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주부독서회 문학기행. 대부분이 주부들이라 아침 9시에 출발했다. 평사리에 도착하니 12시 30분. 지난번보다 30분이 지체되었다. 가는 곳마다 꽃눈이 내리니 차들이 엉금엉금...꽃눈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다. 벚꽃이 피고 지는 것을 볼수 있는 지척에 살고 있지만 이렇게 꽃눈이 내리는 풍경은 처음이다. 가는길에 이어지는 섬진강은 은빛 물결을 이루며 여유롭게 흘러간다. 햇살도 따스하여 문학기행은 대성공이다. 평사리는 오고 가는 여행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늦어져서 점심도 주차장 근처에서 먹었지만 아직도 따끈한 찰밥에 도라지, 고추멸치조림, 코다리, 된장국, 겉절이가 일품이다.
부랴부랴 김용택 시인 만나러 출발~ 도중에 전화가 있다. "지금 어디요, 나 4시30분이면 나가뿌러요. 빨리 와야지 뭐 그리 늦는거요. 거긴 쓸데없이 뭐데로 갔데요. 가짜구만. 내가 할말이 많은데..암튼 빨리와 부러요~" 걸죽한 전라도 사투리가 구수하다. 하긴 처음 전화통화에서는 거부감이 생겼었다. 왜 이리 뻣뻣하신지...... ㅋㅋ
처음엔 2시30분에 약속을 했다가, 3시.... 3시 30분이 되어서야 덕치초등학교에 도착 했다. 선생님은 갈옷을 입고 동료교사들과 배구를 하고 계셨다. 48년생이신데 나이는 40대 중반으로 보인다. "어여 빨리 빨리 2학년 교실로 가요. 늦어서 큰일났네. 대체 거긴 뭐하러 갔데. 여기나 일찍오지. 할말은 많은데 뭐부터 해. 시간은 없고....." 또 한번 구박을 하신다. ㅋㅋㅋ
주제는 '삶을 귀하게 가꾸는 글쓰기' 였는데 시간이 없으시다고 그냥 포괄적으로 설명을 하신다. '글쓰기는 보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다. 사물을 자세히 보는 눈을 키워주는 거다. 글이란 사물을 자세히 보고 생각한 것을 정리하는 것이요, 정리란 논리를 세우는 것, 철학적인 삶을 살게 해주는 것이다.
요즘 사람들은 겁나게 바쁜 생활을 하지만 절대 행복하지 않다. 여유를 가지고 생활하라.
일상을 존중하자. 결혼기념일, 생일등 특별한 날에만 챙기지 말고 평소에 잘해라. 부부는 사랑할 줄 모른다, 원하기만 한다.
이세상의 모든것은 소중하고, 귀하고, 신비하다. 특히 남편, 아내는 귀하다. 자세히 보고, 장점을 발견하는 삶을 살아라. 부부는 가장 친한 친구, 연인, 사람. 존경하지 않으면 삶을 불행하다
감동이 없는 삶은 삭막하다. 일상속에서 감동하라.
훌륭한 어머니 뒤에는 훌륭한 아들이 있다 - 정직, 진실, 남을 위해 살라아, 이웃을 중요하게, 친구들과 잘 지내라. 큰 산 같은 사람이 되어라
가장 좋아하는 시인은 '김수영 시인'
자신의 시중에 좋아하는 시는 '섬진강 1, 3, 15'
에세이로는 <신영복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김용준의 새근원수필> <김수영 산문집> <무량수전 배흘름 기둥에 기대서서>
장편소설로는 <임꺽정> <토지> <태백산맥
단편으로는 <삼포 가는 길/황석영>, <사람의 아들/이문열>
시집으로는 <김소월> <정지용> <이용악> <백석시인>
역사책으로는 <신한국사신론>
미술책으로는 <한국미술사 이야기>를 추천해 주셨다.




결국 사인도 못해주고 가는 것이 아쉬우셨는지, 전주까지 동행하기로 하셨다. 우리는 가는 방향이고, 선생님은 전주에 사시니 참 잘되었다. 덕치초등학교에서 전주까지는 40분정도 소요되는 터라 카풀에 목숨거셨던 거다. (4시30분에 나 없어요. 나 가뿌러요 를 강조한 이유.ㅋㅋ)

같이 차를 타고 가면서 사인도 해 주시고, 질문도 받고, 진솔한 대화도 나누고~ 회원들이 만족해 한다. 담당자인 나로서도 뿌듯~ 시간에 쫓긴 일정이었지만, 김용택 시인의 살아있는 강의가 참 좋았다. 사투리도 듣기 편하고, 무엇보다 엄마들의 질문에 성의있는 답변과 해박한 지식, 풍부한 유머가 압권이었다. 다음에 또 김용택 시인을 만나고 싶다니..... 대성공이닷 ~ 내년에는 박완서님을 뵈러 가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