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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 수녀님 ㅣ 꿈꾸는 고래 4
최지혜 지음, 엄정원 그림 / 고래가숨쉬는도서관 / 2018년 12월
평점 :




소명
이 책은 평생 바느질만 하는 수녀님을 통해 소명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수녀원
맨 꼭대기 층에 사는 수녀님은 바느질을 한다. 계절이 바뀌어도 늘 같은 자리에서 바느질을 한다. 그 수녀님의 별명은 ‘바느질 수녀님’이다. 새로 들어온 수녀님들에게 바느질을 가르치기도 하고 새내기 수녀님들이
만든 바느질에 대해서도 칭찬도 야단도 치지 않는다. 수녀님에게는 바느질이 기도이다.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수녀님의 반복적인 행동이 주는 여운이 느껴지는 동화 책이다. 기독교 용어 중 ‘소명(召命)’의 뜻은 ‘사람이 하나님의 일을 하도록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일’이다.
즉, 무슨 일을 하든지 하나님께서 주신 일임을 기억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에 수녀님이 하는 일은 어쩌면 미련해 보이고 아무런 의미가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수녀님에게는 바느질이 하나님께 하는 기도이자 자신의 삶에 주어진 일에 대한 소명임을 깨닫고 있는지 모르겠다.
일 이라는 영어 단어로는 직업(job), 경력(career), 소명(calling)이 있다. 사람들은 같은 일에 종사하면서도 일에 대한 의미를 형성하고 일을 보는 방식이 다른데, 이는 일을 바라보는 틀(framework)이 다르기 때문이다. 벨라와 동료들(Bellah et al., 1985)은 개인이 일과
관계 맺는 방식을 직업(job), 경력(career), 소명(calling)으로 구분했다.
첫째, 자신의 일을 직업으로 보는 사람은 일을 통한 물질적 보상에만
관심을 가지며, 성취감과 같은 다른 보상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일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일 이외의 다른 시간을 즐기는 데 필요한 자원을 획득하게 만들어 주는 수단으로 인식한다.
일을 직업으로 보는 사람의 주된 관심과 야망은 일이 아닌 다른 것들로 표현된다.
둘째, 자신의 일을 경력으로 보는 사람은 일에 개인적인 투자를 많이
하며 조직 내에서 승진(advancement)을 중요시한다. 일을
경력으로 인식하는 사람에게 일의 목적은 직장 내에서 수입, 사회적 지위, 권력, 명성을 최대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일을 소명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일을 자신의 삶과
구별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소명을 지닌 사람에게 일의 목적은 금전적 보상이나 승진이 아니라 일을
통해 깊은 성취감(fulfillment)을 얻는 것이다.
예전에는 소명이라는 단어는 성직자와 연관 지어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폭 넓게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는
개념으로 인식 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부모와 아이에게 수녀님의 행동을 통해 소명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