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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노는 애 안 노는 애 못 노는 애 - 아이들의 관계 맷집을 키우는 놀이 수업
얼씨구 지음, 최광민 그림 / 한울림 / 2018년 10월
평점 :



잘 노는 법
이 책은 아이들의 유년 시절 놀이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이야기 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아이들은 놀이에 익숙하지 않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TV, 컴퓨터,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기기가 주변에 있기에 친구들과
몸을 부딪히면서 노는 것 보다 혼자 조용히 만화 영화나 게임을 하는 것을 즐기고 있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 안에는 잘 꾸며놓은 놀이터가 즐비하다. 하지만
어딜 가나 동일한 모습을 볼 수 있다. 그것은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지 않는다.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은 미취학 아동들 뿐이고 그것도 주변에 부모들이 죄다 앉아서 혹여나 다치진 않을까 노심초사
지켜보고 있다.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순간 아이들은 마음껏 놀 수 있는 시간와 여유를 박탈 당한다. 초등학교의 하교시간은 2~3시경이지만 아이들은 방과후 활동, 각종 학원을 다니느라 운동장에서 놀이터에서 놀 수가 없다. 혹여
삼삼오오 모여서 논다고 해도 각자 스마트폰을 쳐다보고 있거나 아이돌의 노래와 춤을 보면서 따라 부르거나 추는 정도이다. 그렇기에 언제부터인지 땀을 흠뻑 쏟고 옷에 흙을 잔뜩 묻힌 아이들을 찾아 보기 힘들어 졌다.
깡통술래잡기, 비석치기, 달팽이, 개뼈다귀, 포수놀이, 호랑이
굴 놀이, 왕과 거지, 술래잡기, 숨바꼭질, 아이 엠 그라운드 자기 이름 대기, 망 줍기, 딱지놀이, 찐드기, 오징어, 왕대포, 안경
놀이, 진치기,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등등 유년시절 해봤거나 들어본 놀이 명칭들이 보일 것이다.
이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사례를 이야기 하면서 나온 놀이들이다. 물론
더 많은 놀이가 있겠지만 여기에 나온 놀이만으로도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놀이를 강조 하는 것일까? 아이의 어린 시절을 더 많은 학원 보내고 한 개의 영어 단어를
더 외우는 것이 낫지 않을까? 치열한 경쟁 속에 들어간 아이에게 하염없이 놀라고 하는 저자의 주장이
궁금해 진다.
놀이를 하다 보면 아이들 사이의 은근한 권력 관계가 드러난다. 그
일상의 권력을 놀이 속에서 깰 때 아이들은 희열을 느낀다. 놀이라는 비일상에서나마 강자를 이겨보는 경험이
아이들로 하여금 짜릿함을 경험하게 한다.
아이들이 하는 놀이의 가장 큰 재미요소는 바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도전과 모험을 감행하여 마침내 자신과의
승부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야만 나중에 어른이 되어서 도전과 모험을 감행 할 수
있을 것이다.
발달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아이들이 거짓말을 한다는 건 잘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한다. 거짓말을 하려면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제어하는 능력이 통합적으로 발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승부에서 이기거나 잘하는 것이 놀이의 전부는 아니다.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고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것이 더 중요하다. 놀이를
하면서 쉽게 포기하는 아이는 일상에서도 쉽게 포기를 한다. 반면 놀이에서 기를 쓰고 도전하는 아이들은
일상에서도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취하게 된다.
놀이는 아이들이 세상에 나아가 부딪치게 될 일상을 미리 경험하고 연습하는 비일상의 판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전복을 경험하는 동시에 권력의 속성과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배운다.
도전하고 모험하지 않은 아이들은 실패를 두려워하게 되고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놀이를 통해 체득한 모험과 도전은 아이들에게 평생의 재산이 된다.
요즘 아이들은 누군가와 함께하는 일에 무척 서툴다. 놀면서 누가 자신을
건드리거나 몸과 부딪치는 걸 유난히 싫어한다. 아이를 하나만 낳아 키우면서 생긴 현상이다. 다 어른들의 책임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생긴 갈등이나 문제를 잘
견디고 풀어나가는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주어야 건강하고 자존감 있는 아이로
자란다. 많이 놀게 해주는 것이 건강하고 자존감 있는 아이로 키우는 지름길이다. 놀이는 관계의 맷집을 키워주는 출발점이다.
놀이는 아이들에게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통로가 되어주고 관계의 갈등을 풀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준다.
놀이 속에서는 온갖 상황이 벌어지고 아이들은 그 속에서 온갖 감정을 쏟아낸다.
아이들이 느끼는 미움, 질투, 화, 시기심, 좌절, 슬픔이
놀이를 통해 드러난다. 이런 감정들도 잘 다독이면 마음을 단단하게 해주는 힘이 된다. 상대방의 상황과 감정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진다.
많이 놀아본 아이일수록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놀이를 주도하고 협동할 줄 알게 된다. 잘 웃고 감정 표현을 적절하게 할 줄도 알게 된다. 놀이는 사회적
능력을 키우는 연습의 장이다.
자녀를 가진 부모라면 아이가 건강한 육체와 자아를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 당당히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는 모습을
꿈꿀 것이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놀 수 있는 환경과 시간을 허락해야 한다. 그것이 아이의 훗날에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지대한 부모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