어서인지 나는 지하철 신천역이 잠실새내역으로, 은평구에 있는 신사역이 새절역으로 바뀐 것도 모르고 있다가 책을 보고 알았다. 왜 바뀌게 되었는지 까지.

한때 우리말 순화운동이 일어나면서 한자나 일본어, 외래어를 억지로 우리말로 바꾸느라 잘못 만들어진 단어들도 많았는데 여기서 저자는 국어학자의 역할은 이런 운동에 앞장 서서 사람들을 끌어가는 것이라기 보다 사람들이 가는 방향을 뒤쫓으며 확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학자들이 앞장서서 "이쪽으로 이렇게 갑시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저자가 특히 식물 이름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도 나와 비슷했다. 식물 이름에는 오랜 역사가 담긴 예가 많기 때문이다. 모양때문에 붙은 이름도 있고, 사회 관습때문에 붙은 이름도 있다 (며느리밑씻개). 

오늘도 저녁 상에 반찬으로 오른 부지깽이 나물을 먹으며 나물 이름이 왜 부지깽이일까 궁금했다. 

국문학과 교수님이 쓰신 글이라 딱딱하고 전공에 치우친 내용일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술술 넘어갔다.

다 읽고나서 책에서 여러번 언급된 우리말샘 사전 사이트를 즐겨찾기 해놓았다. 이런 것이 있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25-04-03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4-0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고비의 시간 -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
김성호 지음 / 지성사 / 202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가 생물학과 교수를 지내긴 했지만 새를 전공하진 않았다. 동고비라는 새를 관찰하게 된 것은 전공과 무관하게 개인적인 상황에서 비롯한 우연한 기회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 기회에 대해 책의 들어가는 말과 처음 글 동고비를 만나야 했던 이유라는 제목으로 설명하고 있다.

처음 그는 큰오색딱다구리가 나무에 둥지를 만들고 새끼를 키워내는 과정을 보았다. 그는 큰오색딱다구리가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주어 어린 새끼새들을 키우고 마침내 새끼새들이 둥지를 떠나가는 것을 보고 울었다고 했다. 그런데 저자의 관찰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번식을 끝내고 비어 있는 딱다구리 둥지는 그렇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파낼 능력이 없는 다른 많은 생명체에게 더없이 귀한 선물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그중 하나가 동고비라는 이름을 가진 작은 새였다. 동고비는 딱다구리의 옛 둥지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제 몸에 맞게 다시 꾸며서 사용하는 재미있는 새였다. 이를테면 입주 전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둥지 입구를 좁히기 시작한 첫날부터 어린 새 여덟 마리를 잘 키워 둥지를 떠나기까지의 80일을 기록하였고 이것을 <동고비와 함께 한 80>이라는 책으로 발표한 것이 15년 전이다. 80일이라고 했지만 실제로 동고비를 만난 시간을 2년이라고 한다. 이 책을 난 이후에도 더 알아야 할 것들이 남아있었고 다른 여러 마리의 동고비에서 다름과 차이를 확인하고 싶었고 그 내용을 보태어 15년 후 이 책 <동고비의 시간: 생명 사랑으로 이어진 17년의 기록>을 내게 되었다.

이 책에는 이전에 동고비와 함께 한 80일의 내용에 실렸던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빈 둥지에 자기들의 둥지를 짓는 과정에서부터 짝짓기, 알 낳기와 알 품기, 어린 새 키우기 (육추), 어린 새 둥지 떠나기 (이소) 과정과 함께, 둥지 전쟁이라고도 부르는 둥지 다툼 과정을 관찰한 내용이 들어있다. 둥지 다툼을 벌이는 생물에는 딱다구리, 다람쥐, 하늘다람쥐, 청설모, , 소쩍새, 찌르레기, 원앙, 큰소쩍새, 파랑새, 호반새 등이 있는데 벌이나 다람쥐 같은 것들도 딱다구리가 만들어 놓은 둥지를 탐낸다는 사실은 뜻밖이었다. 그만큼 딱다구리가 만들어 놓은 둥지는 쓸모가 있게 만들어져 있다는 뜻이다.

동고비가 딱다구리가 만들어놓을 둥지를 발견하고 차지하는 과정에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둥지의 청소이다. 남이 만들어 놓은 둥지를 이용할 지언 정 그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청소부터 하고나서, 비로소 진흙을 물어 날라 자기들의 둥지로 리모델링을 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딱다구리가 주로 둥지를 짓는 나무 수종은 어떤 것인지, 둥지의 높이는 어떠한 지, 어느 방향으로, 어떤 방법으로 짓는지, 자세하게 관찰한 내용이 들어가 있고 그만큼 사진도 많이 실려 있어 실감나게 이해할 수 있었다.

동고비가 딱다구리의 둥지를 다시 수리하는 데 쓰는 재료는 진흙이 첫번째, 그 다음으로 쓰는 재료가 나뭇조각, 그리고 얇은 나무 껍질이었다. 이 얇은 나무 껍질이 알자리가 되는 것이다. 이렇게 거의 한달에 걸쳐 둥지를 완성한다. 그리고 비로소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다. 놀라운 점은 동고비가 짝을 먼저 정하고 이들이 함께 둥지를 찾아 재보수를 하여 완성을 한 후에 짝짓기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새도 이런 순서를 따를 것이라고 생각 안 했다.

동고비를 관찰하며 가장 큰 기쁨의 순간을, 첫째, 어린 새의 첫 먹이를 가져와 먹일 때, 두 번쨰는 어린 새가 잘 커서 둥지 입구로 첫 고개를 내밀 때, 세 번쨰는 둥지의 모든 새가 아무 탈 없이 보금자리를 떠나 진정한 자연의 품에 안길 때라고 한다. 생각만 해도 뭉클해진다.

이런 과정들이 여러 장의 사진으로 실려 있다. 그 사진들을 찍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동고비 둥지 앞에서 보내야 했을까.

내가 제일 뭉클했던 순간은 어린 새의 둥지 떠나기, 즉 이소 과정을 보면서이다. 부모와 어린 새가 헤어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미련 없이 떠나보내고 떠나 가는 과정. 사람은 잘 못하는 과정을 새들은 자연스럽게 해낸다.

새가 한번에 새끼를 여러 마리 낳는데 새끼들을 성장 차이가 거의 없이 골고루 키워내는 재주도 신기하다. 동시 부화와 균등한 배식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알이 나오는 순서가 있지만 그 알들을 순서대로 부화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알이 나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한번에 부화하기 때문에 성장 차이가 거의 없고 부화한 새끼새들을 어느 한 개체에게 치우치지 않게 균등하게 먹이는 재주가 있다고 한다. 다름 아니라 먹이를 가장 간절히 원하는 어린 새에게 먼저 주는 것이다. 고개를 가장 높이 드는 새이다.

딱다구리에 의해 한번 만들어진 둥지를 두고 여러 생물들에 의해 둥지 다툼이 일어난다고 했는데 한 둥지를 오랫동안 관찰하여 둥지를 차지하는 생물들이 어떻게 바뀌는지도 보여주었다. 아홉 번 주인이 바뀌는 둥지도 있었다. 아마 수년에 걸쳐 일어난 둥지의 역사일 것이다. 동고비가 정신없이 진흙을 물어 나르고 있는 둥지가 있는 나무를, 시설을 마련한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베어버려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날의 아픔도 있었다.

둥지를 짓고 있는 동안에 다른 새들에게 둥지를 점령당하여 둥지를 빼앗기기도 하고 짓던 둥지가 무너지기도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몇 번을 다시 짓기를 반복하는 것을 보고 저자는 감동을 받고 동고비 정신이라고 부른다. 저자가 그랬다면 책을 읽는 사람도 그럴 것이다. 동고비의 번식 과정을 알게 되면서 생명이란 얼마나 소중한가, 자식을 낳아 길러 내보내는 과정은 새라고 해서 사람보다 못할 게 없고 숭고함에 차이가 없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17년을 동고비에 관심을 두고 관찰해온 저자에게도 존경심이 든다. 그건 생명에 대한 호기심과 사랑이 아니었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혼자 날아서 둥지를 떠난 새는 처음 부터 먼거리를 날지 못하고 둥지에서 가까운 나무 가지까지 날아가 앉아 있으면, 부모 새가 먹이를 물어다 준다. 마지막 서비스이다. 오른 쪽의 튼실해보이는 새가 새끼새이고, 왼쪽의 헐벗은 듯 보이는 새가 부모새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란놀 2025-03-02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새나 짐승이 살던 곳에는 다른 새나 짐승이 살던 냄새가 뱄기에, 이 냄새를 안 없애면 다른 새나 짐승이 다시 그곳으로 와요. 그리고 곧 태어날 새끼새한테는 어미새 냄새를 알려주어야 하기에 반드시 싹싹 잘 치워야 하고요.

말씀처럼 둥지나기를 잡아채기란 가장 힘들어요. 어느 날 갑자기 한나절 만에 둥지나기를 하거든요.

새끼새한테 둥지나기는 마지막에 삶이냐 죽음이냐 하고 갈리는 길목이기도 합니다.
둥지나기를 못 하면 그만 둥지로 못 돌아와서 바닥에서 다른 짐승한테 잡혀먹거나, 시골이라 하더라도 자동차에 밟혀서 죽기 일쑤입니다.

hnine 2025-03-02 10:23   좋아요 0 | URL
청소부터 하는 이유가 있었군요. 저렇게 청소를 하고 둥지를 새로 고쳐 만드는 동안에도 다른 새들이 덤벼들지 않도록 계속 경계하고 지켜야 한대요. 둥지나기 하는 과정을 제가 자세히 쓰진 않았는데, 읽는 저도 뭉클하고 우리 인간들의 방식을 되돌아 보게 되었답니다. 자식을 계속 옆에 끼고 살고 싶어하는 것이 과연 자식을 위한 것일까 하고요. 둥지나기 실패하는 예들도 책에 나와있긴 한데, 태어나서 계속 생존할 수 있느냐 하는 첫 관문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걸 지켜보는 부모새의 심정은 어떨까.
이 책 읽으며 생각할 거리가 많았습니다.
 












피아노 책 제본을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 시간 때우러 들어간 커피집에서, 들고간 책을 다 읽어버렸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었으므로 반납을 하고 집에 돌아왔는데, 아차, 책갈피를 꽂아둔 채 반납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
제주도 김창열 미술관 갔을 때 사온 책갈피였는데.
도서관에 전화를 했다. 방금 반납한 책에 책갈피를 끼워둔 채 반납했는데 꺼내서 보관해주시면 찾으러 가겠다고.
그리고 다음 날 가서 찾아왔다. 바로 저 책갈피.







사놓은지 꽤 되었는데 오늘 아침부터 제대로 읽기 시작한 책이다.

제목만 보면 무슨 책인지 모를수도 있는데 '동고비'라는 새를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다.




작지만 똘망하게 생긴 이 새 '동고비'

나도 이 책때문에 처음 알게 된 새이다.





동고비라는 새에 대해 특별히 궁금해서라기 보다, 이런 책에서 얻는 것은 관찰기록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han22598 2025-03-08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숍에서 완독하신 책이 궁금하네요 :) 언제나 책을 들고 다니시는 알라디너님들....넘 좋아요.

hnine 2025-03-08 22:09   좋아요 0 | URL
사진에 올린 책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이요. 책은 언제나 들고 다니긴 하는데 책 보다 스마트폰 들여다볼때가 더 많아서 부끄럽습니다 ^^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 - 잠 못 이룬 날들에 대한 기록
마리나 벤저민 지음, 김나연 옮김 / 마시멜로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을 뜨자 마자 시계를 본다. 숫자 4가 보이면 그래도 성공이다. 적어도 새벽 4시는 넘었다는 것이니까. 3이나 심지어 2가 보이면 낭패스럽다. 이미 깨어버린 잠을 억지로 다시 청해야 하니까. 그렇게 용을 쓰다가 포기하고 일어나는 날은 하루가 아주 길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흔히 말하는 갱년기 증상도 아니다. 그보다 더 오래 전부터 나는 잠 없는 사람으로 살았다. 정신의학 코너가 아니라 문학 코너에서 불면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이 눈에 띄어 안 꺼내 볼 수가 없었다. '나의 친애하는 불면증에게'

저자 마리나 벤저민은 주로 논픽션 분야의 글을 써오고 있는 작가이다. 이 책은 불면의 개인적인 경험담과 함께 거기서 나아가 잠에 대한 여러 이론과 기원, 잠에 대한 각종 이론과 가설 등, 폭 넓게 고찰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내가 새벽 4시를 기점으로 삼았듯이 저자는 새벽 4 15분을 들어 묘사하였다. 이 시간대의 어둠은 이전만큼 순결 무구하지 않다는 것은 이미 한밤중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는 시간을 건너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직 깜깜하지만 새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며 밤의 가장자리 시간.

하루의 고된 노동 끝에 눕자마자 잠에 빠져들던 때가 있었다. 언제부터 우리는 불면의 고통에 시달리게 되었을까? 마르크스는 자본주의가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일환으로 파생되었다고 했다. 자본주의의 산물인 시계, 시장, 철도 (나중엔 고속도로)의 노예가 되었고 괴물 같은 기계의 윤활유로서 긴 하루를 보내야 하기에 설탕이나 담배, 커피를 이전보다 더 많이 소비하며 종일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불면으로 시달린다고 할 때 주위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지 그러냐는 것이다. 약을 처방받기 전에도 우리는 안다. 그렇게 얻는 잠이 이전의 잠과 같지 않다는 것을. 수면보조제의 효과에 대해서 대부분은 잠시 효과를 보이며 나를 희망으로 부풀게 했다가 이내 납작하게 찌부러뜨렸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관성 있는 효과를 보이지도 않을 뿐 더러 잠을 잔 시간은 얻을 수 있어도 잠이 주는 활력의 효과는 기대 이해라는 것은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수면의사 루빈 나이먼의 권고에 의하면 수면제는 눈뜬 채 지새는 시간을 기억에서 지워버려 기억상실증을 유도하고 가짜 수면을 생산한다. 수면제는 불면증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다만 증상을 억제할 뿐이라고 했다.

소설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처럼 불면증을 즐기는 경지에 있던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있다. 그는 완벽히 어두워지는 것을 두려워해 밤이면 침실 문을 살짝 열어두었고, 잠이 들면 암흑 속에서 영혼이 흩어져버리듯, 완벽한 어둠 속에서는 머리가 빙빙 돌며 현기증을 느끼기 때문에 문틈으로 새어들어오는 희미한 한 줄기 불빛만이 내가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라고 말하기도 했다.

불면상태에 대한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가 저서 <공간의 시학>에서의 묘사는 불면상태 만큼이나 모호하게 들린다.

우리가 믿음을 바탕으로 영혼을 열어 보일 때 창의성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처럼, 외부 세계와 내부 세계 사이에도 신뢰를 기반으로 한 친밀한 관계가 성립된다. (92)

불면의 시간에 우리가 경험하고 느끼는 것을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도취에 가까울 정도로 격앙된 불면 상태에서 그런 벅찬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다. 구멍이 송송 뚫린 밤의 모습처럼 내 앞에 벌어질 모든 일에 마음이 열리고 유연하게 흐르는 우주와 하나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93)

저자는 아주 드물게 이런 벅찬 감정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하면서 이건 그야말로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은 이와 아주 반대되는 감정 상태라고 했다. 실로 불면의 세계는 끝이 없나 보다. 나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태. 앞으로 올지도 모를 경험이니 가능성을 열어두자.

여성의 지위에 대한 사회적 억압에 대해 여성은 불면을 선택했을 가능성도 제시한다. 잠들기 거부하는 것은 나 자신의 소멸과 싸우고 있었던 것일지 모르고, 엄마와 가정주부라는 역할 외에는 어떤 선택도 용납하지 않았던 사회적 제약에 (나름대로 방식으로) 저항한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잠으로만 가능한 꿈에 대한 여러 이론들, 가설들도 제시하였다. 잘 알고 있는 프로이트와 융 같은 정신의학자 외에도 나보코프, , 볼라뇨, 베라트 등 많은 작가, 철학자들이 꿈의 기능, 꿈의 의미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저자는 불면은 과도한 소속감과 과도한 생각에서 오는 잉여의 산물이라는 것을 깨닫고, 불면증을 잠재우는 방법으로서 자리에서 일어나 글을 쓰는 방법을 택한다. 밤이면 돌고 도는 생각을 종이 위에 옮기고 분석하여 정돈된 단어로 고쳐보는 것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나침반이자 닻이고, 내가 나를 초월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희귀한 의식이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명상이 그런 의식이라면 저자에겐 글쓰기가 있다고 하였으니 작가 다운 방법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꼭 작가라서일까? 작가 에게만 통하는 방법일까 하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으로 불면증을 바라보는 방식이 중요하다고 한 것에 나도 공감한다. 불면을 타파하기 위해 더 불면을 못 견디는 것으로 만들어보는 대신 감당하는 방향으로 생각을 돌려보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조각 조각의 생각들을 콜라주의 재료로 삼아 무의식의 단편들을 창의력의 발판으로 삼을 수도 있다. 내가 요즘 새벽 2시에 책상의 스탠드 불을 끄는 것이 아니라 새로 켜고 앉는 이유이기도 하다.

단순한 불면증 경험담을 담은 에세이겠거니 예상하며 읽었는데 생각보다 다각적인 방면으로 분석하고 고찰한 내용의 글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25-02-22 1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면증이 있으시군요. 저도 중간에 잠을 깨긴하지만 금방 잠이들긴 합니다. 물론 가끔 실패하는 경우도 있긴하지만. 어렸을 땐 잠이 너무 많아 불면증에 걸려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봤습니다. 그럼 더 많이 책을 보고 글도 쓸텐데 하며. 지금은 참 철없는 생각을 한 거죠. ㅋ
저의 엄니도 오래 잠을 못 주무셨는데 점점 더 나이드시니까 지금은 비교적 잘 주무시더라구요. 불면증이라기 보단 그냥 잠이 없는 체질. 뭐 그렇게 봐야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실제로 4, 5 시간 자고도 건강하게 사는 사람도 있던데.

hnine 2025-02-22 14:22   좋아요 0 | URL
저는 좀 심각한데, 한숨도 못자고 아침을 맞는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을때라도 몇시에 잠이 들든 2시간 후면 깨서 다시 잠을 못잘때가 많아요. 원래 잠이 없는 편이긴 한데 그게 점점 더 심해져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