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나이프 밀리언셀러 클럽 98
야쿠마루 가쿠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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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와 피해자가 있다. 당연히 가해자는 벌을 받아야 할 것이고 피해자는 이에 응분한
보상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가해자가 13세 미만의 아이들이라면 어찌되는가?
아동의 미숙함을 이유로 성인이 받는 형벌을 비껴가게 된다. 그리고 가해자임에도 불구
하고 이들의 법으로 보호를 받는다. 성명도 밝혀지지 않고, 형벌 대신 교화교육을 받게
된다. 여기서 주변의 친인을 잃은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자가 된다. 가해자가 있음에도
그 가해자의 신원도 범행도 처벌도 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이러한 부조리를
기반으로 전개된다.   

가해자의 회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그리고 사회는 가해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을 어느정도 보호해야 하는가? 그리고 진정한 참회와 용서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인권의 문제는 당연하지만 한 겹만 벗겨보면 아리송한 경우인 때가 허다하다.
추리 소설임에도 사회 속의 미성년자 범죄에 대한 여러가지 윤리적, 법적 고찰이 매우 뛰어난
소설이라 생각된다.  

어린 시절의 실수로 상처를 안고 가는 사람들.  
가까운 친인을 잃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분노와 증오 속에 힘들어 하는 사람들.
가해자가 피해자가 되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소설의 구조 속에 인간의 죄와 용서와
참회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냥 범죄가 저질러지고 해결되는 일반 추리물에
비해 그 깊이가 틀린다.  

추리소설의 매력 중 하나가 범죄 속에 그 사회에 대한 밑그림이 그려지는데 있다.
이 점에서 이 소설이 지닌 탁월한 장점이 보인다. 그리고 거기에는 인간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 있다.
죄를 지은 인간은 누구에게 속죄해야 하는가?
죄를 속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죄란 결국 무엇인가? 

오랜만에 손에 감기고 가슴에 남는 추리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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람혼 2009-10-28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저도 너무 좋았어요.
머큐리님 말씀대로 정말 "가슴에 남는 추리소설"이라고 할까요.

머큐리 2009-10-28 23:41   좋아요 0 | URL
반가와요...람혼님..ㅎㅎ
영광입니다. 제 서재를 다 방문해 주시고..

다락방 2009-11-02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람혼님과 머큐리님의 추천에 이 책을 보관함에 담습니다.
 

 
검찰이 '용산 철거민참사' 관련하여 전국철거민연합회의 농성 개입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월 30일 오후 서울 한남동 순천향대학교병원에서 남경남 전국철거민연합 의장이 용산 철거민참사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성당 앞마당에 가을볕이 기분 좋게 내리쬔다. 쌀쌀한 날씨를 따뜻하게 보듬어줄 만큼 맞춤한 볕이다. 겉옷을 벗어 한 손에 걸치고 잠시 성당 뜰 안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참 좋다. 막 겨울채비를 시작한 나무들이 뿜어내는 쓸쓸하면서도 쾌청한 냄새들. 곧 겨울이 오겠구나, 발 아래 뒹구는 나뭇잎들이 이제 곧 맞이할 계절을 알리고 있다. 군데군데 무표정한 얼굴과 굳은 자세로 가을볕과 어울리지 않게 서 있는 사복경찰들만 아니라면, 늦가을 오래된 성당의 뜰 안은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모습이다.

명동성당의 뒤뜰 입구 한 구석에 자리한 영안실. 그곳에 사람들이 있다. '여기 사람이 있다'는 철거민들의 목멘 아우성을 외면하지 못해 함께 싸우다 갇힌 신세가 된 사람들. 순천향병원에서 이 곳 명동성당으로 농성장을 옮긴 지 이제 두 달이 되어가고, 용산철거민 살인진압참사는 열 달이 되어간다. 특히나 철거 브로커, 극렬용공분자 등 언론에 온갖 극악한 모습으로 보도된 '전국철거민 연합'의 남경남 의장은, 민주화의 성지라는 명동성당에서도 여전히 자신을 사찰하고 감시하는 경찰들과 거칠게 싸우고 있었다. 그는 인터뷰 전 날 단식 중 덜컥 쓰러져 의식불명에 빠진 문규현 신부님에 대한 염려로 낯빛이 어두웠다. 

"아시다시피 문규현 신부님이 단식하시다가 혼수상태다. 별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큰일이다. 다음 주 월요일인 10월 26일부터 범대위(이명박정권 용산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자들과 성당의 수배자 3인(이종회, 박래군, 남경남)이 단식농성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단식에 대비해 건강에 신경 쓰고 있어서 우리는 괜찮은데…."
(다행히 다음 날 문규현 신부는 의식을 회복했다 - 글쓴이 주) 

요즘 어떠시냐는 물음에 그는 명동성당으로 옮겨오니 순천향병원보다 여러 모로 낫다고 한다. 

"순천향병원에서 이리로 온 게 9월 4일이니까 한 달 하고 3주 정도 지났다. 거기는 건물 안 실내에서만 움직일 수 있었는데, 여기는 한정적이긴 해도 돌아다닐 수 있어 그쪽보다 나은 편이다. 영안실이 지하여서 습도가 좀 높은 점이 불편하긴 한데 건강에 크게 이상은 없고, 훨씬 좋다."  

가장 노릇 제대로 못해 죄스럽다

인터뷰는 성당의 뒤뜰 벤치에서 이뤄졌다. 성당 곳곳은 사복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계속 감시를 하고 있었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도 그는 계속 긴장된 몸짓을 보였다. 작은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둘레를 계속 의식하면서 날카롭게 바라보기도 했다. 이틀 앞으로 예정된 단식농성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용산참사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해결하라는 요구를 다시 한 번 하기 위해 단식에 들어간다. 정부는 재개발지역 철거민들의 문제는 개인들 간의 관계이기 때문에 공공이 개입해서 해결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그럼 묻고 싶다. 개인과 개인의 문제면 왜 경찰특공대가 개입했는가? 경찰만 개입하지 않았더라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었다. 이미 다른 지역의 철거민들은 개인 대 개인의 문제로 생계대책이나 생존권문제를 해결해왔다. 서로 불문율 같은 게 있었다. 그러나 용산은 경찰병력이 이를 가로막았다. 의도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 과정에서 철거민 5분과 경찰 1분이 돌아가셨는데, 정부는 문제를 이렇게 만들어놓고 이제 와서 개입할 수 없다고 한다. 실컷 개입해 놓고 문제는 본인들이 알아서 해라 말한다면 이게 어디 정부인가?" 

그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다. 열 달 가까이 모르쇠로 일관한 정부에 대해 다시 분노가 이는 듯했다. 잠시 이야기를 돌렸다. 용산 참사가 일어난 후 한 신문의 인터뷰를 보니 그의 아내가 "남편과 나는 거의 남남이다"라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가장 죄스러운 부분이다. (용산)사건이 나고 경찰부터 기자들까지 집 앞에 진을 치고 살았다. 거기에 시달린 아내가 화가 난 채로 날카롭게 쏘아붙인 걸 언론에서 그런 식으로 보도를 했더라. 물론 아내가 화가 많이 났을 거다. 가정에 돌아와 평범하게 가장 노릇 해주길 바랐는데, 어쩌다 보니 이런 생활을 하게 되었다. 딸아이가 혼기에 차 있는데 아빠가 이러고 있으니 결혼생각도 못하고 집에 조금이라도 보태겠다고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 미안할 따름이다. 아내가 식당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많이 대화하고 서로 노력해서 지금은 내 활동을 잘 이해해 주고 있다."


 
용산 범대위 대표자들이 지난 9월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 영안실에서 '용산 범대위 대표자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추석 전 장례를 치르겠다"고 입장을 밝힌 뒤 용산참사 문제 해결을 위해 수사기록 공개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벼랑으로 떠밀린 철거민들, 어떻게 외면하나? 

철거민 운동 20년. 그는 철거운동 안에서도 가장 강경하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용산의 참사가 일어난 후 언론과 경찰은 그가 대표로 있는 '전국철거민연합'을 폭력, 테러집단이라며 표적삼아 파헤쳤으나 뚜렷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증거란 있는 게 아니라 우격다짐으로 만들어지는 것임을, 그는 지난 20년간의 철거투쟁에서 경험했다. 

"90년도에 내가 살던 곳이 개발지역이 되면서 세입자대책위원장을 맡게 되어 이 운동을 시작했다. 나 자신이 철거민이었을 뿐, 무슨 의식을 가지고 시작한 것도 아니다. 그때 우리 지역은 2년 가까이 투쟁을 해서 순환식 개발(먼저 철거민들을 내쫓고 대책을 세우는 대신, 임시 주거지 등 대책을 세운 후 철거를 하고 다시 입주하도록 하는 개발 방식)에 근거한 보상과 주거문제를 해결했다. 당시 노태우 정권이 주택 200만호 건설 정책을 추진할 때라 경기도 지역에 엄청난 개발붐이 일었다

우리 사례가 알려지게 되니까 인근 개발지역 철거민들이 많이 찾아와서 어떻게 투쟁했는지 물어보기도 하고, 자기 지역에도 와달라는 요청도 많았다. 철거당했을 때의 그 심정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힘닿는 데까지 돕다가 자연스럽게 철거민 단체를 만들게 됐다. 그런 연대투쟁 과정에서 99년엔 2년 6개월 동안 실형을 살기도 했었다. 

다칠 것을 각오하고 죽음까지 각오하면서 싸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연대해달라고 오는 철거민들이 있을 때마다 전철연 회원들은 수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자기 일만으로도 벅차기 때문에 연대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용산 4지구 철거민들이 찾아와서 도와 달라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서로 힘을 합쳐야 그나마 용역깡패, 재개발조합, 경찰, 관공서, 건설자본, 정치권 까지 5겹, 6겹으로 둘러싸인 이 부조리한 구조에서, 그나마 철거민들을 지킬 수 있기 때문에 함께 하게 된 것이다. 평범한 사람들을 이렇게 벼랑으로 내몬 사람들은 그들이지 전철연이 아니다."
 

'용산 참사'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바로 이틀 전에 있었던 재판에서 검찰은 용산 4지구 구속자들에게 징역 8년을 구형했다. 10달 전만 해도 그냥 용산 4지구에 살던 사람들일 뿐이었는데, 갑자기 특수공무집행방해, 살인 등 무시무시한 죄명을 가진 범죄자가 되어버린 그들. 그뿐인가? 8년형을 받은 이충연 용산철거민대책위원장의 아버지는 용산 망루의 희생자 고 이상림씨다.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했다는 것이다. 아직 차갑게 누워 있는 아비의 시신. 이 문제가 빨리 해결되어 장례만이라도 치르고 싶은 아들에게, 아비를 죽인 살인죄를 씌우는 검찰. 8년 구형 얘기가 나오자 잦아들던 그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진다. 

"폭력이다. 폭력이 아니고는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 검찰의 기소내용은 자식이 아버지를 살해했고 철거민들이 스스로 자살을 했다는 것이다. 3살 먹은 어린애도 웃을 일이다. 특공대원도 인화물질 때문에 냄새가 너무 진동해서 정신을 잃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인화물질이 그렇게 많은데다 경찰이 망루를 부숴 쏟아지고 줄줄이 새고 있는데 철거민들이 그 진동하는 냄새를 못 느끼겠나? 살려고 망루에 오른 사람들이 거기에 화염병을 던졌다는 게 말이 되는가? 

특공대원도 망루 안에 화염병을 던져 불이 나는 건 못 봤다고 진술했다. 화재가 일어날 수 있는 여러 원인들을 변호인단이 실험을 통해 재판부에 증거로 제시도 했다. 그런데도 검사가 8년이란 중형을 구형한 것은 그야말로 자본을 위한 폭력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망루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여러 곳에서 일어났었다. 하지만 대부분 다 합의로 정리가 된다. 불가피하게 싸움이 벌어지는 지역은 손꼽을 정도다. 그런 지역들도 싸움이 붙은 후에 또 합의하고 자발적으로 내려오고 철거하고 그랬다. 그런데 용산은 이미 망루의 골조가 세워지면서 경찰이 특공대 투입 논의를 했다. 이는 대화를 통해 철거민들과 협상할 뜻은 전혀 없고 무조건 쓸어버리고 보자는 계획부터 세웠다는 것이다. 그런 경찰의 뜻을 받들어 검찰이 그 정도 구형을 했을 거다. 건설사, 철거용역, 경찰, 검찰, 정부가 한통속이 되어서 짜고 치는 고스톱판 같다. 8년이 무슨 애들 이름인 줄 아는가? 40대 50대들도 있는데 8년이면 그 분들은 인생이 끝나는 거다. 8년 소식을 듣고 너무나 분노했다. 앞이 캄캄했고…."

공권력이 공정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공공의 권력도, 공정한 권력도 되지 못하는 권력에게 '공권력'이란 이름을 붙이는 게 과연 온당할까. 용산참사 현장 바로 앞, 성을 구매하는 남성 범죄자들과 포주들이 버젓이 있는 불법 성매매 현장에는 가지 않는 경찰. 권력은 언제나 공정하지도, 공공적이지도 않다. 재벌의 총수가 비리로 구속되면 경제활동에 기여한 점을 참작한다며 언제나 관대했던 사법부가, 그 재벌의 이윤에 아주 조금 흠집을 낸다는 이유로 철거민들에게 이렇게까지 가혹한 것을 보라. 

그런데 우리는 힘이 없다. 재벌처럼 판사나 검사에게 떡값을 줄 수도 없고, 판사나 검사가 될 수도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신도 철거민이 될 수 있다'는 말은 그리 와 닿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기만 한데….    

"그렇다. 내가 철거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누구나 철거민이 될 수 있고, 철거문제와 연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우선 개발 지역 얘길 해 보자. 개발 공고가 나면 거주민들은 인근 지역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 아이들 학교, 직장 등 내 생활권이 그 지역이기 때문에 멀리 가기는 어렵다. 그런데 인근 지역 땅값과 집값이 올라가고 전월세가 폭등하니 이사하기 어렵게 된다. 인근지역의 전월세 거주민들은 그들대로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된다. 폭등한 전월세를 감당하지 못해서다. 거기다 개발지역 거주민들까지 이주하게 되니 방이 모자라 더 값이 뛸 수밖에 없다. 이처럼 개발이란 게 단순히 그 지역 철거민들만의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인근 주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또한 지금과 같은 개발정책이 계속 되는 한은 우리 국민 누구라도 철거민이 될 수 있다. 보통 개발은 주거문화가 낙후된 지역을 먼저 하는데, 한 곳이 새롭게 개발되면 자연히 그 인근지역은 이전보다 더 낙후해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 그 지역도 또 개발을 해야 한다. 예전엔 산동네 무허가 판자촌 등을 싹 밀고 새로 아파트를 지었지만 이제는 개발을 안 하는 곳이 없다. 이촌동 쪽에 가면 정말 멋있는 아파트들도 철거하겠다고 한다. 낙후된 주거문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개발이 아니라, 이제 건설자본들이 돈을 벌기 위해 끊임없이 일부러 투기를 위한 개발 수요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국민 누구든 철거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누구나 철거민이 될 수 있다는 얘기는 다시 말하면 용산참사처럼 누구든 공권력에 의해 죽거나 다칠 수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서민에게 고통 안기는 뉴타운 개발 

지금 이런 식의 논리라면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이십년 후쯤이면 또 개발이 될 것이다. 하지만 자본의 욕심은 그렇다 치고, 뉴타운 공약에 표를 주는 국민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다시 또 답답해진다. 

"서울 시민들이 개발 문제를 내 문제가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 당장 내게 직접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니까. 뉴타운은 말 그대로 새 동네를 만든다는 건데, 환상을 가지고 있다 보니 표를 던졌던 거다. 실제로 뉴타운 개발이 시작 돼서 쫓겨나보니까 '아, 이건 아니다'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뉴타운 개발이 서울시내 서민들에게 얼마나 고통을 많이 주고 있는가이다. 당장 뛰어오른 전월세 때문에 난리 아닌가?  

오세훈 시장이 강남은 뉴타운을 안 하는데도 전월세가 폭등하는 걸 보면 집값 폭등이 뉴타운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나는 뉴타운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강남은 뉴타운이 없을지라도 다른 구의 뉴타운들에서 보상받은 지주들이 강남으로 입성하는 거다. 일확천금을 노리는데 투기 1번지 강남만한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장이 그렇게 안일한 생각으로 서울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다. 뉴타운에 표를 찍어준 서울시민들이 골똘히 생각 해봤으면 좋겠다."
 

뉴타운은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민주당도 경쟁하듯 내걸었던 공약이다. 인태순 전국철거민연합 연대사업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 "집 평수를 넓히려는 사람들 마음 속에 폭력이 있다"고 했다. 그 작은 이기심을 부추기는 것이 자본이고, 그 작은 이기심을 이용하는 건 정치권이다. 그건 어느 정치권력이나 마찬가지였다. 노무현, 김대중 정권 때도 지금처럼 쫓아내려는 건설자본과 정부, 이에 맞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싸우는 철거민들은 계속 있어왔다.  

"노무현 정부가 철거민 탄압을 안 한건 아니다. 김대중 정권도 마찬가지고. 내가 그 정권에서 구속 돼서 살고 나왔으니 분명히 탄압은 탄압이다. 그러나 탄압의 방법이나 강도는 달랐다. 김대중 대통령의 일기가 공개되었을 때 나는 솔직히 이중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 철거민들 탄압이 많았었다. '경찰의 난폭한 진압으로 5인이 죽고 10여 인이 부상 입원했다. 참으로 야만적인 처사다. 이 추운 겨울에 쫓겨나는 빈민들의 처지가 너무 눈물겹다'라고 쓰여 있었는데,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철거민들에 대해 그렇게 연민했을 수는 있지만, 추운 겨울에 쫓겨나건 여름에 쫓겨나건 큰 차이는 없다. 따뜻할 때 철거했다고 해서 이주대책을 세워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 

철거운동은 어떤 정권을 특별히 미워하지 않는다. 물론 특별히 사랑하지도 않는다(웃음). 본질은 자본주의의 구조와 모순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흔히들 제2, 제3의 용산을 얘기하는데 헛구호가 아니다. 지금 같은 개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일이다.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서 봉기라도(웃음) 일으켜야 하는데, 사실 두 정권이 지나가면서 운동권이 죽었다. 이명박 정권의 탄압을 거치면서 일정 예전 투쟁력들이 복원되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 지금 이 정부는 전철연 죽이기를 하고 있는데, 이윤을 위한 폭력적 개발이 변하지 않는 한 남경남 하나는 죽일 수 있을지 몰라도 전철연은 절대 죽일 수 없다. 대신 민주적 개발로 바꾸면 전철연은 죽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이다. 나는 전철연 없는 세상을 꿈꾼다."



10월 18일 오후 1시에 열린 '용산국민법정'에 용산참사 유가족들이 상복을 입은 채 방청석 앞줄에 앉아있다.

전철연 없는 세상을 꿈꾼다

전철연이 없는 세상을 꿈꾸는 전철연 의장. 나도 그런 세상을 꿈꾼다. 더 이상 땅에서 쫓겨나 망루에 오르는 사람들이 없는 세상을, 생존권 보장을 위해 싸우다 아비를 죽인 살인자로 몰리는 사람이 없는 세상을, 열 달이 되도록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유족들의 간절한 몸짓이 방패에 무참히 밟히는 일이 더는 없는 세상을, 이들을 떠나지 못해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고 있는 수배자와 그 가족들의 고통이 더 이상 없는 세상을….

"무엇보다 정부의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것이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다. 두 번째는 망루에 올랐던 열사들과 구속자들의 뜻이다. 이들은 돈을 많이 달라는 것도, 개발을 중단하란 것도 아니었다. 계속 영업을 통해 생계 대책을 유지할 수 있도록 공짜도 아닌 임대상가를 요구한 거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를 외면하고 있다. 정부사과, 유족문제해결, 임대상가 보장. 장례를 치르려면 적어도 이 세 문제는 해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철연 죽이기를 중단해야 한다. 예전엔 개발을 하면 분당이나 일산처럼 도시 전체를 하나의 개발지역으로 묶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한 지역을 몇 개 지구로 쪼개서 시행사도 달리 하는 식으로 개발을 한다. 철거민들이 뭉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철연은 지구별로 나뉜 주민들을 모아내는 작업을 한다. 그렇게 쪼갰는데 전철연이 들어가면 안 먹히니까 우리를 죽이려 드는 거다.

정부는 계속 형평성을 들먹이며 모르쇠로 일관하는데, 얼마 전 열린 국민법정에서 일반 국민들은 경찰간부부터 이명박 대통령까지 그들이 잘못했다고 판결했다. 무작위 신청과 무작위 추첨으로 만들어진 국민법정의 배심원들은 그야말로 일반시민들이었다. 일반 시민들의 눈에도 철거민이 아니라 용산의 참사를 지시한 사람들을 문제라고 본 것이다."


 
10월 12일 오전 용산참사 화재현장에서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등이 현장검증을 하고 있다. 

용산 이은 또 다른 죽음 없기를... 

전철연 얘기 말고, 용산 얘기 말고 생활인 남경남 얘기를 좀 해달라고 해도 그의 얘기는 언제나 그 두 가지 주제로 끝났다. 부드러운 얘기를 잘 할 줄 모르겠다며 그가 쑥스럽게 웃는다.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분들에게 한 마디 해 달라고 부탁드렸다. 아내에게 한 마디와 함께. 

"가장 가슴 아픈 분들이 유족들이다. 아직 함께 세상을 살아가야 할 날이 많이 남아 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돌아가셨으니…. 언젠가 장례를 치르겠지만 치른 후의 허전함이 얼마나 크겠나. 그분들에게 묵묵히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 위로 드리고 싶다. 구속자 분들도 먼 훗날 역사가 다시 재조명을 해서 검찰의 판결을 폭력이라고 규명할 것이다. 아직 선고라는 희망이 남아 있는데 어떤 결과가 나와도 굴하지 않고 항소해서 또 싸우고 그 수밖에 없다. 잘못한 것도 없이 8년씩 구형을 받고 얼마나 분노에 차있을까. 같이 있으면서 함께 분노하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돌아가신 분들도 있는데, 주저앉을 수는 없고 더더욱 용기를 내서 잘못된 개발정책을 바꿔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개발로 인해 국민들이 피해보지 않고, 다함께  잘사는 세상을 위해 뛸 것이다. 

다음으로 가족 얘긴데, 이 운동을 하면서 아내에게 고통을 주느니 내가 떠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만큼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게 마음이 무겁다. 지금은 건강하게만 있어 달라고 내게 주문하지만 아내도 그 나이에 일하느라 몸이 많이 힘들다. 쉬는 날에도 나한테 못 올 때가 있다. 하지만 나와 함께 가는 이 길이 우리 가족만의 일이 아니란 걸 아내도, 딸아이도 이해하기 때문에 안도가 된다. 내게 가족은 굉장히 미안하면서, 영원히 함께 할 동지다." 

떠나지 '못하는' 것과 떠나지 '않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지난 6월 10일, 민주항쟁을 기념하기 위한 날.  빼앗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시청 앞 광장을 떠나지 않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은 시청광장에서 1박 2일 노숙농성을 벌였다. 같은 시각 용산살인진압 현장 앞마당에는 참사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140일 넘도록 떠나지 못했던 사람들. 그들은 그곳을 지켜야 한다는 굳은 의지보다, 사람들을 이곳으로 불러 모아야 한다는 의무감보다, 그저 떠나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서성이고, 또 서성이다, 자연스럽게 발길이 머물던 곳, 그들에게 용산은 그런 곳이었다. 시청에 모인 수만 명 대신 용산에 모여 든 수백 명이 나는 더 커 보였다. 

한 인터뷰에서 남 의장은 희생자들을 생각하면 "내 팔다리가 잘려나간 것처럼 아프다"했다. 그게 어떤 정도의 아픔일지 나는 헤아릴 수 없다. 다만 우리 사회가 타인의 고통, 특히 약자들의 고통을 내 것으로 느낄 줄 아는 마음을 조금만 더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불타는 망루에서 악 소리도 내보지 못하고 목숨을 잃은 그들, 뜨거운 불로 고통당한 시신들이 이제는 차가운 냉동고 안에서 300일이 다 되도록 넋조차 기리지 못하고 누워 있다. 이 가슴 아픈 현실에 함께 울어주고, 유족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줄 사람 하나가 너무 절실하다. 300일을 향해 달리는 수배 생활, 그의 바람도 나처럼 소박했다.

"순천향 병원은 경찰과 직접 부딪히진 않았는데 여기는 바로 앞에서 지키고 하니까 계속 싸우게 된다. 그래도 운동과 가벼운 산책 정도는 할 수 있으니까 좋다. 낼모레 단식에 들어가면 못하겠지만(웃음). 예전보다 전반적으로 보수화 돼서 그런지 성당 분위기도 옛날 같지 않다. 어떤 신도들은 당장 나가라고 소리치기도 한다. 성당 측과 잘 논의를 해서 지금 우리 처지를 말씀드리고 양해를 구할 생각이다. 천막도 안치고 말 잘 듣겠다고 약속하고 들어왔는데(웃음). 단식을 하려면 안 칠 수도 없고 걱정이다. 

하지만 격려해주시는 분들도 많다. 신부님들도 오시고, 수녀님들도 오신다. 특히 젊은 신부님들은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 주고 가는 분들이 있다. 힘이 된다. 300일이라는 긴 시간 동안 온갖 탄압과 매도에도 유가족 분들과 고난을 함께 해 주신 문정현 신부님과 많은 분들이 있어 지금껏 버틸 수 있었다. 그분들을 생각하며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다. 

아쉬움이 있다면 정말 목숨 걸고 단식한 신부님들의 심정을 국민들이 얼마나 헤아릴 수 있을지, 헤아린다면 표현을 해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그것이다. 어쨌든 이 문제를 정권이 방치하고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죽음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하시고, 용산 참사는 정권의 책임이라는 말들을 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내 바람은 그거다."

출처 : 전철연 없는 세상을 꿈꾸는 전철연 의장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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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D] 검은집 (2disc)
신태라 감독, 황정민 외 출연 / CJ 엔터테인먼트 / 2008년 2월
평점 :
절판


이 영화 충분히 무섭다.
소설로 읽은 '검은 집'보다 더 무시무시 했던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에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유행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검은 집'을 접함으로서 사이코패스에 대한 개략적인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사이코패스란 성격이상을 가지고 한 편의 공포영화를 만들었다면 그저 그랬을 영화가 마지막
순간에 질문하나를 던져 놓는다.  

'사이코패스를 사람으로 인정해야 할 것인가?' 
인면수심이란 말이 있다. 사람의 얼굴에 짐승의 마음... 하지만 동물의 세계가 조금씩 알려
지면서 인면수심이란 말에는 지독한 인간 중심주의가 들어있음을 알게 된다.
짐승이라도 인간처럼 잔인해지기 쉽지 않다. 아니 잔인한 것은 유전적으로 코드화되어 있기
때문이지 인간 같이 목적의식적으로 잔인하게 행동하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선택권이란게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딜레마가 존재한다.  

사이코패스가 만일 유전적 병이라면, 인간의 윤리를 가지고 이들을 엄단할 수 있을까?
참 잔인한 질문이다. 유영철이 같은 연쇄 살인마가 개인의 판단력이 아닌 유전적 코드로
인하여 살인을 저지르고 다녔다면 그의 엽기적 범행과 상관없이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사회에 사이코패스적인 사람은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윤리적 처벌이 모호하다는 것이 문제다.
물론 법률적 처벌은 가능하다. 살인죄는 분명 그에 상응하는 벌칙이 있으니 말이다. 다만,
살인이 범죄이고 나쁜 짓이라는 것을 윤리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신병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그게 고민인게다.  

가끔 우리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무차별적 편견이 희생자를 발생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사이코패스도 그런 유형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 해도 정말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들의 생명
까지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 주변에 있다는 사실은 두렵기만 하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은 살인마임에도 인간임을 끝까지 주장한다. 여기에 나의 혼란은 시작
된다. 살인마를 같은 인간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
영화에서 정말 진지하게 대면해야 할 질문인지...아님 스토리텔링의 모호함으로 뭔가 있어
보이려하는 수작인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무언가 불편한 이유가 불명확한 구분으로 범주를 설정하고 그 범주에 악한 것은
모두 쓸어담아 버려 우리의 편안함을 구하기 위해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인간의 모든 악함은 바로 유전적 사이코패스 때문이라면 얼마나 편한 해석인가 말이다.
사이코패스에 대한 몇몇 책들을 읽어 보았지만, 이러저러한 현상을 보이는 사람이 사이코패스
다라고만 하지 실질적으로 아직도 사이코패스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보이지 않는다.
남들과 다르게 감정적 고통을 잘 느끼지 못한다는 정도?

연쇄살인과 추리물을 통하여 사이코패스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단어의 사용만큼 그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개선책도 방어책도 미비하다. 그러면서 살인마의
살인행각을 영화로 보고 그런 유형의 사람도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각인한다.

감독은 조금 찔렸던 것일까? 사이코패스도 마직막에는 사람으로 인정해 주었으니, 결국 사람
에게 사람이야 말로 가장 미스테리하고 무서운 존재일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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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H2> 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청소년 야구 만화이자 청소년 시절의 그 미묘한 사랑과 우정... 학창시절에 나올만한
소소한에피소드들이 야구대회와 더불어 전개되는 이 만화는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다.

 <H2>를 소장판으로 구입하고자 결정한 건 큰 놈 때문이었다. 이제 여성과 성에 대해
궁금함이많은 큰 놈에게 어떤 성교육을 시켜야 하나 고민하던 중에, 이 만화면 이성에
대한 건강한사고를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직접적인
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사춘기 시절을 지혜롭게 견디어 나가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무언가  
느끼기를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 만화책은 사춘기들의 관음적 그림들
도 꽤 많이 들어있다) 

시작은 아들을 위해서 였으나 즐기기는 내가 즐기고 있으니 참...;;;

이 만화를 읽다가 델리스파이스의 '고백'이란 노래가 자연스럽게 연상되었다. 물론
'고백'의가사는 바로 <H2>의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아마,
이 책을 읽지않고 '고백'을 듣는다면, 그 가사의 내용을 충분하게 이해하지 못하리라.
더불어 그 가사의 절절함을 이해하기는 힘들 것이다.  

남자들이 여자들 보다 더 늦게 성장하고 늦게 철이 들면서, 좋아하는 여자친구들은 다른
남자를 보고, 막상 남자들이 성장하여 보면 이미 연애를 시작한 여자들... 그리고 철없던
동생처럼 보이던 동갑내기 남자가 자신도 느끼지 못한 사이 어느덧 멋진 남자가 되어 나
타 났을 때의 그 감정... 델리의 '고백'도 <H2>도 그 미묘한 심리적 표현을 참 멋들어지게
형상화 시켰다.  

이건 나의 생각이고... 큰 놈은 어떤 점에 매력을 느껴서 이 만화를 보는지 모르겠다.
재미있다고 잠도 안자고 보고, 심지어 읽은 만화를 다시 복기 하면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그냥 야구가 재미있어서 그런건지, 그런 미묘한 주인공들간의 관계가 흥미진진해서 그런
건지.... 나중에 슬며시 물어봐야 겠다.
단, 야구에 대한 흥미를 부쩍 느끼는건 눈에 확 들어온다.
야구공과 글러브와 배트를 들고 나가서 친구들과 열심히 노는 것 같은데.... 원래적 성교육
을 떠나 컴퓨터 게임보다 친구들과 뛰노는 즐거움을 알아가는것에 일단은 만족해야 할까
보다.

<H2>는 역시 세대를 초월한 만화다. 청춘의 힘은 그렇게 밝고 희망차다.
눈부신 가을 하늘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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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0-23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아이가 점점 자라 종국에는 내가 모르는 어떤 개체가 되어가는 느낌.
어떤 것일까요? 상상도 안되요.

좋은 만화는 다르죠 네..

머큐리 2009-10-23 19:50   좋아요 0 | URL
상상하지마셈... 곧 알게될 것 같으니까...ㅎㅎ

딸기 2009-10-23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흑 H2... 너무 사랑하는 책...
저는 일어판으로 32권을 갖고 있습니다. 마지막 2권을 못 사고(버전이 바뀌어 출간된 관계로... 젠장) 돌아오면서 억장이 무너졌더랬지요.
대사를 다 외워야 하는데...

머큐리 2009-10-23 19:51   좋아요 0 | URL
오~ 딸기님이..의외인데요..ㅎㅎ
그렇지않아도 이 책으로 일본어 공부한다는 친구들도 꽤 있다고 들었음다.

딸기 2009-10-24 13:19   좋아요 0 | URL
ㅋㅋ 의외가 아니라, 저는 이 책의 '신도'여서요. 이 책에 대해 포스팅도 여러번 했던 것 같네요. 근데 이걸로 일어 배우긴 힘들어요, 얼라들 쓰는 속어들이 많아서...

시끌북스 2009-10-23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아다치 미쓰루 작가 완전 팬이라서 H2,H1,레인보우 등등 전부다 봤습죠~
너무 잼나요~ ㅎㅎㅎ

머큐리 2009-10-23 19:52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이 책 읽으니 다른책들도 슬슬 욕심이.. --;
 

몇일 전 도서 DVD를 판매한다는 광고판이 길 가운데 떡하니 세워졌길래 뭔가 하고 찾아
갔더니 도서대여점을 폐업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가게정리 판매였는데, 저렇게 하나 둘씩
사라지는 도서대여점이 요즘 유독 많이 눈에 보인다.

예전에는 동네에 만화가게 하나씩 있었는데, 번화가 아니면 만화가게도 보기 힘들고,
만화방 대용으로 도서대여점이 생기더니 이젠 이것도 사양사업으로 전락하나 보다.
이전 단골 대여점에서 보통 만원을 선납하면 2~3천원 더 사용하도록 해서 선납했더니
어느순간 소리 없이 폐업했다. (잔고가 한 3~4천원 남아있었을 텐데...)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영화 때문에 DVD도 대여가 많지 않고, 책이라 해도 무협지나
하이틴 로맨스, 만화, 몇몇 베스트셀러 등이니 사실 이것도 인터넷을 뒤지면 굳이 빌려
보지 않아도 충분한 것들이니 요즘같은 인터넷 만능인 시대에 대여점이 경쟁력을 가지진
힘들 것이다.  

내가 도서 대여점을 이용하는 이유는 99%가 무협지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잠깐 본
무협지에 혹해서 지금 이 나이까지 간간히 무협지를 즐기는데, 사실 복잡하게 사고하기
싫은 경우 무협지 10권 정도 내리 읽어 주면, 머리가 개운해 지는 맛이 있다.
쟝르소설이고 배경이나 형식이 거의 동일하기에 글을 잘 써도 평가 받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무협소설이 아닌가 한다. 그럼에도 이 세계에는 나름의 내공과 절기를 자랑하는
몇몇 작가들이 있고, 나 또한 저자명으로만 즐겨 읽는 작품들이 있다.  

물론 '영웅문'같이 고급(?) 무협도 있으나, 그렇지 않고 그저 스토리와 내용으로 근근하게
글을 쓰는 작가들도 있는 법. 저자 들이 한국인임에는 틀림없으나, 배경은 중국대륙이고
주인공들은 한족이 대부분인 무협소설이 이 땅에서 끊임없이 창작되고 읽혀진다는사실
자체가 미스테리긴 하다. 더불어 일본에는 학원 폭력물이 주를 이루지 우리나라와 같은
무협소설이 없다는 것도 역시 문화적 배경이 틀리기 때문일 거다. 반도로서 우리나라는
역시 중국의 영향이 큰 것일까?  

배경이나 소재가 중국이라 그렇지, 사실 무협지는 환타지다. 최근 등장하는 환타지 소설이
극단적으로 다른 세계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서양 중세풍의 외양을 베낄 수 밖에 없듯이
무협의 장소와 시간이 중국을 표방하더라도 역사 속의 중국과는 전혀 상관없기 때문이다.
고로 무협이건 환타지건 상상속의 이야기로 즐기면 된다. 그래서 역시 부담이 없다.  
무협지에 정통한 사람들은 가끔 구무협이니 신무협이니 나누는 모양인데 이것 역시 나에겐
별 의미가 없다. 다만, 몇몇 작가의 작품은 시간가는 줄 모르게 끌어당기는데, 지금까지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들은 다음과 같다.  

사마달, 검궁인  <십대천왕>, <구천십지제일신마>,  
초우 <권왕무적> <호위무사>
한백림 <무당마검>, <화산질풍검> 
와룡강 <고독 3부작>
임준욱 <촌검무인> <쟁천구패>
조진행 <천사지인> 
임준후 <철혈무정로> <21세기 무인>
장영훈 <일도양단> <마도쟁패> <보표무적> 

장기 창작으로 중간에 스토리를 잊어버려 놔두고 있지만, 완간되면 꼭 보리라 다짐하는 무협
소설로는...
검류혼 <비뢰도>
용대운 <군림천하>
전동조 <묵향>
정도 되겠다.

이 외에도 숱한 밤 잠못들게 만든 무협소설들이 기라성 같이 널려 있지만, 순전히 재미로만
따지자면, 위의 작품들과 저자들만 잘 기억해도 무협소설을 빌려 낭패 보는 일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뭐 취향문제라 아닌 사람은 할 수 없고....)

사족 삼아. 와룡강의 작품들은 무협지에서 간간히 나오는 애정표현의 수위를 질적으로 뛰어
넘어 거의 세미 포르노 수준까지 올려논 문제작들이 많은 바, 최소한 그 쪽 방향으로 무협
소설의 지평을 넓혀 한때 딴지 일보 기자들도 감탄사를 터트리게 한 바 있다. 때문에 순수(?)
무협을 추구하는 많은 저자와 독자들에게 욕도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

이렇게 쓰다보니 갑자기 무협자가 확~ 땡기는 구나...근데 이제 어디서 빌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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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9-10-22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무협소설은 무슨 늑대 들어가는 제목으로 한번 읽어본 것 같은데, 머큐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와룡강의 작품들이 몹시 궁금해지네요. 흐음.....( '')

머큐리 2009-10-22 15:11   좋아요 0 | URL
아~ 될 수 있음 읽지 않으시는 편이...포르노가 그렇듯이 무협소설의 애정묘사는 마초들의 천국일 뿐...여성들하고는 안맞을 겁니다.

마노아 2009-10-22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무협지는 영웅문 시리즈 18권이랑 '옥수무정'이라는 제목의 재미 없는 책 읽어본 게 다예요. 무협지에 대한 로망도 있는데 호흡이 너무 길어요. ㅠ.ㅠ 김용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다시 손 봐서 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왜 그러실까요...;;;;

머큐리 2009-10-22 15:13   좋아요 0 | URL
글세요..;;; 그래도 영웅문은 무협소설 중 최고 고품격입니다. 그냥저냥 상상의 나래만 피면서 나오는 무협소설과는 사실 격이 좀 있지요...ㅎㅎ

마노아 2009-10-22 15:16   좋아요 0 | URL
아, 잘못 썼다. 영웅문은 너무 재밌게 읽었구요. 옥수무정이 재미 없었어요.6^^
더 보고 싶은 책들이 많은데(고룡 책도 궁금하고...) 보통 한 제목에 몇 권에 걸쳐서 내용이 길잖아요. 그래서 읽기 전에 지친다구요.^^

뷰리풀말미잘 2009-10-22 16: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베스트는 김용의 의천도룡기입니다. 읽으면서 밤 샌 기억이 새록새록 하네요.

머큐리 2009-10-22 16:45   좋아요 0 | URL
알라디너는 거의 고전을 읽으시는군요...ㅎㅎ
제 페이퍼는 B급 무협소설들이에요..ㅋ

무해한모리군 2009-10-22 16: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도 선납금을 떼어먹고 폐업 ㅠ.ㅠ
저도 영웅문은 읽어보았어요.

머큐리 2009-10-23 08:22   좋아요 0 | URL
그니까요...선납금은 어디서 받아야 하냐고요..ㅠㅠ

후애(厚愛) 2009-10-22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임준욱의 <농풍답정록>을 읽고는 반해 버렸어요. ㅎㅎ
지금은 <촌검무인>을 읽고 싶어요.^^

머큐리 2009-10-23 08:23   좋아요 0 | URL
<촌검무인>은 정말 괜찮은(?) 작품이에요.. 왠만한 문학보다 우수하다고
생각되는 작품이지요..ㅎㅎ

무스탕 2009-10-22 2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협지는 한권도 읽어본게 없어요(이런 편식을..;;;)
울 동네엔 한 사장이 200m 간격으로 큰 대여점 두개를 운영 했었는데 여름에 집 가까운곳은 접고 중심상가에 있는 엄청 큰 장소로 통폐합을 하더라구요.
울 동네는 아직은 호황을 누리고 있어요. 다른 대여점이 없거든요.
제가 대여점을 이용하는 용도는 애들 DVD 대여랑 제 만화책 + 로설, 애들 만화책등등..
참 잘 이용하고 있는데 이거 사라지면 정말 난감할거에요..

머큐리 2009-10-23 08:24   좋아요 0 | URL
일종의 장르소설이라 잘못 빠지면 중독성이 꽤 강합니다..ㅎㅎ
요즘엔 좋은 대여점이 있는 환경은 복(?)받은 환경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