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2006-02-11]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전 2권, 이하 '재인식')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8일 오후 출간된 지 하루 만에 출판사의 1쇄 재고가 떨어져 2쇄 인쇄에 들어갔다.

책세상의 문선휘 과장은 "1쇄분 4000부(2000질)가 하루 만에 모두 전국 서점으로 출고돼 곧바로 2쇄분 6000부(3000질) 인쇄에 들어갔다. 출판사 창립 이래 처음"이라고 말했다. 인문사회 관련서는 대개 1쇄를 2000부 이내로 찍고, 2쇄를 낼 경우엔 1쇄보다 분량을 줄여 1000부 정도 내는 게 보통이다. 논문집 형식의 인문사회 과학서는 통상 1000부 이상 팔리기 힘들다.

교보문고 홍보팀 홍석용 대리는 "8일 오후 늦게 '재인식' 책을 매장에 배치했는데 이틀 만에 광화문점에서만 100부가 넘게 팔렸다"며 "독자가 비교적 한정된 인문사회 분야에서 이 같은 판매 속도는 폭발적인 수준"이라고 10일 밝혔다. 그는 "그동안 역사 관련 책은 많이 나왔지만 현대사 관련서는 별로 없었던 점도 수요를 일으킨 배경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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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전후사 재인식’ 이념논쟁 가열-서울신문 2006-02-11

지난 9일 발매된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도서출판 책세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객관적 사실에 기초한 한국 현대사를 표방한 ‘재인식’은 한국 현대사의 주류적 역사해석을 제공해 온 것으로 평가받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1979년 제1권 출간)을 좌파적 시각에서 씌어진 책으로 공격하고, 여기에 일부 보수언론이 가세하면서 이념논쟁화할 조짐이다. 이처럼 화제가 되면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만 2권짜리(총가격 6만 1000원)인 ‘재인식’이 100여권 팔리고 출판사측이 추가 인쇄에 들어가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책 출간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한 언론들은 ‘인식’을 진보와 좌파적 역사관을 대변하는 책으로 간주하는 한편,‘재인식’에 대해서는 여전히 뉴라이트 혹은 보수우파적인 학계의 집단 산물로 규정한다.

‘재인식’ 필자들은 이번 공동연구 성과물이 ‘보수우파’로 비쳐지는 데 대해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재인식’ 편집대표인 서울대 박지향 교수(서양사학과)는 “우리가 ‘해방전후사의 인식’에서 드러난 역사해석을 우려하는 이유는 그것이 ‘좌파적’이기 때문이 아니다.”라면서 “그렇다고 ‘재인식’이 우파적 역사해석이라는 말은 더더욱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 책의 또다른 필자는 “서울대 이영훈 교수나 성균관대 김일영 교수처럼 뉴라이트 운동과 연관 있는 사람들이 필자로 참여하긴 했지만 그들의 한국 현대사 해석이 반드시 ‘뉴라이트’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나 이런 입장과 달리 ‘재인식’에 실린 논문의 상당수는 ‘보수우파’적 시각이 짙은 것이 사실이다.

일제강점기와 친일파 문제, 이승만·박정희 정권의 정체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이 대표적인 예다.‘인식’의 필진으로 참여한 한 인사는 친일파의 대명사격인 춘원 이광수를 ‘친일 내셔널리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좌파계열 민족주의자로 간주되는 작가 이태준을 일본제국주의자적 성향을 지닌 인물로 규정하는 것을 어떻게 학문적 성과라고 내세울 수 있느냐고 반박한다.

이번 ‘재인식’을 둘러싼 논란은 한국 사회에서 일종의 ‘성역’처럼 군림해온 민족과 민족주의에 대해 정면으로 맞서 ‘탈(脫)민족주의’를 주창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학계나 언론이 ‘재인식’이 표명한 탈민족주의 화두는 접어둔 채 소모적인 이념 공방으로 치닫지 않을까 하는 점은 우려된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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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버전의 삼국지가 나왔다. 국내 최고의 무협소설작가 검궁인씨가 역사무협소설이란 새 문패를 내건 '삼국지'(여러누리ㆍ전 10권)를 펴냈다.

"또 삼국지야"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그만큼 '삼국지'는 수십 종 나와 있다. 이문열, 황석영, 김홍신, 장정일 등 내로라하는 작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썼다. 그런데도 검궁인씨는 '삼국지'를 냈다. 뭐가 다를까. 그는 "무협코드를 입혔다"고 명쾌하게 설명한다. "원본 '삼국지'를 10번 이상 읽고, 25년 동안 300여권의 무협소설을 쓴 내공을 다 쏟아부었다"는 것이다.

'삼국지'는 필독서의 하나로 꼽히지만, 완독한 사람이 드물다. 지루하고 방대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길을 택했다. 장황하고 현학적인 내용을 다 가지치기했다. 황제 자리를 놓고 벌이는 권력투쟁 이야기를 무림의 절세고수들이 펼치는 천하쟁패 이야기로 재구성했다.

그는 정본, 원본, 평역, 편저 형태로 나온 기존 '삼국지'를 비판한다. "국내 작가들의 '삼국지'를 빠짐없이 다 읽었다. 그런데 똑같다. 사건 전개, 문단 순서, 계절 변화까지 일치한다. 원본의 리라이팅에 불과하다"고 일침을 가한다.

'삼국지'가 고전 명작이나 논술 대비용 역사서로 대접받는 것도 못마땅하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는 어디까지나 대중소설일 뿐이다. 머리 싸매고 공부해야 할 역사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작가는 '재미'를 첫번째 덕목으로 삼아 재창작했다.

우선 기본틀을 무협지처럼 바꿨다. 촉, 위, 오 등 세 나라가 등장하지 않는다. 대신 공간을 무황성이란 무림으로 변형시켰다. 저 유명한 도원결의 장면도 뺐다. 왕윤이 수양딸 초선을 취하기 위해 절하는 장면 등은 창작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다 바꾼 건 아니다. 주요 등장인물, 줄거리 등 90% 이상 원본에 충실하다. 뼈대는 그대로 두고 포장을 바꾼 리모델링인 셈이다. 그래서 검궁인의 '삼국지'는 쉽다. 무림 고수들의 칼끝처럼 빠르게 읽힌다. 관우, 장비, 조자룡, 여포 등의 전투 장면은 무협영화처럼 박진감 넘친다. 작가 특유의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도 한몫했다.

삼국지의 매력은 뭘까. 작가는 "천하를 두고 싸우는 남자들의 야망이 담겨 있다. 음모와 배신, 정치, 처세 등이 장강처럼 흘러 독자를 끌어들인다"고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제갈공명을 가장 좋아한다. 순수하기 때문이다. 그는 병법, 정치 등의 전문가였지만 야망이 없어 지혜를 발휘할 수 있었다. 현대사회에도 적합한 인물이다.

이 소설은 2003년부터 조선닷컴에 연재되며 인기를 끈 '호유삼국지'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스포츠조선 2006-01-23 < 임정식 기자 d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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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에서는 무협 혹은 추리적 기법이 동원된 삼국지 책들이 인기라고 한다.  국내에서 출간되었다가 판매부진으로 절판된 영웅 삼국지의 경우도 400만부가 넘게 팔렸다고 한다.
아쉽게도 우리 나라에는 정역이냐 평역이나에 대한 논란과 함께 그 두가지 버젼의 책들 중심으로 작품성이나 판매량이 크게 좌지우지 하는 것 같다.  물론 해학과 풍자가 가득한 고우의 만화삼국지도 있지만...
이 책이 얼마나 선전을 할지 모르겠지만 정역이냐 평역이냐를 좀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치피 진수의 역사서 삼국지를 나관중이나 모종강이 나름대로의 재미를 위해서 살을 붙이고 뼈를 발라낸
창작소설에 불과하니까...삼국지의 하이라이트인 적벽대전의 경우 진수의 역사서 삼국지에는 딸랑 2줄 가량 짤막하게 설명이 되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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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남자 제발 만나지 마라 (2006)

 

책소개

"왜 이 남자는 문자를 자꾸 씹지(휴대전화 문자 메시지의 답장을 안 하지)?"

"매일 나를 기다리는 이 남자 정말 진실할까."

남자와 여자는 서로에게 영원한 비밀스런 존재다. 그 점에서 스테디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남자'의 저자 존 그레이의 통찰은'딱'이다. 사실 매일 맞부딪치며 이런 저런 일을 겪지만 그걸 해석하는 태도도, 풀어내는 방식도 남녀는 영 딴판이다. 특히 여성은 남성 문제로 생긴 고민을 남자는 제쳐두고 가까운 여성에게 상담한다. 이 책의 출발점은 여기다.

-조언을 구할 만큼 친한 남자라면 잠재적인 연애 상대다.
-조언을 믿을 수 없다. 남자는 모두 한통속이다.
-조언을 빙자해 남자 친구의 자랑을 하고 싶다. 조언을 구하는 상대 라이벌 여성을 찍어누르는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여자라면 무릎을 칠만한 분석이다. '이런 남자는 제발 만나지 마라'는 남성 탐구서가 아니다. 통찰이 넘치지도 않는다. 그러나 하루하루 바쁘게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래서 쉽게 읽히고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여자라면 분명 한두 군데 줄 쳐가며 읽어야 할 듯 싶고,  남자들도 재미있게 후딱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저자들의 살아있는 경험이 출발점이라 좋다. 다음과 같은 부분이 특히 그렇다.

"수연씨는 매일 퇴근때마다 차로 모시러 오는 '그 남자'에게 필이 꽂혀 있다. 그러나 우리는 1초도 멈칫거림 없이 'NO'라고 단정했다.  30대 중반의 남자가, 그것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 게다가 영업을 해야 하는 사람이 그럴 수는 없다. 지금은 공주처럼 대접받는 것이 기쁘겠지만,  이런 남자와 결혼하면 시녀처럼 죽도록 일해야 할 지 모른다. 사업에 실패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저자의 한 명인 김지룡(일본문화평론가)씨는 누나만 셋 있는 집안의 막내 출신. 여자 세계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고 자신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 책은 허풍쟁이 남자들에겐 '공공의 적'이 될지 모르지만 남성에 대한 팬터지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여성에겐 교과서다. 유용한 실용서임에는 틀림없다.

최민우 기자 - 중앙일보 200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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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만 봐도 무척 재미가 있을 것 같다.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할 그 남자들속에 내가 해당이 안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저 그런 연애서 같은데  리뷰를 보니 흥미롭다.
요즘 드는 주제인 심리학적인 부분이 많이 가미가 된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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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형 기자의 책 이야기- [일간스포츠] 2006-02-03

나는 중견 출판사의 영업 담당자. 오늘도 출판사 사장으로부터 한 권의 신간을 건네받았다. 책임지고 5만 부 이상 팔아야 한다는 명령과 함께. 5만 부? 5만 부가 누구 애 이름인가. 평소 같으면 한숨부터 나왔을 텐데 오늘 받은 책은 왠지 따끈따끈한 느낌이 든다. 말랑말랑하면서도 읽고 나면 뭔가 지식 같은 게 남는다. 잘만 하면 물건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영업 5년차에 남는 건 흥행의 법칙.

영업의 귀재들이 즐비한 대기업 영업 출신이다 보니 도서의 유통과 마케팅은 한눈에도 허점이 많이 보였다. 마케팅이라는 게 고작 신문 방송 기사화와 서점 관리밖에 없다. 신문.방송에 기사로 다루어지려면 도저히 팔리지 않을 고답적 책이거나 미국 최대 온라인 서점 아마존에서 이미 톱으로 떠올라서 로열티 왕창 낸 외서 정도여야 하는데 우리 출판사로서는 언감생심. 서점 관리도 다른 게 아니다. 서점 매대에 보다 잘 보이는데 배치하기 위해 서점 직원과 친분을 트는 일 등이다. 어느 출판 창고에서는 아직도 수작업으로 주문 책을 찾아 서점으로 발송하고 있다. 아마 이런 일들은 10년 전, 20년 전에도 똑같았을 것이다.

그래. 이 참에 출판계 사람들 교육 좀 시키자. 일단 특정 서점에 아르바이트를 풀어 자사의 책을 반복 구입하자. 대형 서점 하루 매상 150~200부만 올려주면 아마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 것이다. 그러면 독자들은 어리숙해서 그냥 따라 살 것이다. 어라, 1997년과 2001년에 이미 약삭빠른 친구가 하다가 걸렸다고? 이 바닥에도 사재기라는 게 존재하는구나. 몇 년 전 도너츠체인점을 오픈한 업체에서 계열사 직원들을 동원해 1호점 주변을 인산인해로 만든 사례도 있었는데. 그때는 매스컴에서 잠잠하던데, 이상하네.

좋아. 확실하게 사재기를 해 주마. 하루에 1만 원짜리 책 200권씩 한 달이면 5000권. 액수로 5000만 원이면 베스트셀러에 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점이 선금을 주고 싸게 사가는 매절 방식으로 하면 2000만 원 조금 넘는 비용이 든다. 중앙 일간지 신문 광고 몇 번 한 것과 같은 비용이다. 이 정도면 베스트셀러에 목매는 일반 독자 판매와 할인점 판매로 쉽게 비용이 빠진다.

직원을 잘 알고 있는 모 서점에는 그냥 거래했다고 치고 명세서만 오고가도록 하자. 온라인 서점은 사장과 직원들 주소로 몇십 부씩 배달받도록 하자. 주소만 살짝 달리해 놓으면 컴퓨터도 잡아내지 못한다. 독서 단체 등에는 책 비용을 제공하는 대가로 특정 서점에 주문하도록 하자. 거래 당사자인 서점도 매상이 오르니 만큼 크게 개의치 않는다.

당장 약발이 들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그 자료를 신문과 방송에서는 갖다 쓰기 바쁘다. 주문이 갈수록 쏟아진다. 낌새를 눈치 챈 동료 출판 영업인들에게서 전화가 왔다. 시장을 흐리면 안된다. 독자를 희롱하지 마라. 답답하다. 만천하가 다 아는 제조업체의 고전적 마케팅 방식을 이해 못하다니. 일반 상품의 소비자나, 책의 소비자인 독자나 모두 마찬가지 아닌가. 구시대적 발상에 젖어 있는 대다수 출판사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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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래> 한기호의 출판전망대

지난해 말 한 출판사가 10만 부쯤 팔릴 것으로 기대되는 책을 한 권 펴냈다. 저자의 다른 책이 국내에서 10만 부를 기록한 적이 있고 이번에도 외국에서 이미 호평을 받은 책이었다. 언론들은 당연히 주말 북 섹션에 대서특필했고 출판사는 월요일 아침을 기대했다. 그러나 자연주문은 27부에 불과했다. 그나마 한 대형서점에서 1000부, 온라인서점 두 곳에서 각각 500부씩 모두 2000부를 ‘땡겨’ 가는 바람에 그 날은 2027부가 출고됐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점 주문은 지금도 그야말로 미미하다.

과거에는 그런 수준의 책이 나오면 도매상에서 대량 부수를 주문해 서점에 ‘까는’ 일이 일상적으로 이뤄졌다. 베스트셀러가 확실해 보이는 책들은 오히려 과다하게 ‘깔려’ 문제가 됐다. 그리고 일종의 금융 역할을 하던 도매상은 책 대금을 바로 주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서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으며 남아 있는 서점도 ‘비실비실’해서 서점의 책 저장기능이 거의 사라지고 있어 신간이 제대접을 받지 못한다.

홍보도, 광고도 통하지 않아 출판사는 오로지 인터넷에 순위를 발표하는 서점의 베스트셀러에 올라가기 위해 목숨을 건다. ‘살길’이 ‘외길’이니 그 길을 가자면 웬만한 수모는 감내해야 한다. 싸게 책을 공급하라는 서점의 요구를 들어줘야 하고 쿠폰도 달아줘야 한다. 서점의 이벤트 비용이나 경품비용도 모조리 출판사 부담이다.

책이 팔리고 있어도 늘 걱정이다. 아이엠에프(IMF) 사태 직후만 해도 대형서점 종합베스트셀러 1위가 되려면 1주일에 1천 부 정도 팔리는 것으로도 충분했지만 지금은 그 두 배가 팔려도 장담하지 못한다. 그러니 당연히 무리가 따른다. 저자 사인회를 빙자한 사재기가 이뤄지고 인터넷 동호회에 뒷돈 대주며 책을 사게 만들기도 한단다.

최근 사재기가 대단히 시끄럽다. 한쪽에서는 적발하고 적발당한 쪽에서는 부인하고, 제3자는 10년 전의 일까지 들추면서 사재기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얼마나 되냐는 막말까지 해댄다.

얼마 전 열린 ‘출판및인쇄진흥법 3년, 무엇을 남겼나’ 는 제목의 좌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매출액 1위의 인터넷서점 대표에게 단도직입으로 ‘행복하냐’고 물었다. 질문 받은 사람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질문한 이가 대신 대답했다. “물론 행복하시겠지요. 업계 1위의 자부심에다 매출액(1350억 원)의 2~3%에 해당하는 20억 원 정도의 흑자까지 냈으니까요. 그러나 다른 사람은 어떨까요? 모두가 죽어가는데 혼자만 행복하면 그것도 행복인가요.”

그날 좌담의 결론은 이랬다. 이대로는 안 된다, 하루빨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양한 입장의 사람들이 피 터지는 논쟁을 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대안을 찾자. 토론은 이제 ‘머리’가 아니라 ‘뜨거운 가슴’으로 해야 한다. 그러나 토론이 제대로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 대단한 기대를 하는 듯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마도 문화시장 전반에 만연한 일등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어떤 대책도 소용없다는 인식이 앞섰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정한 수준이 유지되는 책이 도서관 같은 공적인 영역에 안정되게 진입하는 길이 열린다면 이런 폐단은 어느 정도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출판단체는 그런 안을 제대로 만들고 국가는 실행에 나서야 할 것이다. 모든 콘텐츠의 근본인 출판이 죽고서야 문화의 시대에 국가경쟁력이 생길 리 만무이니까.

한기호/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2006.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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