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의 전쟁 생각하는 책이 좋아 5
게리 D. 슈미트 지음, 김영선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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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밀로 중학교 7학년인 우리의 주인공 홀링은 수요일마다 전쟁을 치룹니다. 외부적으로는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전의 분위기가 팽배하고,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로버트 케네디 상원의원이 암살당하는 음울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성장하는 우리 주인공은, 수요일 오후마다 자신의 전쟁을 치루고 있습니다. 상대는 자신의 담임 선생님인 베이커 선생님..... 다른 아이들은 수요일 오후가 되면 유대교의   '베델(벧엘) 성전'의 유대인 학교와 카톨릭의 '성 아델버트 성당'으로 교리 문답을 위해 가버리는데, 반에서 유일한 장로교 신자인 자신은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 대하며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에서 지레 짐작으로 선생님이 자신을 이글이글, 지글지글 미워할 것이라고 단정해 버립니다. 베이커 선생님이 아마도 '너만 아니면 수요일 오후는 자유를 얻는 건데, 너 때문에.....'라고 생각하며, 그 시간들만이 아니라 학교생활 전반에 걸쳐서 원망과 미움을 표현하게 될거라는 청소년기의 과민함을 발휘한 홀링의 감수성 덕분이겠지만, 하여간 사사건건 우리 홀링에게는 선생님의 행동이나 말이 자신을 음해하려는 음모와 술수로만 생각될 뿐입니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면서 쳐다보는 눈길에서도, 운동장에서 뛰놀며 주변으로 다가오는 학생들의 행동속에서도, 선생님의 심부름이나 무관심 속에서도 매번 선생님의 음모를 느끼고 방어막을 치곤 합니다. 더더욱 수요일 오후에 남아서 선생님이 시키는 일들과 세익스피어의 작품들을 읽으며 지내는 시간들도 자신을 지루하게 만들고 질리게 만드는 선생님의 음모로만 느껴질 뿐입니다. 그렇게 성장해가는 청소년들이 겪게 되는 고도의(?) 감수성과 상상력이 발휘되어 시작된 자신만의 전쟁을 치루어 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말입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홀링은 그 전쟁을 즐기고, 어느 덧 사랑해 가고 있습니다.

 올림픽 400미터 여자 계주의 동메달리스트이며, 남편이 베트남전에 참전중인 베이커 선생님은 학기 처음 자신의 반 아이들을 대하면서 특이한 사실을 하나 알게 됩니다. 수요일 오후 종교활동 시간이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성당이나 유대인 회당으로 가게 되는데 '홀링 후드후드'라는 학생만 남아 있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이 아이만 해결되면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건데' 라는 생각이 들어 부족한 수학실력을 보충할 겸, 6학년 반 수학시간에 슬쩍 밀어넣어볼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내 무산되고 나니 조금은 쑥쓰러워지기도 하고, 혼자 남아 있을 홀링이 안 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간단한 청소부터 시키기 시작하는데, 귀여운 녀석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처럼 거리를 두고 눈치를 보는 듯 하지만 제법 의젓하게 제 몫을 잘 처리하곤 합니다. 그래서 홀링에게 1년간 세익스피어 작품을 읽혀 볼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이 관여하고 있는 극단에도 마침 공연을 위해 배역을 맡을 아이가 하나 필요하기도 한데, 혹시 일이 어찌 잘 풀릴지도 모르고, 홀링에게도 자신이 자라는데 많은 도움이 될테니까요. 그래서 자신만의 철학이 녹아있는 읽기 교육을 시작하기로 마음을 정하고, 조심스럽게 시작하게 됩니다. 조금은 어려울 텐데..... 이 대견한 녀석은 한 작품 한 작품 끝낼 때마다 훌쩍훌쩍 자라는 모습을 보입니다. 롱아일랜드 셰익스피어 극단의 크리스마스 특집 희가극 <템페스트>에서 요정 아리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남편이 베트남 정글에서 실종된 뒤로 정신이 없었을 때도, 자신을 지탱할 수 있는 한줄기 빛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정도로 성실하게 자신을 따르며, 작품들을 소화해 내고 있는 모습이 고맙기도 합니다. 결국 그러한 인내와 노력이 장학사들 앞에서의 수업에서 열매를 맺고, 홀링은 달리기 등 여러 분야에서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보여, 베이커 선생님은 자신의 가르침에 뿌듯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아마 위의 두가지 이야기가 홀링이 말하는 전쟁의 정체입니다. 앞의 홀링의 입장에서 풀어낸 이야기가 바로 이 책의 이야기이고, 뒤의 베이커 선생님의 입장에서 하는 이야기들은 이 책의 이면에 담긴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세심한 배려 속에 진행된 가르침이 주인공 홀링에게는 베트남전이라는 시대의 분위기에 맞춘 전쟁의 의미로 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베트남전과 다른 것이 있다면 홀링의 전쟁은 사람이 죽어넘어지고, 피와 눈물과 아픔이 쌓여가는 그러한 전쟁이 아니라, 한 아이가 마음과 생각이 자라고 세상을 이해하는 눈높이가 자라기 위해서 치루는 내적전쟁이고, 그러한 과정에서 쌓이는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사랑의 확인, 더 견고해지는 사람과 사람사이의 친밀한 관계 등 세상을 더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기분좋은 것들이라는 사실일 것 같습니다. 바로 저자가 자라는 아이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그러한 기분좋은 그리고 생산적인 전쟁의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책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이러한 이야기를 제외하더라도, 내용 속에는 다양한 현실의 묵직한 주제들이 담겨 있습니다. 베트남전이라는 참혹한 전쟁과 반전과 관련된 히피 문화, 전쟁을 종결하고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려던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민권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암살과 흑인 문제,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야기의 재미를 더해주는 것은 이야기 전체에 녹아서 내용과 딱 맞아 떨어지고 있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의 적절한 인용과 이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자의 이야기의 진행 방식과 전개 속도 등이 처음 시작하면 이야기의 끝까지 내달리지 않고는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뛰어난 솜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여야 겠습니다. 어른인 내게도 이리 흥미로웠으니, 저자가 정말로 읽고 자라기를 바랐을 청소년들에게는, 홀링을 안보이게 인도했던 베이커 선생님처럼, 자신들과 눈높이를 딱 맞추어 인도하는 교사를 한 사람 만난 기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조금 두툼하긴 하여도, 아이들도 한번 손에 들면 쉽게 놓지 못할 듯 하니, 급한 시험을 앞둔 학생들은 열어보지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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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래보 경제학] 서평단 알림
콜래보 경제학 - 새로운 부와 네트워크를 창출하는 콜래보레이션 성공전략
데본 리 지음 / 흐름출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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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콜래보 경제학 (collabonomics)이라는 생소한(?) 용어는 Collaboration과 Economics의 합성어로 우리말로 한다면 협력의 경제학으로 표현됩니다. 기업간의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서 상호간에 금전적인 이익이나 부가적인 이득 (브랜드 인지도 상승, 고객 네트워트 확장 등)을 얻어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하는 것인데, 이 책은 이러한 기업에 이득이 되는 collaboration의 의미와 중요성에서 시작하여, 콜래보레이션의 유형과 성공적인 실례들, 콜래보레이션의 실제 활용을 위한 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애플의 아이팟이 성공한 요인은 무엇일까? 애플 스스로는 공식적으로는 디자인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그 말에 공감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거기에 아마도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의 능력 정도를 중요한 요인으로 덧붙이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스티브 잡스의 능력이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는 아이팟이 우리나라의 아이리버나 삼성의 옙을 저만치 따돌리고 눈부신 성공을 일궈낸 진정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저자는 아이팟의 디자인이 훌륭해서 그런 성공을 일군 것이 결코  아니라, 애플이 아이팟을 내놓으며 열중했던 MP3의 내용을 채워줄 '콘텐츠 프로바이더 (음반업체나 가수)들과 함께 서로 시너지를 창출하며 수익을 나눌 수 있는 협력의 네트워크의 창출'했던 것에 그 답이 있다고 말합니다. 즉 우리나라의 MP3 업체들이 MP3라는 하드웨어만을 파는데 골몰한 반면, 애플은 아이튠즈라는 서비스를 아이팟과 결합시켜 MP3로 인해 해를 입게 될 수도 있었을 가수나 음반업체 등과 이익을 상호 분배하며 다양한 음원을 소유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상호 시너지를 일으키는 '양보와 협력의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즉 콜래보레이션이 말하는 경쟁력이란 내가 살아남기 위해서 너를 죽여야하는 '전쟁의 기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상호 협력하여 '함께 해서 더 좋은' 결과를 얻어내는 '협력의 기술'이 바탕이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콜래보레이션에 대한 중요성은 저자가 말하는 콜래보레이션의 여러 형태와 그러한 협력을 통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 낸 실례들을 잠시 들여다 보면 훨씬 더 쉽게 이해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는 크게 다섯가지 형태의 콜래보레이션을 언급하고 있습니다. 먼저는 아트 콜래보레이션으로, 문화와 정보도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즐기먹는 스낵컬처 시대에 한번 사면 오래 쓴다는 관념에 구매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어 어려움을 겪어야 했던 명품업체 루이비통이 추구했던 방식으로, 여러 유명 아티스트들과 차례로 콜래보레이션하여 각각의 제품을 많이 팔면서도 예술품과 명품으로서의 희소성도 함께 유지할 수 있었던 전략입니다. 다음은 고가와 저가의 콜래보레이션으로 현대의 소비자들이 감성적인 만족이 중요하지 않은 일상제품은 초저가 브랜드를 택하고 감성적인 만족이 중요한 제품에는 비용을 더 지불하더라도 만족스런 제품을 구매하는데 망설이지 않는 경향에 근거하여, 적절한 가치를 지닌 제품으로 양극화된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전략으로, 오리온의 닥터 유 프로젝트, 외국계 할인점과의 경쟁에서 한판승을 거둔 이마트의 전략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세번째는 공간의 콜래보레이션으로 소호의 프라다 매장, 인사동의 쌈지길처럼 한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공간을 차지하고 구성하여 집객효과와 매출의 상승을 꾀하는 전략입니다. 네번째는 하이컨셉 콜래보레이션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건드릴 수 있는 전략적인 협력을 이루어 사람들의 마음을 점유하라는 것인데, 삼성 애니콜의 베네피트와의 협력, LG전자와 뉴 비틀의 이미지와의 만남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스타 콜래보레이션으로 브랜드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스타를 택해, 그 스타만이 들려줄 수 있는 스토리를 바탕으로, 제품을 통한 더욱 확고한 스타의 레거시를 창출하는 과정을 통해 경제적인 협력을 이루는 전략인데, 마이클 조던과 나이키의 운동화 에어 조던이 좋은 실례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콜래보레이션이 성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점은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는 진리에 있다고 저자는 강조하고 있는데, 협력상대를 최대한 배려하고 자신을 낯췄지만, 중요한 이득은 모두 취했던 LG전자의 프라다 폰, 퓨마와 샌더의 콜래보레이션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 주위에서 실제로 무수히 실행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은 쉽게 눈치조차 채지 못하던 기업들의 콜레보레이션을 통한 다양한 전략적인 행동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예들은 실제 콜래보레이션의 힘이 어떤 것인지를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고, 실패한 경우들은 콜래보레이션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1+1=2라는 산술적인 개념으로 접근할 수 없는 세심한 감성과 지성의 조화를 요구하는 영역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여러 콜래보레이션의 예들을 접하노라면, 왜 닌텐도의 경쟁자가 나이키의 운동화가 될 수 있고, 코카 콜라의 경쟁자가 펩시 콜라가 아닌 전혀 다른 형태의 기업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해의 폭을 넓힐 수가 있는 기회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콜래보레이션이라는 개념이나 실례들을 이 책에서는 여러 기업집단의 협력으로 설명하고 있지만, 그 범위를 조금 더 좁히고 가까이 끌어와서 우리 개개인의 삶의 영역이나 소집단의 활동영역에서 활용점을 고민해 본다면 그러한 영역에 합당한 협력의 시너지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결과들을 이룰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뭔가 새로운 개념을 읽고 익힌다는 즐거움이 있는 기간이기도 하였구요..... 마지막으로 한가지, 이 책은 괴짜 경제학이나 경제학 콘서트, 또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했던 여러 경제학책들이나 행동경제학을 소개하던 책들과는 조금 다른, Collaboration이라는 부분에 중심을 둔 좀더 전문적이고 세부적인 영역의 책이라는 말을 덧붙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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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우드 부인의 조선 견문록
릴리어스 호턴 언더우드 지음, 김철 옮김 / 이숲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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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fteen Years Among The Top-Knots>이라는 제목으로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것이 1904년이라고 하니까, 우리나라의 외교권이 일제에 의해 강제로 박탈된 을사조약이 체결되던 1년전에 출간된 것이고, 지금부터 1세기전에 한 미국인 여선교사의 눈에 비친 우리나라와 우리 조상들의 모습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당시 우리나라가 서양문물에 눈뜨기 시작한 시기였고, 천주교의 전래와 기독교의 전파 등이 실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조선을 깨이게 하는데 어느정도 기여를 한 것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정치가나 학자가 아닌 기독교의 전파를 위해 조선 땅에 발을 디딘 선교사였다는 점에서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의 이력에 대해서 조금의 이해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목적으로는 책의 본문을 먼저 보는 것보다는 책뒤에 있는 <편집자의 글>이나 <역자의 말>을 먼저 읽은 후에 본문을 읽는 것도 종교적인 편견이나 오해를 피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저자 릴리어스 호튼 언더우드 여사는 1851년 뉴욕의 알바니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부터 기독교적인 생활에 충실하였고, 어머니가 딸의 대학진학 등을 꺼려해서 31세가 되던 해까지 교회와 관계된 일들을 하며 소일하다가, 선교 의사가 되어 인도로 가기로 작정하고 시카고 여자 의과대학에 진학하여 의학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 후 '에리 톰슨'병원에 근무중 장로교 선교본부에서 선교 현장으로 조선을 택해줄 것을 요청받고, 그리스도를 위하여 기꺼이 그 요청을 수락하여 1888년 2월 23일 (편집자 글에는 3월로 되어있음)에 조선에 도착하여, 제중원의 부인과 제2대 과장 및 왕비의 시의를 겸하며 궁중을 출입하였습니다. 1889년 3월에는 자신보다 빠른 1885년 4월 조선에 도착하여 선교활동을 하고 있던 언더우스와 결혼을 하고 조선의 북부지방으로 신혼여행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후일 그녀가 쓴 이 회고록은 그녀가 조선에 도착하여 받았던 인상에서 시작하여, 왕비와의 교류, 신혼여행에서의 이야기들, 그리고 조선이 열강의 틈바구니에서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크게 세 부분을 나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번째 부분은 저자가 선교를 목적으로 조선땅을 밟은 만큼 개신교 선교사로서의 여러 활동과 성과에 대한 기록이고, 두번째 부분은 책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세번째 부분은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속절없이 무너져가는 조선의 쇠락에 대한 안타까움과 신앙안에서의 소망이 진하게 묻어나는 기록입니다. 그러한 큰 틀을 벗어나더라도 저자가 느끼고 생각하는 아일랜드 사람들과 비교한 조선 사람들에 대한 솔직한 느낌의 표현이나 조선의 상투에 대한 해학적인 이해, 조선 사람들의 식습관에 대한 재치있는 표현, 명성황후와 고종 등에 대한 사적인 관찰과 느낌의 기록, 왕비의 죽음에  대한 당시 일반에 퍼졌을 생생한 전언의 기록, 명성황후의 장례식 장면에 대한 기록 등은 다른 곳에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내용이고 또한 매력적인 부분이라는 생각입니다. 또한 선교사로서 조선의 미래에 대한 소망의 끈을 놓지 않고 신앙안에서 미래를 그리는 모습을 통해서는 그녀가 신앙인으로서 조선을 위해 무엇을 바라고 소망하였는지 그리고 조선이라는 나라를 얼마나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엿볼수 있기도 합니다. 또한 신앙인의 입장에서는 그녀와 같은 초기 선교사들이 목숨을 아끼지 않으면서까지 소망을 버리지 않고 선교의 사명을 다하여 섬겼던 조선이라는 쇠락하던 나라가 이리 다시 건강하게 살아나서 어엿한 열매를 맺었으며, 이제는 그들이 감당하였던 것처럼 우리 교회가 그러한 선교의 열심을 감당하기 시작했다는 대목에 생각이 이르면 많은 감회를 가지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엄격하게 말하면 이 책은 한 선교사의 조선 선교에 대한 회고록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그리고 그러한 점이 크리스쳔들에게는 아니더라도 기독교와 무관하거나 비판적인 일반인들에게는 편견이나 주저함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부분에 대한 마땅치 않음을 조금 뒤로 미뤄두고 읽는다면, 벽안의 미국 여인의 조선생활 회고록 정도로 익힐 수도 있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단순한 회고록이 아닌, 얼굴이 하얀 외국인을 신기해하며 구경거리를 삼던 우리 조상들의 순전함-저자에게는 무척이나 무례한 일이었겠지만-과 쇠락해가는 백성으로서의 처량함, 새로운 소망을 찾아 신앙에 기대어 오던 꺼질듯 버티며 소망을 키우던 민중의 힘, 그리고 곳곳에 배어있는 당시의 생활상 등이 담긴 소담스런 이야기들을 대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가슴터지게 만드는 위정자들의 무력함과 배반의 기록도 함께 있지만, 이 안에는 이 민족을 사랑하던 한 이국 여성의 애정이 함께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라도 이 책이 단순히 종교적인, 아니면 한 서양여인의 콧대높은 시선이 담긴 글 -역자나 편집자가 염려했던--이 아닌 저자의 고백처럼 '동양의 모든 나라 가운데서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운 한 나라에서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함께 보낸' 한 여인의 삶의 이야기로 순수하게 읽힐 수 있는 많은 기회가 주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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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은혜 - 맥스 루케이도
맥스 루케이도 지음, 정성묵 옮김 / 가치창조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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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우리가 긍휼하심을 받고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얻기 위하여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갈 것이니라" (히 4:16)

 "때를 따라 돕는 은혜." 너무 빠르지도 않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딱 맞춰서......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로 나라 안팎이 불안과 혼란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채 어수선한 한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따뜻한 주님의 은혜를 담은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의 책이 품에 날아 들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에는 '맥스 루케이도의 은혜'라는 제목의 책을 대하며 하늘을 보고 가슴을 쭉펴고 새해를 기대했던 기억이 새삼스럽기도 한데, 정말로 사람들에게 사랑과 격려가 필요한 이때에 다시금 우리의 어려움에 '때를 따라 돕는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상기시켜주는 책의 첫 시작이 마음속에 깊은 위안을 심어줍니다. 

 '주의 은혜', 그리스도인으로서 이것을 말이나 글로 표현한다면, 각각의 그리스도인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한, 또는 같은 사람이라도 시와 때를 달리하며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주제일 것입니다. 이번에 맥스 루케이도 목사님은 '때를 따라 돕는 은혜'라는 성경 구절속의 말씀을 통해서 주님의 은혜에 대한 나눔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사랑과 희락과 화평, 오래참음, 자비,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라는 성령의 아홉가지 열매를 매일의 삶속에서 의식적으로 선택하고 행하고자 하는 결심을 통해서, 새로운 한해의 시작을 준비하고 감사와 은혜의 제목들을 하루하루의 삶속에 적어 내려갈 것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매일 주의 영광을 보고 체험하는 은혜로운 삶의 시작을 위하여.....

 우리가 서로 사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처럼..... 우리가 기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처럼..... 우리가 누군가를 축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처럼..... 우리의 삶을 넘치는 은혜로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수님처럼..... 사랑과 기도와 축복과 은혜에 대한 간구에 대해 성경이 그리고 목사님이 말하는 대답은 예수님처럼....입니다. 예수님이 어떻게 사랑하셨고, 어떻게 기도하셨으며, 어떻게 축복하고 은혜를 누리고 나누셨는지, 성경안에 담긴 말씀을 상고해 본다면 그 안에서 온전한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물음에 대한 '예수님처럼.....' 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목사님이 삶을 통해서 체험하고 묵상한 결과물들을 다시 옮겨 정리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이 안에 담긴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우리 각자 한사람 한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보살피고, 인도하며 사랑하신다는 하나님의 고백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세상에 오셨고, 피조물의 삶을 그대로 보듬고 사셨고, 십자가에 매달리는 수난을 마다하지 않았을만큼, 우리 영혼 하나하나를 사랑하시고, 찾으시고, 용서하시고, 천국까지 동행하고자 하시는 마음..... 그것을 우리가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통해서 순간순간 넘치는 은혜와 감사를 체험하며 사는 것..... 아마도 목사님이 자신의 책을 통해서 읽는 이들이 얻기를 바라는 것들이지 않을까 합니다.

 목사님의 책을 보며 매번 그런 느낌을 받지만, 이번에도 책속에 담긴 글들을 읽으며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부드러운 속삭임과 사랑의 손길을 느끼게 됩니다. 움츠려드는 마음을 열게 하고, 자꾸 차가워지는 마음에 온기를 불어넣고, 낙망한 마음에 희망을, 불안에 떠는 마음에는 평안을, 그리고 내일을 못미더워하는 마음에는 더 먼 미래의 소망을 전하는 하나님의 부드러운 음성과 손길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를 따라 돕는 은혜에 감사하는 삶'을 위해 성령의 열매를 맺고자 다짐하는 목사님의 고백이 곧 우리의 고백이 되고, 은혜와 감사가 넘치는 세밑과 새해가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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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
스티븐 호킹.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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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과 공간..... 일상적인 활동을 하면서 이것들의 절대성을 의심해 본적은 별로 없었던 듯 합니다. 시간이 빨라진다거나 느려지고 공간이 굽어진다거나 변형된다는 것 등은 평범한 사람들이 일상 생활을 하면서 결코 느낄 수 없는 것들이고, 실제로 시공을 인간의 능력으로 어찌해볼 수 있으리라는 것은 비록 마법사들의 이야기나 상상속의 이야기나 영화 속에서는 나오겠지만 현실적인 것처럼 생각되지는 않는 부분입니다. 현대물리를 배운 적이 있고, 상대성 이론을 접하며 시공간의 변형에 대해서 약간 배우다가 끝나기는 했지만, 그것 역시 물리학으로 밥을 먹고 사는 사람이 아닌지라 그냥 한번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지식이었지 결코 현실감을 느끼게 하는 지식으로 남아 있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상대성 이론이 더 진일보한 내용이지만 뉴턴의 역학이 말하는 법칙들이 여전히 우리 생활의 많은 부분을 훌륭하게 설명해 내는 것처럼, 시공간의 절대성을 인정하며 사는 것이 인간의 현실 감각에는 더 적절한 이해의 방식인 것도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 책은 그러한 안일한(?) 자세에 현대 물리학이 밝힌 놀라운 사실들로 지적인 폭탄세례를 퍼붓고 있습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하고, 더 알고 싶다는 생각에 나 나름의 엉뚱한 상상을 보탠 우주를 그려보게도 합니다.

 '우리가 우주에 관해서 정말로 아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아는가? 우주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책이 말하고자 핵심이자 초점이라고 할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어른이 된 후에는 이러한 질문들이 한창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나 어울릴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을 읽다보면 어른들도 심지어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도 진지하게 묻고 답을 찾아볼 수 있는 질문들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그리고 깊이있게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지구는 평평하고, 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고대인의 생각에서 시작하여, 아리스토텔레스와 프톨레마이오스의 우주 모형을 거쳐,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 갈릴레이의 지동설, 뉴턴의 역학에 의거한 우주 이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한 이해의 확장, 양자이론의 등장과 불확정성 원리, 그리고 양자중력이론(양자론과 상대성 이론을 결합 시킨 이론)의 필요성과 최근의 초끈이론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인간이 주변세계와 우주에 대한 이해의 폭과 넓이를 확장해온 과정을 우주에 대한 이해의 발전과 연관시켜 다루고 있는 내용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더 깊은 호기심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면이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것들에 대한 질문과 탐구를 단순한 호기심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진지하게 대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가 세상에 대해 생각하고 살아가는 방식에도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주라는 이 공간이 어떤 형태를 지니고, 어떻게 진화해 가고 있는며, 어떤 성질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속한 은하계와 그 안에서의 지구의 존재는 어떤 모양인지, 우리의 머리 위를 덮고 있는 저 우주가 얼마나 광대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공간인지 등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탐구는 분명 우리를 현재와는 조금더 다른 삶을 살도록 자극할테니까요. 또한 그러한 지식이 우주가 왜 생겼는지, 그러한 의미가 무엇인지 등 우리가 더 관심있어하는 근본에 대한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의 우주와 지구, 그리고 우리의 모습에 대한 지식의 축적은 다른 면에서는 그러한 근본에 대한 질문에 한발짝 가까워진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구요. 그래서 호킹 박사는 언젠가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이 통합되어 우주에 대한 새로운 이해의 영역이 생성되고 통일이론을 만들어 내게 된다면, 그리고 그러한 이론에 대한 교육으로 사람들이 통일이론에 대해 대략적인 이해에 이를 수 있게 된다면, 현재는 과학이 너무 전문적인 것이 되어버려 철학자와 일반인에게서 분리된 채 우주와 만물이 무엇인가를 찾고 있지만 그러한 탐구가 완료(?)되고 대략적이나마 일반인들이 그러한 통일된 이론을 이해하게 된다면, 다시금 철학자와 과학자와 일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주와 우리가 왜 존재하는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토론과 답을 구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통찰력을 담은 말로 책을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빅뱅, 블랙홀, 암흑 물질, 암흑 에너지, 웜홀.... 가끔씩 듣는 말들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책을 들려주다가 그러한 책들을 통해서 좀더 가깝게 대하게 된 용어들입니다. 그리고 내가 관심의 한 발짝을 더 내딘 것이 이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은 관심과 호기심으로 읽었지만 이러한 노력이 시간과 우주의 시작과 현재 모습, 그리고 우주에 대한 살아있는 지식을 얻은 유익한 시간이었고, 더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시간과 우주에 대한 탐구가 우주의 본질은 무엇이고, 우주와 인간은 왜 존재하는가? 에 대한 근본에 대한 물음에 이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단순한 신앙적인 믿음이 아닌 영역에서도 신의 마음을 알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게 됩니다..... 책을 읽는 동안, 책속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 안의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 머리위의 광활한 우주와 시간, 그리고 나 자신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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