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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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집에 나오는 소설들이 스산하다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오늘(2009년 10월 19일) 같이 스산한 날에 이 책을 읽었기에 내가 스산하게 느꼈을 쁀이다.
여기서 나오는 소설들은 모두 고통과 소통을 이야기 하고 있다.  
고통을 이야기 하면서도 저류에 흐르는 따스함이 있다. 물론 절망도...
이야기를 또한 이야기 하고 있다. 거기에는 자신도 모를 우연과 필연이 교묘하게 중첩되어  
있어 마치 순환적 환상에 빠지게 된다. 나와 연배가 비슷해 보이는 이 작가의 소설을 아직
난 이해하기 힘들다.  

막연하게 느끼는 것은 소통하지 못하고 외톨이로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약자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느껴진다는 것.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아서 그렇지 그런 시선의 따스함과
결코 그들과 동화되지 못하는 존재의 갈등(?)이라 해야 하나? 그러니까 뭐라고 표현 해야
할지 아직까지 잘 표현하지 못하겠다는 말이다.
내 자신이 이런 분위기와는 쉽게 감응하지 못하나 보다.  

다만 '내겐 휴가가 필요해' 에서 나온 역사와 그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는 묘한
울림을 주고 있다. 무언가 일어난 존재적 사건을 해명하기 위해 홀로 떠나 도서관에서
사건에 대해 정리하려고 독서를 하던 자살한 노인의 이야기는 어쩌면 책과 지식으로 해결
하지 못하는 존재에 대한 통찰이나 과거에 대한 해결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달로 간 코메디언'에서 느끼는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그 사이에 흐르는 침묵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듣는... 저자의 생각은 때때로 침묵이 가지는 그 커다란 생의
울림을 연상시킨다.  

어줍잖게 주저리 거려도 난 아직 소설속의 글들을 모두 소화하기가 힘들다.
그건 같은 연배의 작가보다 철없음으로 내 존재에 대한 고민이 덜해서 그런건지
머리가 나빠서 그런건지, 아니면 감성이 떨어져서 그런건지....  

하기사 오늘 통화한 후배가 '김연수'소설을 읽고 있다고 하더니 비웃더라...내 취향이 아닌데
왠일이냐고...그건 아마도 스산한 가을이었기 때문일거다.
취향이 아닌 책을 한번쯤을 읽어 줘야 하는 계절 가을 때문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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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26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 열권을 동시에 읽어라
나루케 마코토 지음, 홍성민 옮김 / 뜨인돌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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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좋아하다 보니 책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 흥미가 갈 수 밖에
없다. 책을 좋아하다 보니 나름의 독서법들도 있는 모양이다. 책 열권을 동시에 읽는
독서법이라 흥미로운 주장이다. 나 같은 경우는 어쩔수 없이 이리 저리 읽다가 만 책들을
읽다보니 열권은 아니라도 몇권씩은 본의 아니게 동시에 읽는 경우들이 있는데 사실
그렇게 독서하다 보면, 왠지 모를 죄책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오히려 죄책감을 더욱 조장하는 제목으로 책을 냈으니 당연 흥미
로울 수 밖에... 최연소 마이크로소프트 일본법인 사장이라는 화려한 성공배경까지 있으니
더욱 신빙성도 강하다.  

저자의 주장은 간단하다. 창조적인 사람들은 끊임없이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여야 하는데
단순하게 하나의 책만 읽는 사람 내지 한 종류의 책만 읽는 사람은 창조성이 떨어지고 결국
지식사회의 경쟁에서 낙오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물론 열 권을 동시에 읽는 것이
과학적이냐에 대해서는 확증해 주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성공이 이런 독특한 독서로 부터
나왔다고 강조할 뿐이다. (근데 의외로 이런 주장이 먹힐 것 같다. ) 

직장인이면서도 성공과 처세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을 경멸한다는 점에서는 좀 신선했다.
(이미 어는정도 성공해서 그런가??) 자식에 대한 교육도 교과서 보다 독서에 치중한다는
말에는 정말 어느 정도 신념까지 느껴진다. 텔레비젼에 대한 적대적 태도야 많은 독서인
들이 공유하는 문제이니 만큼 별로 신선하지 않아도, 성공한 사람이 그렇게 당당하게
미디어권력을 비판하는 건 그만큼 책에 대한 매니아적 태도 때문인 모양이다.  

과학적 근거는 없더라도, 최근의 인지심리학이나 뇌과학에서 나타나는 패턴인식을
적용해보면, 그리 근거없어 보이진 않는다. 더구나 책을 읽기 위해 바쁜 와중에도 조각
시간을 내서라도 책을 읽는 열정은 감탄이 나온다.
다만. 책을 읽는 가치가 너무 성공과 연결되어 있어, 살짝 거부감이 일기도 한다.
성공과 상관없이 책을 읽는 순수한 즐거움은 결국 사람들에게 설득력이 없는 것일까? 

그래도 자신의 독서의 끝자락에 자신의 독서법을 설파하는 사람이 미워보이진 않는다.
다만, 책을 읽고 꼭 성공까지 하는 것 보다, 성공하지 못해도 책을 여전히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묘한 차이가 살짝 맘에 들진 않는다. 역시 난 성공한 사람들을 질투하는
쫀쫀 유전자의 영향이 강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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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19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뭐 한 스무권 동시에 읽고 있습니다만 내용이 생각이 잘~ --;;
 
도가니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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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공지영이란 작가는 내 가슴을 온통 휘저여 놓은 작품들을 하나씩 내 놓는다.
문학성, 작품성 이런거 사실 나는 잘 모른다. 그리고 공지영의 작품들을 모두 다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특별하게 내 온몸을 흔들어 놓는 작품을 간간히 내어 놓기에 나는 그녀의
주변을 맴돌게 된다.  

누구는 도식적이다 재미없다고 평했던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나에게 여성에 대한
시각을 전환시키는데 획기적인 영향을 미쳤던 작품이었다. 이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보다 더 몰상식한 마초가 되어 있을 것이다. 사실 공지영의 초기 작품들을 별로 좋아
하지 않았던 나로서는 그녀를 다시 발견하게 되었던 계기점이 되었다.  

'도가니' 역시 오랜만에 팽팽한 긴장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나영이
사건이 문제가 된지 얼마 되지 않는 시점에서 읽어서 그렇지, 어쩌면 너무 소설적 과장이
심한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소재는 충격적이다. 더불어 이 작품이 현실의 소재를
그대로 가져온 것을 알았을땐, 인간의 어두움에 대한 근원적 불신이 더해짐을 느낀다.
물론 소설에서 어두움과 대비되는 밝음을 보여주지만, 난 나이들수록 인간에 대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그래서 늙으면 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응?) 

그녀의 소설을 읽다보면 80년대 리얼리즘론을 기반으로 한 민중문학론이 자꾸 떠오른다.
'도가니'에서도 나타나듯 미성년자 성폭행은 권력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진다. 단순한
이상심리자의 변태적 행위조차 아동 성폭행에서는 권력의 관계로 치환될 수 있지만, 소설
속에서의 권력은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익네트워크의 치밀하고 잔인한 속성이 날 것으로
드러난다는 점이 좀더 객관화된 시각을 보여준다고 해야 하나?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 비이성적인 일이 일어났을때, 단순하게 분노하기 보다는 그 일이
왜 그렇게 진행될 수 밖에 없는 지를 따지지 않으면, 그건 그냥 분노로 끝이다. 후속
대책이나 합리적 방안의 설정이 불가능해 지는 것이다. 여기에서 이 소설의 장점이 보인다.

현실은 소설보다 항상 잔인하다.
일상에서 소소하게 살다보면, 뜬금없이 벌어지는 것 같은 일들이 사실은 우리가 사는 일상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워주는 것이 문학의 소명이라고 믿은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것을 믿고 있다. 그러나 그런 소설을 만나기 쉬운일은 아니다. 개인적이면서 사회적
인... (요즘 소설들은 너무 개인화 되어있다는게 사실 내 문제의식이다) 

가진 자들은 못가진 자들보다 두 배는 더 두려움에 떨고 산다.
'도가니'를 읽으면서 느낀점이다. 
어린 그녀들의 용기있는 모습과 그것을 외면하는 사회의 모순을 보면서 난 소설보다 잔인한
현실을 다시 한 번 아프게 느낀다.
(밤 늦게 이 소설을 잡는 바람에 다음날 회사는 너무 힘든 고문실이 되어 버렸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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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번째 파도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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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과정이지 결실이 아니다. 어쩌면 이 책에서 내가 제일 섭섭했던 부분은 그것이었는지
모르겠다. 항상 '만나면 무엇을 할 것인가'을 묻던 두 사람이 만남으로 결실을 맺었다는 것.
그것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자 종말이라고 보여진다.
왜 필연적으로 소설 주인공들만이 만남으로 결합으로 완성되는지....  
그럼에도 마지막 이들의 모습은 행복해 보였다. 동화적 환타지가 현실에서 구현되는 성인용
동화로 전락해 버린건 아닌지.... 

이 소설의 장점은 다가섬과 뒷걸음질의 절묘한 조화에 있다. 다가서면 무언가 긴장이 조성
되고 물러서면서도 결코 끈을 놓지 않는다. 흔히 말해서 밀고 당기기의 절묘한 리듬감이
이 소설의 구성이라면, 그 밀고 당기기의 심리적 묘사가 이 소설의 세부사항이라면 조금
심한 단순화 일까?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소설 내내 독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것은 결국 작가의 역량이리라
아님 가을이라는 계절 탓도 있을 수 있고... 

존재를 뒤흔드는 .... 그 일곱번째 파도....
그 파도를 인생에서 몇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만나기는 하는 것일까???
그럼에도 소설에는 이루어진다. 그래서 아쉽다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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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18 1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지만 저도 알겠는걸요. 맨 마지막에 쓰신 문장 말예요. 그럼에도 소설에서는 이루어진다, 그래서 아쉽다. 그치요. 분명 해피엔딩인데, 왜 아쉬운지 모르겠어요. 분명히 좋기도 한데 아쉬워요..
 
번역은 글쓰기다 - 이제 번역가는 글쓰기로 말한다
이종인 지음 / 즐거운상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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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역과 글쓰기는 동일한 것인가? 아니면 번역은 글쓰기가 될 수 없을까? 

수준 낮은 외국어 실력을 가진 내가 번역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은 두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가끔 번역서를 읽으면서, 내 자신의 수준보다 번역자의 오역에 의해 텍스트를 독해
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왕왕 발생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로쟈님 서재를 들락거리다
(정확한) 번역의 필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느꼈다는 것이다.  

낮은 외국어 수준으로 아직도 번역된 서적들을 읽을 때, 이 글이 제대로 된 글인지 아닌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다만, 이 책을 잡고 읽었을 때 번역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의
땀냄새가 물씬 풍겨나오는 그 직업의 세계가 신기하고 놀라웠고 그들의 노고로 좋은 책을
한글로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웠다.  

나는 번역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때문에 이 글을 쓴 저자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
책을 읽다 보니, 저자는 번역일로 생계를 해결하고, 번역을 통해 글쓰기를 깨치고 있으며
더불어 번역가의 길로 가는 사람들에게 번역가의 생활과 번역일에 대한 여러가지 조언을
하고 있다. 심지어 연봉까지 공개하면서.... 사람들의 삶이 다 그러하듯이 성공하기 위한
일정한 조건은 동일한 것 같다. 즐겁게 꾸준히 성실하게..... 

번역에 대한 견해 차이들도 흥미롭다. 흔히 말하는 직독직해가 번역의 올바른 길인지
(안정효씨가 대표적이란다) 번역 자체가 언어와 언어를 소통시키는 것인데 언어자체가
문화적 산물인 만큼 그에 따라 필수적인 변형이 불가피한 것인지....여기서 번역가의 글쓰기
고민이 등장할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나오는 번역가의 생활과 번역일에 대한 고민...그것을 통한 글쓰기의 조언까지
번역일을 해보려는 사람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듯하다. 외국어를 시험용 공부외에는 별로 
생각해 보지 않는 나로서는 번역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게 했다고나 할까?
즐기면서 하는 밥벌이는 평생의 의지처이나, 거기에도 장인의 뼈저린 노력은 필수적이라
는 평범한 사실 하나만을 확실하게 깨닫게 된다. 더불어 글쓰기 역시 고민과 노력없이
되는 일은 아니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각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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