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2005-12-24 10  조은미 기자

초등학교 사회과 탐구 6학년 2학기 교과서 123쪽 '노벨상에 도전한다'는 제목엔 다음과 같은 설명이 붙어있다. "오늘날 우리 나라의 과학 기술은 매우 발달하여 세계적 수준에 이르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세계의 과학 발달에 이바지하고 있는 인물에 대하여 조사해보자." 그리고 황우석 교수 사진이 있다. 황우석 교수 사진 아래에는 "복제 송아지를 탄생시킨 생명공학자 황우석 교수"라는 설명이 붙어 있다.

황우석 쇼크, 어린이들이 더 위험하다

황우석 교수 바람은 어린이책 시장에도 불어닥쳤다. 속칭 '황우석 위인전'이다. 그동안 어린이 책을 내는 출판사들은 앞다투어 황우석 교수 관련 책을 쏟아냈다. 최근에 발간된 책만 보면 이렇다.

<황우석 박사의 아름다운 생명의 길>(이레미디어) 12월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2(줄기세포를 지켜라)>(학원사) 11월
<소를 사랑한 아이, 황우석(큰 인물 큰 이야기1)>(청개구리 펴냄) 11월
<소년 황우석1(세상을 바꾸는 과학자)(지엠디북 펴냄, 매일경제 과학기술부 지음) 11월
<만화 황우석(소몰이 소년의 꿈과 도전) 상·하> (동아사이언스) 10월
<애들아! 황우석 선생님 성공을 배우자>(동서문화사) 10월
<황우석 박사와 줄기세포1(줄기세포가 뭐예요?)(학원사) 9월
<황우석의 꿈>(동서문화사 펴냄·이상화·이지현 외 지음) 8월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는 이웃을 위해 꺾이지 않는 황소고집 황우석- 나도 이렇게 되고 싶어요 18>(파란자전거) 7월

제목엔 없지만 내용에 황 교수가 등장하는 책은 더 많았다. 어린이 과학책에서 황 교수는 빠지지 않는 '황금주'였다.

<인간복제에 대한 호기심 73가지(복제소 영롱이와 복제양 돌리의) (황매) 8월
<교수님 교수님, 줄기세포란 무엇인가요?>(태서) 8월
<애들아, 세상에서 가장 궁금한 게 뭐니?(과학기술편)>(토토북)- '세계 최초 인간 배아복제에 성공한 황우석 서울대 교수'
<생각쟁이 2005.2>(웅진닷컴)


이 책들은 어떤 내용일까? 초등학생을 겨냥한 책들은 대개 만화와 사진을 실었다. 내용은 비슷했다. 책 한 권을 보자. <만화 황우석>(동아사이언스)의 한 장면이다.

황우석의 죄, 어른들의 죄

외국인들이 돈 가방을 들고 나타났다. 외국인이 철컥 돈이 가득 든 가방을 열어보이며 말했다.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줄기 세포 연구를 계속 하시죠! 모든 걸 책임지겠습니다!" 그러자 황우석 교수가 말했다.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이 연구는 절대 사고 팔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줄기세포의 특허권자는 황우석이 아니라 대한민국이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구절도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얼마나 많은 열강의 침탈을 겪었고 피비린내 나는 동족상잔을 경험했습니까?! 항상 눌려 지내던 우리나라가 이번에 세계에 어깨 한번 쭉 펴고 살아보라고 이런 천운이 주어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여타 책들도 비슷하다. 황우석 교수는 우직하다. (별명이 '찍소'란 것도 빠지지 않았다) 어려서 집이 가난해 고생했다. 그러나 역경을 딛고 큰 꿈을 이뤘다. 줄기세포는 이렇다. 난치병을 고치는데 크나큰 획을 그었다.

<애들아! 황우석 선생님 성공을 배우자>(동서문화사)에서 황우석 교수가 말했다.

"우리 연구는 2막짜리입니다. 내년 후반쯤이면 1막이 끝나고, 국민들의 아낌없는 중간 박수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1막이 끝나면 2막은 그리 길지 않을 것입니다."

이어지는 말은 이랬다.

"황 교수의 목소리는 단단하고 우렁찼습니다. 국민들 모두 그의 눈에서 그의 입에서 그의 손에서 희망이라는 두 글자를 읽었습니다." (176쪽)

책은 시급히 회수하지만... 아이들에게 뭐라고 할 것인가

 

 

 

 


현재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파문을 타고 이 책들의 판매가 뚝 끊어졌다. 교보문고 어린이 책 담당자는 "책이 나왔던 초기엔 다른 책보다 더 잘 나갔다, 하지만 지금은 찾는 사람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만화 황우석>을 펴낸 동아사이언스 출판사는 현재 <만화 황우석>에 대해 모든 서점에 반품을 요청한 상태다. 동아사이언스 출판사 김재필씨는 "논란도 있고 인물의 신빙성이나 신뢰도에 문제가 있어 모든 서점에 회수를 요청했다, 회사 이미지 때문이라도 더이상 판매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모든 서점들이 가판에서 내린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논문 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에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장래의 희망직업을 적어내라고 했다. 그러자 황 교수와 같은 과학자가 되겠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황 교수를 다룬 책 한 권은 이렇게 썼다. "황 교수가 요즘 어린이들의 꿈을 바꿔놓고 있다." 실제 2005년도와 2004년도 수의대 지원률은 대폭 상승했다.

한 인터넷 서점에는 황우석 교수를 다룬 어린이 책 말미에 다음과 같은 리뷰가 붙어있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애가 보았는데 어려운 용어가 종종 등장하지만 재미있게 읽고 황우석 교수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다고 하더라고요!"

이 글이 올라온 때는 논문 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이었다.

이제 '황우석 위인전'을 읽은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은 무슨 말을 해야할까? 황우석 교수 논문 조작 파문이 터진 뒤에 황우석 교수를 다룬 책에 이런 덧글이 붙었다.

"후편이 하나 더 나와야겠네요. 세상을 속인 과학자 황우석."
.....................................................................................................................
황우석 이라는 제목으로 검색하면 12월 이후에 막 출간된 책들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얼마나 버티다나 절판이 될지... 아쉬운 현실이다.  최근에는 과학과 윤리를 접목한 책들이 또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랑녀 2005-12-24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아들놈도 한표 있습니다. 광팬...
저 사람같은 과학자가 되고 싶어했고, 대한민국의 과학자라는 사실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죠.
저 책들은 없지만, 빌려서든 서점에서든 많이 읽었고, 정기구독하는 어린이 과학동아 잡지에서도 수도 없이 다뤄서...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더군요.
오늘 좀 길게 얘기했습니다.
거짓말은 거짓말을 낳는다, 처음 시작은 그렇게까지 큰 거짓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런 얘기였는데, 몹시 안타까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가족들을 걱정하더군요. 혹시 아이가 왕따당하지는 않을까, 놀림당하지는 않을까 하면서요.

눈보라콘 2005-12-28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에는 언론에서 너무 크게 떠들었던 것 같습니다. 황우석이 영웅이 된 이유의 상당부분은 언론의 책임이죠... 그렇지 않았다면 황우석만 기다려온 분들의 충격이 덜했겟죠.

monstino 2006-11-20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우석 교수의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은 문제이죠.. 법적으로도 대한민국의 뛰어난 능력을 가진 검찰도 정확히 무었이 진실이고 무엇이 가시이다에 대한 어떠한 증거자료도 제시하고 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언론과 관련된 분들이 이러한 댓글로 황우석 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책들만 골라다니며 비방하고 다니는 것 또한 바람직한 것은 아니죠.. 진실은 조용히 잊혀질수 있겠지만.. 없어질수는 없습니다.
전 아직도 제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우리나라에는 황우석이라는 위대한 과학자가 열심히 세상을 위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고...
 

문화일보 2005-12-23

(::키워드로 읽는 책 / 한기호 등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인터넷 검색업체 구글(google)의 파워는 그 검색엔진을 통해 실 시간으로 지구촌의 수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데 있다.

모인 욕망들은 세상에 대해 분석과 전망을 가능하게 하며, 이를 잘 분류하고 그 허기를 채우고자 하는 과정 곳곳에서 경제적 가 치가 창출된다.

욕망들은 여러 테마로 나눠질테고 그것은 다른 말로 ‘키워드’ 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근래 우리 출판시장에서 화제가 된 책을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의 욕망을 ‘키워드’로 나열해 준다.

하루가 다르게 덩치가 커져가는 인터넷 서점에서 독자들이 키워 드 검색을 통해 책을 구매하는 비율이 80%에 달한다는 얘기도 있 다. 독자들의 선택은 그들이 욕망하는 그 무엇이며, 출판인들로서 는 그것을 먼저 알고 따라잡느냐가 사활의 관건이다.

아래는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소장 한기호)가 격주간으로 발행 하는 출판평론지 ‘기획회의’가 출판평론가와 출판편집자, 출판 기자 등 전문가들을 통해 키워드로 분류한 화제의 책들에 관해 연재했던 글을 모은 것이다. 그 중 30개의 키워드를 선정했다.

책을 통해 우리는 근래 특히 올해 출판계의 화제작이 무엇이었는 지, 사람들이 무엇에 목말라하는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30개의 키워드를 찬찬히 살피면 전체를 관통하는 테마도 보일 듯 하다. 그것은 ‘불안’이 아닐까. 신자유주의와 테러로 상징되는 21세기의 세계사적 불안부터 이와 무관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불안들이 출판의 키워드 곳곳에 녹아 있다. 다양한 ‘심리학’ 서적에 기대고 ‘중년’과 ‘노년’을 걱정하면서 ‘10년 후’의 세상의 변화에 촉각을 세운다. 의지할 데 없는 마음들은 ‘팩션 ’(fact+fiction)으로 빠지거나 ‘이순신’같은 인간적인 영웅에 감동하고 ‘자기계발’ 또는 ‘요리’나 ‘여행’ 등 웰빙에 몰 두하게 한다.

존재 자체에 이미 불안이 스며 있고 그것이 어제 오늘의 테마는 아닐지 몰라도 하여간 대개 출판의 키워드 뒤에 불안이 숨어있는 것 같다. 그 점에서 사람들이 스스로 존재의 가능성에 희망을 거는, ‘자기계발서’와는 다른 차원의 ‘수행’이란 키워드가 빠진 게 아쉽다.

 

 


 



올해에 나온 키워드 몇개를 살펴보면, 먼저 ‘임파워먼트’(empo werment)에 눈길이 간다. 대표적인 책들로 이승복의 ‘기적은 당 신안에 있습니다’(황금나침반), 한비야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 라’(푸른숲), 박경철의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리더스북 ), 김영모의 ‘빵굽는 CEO’(김영사)를 꼽는다. 임파워먼트는 경영학에서 권한위임이란 의미로 사용되지만, 여기서는 ‘너 와 나, 우리’에게 힘을 주는 다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자전 적 이야기라는 의미다. 개인적 한계나 자신에 머물지 않고 함께 하는 삶에서 성공하는 이들에게 독자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람에서 ‘임파워먼트’라면 기업에서는 ‘블루오션’이다. 올 해 최고의 베스트셀러가 된 김위찬 등이 쓴 ‘블루오션 전략’( 교보문고)은 경영 분야에 새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 이외에 출판계에도 경영전략서의 대중화라는 기록을 세웠다. 블루오션이 라는 단어는 이제 정치권 등 어디서나 인용되는 인기어가 됐다.

이 책의 성공은 경영전략이란 측면에서 신선하기도 했겠지만, 직장 인이나 기업인이나 ‘피튀기는 경쟁’에 진저리가 나 있다는 방 증이기도 하다.

‘요다형 책’이라는 키워드도 흥미롭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사람 들은 선택을 못해 더 어지럽다. 요다(영화 ‘스타워즈’에 나오 는 제다이의 스승)형 책은 ‘정보 홍수 속의 지식 중계자’로서 의 책, ‘압축, 축약본’이라 얘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지금 정보화 세계의 현실은 개인에게 정보를 흡 수하는 슈퍼파워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가.

이 책은 출판인은 물론 책을 고르는 독자들에게 길잡이가 될 것 같다.

엄주엽기자 ejyeob@munhwa.com

출판 키워드 30
1. 임파워먼트2. 심리학3. 여성4. 남성5. 중년6. 노년7. 장남8. 팩션9. 18세기10. 미시·생활사11. 고전12. 일본소설13. 리메이크 출판14. 영상과 책15. 요다형 책16. 블루오션17. 10년 후18. 땅테크19. 평전20. 이순신21. 코엘류22. 요리23. 여행24. 사진25. 육아26. 지도27. 자기계발서28. 공부29.한자30. 토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일보 2005-12-14

아더왕 전설 뿌리부터 캐볼까 '아발론 연대기'

 

2004년판(좌)

2005개정(우)

 

아더와 란슬롯 등 원탁의 기사, 아더의 후견인격인 멀린 등등, 켈트의 영웅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열렸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의 번역으로 장 마르칼의 ‘아발론 연대기’ 전8권이 완역된 것이다.

알다시피, 켈트신화는 그리스ㆍ로마신화와 더불어 유럽 문화의 원형을 형성한 거대 정신이다. 숱한 영화와 소설, 만화 등으로 가지를 쳐 온 아더왕 전설이나 성배 전설 등의 뿌리가 거기이고, ‘다 빈치 코드’며 ‘해리 포터’ ‘반지의 제왕’ 의 밑천이 거기임을 우리는 안다.

이 책은 그러니까, 멀린의 등장과 아더의 탄생, 왕위 등극과 통일, 모험의 여정을 그린 장쾌한 대서사문학(소설)이자, 현전 최고의 켈틱 정전(正傳)이라 할 만하다. 구스타프 도레 등 다양한 화가 및 일러스트레이터의 삽화 200여 점이 김정란교수의 자상한 역주와 함께 수록돼 있다.

지난 해 이 책은 ‘아더 왕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출판을 시작했으나 출판사가 도산하는 바람에 4권을 끝으로 중단됐다. 이 번에 이 책을 한꺼번에 낸 출판사 ‘북스피어’는 기존 판본 독자들이 저렵한 비용으로 새 판본을 구입할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 보상 서비스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앙일보 2005-12-14 [중앙일보 손민호]

그래, 올해도 다사다난이라고 부르자. 예년처럼 일은 많았고 시간은 빨랐다. 문학계도 다르지 않았다. 언뜻 떠오른다면 행사가 유독 많았다는 것. 우리 작가들은 독일에도, 평양에도 갔다. 전혀 다른 주파수로 교신하는 젊은 작가의 신호가 또렷이 들려온 한 해였고, 무엇보다 올 한국문학은 깊은 침체에서 허덕였다. 출판계에서 번역문학은 강세가 아니라 석권의 경지에 올랐다. 오늘의 번역문학은 아예 점령군 마냥 위세 당당하다. 급기야 정부는 아사 직전의 한국문학에 일용할 양식을 배급하기 시작했다. 돌아보니, 안 좋은 기억이 많다. 하나, 그건, 다사다난했다고 불렀기 때문이다. 어려웠던 기억은 유독 그림자가 긴 법이다.

ㄱ : 김별아 & 공지영

2005년 한국문학 베스트셀러 작가 두 명의 이름. 김별아는 1억 원 고료 세계일보 문학상 수상작인 장편 '미실'을, 공지영은 사형수와 여교수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장편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발표해 올 한국작가 가운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두 작품 모두 15만 부 이상 팔렸다. 현재 순위는 김별아가 약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발표된 한국소설 단행본 가운데 10만 부 이상 판매 실적을 올린 건 이 둘의 작품밖에 없다.

 

ㄴ : 노벨상 소동

감히 '소동'이란 표현을 쓴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 발표가 임박한 10월 초,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외신 보도가 잇따르면서 한반도는 들끓었다. 때맞춰 노벨상 6개 부문 가운데 문학상 발표만 일주일 연기되면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수상자 발표가 있던 10월 13일 저녁 경기도 안성 고은 시인의 자택 앞엔 취재진 70여 명이 몰리기도 했다. 하나 올해도 노벨상은 한국을 외면했고, 내년의 '소동'을 예약했다.

ㄷ : 달려라, 아비

1980년생 작가 김애란의 첫 창작집 제목. 첫 창작집이 나오지도 않은 11월 초, 김애란은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으며 단연 화제가 됐다. 80년대 생 최초의 문학상 수상이란 기록도 세웠다. 돌아보면 올 문단의 화두는 세대 교체였다. 시와 소설에서 기존 문법과는 판이한 신인이 대거 등장했고 이들을 적극 옹호하는 신세대 평론가도 여럿 나타났다. 단언컨대, 김애란은 이 가운데 가장 돋보인 신예였다.

 


ㄹ : 루머

그렇지 않아도 말 많은 동네가 문단이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인물이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시인 최영미다. 5월 자전적 소설로 읽히는(본인은 강하게 부인했다) 장편 '흉터와 무늬'를 발표하자 문단은 한바탕 시끄러웠다. 그리고 11월 말. 몇몇 지식인을 작정하고 겨냥한 듯한 시집 '돼지들에게'를 펴내자 문단은 기어이 휘청댔다. 문단에선 아직도 몇몇 지식인의 영어 머리글자가 떠돌지만 시인은 여전히 "문학으로만 읽어달라"고 단언한다.

ㅁ : 미래파

평론가 권혁웅이 '문예중앙' 봄호에서 처음으로 사용한 용어. 황병승.장석원.김민정.유형진 등 젊은 시인들이 이른바 '미래파'로 분류된다. 시적 자아가 혼동.분열.확장되는 시상 전개와, 위악적이고 그로테스크한 표현의 남발 등 기존 문법으론 접근이 어려운 시 세계를 선보인 이들을 가리킨다. '달리는 말의 다리는 네 개가 아니라 스무 개다'로 시작되는 권혁웅의 해석은 개인적 체험에 의존하는 이들 젊은 시인의 인식론을 가장 명쾌하게 규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권혁웅은 10월 같은 제목의 평론집을 발표했다.

ㅂ : 번역문학 전성시대

 

 

 


 

바야흐로 번역문학 전성시대다. 교보문고가 13일 발표한 올해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든 한국소설은 김별아의 '미실'(8위)밖에 없다. 교보문고 순위에 따르면 올해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은 댄 브라운의 '다 빈치 코드 1'다. 지난해에 이어 2연패다. 그러나 본지가 출판사별로 확인한 판매 부수에 따르면, J K 롤링의 '해리포터'시리즈가 근소하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작가별 순위를 보면 '해리포터' 시리즈의 롤링이 1위였고, '다 빈치 코드' '디지털 포트리스' 등의 댄 브라운이 2위, '연금술사' 결심하다' 등 10만 부 이상 히트작 세 권을 보유한 파울로 코엘류가 3위에 올랐다.

일본 작가 신드롬은 올 문학출판계 최대 이슈였다. '공중그네'의 오쿠다 히데오, '어둠의 저편'의 무라카미 하루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의 가타야마 쿄이치, '냉정과 열정 사이' '도쿄 타워'의 에쿠니 가오리 등이 인기를 끌었다. TV 드라마에 힘입은 미하엘 엔데의 '모모'는 올해만 50만 부 이상이 팔렸다.

ㅅ : 사랑 타령

무릇 시란 사랑의 노래인가 보다. 어려운 문학은 읽히지 않는 시절, 사랑을 읊고 사랑을 노래하는 시가 유독 읽히고 있다. 올해 단연 인기를 끈 시집이라면 류시화.이해인.용혜원.이정하.정호승 등 시인들의 사랑 시 선집이다. 오죽하면 '시인공화국' 문학과지성사의 '문지시선 300호' 특집도 사랑 시만 엮은 '쨍한 사랑 노래'일까.

ㅇ : 외출

올 최고의 논란을 부른 소설. 배용준이 주연한 영화 '외출'의 시나리오를 토대로 중진 작가 김형경이 동명의 소설을 썼고 문학과지성사가 출간했다. 소설의 정체를 놓고 문단은 팽팽하게 의견이 갈렸다. '영상 시대 새로운 소설 형식'이라는 주장과 '영화 흥행에 기댄 출판 상업주의'라는 주장이 맞섰다. 영화나 소설 모두 흥행은 기대에 못 미쳤다.

 

 

ㅈ : 자전거 레이서

 소설가 김훈이 '문학동네' 여름호에서 밝힌 자신의 직업. 올해도 김훈은 화제를 몰고 다녔다. 지난해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 한국작가 중 유일하게 20위 권에 들었던 김훈은 올해도 '칼의 노래'와 중편 '개' 등을 합해 판매량 10만 부 이상이었다.


동인문학상(2001년)과 이상문학상(2004년) 수상에 이어 올해 단편 '언니의 폐경'으로 황순원문학상을 받으면서 김훈은 독자와 평단의 호응을 한꺼번에 이끌어내는, 몇 안 되는 작가의 자리를 굳혔다.

ㅊ : 축사 사건

10월 28일 미당.황순원문학상 시상식장. 미당문학상 수상자 문태준의 고향 친구 자격으로 소설가 김연수가 축사를 읊었다. 문태준의 옛날 일화를 공개한 축사는 단박에 화제가 됐고 이후 여러 시상식에서 '재미난 축사 바람'이 불기도 했다. 중요한 건 축사가 아니라 1970년생 동갑내기인 문태준과 김연수, 이 둘이다. 올해 시인은 미당문학상을, 작가는 대산문학상을 받았다. 둘이 태어나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경북 김천은 올 한국문단 화제의 진원지였다.

ㅋ : 카스테라

6월 발표된 자칭 '무규칙 이종 소설가' 박민규의 첫 창작집 제목. 박민규는 올해 하나의 보통명사처럼 호명됐다. 평론가들은 유행처럼 '박민규 식으로 말하자면'이라고 말문을 열며 소위 '박민규 화법'을 옹호했다. 현실과 판타지를 자유로이 교차하는 상상력과, 기본 서사와 무관하게 혼잣말 지껄이듯 이어지는 잉여의 담론 등으로 대표되는 박민규 화법은 이미 아류마저 낳는 상황이다. 그를 향한 평단의 시선이 올해 부쩍 순해진 건 의미있는 변화였다.

 


ㅌ : 통일문학 원년

개최 여부를 놓고 소문만 무성했던 민족작가대회가 마침내 7월 20~25일 평양.백두산 등지에서 열렸다. 남한에서 90여 명의 작가가 대거 방북했고, 분단 60년 만에 남과 북의 작가가 상봉했다. 남북이 함께 참여하는 문학인 단체 결성이 결의돼, 이르면 내년 초 '6.15 민족문학인협회'가 출범할 예정이다. 남북 작가 150여 명이 백두산 정상에 올랐던 7월 23일 남측대표단장 고은 시인은 '통일문학 원년'을 선포했다.

ㅍ :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2005년은 한국작가의 외유가 유독 잦았던 해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이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출판 행사인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10월 19~23일)에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되면서 한국작가들은 올 초부터 독일 곳곳을 돌며 '한국문학 순회 낭독회'를 열었다. 모두 96명(연인원)의 작가가 200여 차례 낭독회를 열었다. 그러나 한국작가들이 독일 땅에서 목도한 건, 각오보다도 훨씬 왜소한 한국문학의 국제 위상이었다.

ㅎ : 힘내라, 한국문학

이시영 시인은 "문학이 급기야 구휼의 대상이 됐다"고 한탄했다. 나라에서 먹여살려야 할 처지란 뜻이다. 정부는 올해 로또 판매기금에서 52억2000만 원을 한국문학에 쏟아부었다. 정부가 나서 문인에게 현금을 주고, 한국문학을 사다가 전국 도서관.군부대 등으로 보냈다. 작가 312명(연인원)이 나랏돈을 받았고 나라는 한국 문학 중 290권을 골라 권당 2000부씩 샀다. '힘내라, 한국문학'. 문화예술위원회 산하 문학회생프로그램추진위원회의 슬로건이다. 힘내라, 제발.

손민호 기자
........................................................................................................
하나 추가하고 싶다.

ㅍ :
표절 논란

유명 문학상 수상작인 :꽃게무덤:의 권지예씨가 소설속 단편 한 작품이 시골의사 박경철씨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표절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결국은 동의없이 내용을 인용한 것이 드러났고, 한참만에 화해를 했지만  표절이냐 아니냐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쟈 2005-12-15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정리된 기사라고 생각했는데, 파란님이 더 잘 정리해 옮겨놓으셨군요.^^
 

조선일보 2005-12-14

불황일수록 책에서 길을 찾는가.

서울 부산 인천 대구 대전 등 전국 대도시에 10개의 영업점과 온라인 서점을 운영하는 국내 최대의 서점 교보문고는 13일 올 한해 도서 판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보다 20%나 매출이 늘었다고 밝혔다. 특히 인터넷 서점에서 50% 가까운 성장을 기록, 인터넷 시대가 오히려 책 읽기를 촉진할 수 있는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문학과 인문학 성장이 ‘책읽기’ 이끈다

교보문고의 매출 신장을 이끈 것은 문학과 인문학. 지난해 3.7% 매출(권수 기준·이하 같음) 감소를 보였던 소설 부문이 30.6%나 성장했고, 역시 1.4%의 감소를 보였던 비소설(논픽션) 부문에서도 18.6%의 성장을 보였다. 인문 부문에서도 19%나 성장, 최근 ‘책 읽는 분위기’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가운 조짐을 보여준다. 인문 부문에서는 ‘선택의 심리학’, ‘설득의 심리학’,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등 개인과 사회를 심리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들이 주목받았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너와 나, 우리를 알고 싶다는 욕구가 매우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성장률은 교보문고라는 특정 서점에서 이뤄진 결과지만, 이 서점이 전국에 판매망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그동안 매출 추이에서 일반적인 독서 경향을 반영해왔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수치다.


올해의 키워드는 ‘블루오션’


연간 베스트셀러 목록 5위에 꼽힌 ‘블루오션 전략’은 상반기 등장 이래 하반기까지 독서 시장에 강타를 날렸다. 기술 혁신이 아닌 ‘가치 혁신’을 주장하며 질적으로 전혀 다른 시장의 개척을 촉구한 ‘블루오션’은 기업과 직장인들뿐 아니라 주부, 학생들에게도 참신한 화두로 떠올랐다. 기존의 치열한 경쟁 마당을 벗어나, 남다른 분야에 주목하라는 ‘블루오션’ 전략이 침체된 사회 분위기에 돌파구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막강한 ‘다빈치 코드’ 파워

 
올해 교보문고 매출 신장을 이끈 문학 부문의 기린아는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코드’와 미하일 엔데의 ‘모모’. 전세계적으로 2400만권이 팔린 ‘다빈치 코드’는 국내에서도 240만부가 팔렸고, 이 책의 해설서, 반대서, 그리고 유사한 구도의 책들까지 연쇄 반응을 끌어냈다. 종합 50위 내에서 국내 저작은 절반이 못되는 22종(2001년엔 27종)으로, 최근 몇년 사이 베스트셀러에서 외국저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높아지고 있다.

신용관 기자
...................................................................................................................................................................
 :다빈치 코드"의 열기는 식을 줄 모르는 것 같다. 내년 상반기면 300만부는 거뜬하지 않을까...모모는 올해에만 50만부가 팔렸다고 한다. 드라마의 위력이 대단하다. 국내 작품 100만부 돌파를 보기가 참 어려운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