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시옷- 만화가들이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2006)
책소개
[한겨레 2006-02-02 임인택 기자]
“사람과 사람 사이를 부드럽게 이어”주리란 기대를 담아 책에 <사이시옷>이라 이름붙였다. 그러나 기실 이는 책의 몫이 아니다.
여덟 명의 만화가들이 먼저 ‘사이시옷’으로 나섰다. 차별과 인권을 소재로 삼아 저마다 내놓은 작품을 모둔 <사이시옷>(창비 펴냄)이 최근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기획에 따라 2003년 발간된 <십시일반(反)>에 이어 두 번째 인권 만화가 되는 것이다.
영화, 애니메이션 등 대중친화적 장르의 힘을 빌어 ‘차별’ 없는 세상의 가치를 꾸준히 전파하고 있는 인권위의 프로젝트 가운데, 유독 만화가 갖는 ‘차별’적 미덕은 칸과 칸 사이에서 음미하고 상상할 수 있는 여유와 여운이다. 특히 자신이 비정규직, 동성애자, 여성, 장애인, 빈자가 되어보지 않는 한 보이고 들렸대도 습관적으로 스쳤던 차별의 중심 또는 주변 세계를 새롭게 보고 듣는 일이라 더 요긴하다.
손문상의 ‘완전한 만남’은 비정규직의 아픔을 그린다. 이는 감성적 편견과 달리, 신자유주의가 낳은 제도적이면서도 실체적인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라 골은 더 깊어보인다. 자신이 몸바쳤던 식당 업무를 용역화하겠다는 병원 쪽에 맞서 투쟁을 벌이는 어머니. 어렵사리 첫 출근한 아들 덕에 기분이 좋았는데 기구하게도 그날 그를 병원에서 만난다. 바로 ‘용역 깡패’로 취업을 했던 것. 어머니가 “내일 지각할라,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한 법인데”라며 놀란 아들을 먼저 위로하며 출근을 독려하는 이 ‘완전한 만남’은 02년 한 의료원 파업사태 때의 실화가 바탕이다.
1등 만능, 입시 지옥에 갇힌 학생들의 인권 문제를 익살스럽게 비튼 정훈이의 ‘해리포터와 호구왔다 마법학교’, 직설적으로 꼬집는 오영진의 ‘새대가리’는 메아리 없는 온갖 외침 같다.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도 학생들은 여전히 그 곳에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배어있다. 미혼모를 주인공으로 한 유승하의 ‘축복’, 군대 부적응자(고문관)를 전면에 세운 최규석의 ‘창’은 편견과 차별이 올곧은 이에 의해 날을 세울 수도 있음을 은유케 한다. 자기본위의 편견은 차별을 끝내 무차별화, 전영역화하는 것이다.
이밖에 인권 장편 영화 <다섯개의 시선>에 출연했던 다운증후군 은혜의 엄마로서, 영화 뒷얘기를 전해주는 장차현실, 이애림, 홍윤표씨도 작품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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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3년 출간된 첫번째 인권만화책인 ‘십시일反’에서 다루지 못한 비정규직,
학력사회, 학생, 미혼모, 동성애자 등의 인권문제에 대해서 폭넓게 그렸다고 한다.
이런 종류의 인권만화가 꾸준히 스테디셀러에 올라와 있다는 의미가 남다르지만
신기하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