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바다를 코 앞에 두고 맛난 음식을 먹는 기분이란
엘 마리노
다시는, 적어도 당분간은 뷔페를 가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식사를 할 때는 즐거웠지만 늘 뒤끝이 좋지 않아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토를 계속 했다. 한두 번도 아니고 거의 열 번 이상 연속으로. 담석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뚜렷한 이유는 알기 어렵다. 언제부턴가 살짝 오기 비슷한 기분도 생기긴 했는데.
서울과 수도권을 벗어나 처음 찾은 곳은 엘 마리노. 제주도에 있는 뷔페다. 당초 신라호텔을 갈 생각이었으나 뷰가 비교도 되지 않게 좋다는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실제로 가보니 절로 감탄이 나왔다. 도착했을 무렵에는 저녁 6시쯤이라 블라이드를 쳐놓아 잘 몰랐는데 어둑해지면서 커텐을 걷자 본 모습이 드러났다. 바로 눈앞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식사를 하는 기분이란. 물론 지라마다 살짝 풍경이 다르지만 미리 예약을 하고 간 덕에 좋은 좌석을 안내받았다.
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음식이 별로면 아무 소용이 없다. 괜히 금강산도 식후경이겠는가? 이곳은 특이하게 먼저 수비드(오랜 시간 숙성시킨 고기요리)를 내주신다. 스테이크와 전복, 새우 등을 담아 주는데 속된 말로 맛이 기가 막힌다. 세프께서 직접 가져오셔셔 설명도 해주시고 다 먹고 난 다음에도 어땠냐고 물어봐 주셔서 살짝 감격했다. 참고로 수비드는 저녁때만 적용된다.
뷔페 또한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구색 맞추기 요리가 없어 좋았다. 이것저것 종류를 늘리기 보다는 딱 필요한 음식들만 있는 느낌이랄까? 이를 테면 피자도 여러 가지가 아니라 한 가지만 내놓는 식이었다. 대신 모든 음식이 하나하나 단품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따로 팔아도 좋을 정도의 두터운 돈가스나 돔배고기, 물회, 모둠회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탕수육을 포함한 중화요리도 먹음직스러웠고 쌀국수도 별미였다. 다만 엘에이갈비는 다소 짰고 바비큐는 수비드를 먼저 먹어서인지 퍽퍽한 느낌이었다. 과일 또한 관리를 잘해서인지 싱싱했고 감귤쥬스도 아주 맛났다. 디저트도 단출했지만 하나하나 입맛에 맞았다. 특히 치즈케이크는 압권이었다. 이렇게 코스별로 마음껏 먹어도 속이 편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감이었다. 가히 내 인생 최초의 뷔페다운 뷔페였다. 런치는 주중 주말 성인, 청소년 구분 없이 39,000원, 디너는 59,000원.
*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