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즐겁게 본 영화였다. 스포츠 영화가 가진 고뇌와 불굴의 의지... 그리고 마지막 승리까지 어쩌면 디즈니 가족 영화가 한국식으로 정착된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국가대표.... 어느 한 국가를 대표하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는 굳이 영화가 아니라도 그 속에는 남다른 감동이 있을 수 밖에 없다. 한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서는 어느 종목이든 흘린 땀과 노력이 남들보다 적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땀을 흘리지 않은 일반 사람들이 보기에 그들의 노력은 언제나 경탄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남들이 잘 알아주지 않는 비인기 종목임에야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스포츠 영화의 일반 공식을 잘 따라가면서도 조금 다른 파격을 생각하게 한다. 국가대표라면, 최소한 국가에 대한 일반적 믿음이 있고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자국의 대표임에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결코 국가에 충성하고픈 이들이 아니었다. 처음 시작부터 이 영화의 근간에는 폭력적 병역문제가 등장한다. 그리고 주인공들 대부분은 병역을 피하기 위해 경쟁이 심하지 않은 블루오션의 영역으로 자신들을 투자(?)한다. 즉, 국가의 부름을 피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국가대표였던 것이다.  

국가라는 환상이 다 지워진 것은 아니다. 나가노 동계올림픽에서 출전국가들 중 마지막을 장식했을때 그들이 국기를 걸고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 어쩌면 군더더기가 아닌 정확한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장면이라 생각한다. 우선 주인공의 목표는 국가의 영광이 아니다. 국가의 위상을 높임으로 인하여 받게 되는 보상(?)이 이들의 1차적 목표이다. 이들은 죽으나 사나 운동을 하고 그 운동을 통해서 무언가 보상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최소 상류층처럼 군대를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돈이 있어 자신의 가족과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을 가진 이들이 아니다.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비인기 종목의 국가대표 선수 생활을 해야 했고, 그들의 개인적 소망과 국가의 영광이 맞아 떨어질때, 국가에서는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는 것이다. 그들이 국가의 누가 되는 일을 했을 때 과연 국가는 이들의 손을 들어주겟는가?  그럼에도 패배후 이들은 국가를 부른다. 그것은 자신에 대한 위로이지 국가에 대한 죄송함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스토리텔링이 주는 감동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비극적 상황에서도 운명을 거역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언제나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스포츠 영화는 영원히 영화의 소재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 흥행한 스포츠 영화들...'우생순'이나 '킹콩을 들다' '국가대표' 모두 비인기 종목임에도 어느 정도 성과를 거든 스포츠를 소재로 다루고 있다. 성과가 없는 스포츠를 다루기는 힘들 것이다. 마지막 인간승리를 기록하기 힘들 것이기 때문에.... 비인기임에도 마지막 성과가 있기에 소재로 가능했던 것이다. 거기에는 인간의 땀에 대한 보상이 주어져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영화는 감동을 주지만 현실의 자본의 논리는 비인기 종목은 그냥 비인기 종목일 뿐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이 영화가 감동을 주듯이, 다른 비인기 종목들에서 땀을 흘리는 많은 스포츠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성과가 없어도 그들의 땀과 노력이 일반인들에게 많이 전달되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다. 그러나 어쩌랴..... 자본은 그것들을 결코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윤이 남지 않는 장사는 장사가치가 없으므로....    

그래도 무언가 도전해도 실패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거나, 남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하게 생활해 나가는 사람들은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것이다. 언제나 패배만 보고 살 수는 없으므로 희망에 대한 이야기는 때론 마약처럼 사람들에게 힘을 준다. 마약이 남용되었을 때, 문제가 되지만 적절하게 약으로 쓸때는 그 효용은 무한한 것이다. 이 영화의 마이너리티들은 마약의 남용이 아니라 적절한 처방으로 사용되도록 만드는 최후의 방어선이다. 국가와 상관없이 존재의 이유로 인하여 분투하는 마이너리티들의 반란은 언제나 아름답다.    

참 영화음악도 굉장히 좋았다고 첨언해둔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rch 2009-08-09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뻔한 전개일거라고 생각해서 국가대표 대신 아이들과 UP를 봤는데. 머큐리님이 본 시각은 좀 흥미로운데요. 국가대표란 제목을 살짝 비껴나간 부분이 말이죠.

머큐리 2009-08-10 20:30   좋아요 0 | URL
뻔한 얘길거에요...아치님 글들을 보면 왜 내글은 그리 뻔한지 말이죠...ㅎㅎ

바람돌이 2009-08-09 0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너무 뻔해보여서 망설이다가 그래도 볼게 이것밖에 안보여서 봤다죠. 근데 생각보다 참 재밌었어요. 막장인생들의 분투기? 전 스키 점프 장면들도 진짜 멋있던데요. 그런 건 어떻게 찍는걸까요? ^^

머큐리 2009-08-10 20:31   좋아요 0 | URL
글세요..ㅎㅎ 제가 영화감독이 아니라서 장면은 잘 모르겠어요...바람돌이님 반가워요...저도 가끔 님 서재에 놀러가는데용..ㅎㅎ

프레이야 2009-08-09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비슷한 느낌을 갖는 것 같아요.
뻔할 거란 생각에 기대는 많이 안 하고 보게 되지만 생각보다 괜찮은..^^
너희들은 국가대표야, 이렇게 코치가 말할 때 상당히 역설적이란 생각을 했어요.
참, 저도 스키점프 할 때 나오는 음악들이 참 좋더군요. 역동적이고 밝았어요.
추천!

머큐리 2009-08-10 20:32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해요...가끔 제글에 추천주시는 분들이 궁금했답니다...음악이 좋아 구해보려고 해요...프레이야님도 더운 여름날 역동적이고 밝게 보네세요

마노아 2009-08-09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좋은 음악과 감동의 씬에서 소리가 뚝 끊기니 인내심의 끈도 뚝! 끊겼더라는 말이죠. 똑같은 일이 한 달 전에 CGV에서 있었는데(그땐 트랜스포머2), 거긴 환불에 영화예매권까지 줬단 말이죠.ㅎㅎㅎ

머큐리 2009-08-10 20:33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페이퍼보고 본 영화에요..ㅎㅎ 덕분에 이번 여름은 영화성적이 꽤 좋은데요...마노아님이 본 영화 중 다른것도 노리고 있답니다...ㅎㅎ

[해이] 2009-08-09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싶다!!ㅋ

머큐리 2009-08-10 20:33   좋아요 0 | URL
방학인데 안보고 뭐하세요?? 너무 어려운 책만 읽지 말고 쉬운영화도 보면서 머리도 식히고 그러세요..ㅎㅎ

어느멋진날 2009-08-16 23:55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말씀에 동감! ㅋ 해이님 주문하시는 책들 보면 정말,,,
좀 말랑말랑 해질 때도 필요하다구요^^
머큐리님 리뷰 보니 이 영화 막 땡기는데요??

무해한모리군 2009-08-1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이걸 또 봐줘야겠네요 ^^

머큐리 2009-08-11 20:04   좋아요 0 | URL
데이트 코스에 이 영화를 넣고...ㅎㅎ 왠만하면 다들 즐길수 있은 무난한 영화니까...괜찮지않을까용?
 

왜 사람들은 특정 숫자에 집착하게 되는 걸까.... 

나도 모르고 있다가 오늘이 100일이 되는 날이라는 걸... 

그 100일 동안 무엇이 일어난건지...혹은 아무일도... 

10진법의 마법에 잠시 헤매이는 날...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머큐리 2009-08-1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글의 추천자는 뉘구?
 

농성 막바지 희망퇴직한 쌍용차 조합원 심경 밝혀 

쌍용차노조의 파업 기간 동안 거의 마지막까지 공장 안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다 회사와 합의를 이루기 하루 전인 5일 저녁에 도장공장을 나온 쌍용차노조 조합원이 심경을 밝혔다.

이규홍 쌍용차노조 조합원은 7일 오전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합의안이 허탈하다"고 말했다. 이 조합원은 "희망퇴직을 쓰지 않은 사람들은 그래도 무급휴직을 통해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끝까지 싸운 것인데 남아 있는 사람들 속에서도 죽은 자 산 자로 편가름돼야 한다니 많이 아쉬워들 한다"고 전했다.


"이러다 죽겠구나 싶어... 집행부 원망 않는다"


노조가 '양보'해 내부 비판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날(5일) 아침 경찰 공권력이 밀고 들어올 때 이건 우리가 상대해서 이길 수 있는 그런 대오가 아니라고 느꼈다"며 "누굴 비판하기 전에 저희들이 살아남을 수도 없겠다, 거의 죽겠다 싶은 마음들이 더 많았던 것이라 집행부를 비판하거나 하는 마음은 없다"고 말했다.

이규홍 조합원은 5일 저녁 공장을 나오며 희망퇴직을 쓴 이유에 대해 "미련이 없어졌다"고 잘라 말했다. "15년, 20년 동안 일했는데 같이 살자고 서로 고통분담하자고 그렇게 외쳤지만 회사에선 용역을 동원해 압박했다"며 "사실상 우리는 정부와 싸운 것인데 정부는 무조건 밀어붙이기만 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이런 전쟁 지옥같은 데서 더이상 쌍용이라는 이름을 갖고 다시 살 수 있을지 스스로 반문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구제되는 48%의 인원에 대해 "(동료들과)통화를 해보니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는지 모르고 있더라"며 "(대상 인원 작업을)집행부에서 해야 하는데 잡혀 들어가는 바람에 결정을 못 지었다. 결국 회사한테 떠넘긴 것"이라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제2, 제3의 쌍용차 우려


이규홍 조합원은 "저 스스로 잘린 것이 억울하고 분하기 때문에 싸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 애들까지 비정규직으로 만들 순 없기 때문"이라며 이후 비정규직의 확산을 우려했다. 또 "쌍용차가 힘들게 싸웠지만 결국 다 무너졌다고 하면 앞으로 다른 사업장도 저렇게 싸우지 못할 거다, 언제든지 자를 수 있을 거다"며 "과연 노동자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한번 좀 물어보고 싶다. 열심히 일한 게 그게 잘못인지..."라고 말했다.

이후 회생방안에 대해서 이 조합원은 "우리 기술로 충분히 해 나갈 수 있다. 앞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자력으로 클 수 있게만 해 주면 가능하다"며 "고통을 같이 나누면서 하면 분명히 살아나갈 길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마터스:천국을 보는 눈 - Martyr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이건 머.... 할말이 없음이다.  

일단 이 영화로 이끌어 주신 분들께 감사(?)해야 한다고 해야하나? 정말 영화보는 내내 미칠 것 같았다. 영상이 충격적이라고 그리 조언했건만, 만만하게 생각하다가 뒤통수 맞은 이 기분..영상과 내용에서 파격적이라는 것 인정해야 겠다.  

학대를 받다가 탈출한 소녀가 그 학대자를 찾아 복수를 한다는 전반부의 내용, 그리고 그 복수의 끝에 새로운 반전....그리고 또 반전.... 

영화의 핵심 주제가 무엇인지 사실 모르겠다. 다만 인간에게 극한의 고통을 주면, 고통너머에 무언가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소재이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사람에게 극도의 고통을 주는 것일텐데..그 고통의 강도가 더해 감에 따라 영화를 보는 사람의 고통도 더해 간다. 그러나 그 고통의 해결은 영화를 보여주지만, 관객은 알 수 없다.  

석가도 고행을 하다 포기 했다고 전해진다. 영화는 고통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다면 그 고통의 몫은 당연히 깨달음을 얻는 사람이 감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깨달음 내지 고통의 저편을 바라보기 위해 자신을 희생시키지 않고 무고한 제3자를 희생시킨다는 것이다. 여기에 공포가 있다 자신이 바라지도 않는 무언가를 보기위해 도구로서 희생되어야 한다는 것. 이미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물화되어야 한다는 것, 저항도 반항도 통하지 않고 절망속에서 심지어 인간이길 포기해야 한다는 것. 사물화되어 가는 것... 육신이 아니라 고기가 되어 가는 것.  

이 영화가 공포스러운 것은 바로 그 사물화 되어 가는 과정이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지기 때문이다. 시각적으로 심리적으로.... 인간이길 포기하게 될 때 ... 모든 것을 놓아 버릴 때.... 그때 보여지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고통을 통해 천국을 보려던 아니 죽음 이후의 무언가를 보려던 사람들.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통해 그들이 보고자 했던 것은 천국이었나? 그 천국은 누구를 위한 천국이었나? 

그들의 천국을 보기위해 관객은 지옥을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지옥은 인간성을 말살시키며 존재를 사물로 변형시키는 바로 이곳에 있다.


댓글(1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털짱 2009-08-07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우라사와 나오키의 '몬스터'라는 만화를 보고나서 거부감을 느낀 것도 머큐리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상통하지 않나 싶습니다. 만화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자신이 받은 상처에만 집중해서 무고한 다른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살해합니다. 그것도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거나 도움을 준 사람들을요...
머큐리님의 리뷰를 보니 저로서는 감히 볼 생각도 못낼 영화인 듯 싶습니다만, 리뷰만으로도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알겠습니다.^^

머큐리 2009-08-07 11:01   좋아요 0 | URL
털짱님 저도 우라사와 나오키 너무 좋아해요... 어둡지만 그것이 인간의 한 단면임을 너무 잘 보여줘서...불편하지만 한편으로 감탄하게 되지요...

마노아 2009-08-07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오셨군요.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ㅜ.ㅜ 저 아직도 후유증 남았어요...;;;;;
자신들이 보고 싶은 천국 때문에 엄한 희생양을 지옥으로 보내버리는 그 끔찍한 잔학성에 머리가 마비되는 것 같았어요. 자본의 최정점에 있는 어떤 인간들도 저렇게 타자를 희생시키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들구요. 그 모임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었잖아요. 아마 배우기도 많이 배운 사람들이었을 거예요..;;;;

머큐리 2009-08-07 11:00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이 보게 하셨잖아요...ㅎㅎ 힘들면 얼마나 힘들까 했는데...힘들더군요..

Arch 2009-08-07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핵심 주제를 정확하게 보신 것 같은데요. 같이 봤으면 참 좋았을텐데...

머큐리 2009-08-07 11:10   좋아요 0 | URL
저도 아치님하고 영화 못보고 스치듯 지나간 것이 두고두고 아쉽답니다...ㅎㅎ 다른 분들하곤 그래도 맥주 한 잔씩은 했는데 말이죠...ㅋ

무해한모리군 2009-08-0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생각이 날라그래요. 그날 들어가 보니 빈자리가 많더라구요.
정말 같이 보셨으면 좋았을텐데..

머큐리 2009-08-07 11:03   좋아요 0 | URL
글게 휘모리님이 예약한게 4장뿐이었잖아요...ㅎㅎ 근데 집에 보고를 안해서 그날 날밤 샜으면... 아마 집에서 진짜 공포를 보게 되었을지도 몰라요..ㅋ

Forgettable. 2009-08-07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전 이거 보면 안될거라고 이미 영화소개에서부터 생각했습니다.
인간의 어두운 면모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건 진짜 한 끝 차이인것 같아요.
우라사와나오키나 라스폰트리에는 좋은데 박찬욱은 싫단말이죠. 주제는 비슷한데 ㅎㅎ

머큐리 2009-08-07 12:08   좋아요 0 | URL
이거 안봐도 납량특집 잘 꾸려가지잖아요...ㅎㅎ 포님 오랜만의 댓글 방가방가

Forgettable. 2009-08-07 13:29   좋아요 0 | URL
제가 오랜만에 달았군요, 맨날 달다가 글도 답답, 댓글도 답답 이래서 안달고는 달았다고 생각했나봐요 ㅋㅋㅋㅋ

납량특집 소재도 떨어지고 여름도 슬슬 지나갑니다-
 

[이종회 칼럼] 정리해고를 모면한 노동자들이 좀비가 된 이유 

영혼이 없는 그러나 지칠 줄 모르는 노동력, 좀비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공포영화는 여름이면 오싹한 소름과 비명으로 TV와 극장가를 찾아온다. 요즘에야 소재도 다양해졌지만 공포영화하면 <월하의 공동묘지>부터 <전설의 고향>의 주인공, 하얀 소복을 입고 입가에 피를 흘리며 긴 머리를 늘어뜨린 귀신이 우리에게는 익숙하고 친근하기까지 하다. 서양 사람들에게 공포영화는 흡혈귀 ‘드라큘라’가 원조일 듯싶다.

<월하의 공동묘지>하면 일제시대 항일운동을 기본 배경으로 하여 억울한 죽음을 당한 월향이 주인공이었고, 소설 <흡혈귀 드라큘라>에서 나오는 드라큘라는 그 소재가 오스만 투르크제국의 군대를 물리친 루마니아 용장 드라큘라백작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데 최근에 서양영화에서 창궐하는 좀비는 그 배경이 자못 심상찮다.

네이버를 뒤져보면, 좀비 전설의 무대는 흑인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서인도제도의 아이티 섬이다. 부두교 흑마술에 능한 주술사가 마약성분의 약물로 희생자를 가사 상태에 빠뜨려 의사가 사망 진단을 하게 한 다음 묘지에 묻고, 한밤중에 다시 꺼내어 악덕 농장주들에게 팔아치운다. 이렇게 만들어진 좀비는 무언가의 힘에 의해 죽은 몸인 채로 다시 태어난 인간을 통틀어 칭하게 되었고, 호러와 판타지 작품 등에 자주 등장하여 썩은 시체가 걸어 다니는 모습으로 자주 묘사된다.

그런데 드라큘라가 그러하듯 의미는 전도되어 공포영화의 좀비는 지칠 줄 모르는 노동력을 가진 존재로 그려지는 게 아니라, 인간을 적대시하는 몬스터처럼 묘사되는 경우가 많다. 이미 의미가 전도되어 버린 좀비영화의 원조 격인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의 좀비가 우리 앞에 나타났다.


좀비가 된 노동자


TV화면으로 바라보는 쌍용자동차 공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하늘에는 헬리콥터가 선무방송을 하면서 떠다니다 때로는 노동자들 머리위로 최루액을 쏟아 붓는다. 경찰은 커다란 방패를 앞세워 도장공장으로 한발 한발 나아가면서 압박을 한다. 그렇게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 결국은 도장공장을 둘러싸 버렸다. 이미 사측이 물과 가스는 물론 심지어 소화전마저 막았고 급기야 전기마저 끊었다. 불붙은 폐타이어가 시커먼 연기를 뿜으며 하늘로 오르고, 화염병도 간간히 나오고 새총으로 쏜 볼트가 날아다닌다.

노동자들은 반찬도 없이 주먹밥으로 연명하고 있고, 경찰이 쏜 테이저 건이 얼굴을 관통해도 진료마저 막히고 있는 상황이니 이러저러한 고통을 호소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비축해 둔 물을 먹지는 못해도 씻는데 아까워할 수 없는 것은 최루액으로 온 몸에 부풀어 오른 수포 때문이다. 전쟁터에서 인권은 없다.

막힌 소화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자 소방서가 나서보지만 결국은 사측에 막혔다. 물을 넣으려고 해도 의료진이 들어가 노동자들을 치료하려고 해도 결국은 사측에 막힌다. ‘사측’이라고 하지만 결국은 방관만 하고 있는 경찰을 대신해서 ‘또 다른 노동자’ 그들이 나선다. 동료들의 정리해고로 노동 강도는 강화될지라도 ‘3년간 기본급 동결, 2년간 상여금 250% 반납, 3년 동안 일체의 복지 반납 등’을 서약하여 말이 살아남았지 숨만 쉬고 있는 해골이나 다름없는 노동자, 그들은 현대판 좀비일 뿐이다. ‘회사가 살아남아야 노동자가 산다’는 주술에 걸려 영혼은 빠져나가고 살아있는 시체들 그들이 나선 것이다.

정리해고에 맞서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인 농성 노동자들이 어제까지만 해도 같은 조립라인 콘베어 벨트를 타던 동료이던 그들에게 손에 쥔 쇠파이프를 휘두르지 못하고 갈등하고 눈물 흘릴 때, 그들 좀비는 절단기와 갈고리와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죽일 듯 달려든다. 그들 좀비는 정문 바리케이드를 마주한 노동자의 가족들에게, 제발 먹을 물만이라도 넣어달라고 그리고 환자들을 치료할 의사가 들어가게 해달라고 절규하는 농성노동자 가족들에게 침을 뱉고 거침없이 발길질을 해댄다.

용산참사와 관련한 조사에서 검찰은 불이 왜 붙었는지 어디에서 시작했는지를 끝까지 밝혀내지 못했다. 검찰의 얘기대로 화염병에 의해 불이 났는지, 아니면 망루를 해체하기 위해 썼던 그라인더와 비슷한 연장에서 튄 불똥에서 시작이 되었는지, 아니면 컨테이너 박스가 망루를 치면서 불똥이 튀었는지, 아니면 지금도 밝히지 않는 특공대의 진압무기에 의해 불이 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검찰은 단지 철거민이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났다고 우기고 있을 뿐이다.

용산에서는 약 2천 리터정도였다면 지금 노동자들이 사수하고 있는 도장공장에는 쌍용자동차 전체를 날려버리고도 남을 20만 리터 정도의 시너와 같은 인화물질이 있다. 그런데도 용산 철거민 망루를 부수기 위해 사용했던 것과 같은 컨테이너를 앞세우고 경찰특공대가 대기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 경찰특공대는 왜 두려움이 없겠는가. 시너가 있는지조차 모르고 진입했다 막상 불이 붙으면서 겁에 질려 뛰어 나왔다는, 검찰 조사과정에서 나온 특공대원의 진술은 그것을 반증한다.

만약 노동자를 진압하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진입을 한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데 두려움이 있다. 얼마나 큰 불이 날지, 얼마나 죽을지, 누가 죽을지를 가늠할 수 없다는데 그 두려움이 있다. 그리하여 경찰이 진압을 주저하는 사이 그들 좀비가 나섰다. 해산작전은 어디까지나 경찰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경찰청장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그들 좀비는 무언가에 이끌려 “4일부터 사무직과 생산직 등 4500명 전원이 출근해 대기하면서 공권력이 투입되지 않으면 금주 안으로는 도장공장에 진입하겠다”는 결의를 보이고 있다 

 

▲  동료들의 정리해고로 노동 강도는 강화될지라도 ‘3년간 기본급 동결, 2년간 상여금 250% 반납, 3년 동안 일체의 복지 반납 등’을 서약하여 말이 살아남았지 숨만 쉬고 있는 해골이나 다름없는 노동자, 그들은 현대판 좀비일 뿐이다. [출처: 미디어 충청] 

또 다른 좀비, 용역


역설적이게도 공포야말로 노동자를 공포로 무장한 좀비로 만든다. 97년 외환위기를 맞아 정리해고를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을 경험한 노동자들에게 정리해고가 공포로 다가오는 지금 이 시절, 공황시기 공포에 떠는 노동자를 좀비로 전환시킨다.

한편 쌍용자동차에서 경찰과 사측 노동자와 함께 또 다른 결정적인 역할을 한 좀비, 그들은 바로 용역이다. 용산참사가 난 5층 옥상의 철거민을 위협하기 위해 2층에서 불을 지르고, 경찰의 뒤에 숨어서 망루를 향하여 물을 뿜어대고, 경찰보다 앞에서 막힌 계단출입문을 해체하여 망루가 있는 옥상에 진입하는 경찰을 도우는 등으로 용산 철거민 학살에 결정적이었던 이들 용역의 역할은 쌍용자동차 노동자의 정리해고 저지투쟁에서 다시 한 번 명징하게 나타났다.

초기 노동자들이 점거한 공장에 진입하기 위하여 갈고리와 쇠파이프로 무장한 용역들은 뒷짐을 지고 지켜보고 있는 경찰을 대신하여 공장을 탈환하는 역할을 해왔다. 정리해고를 모면한 노동자들과 이들 용역들로만 힘에 부치자, 결국은 진입할 수밖에 없었던 경찰과 합동으로 공장탈환작전에 나선 것도 용역이다. <미디어 충청>의 보도처럼 용산에서와 마찬가지로 경찰로 위장하기도 하면서 노동자들이 공장을 사수하기 위하여 쏘아대는 새총과 같은 새총으로 노동자의 목숨을 위협하고 있다. 돈벌이를 위해 나선 용역이 생존을 위해 공장을 점거하여 투쟁하는 노동자에게 적의를 가지고 덤벼들고 있는 것이다.

예전에는 노조파괴공작에 악명이 높았던 식칼테러 전문가 울산의 ‘제임스 리’가 있었다면 요즘에는 노동쟁의가 있는 웬만한 곳이면 용역이 등장한다. 요즘과 같은 불황시기, 늘어만 가는 노동쟁의에 사측에 고용된 용역의 수요 역시 늘어만 간다. 그리고 재개발과 함께 운명을 같이 하는 용역은 현재 260군데 정도에서 재개발이 이루어지는 서울에서는 성업 중이다.

이렇듯 늘어나는 용역의 수요를 요즘 어디서나 쉽게 마주치는 노숙인, 학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로 나서는 학생, 그리고 실업을 넘나드는 불안정노동자들이 메우고 있다. 현 정권 들어 민주주의가 심각하게 후퇴하고 있다고 경고를 보내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명박정권의 희생자가 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동유연화정책으로 양산된 실업 및 비정규직을 포함하는 불안정노동자들이 그 수요를 메우고 있음은 아이러니이다. 특히 구조적 실업이 증가하고 물가는 임금상승을 앞질렀고 소득의 재분배 또한 더욱 양극화됨에도 사회적 안전망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최근 공황시기를 맞아 언제든 용역으로 나설 예비군은 늘어만 가고 있다.


좀비의 천국 파시즘 그리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사회


여론조작이 가능한 미디어법 개악으로, 인권단체 창립기념식장에서 “인권의 존재를 허용하지 않는 파시즘시대의 초기”라던 리영희 선생의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릴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더구나 지구적 수준에서의 자본의 위기 즉 공황시기를 돌파하기 위한 자본운동의 한 형태로서의 파시즘, 즉 반동적인 국가동원체제로의 전환 가능성을 본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된다.

20세기 말 경제공황을 돌파하기 위한 자본의 제국주의전쟁을 거치면서, 자본전쟁의 총알받이로 나설 뿐만 아니라 전쟁으로 삶이 피폐해진 노동자 민중들이야말로 서구 사회주의정당이 뿌리를 내리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연이은 경제공황 시기에 사회주의정당이 그들의 요구를 담아내지 못한데 실망한 룸펜프롤레타리아, 즉 일자리가 불안정한 노동자들을 기반으로 한 파시즘체제가 구축되었던 역사는 지난 과거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100년만의 대공황이라는 요즘, 파시즘이 논의되고 있는 이 시점에 있어 노동의 불안정성이라는 비수는 이명박정권과 노동자 중 누구를 겨냥할 것인가.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너가 죽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고 노동자를 막다른 죽음의 끝까지 몰아넣는 자본의 이 잔인무도한 본성과의 막바지 투쟁을 하고 있다. 그들은 실업자들이 구호물품을 타기위하여 길거리 줄을 서고 있는 공황시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에 그들도 동참을 할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위기를 자본이 책임을 지게 할 것인지 기로에 서 있다. 따라서 인생의 기로에 서 있는 그들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바로 공황시기 노동자에게 그 부담을 전가하고자 하는 자본과의 전면전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최저임금을 비롯한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저하시키고, 비정규직의 기간제한을 폐지하고, 정리해고를 자유롭게 하려는 구조조정을 저지하는 투쟁이기도 하다.


따라서 파시즘의 토대가 되는 일자리의 불안정을 넘기 위하여, 최소한 노동자, 특히 불안정 노동자 그들을 좀비로 내몰지 않기 위해서 그리하여 좀비천국 파시즘체제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투쟁이다. 민주노조운동을 포함한 노동운동, 이 사회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하여 그리고 자유로운 개인들의 연대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투쟁이다. 노동자가 총파업에 그리고 우리 모두 그들 투쟁에 나선 노동자들을 둘러싸는 인간방패로 나서서라도 반드시 이겨야하는 투쟁이다.


지금 쌍용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납량특집, 이것은 영화가 아니다.   

www.newscham.net/news/view.php

-------------------------------------------------------------------------------------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이 시대를 밤이라 규정한다면.... 살아있으되 죽어서흐느적 거리는 시체들이 득시글하고 살아있는 사람들을 습격하고 증오하고 배척하는 ...지금의 현상을 그냥 정리해 주는 말이다... 아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이여....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해이] 2009-08-08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국의 대처가 생각나네요. 그 여자가 영국에서 일어났던 광산노동자의 파업을 대대적으로 압살/학살 한 것을 전후로 케인즈주의적 복지국가를 때려치우고 TINA(There Is No Alternative)라고 하면서 신자유주의로 이행했죠ㅎㅎ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그 어떤 노동자도 노조에 가입하거나 파업하려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