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에 열두 남자
마르티나 파우라 지음, 송소민 옮김 / 갤리온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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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남자 하나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무려 열 두 명이나 만난다니,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물론 소설이기는 하지만 과연 실제로도 가능할지 궁금한 내용인지라 상당히 호기심을 가지고 책을 읽게되었다. 책을 읽기 전에 출판사 서평을 먼저 읽어보았는데, 어떤 독자는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너무 웃겨서 책장을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로 재미있었다고 한다. 내가 일 년에 열두 남자를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고, 책으로나마 대리만족을 해보고 싶었다.

 

주인공인 피아는 독일인으로 여성잡지에 점성술 칼럼을 쓴다. 사실 점성술이라는 것이 매번 재미삼아 보는 것일뿐, 머릿속에 강렬히 기억되지는 않는다. 그런데 최근에 경쟁사 잡지에서 점성술과 요리를 접목한 칼럼을 쓰기 시작하면서 피아도 새로운 주제를 접목시켜서 칼럼을 쓸 것을 요구 받는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시작을 했다가 나중에는 목숨이 위험할 지경에까지 이르는 사고를 당하기도 하고, 여러 남자들을 만나면서 남자를 보는 새로운 눈을 가지게 된다. 원래는 한 남자만 바라보는 평범한 유형의 여자였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다양한 남자들을 경험하면서 조금은 성숙해진 모습의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원 나잇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하게 쓰이기는 하지만, 보편적으로 많은 여성들이 즐기는 정도는 아니다. 독일에서도 매 달 남자가 바뀐다는 사실이 그리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좀 재미있게 여기는 경향은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기본적으로 전제를 하는 것은 별자리에 따라서 사람의 성향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별자리에 따른 성격 분석은 믿지 않는 편이다. 나와 생일이 비슷해서 같은 별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몇 명 보았을 때, 나와는 무척이나 다른 성격의 소유자들을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소설 상의 설정이지만, 상당히 자세하게 묫사를 하면서도 재미있게 풀어내는 덕분에 무척이나 재미있게 읽었다. 피아 개인의 문제 뿐만이 아니라 부모님의 문제도 같이 등장하면서 사건은 좀 더 복잡하게 돌아간다. 나중에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으로 독자로 하여금 왠지 흐뭇한 기분을 갖게 만든다. 약간은 미스테리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소설에서처럼 남자들을 쉽게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예 나쁜 마음으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에서 한 명은 나의 짝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만나는 것이니 말이다.

 

최근에 동명의 드라마가 케이블 방송에서 방영이 되고 있다고 한다. 아직 보지 못해서 책과 비교를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책의 내용과 기본적인 컨셉은 비슷하리라 본다. 여성들에게 딱 어필할 수 있는 내용으로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결과는 좀 더 시간이 지나봐야 아는 것이다. 적어도 원작인 책 만큼은 읽는동안 너무 재미있어서 시끄러운 지하철에서도 완전 집중해서 볼 정도이니, 재미있는 연애소설을 찾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각 장마다 별자리에 대한 성향도 설명되어 있어서 재미삼아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대조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하다. 오랜만에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삶이 왠지 지루하고 심심한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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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 인턴십 분투기
이종현 엮음 / 하다(HadA)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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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아련히 국제기구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국제기구에 들어가서 세계를 방방곡곡 돌아다니면서 전문가의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그런 환상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차에, 인턴십을 경험했던 친구들이 직접 쓴 체험기가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보게 되었다. 사실 워낙 거시적인 문제를 다루는 기구인 만큼 세계에서 많은 인원들이 지원을 한다. 그래서 인턴십마저 경험하기는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순수하게 일을 배우기 위해서 지원하는 것이기 때문에 국제기구의 인턴십은 무급으로 이루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원자가 항상 넘친다고 하니, 국제기구의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실감할 수 있겠다.

 

사실 국제기구가 이름만큼이나 워낙 방대하고 조직이 커서 한눈에 이 조직들을 다 파악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래서 나도 이름을 들어본 몇몇 기구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아는 바가 없었는데, 실제로 여기서 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느정도 조직의 특성에 대해서 파악이 가능해졌다. UN 이라고 해서 모두 사무실이 도시에 있는 것은 아니며, 각 국가의 지역 사무소에서 실제로 인턴들을 뽑는 경우가 상당하다. 일을 배우기 위해서 인턴 생활을 하는 만큼, 국제 기구의 직원들도 가능하면 인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를 많이 해준다고 한다. 물론 상사마다 특성은 있겠지만, 적어도 이 책에 실린 경험담에 등장하는 상사들은 모두 친절했다. 무엇보다도 공짜로 일한다고 대중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내가 하는 일들이 조금이라도 국제기구의 업무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라 배울 점도 많았다.

 

이 책을 통해서 국제기구의 역할과 실제로 하는 업무들에 대해서 어느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는데, 국제기구에서는 실질적으로 활동을 벌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계획을 세우고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 담당한다. 현장에서 실제로 많은 경험을 쌓고 싶은 사람은 국제기구보다는 NGO에서 활동하는 편이 좀 더 적성에 맞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세계 각 국가들이 내는 돈으로 운영되는 기구이다보니 서류작업이 무척이나 많다고 한다. 모든 의사결정은 서류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정말 민감한 사항일 경우에는 작은 문구 하나도 세심하게 다루어진다. 인턴들에게 주어지는 일은 단순 업무 파악과 보조 지원 정도이지만, 옆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하고 있다. 인턴 생활을 끝내고 나서 계속 직원으로 일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단기 프로젝트를 위해 투입되는 경우가 많아서 실제로 채용까지 이르는 경우는 가끔 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보다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에 정말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기회를 좀 더 쉽게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이들의 경험담을 통해서 많은 좋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이들이 말하는 국제기구에 들어가는 좋은 방법은 끊임없이 지원하고, 자신이 관심가는 기구의 홈페이지에는 수시로 들어가서 채용공고를 확인하는 길만이 보다 빠른 취업의 길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물론 자신의 전문분야 및 사회문제에 대한 지식과 자신의 의견을 정리해놓는 것은 평소에 해놓아야 하며, 국제기구의 공용어인 영어를 비롯하여 불어, 중국어까지 할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다. 서류작업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잘 하지 못하면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모든 국제기구들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국제 기구 분위기는 비슷한 것으로 여겨졌다. 어떻게 보면 정말 우연히 인턴 생활을 하게 된 경우도 있었는데, 이것또한 평소에 외국어와 세계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아직 내가 국제기구에 갈만한 단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행동하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적합한 직장은 아니며, 가능하면 석사 이상의 학위를 요구하고 있는 덕분에 학사 학위만 있는 나에게는 너무나도 높은 벽이다. 또한 영어에 능통해야하는데 아직까지 나의 영어 실력은 한참을 갈고 닦아야 한다. 나중에 전문가로서 활동할 기회가 있다면 그 때 지원해보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영어는 꾸준히 준비를 해 놓는 것이 무엇을 하더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제기구 취업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과연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것이 내가 상상하던 것과 일치되는지 확인을 할 수 있고, 실제 생활환경에 대해서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제기구에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대학생때부터 충실하게 준비를 해야 좀 더 쉽게 할 수 있으므로 미리 이런 정보들을 접한다면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해서 좌절할 것도 없고, 자신이 정말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으면 그것으로 성공한 것이다. 이 책은 피상적인 아닌 실제 국제기구의 생활에 대해서 상세히 알 수 있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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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는 당신에게 - SBS 스페셜
SBS 스페셜 제작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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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서 나는 화를 내는 경우가 잦아졌다.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굉장히 온순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회사에 입사를 하고 나서 본격적인 사회 생활을 하다보니 마냥 착하기만 한 사람은 바보 취급을 받는 것 같이 느껴졌던 것 같다. 무의식 중에 그런 말들을 듣다보니 점점 속에 있는 화가 치밀어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화를 내기 시작했는데, 왠지 모르게 화를 내도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화에 중독되는 듯한 것이 화를 내는 횟수가 늘어나는 것이 슬슬 걱정이 된다. 명목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라지만 나의 정신적인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은 것만은 분명했다. 화를 한 번 내고 나면 머리가 아프고 그 날은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해결을 해야할지 전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러던 차에 이 책을 보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별로 내용에 대해서 기대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해당 다큐멘터리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사전 지식은 전혀 없었지만, 심도깊은 내용은 없을 것이라 지레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정말 재미있고 그동알 알지 못했던 사실들을 무척이나 많이 알게 되어 이 책을 읽는 내내 왠지 모르게 마음 한 구석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난히 화를 많이 내는 한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책의 처음에는 화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과 왜 화를 내는지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화를 내는 기본적인 원인은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음에 있다고 한다. 내가 왜 화를 내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면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나는 나의 자존감을 해치는 일을 당했을 때 화를 가장 많이 내었던 것 같다. 특히 상대방이 나를 무시하거나 모욕적인 언사를 했을 때 나도 모르게 화를 내게 된다. 화를 내는 과정은 굉장히 순간적인 일이라 나 자신도 제어를 하기가 힘들다. 나도 나름대로 중증의 환자라고 생각을 했는데, 책에 나와있는 사례들을 보니 정말 화를 잘 내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일에도 쉽게 화를 내고 물건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레 신기하게 여겨졌다. 이 과정에서 내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본다면 조금은 화를 내는 일에서 이성을 찾을 수 있겠다.

 

그리고 다음 장에서는 다양한 화의 유형에 대해서 살펴보고 있는데, 화에도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동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나는 두 가지 경향을 모두 같이 가지고 있는 타입에 속하는데 모든 상황에 똑같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화를 참으려고 하다가 나중에 폭발하는 유형이다. 그냥 일상적으로 내는 화는 가벼운 장난 정도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묵은 화의 경우에는 사람의 성격에도 관여를 하고 평생을 좌우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친다. 책의 앞에서 나왔던 화를 잘 내는 사람들의 경우에도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화를 내는 케이스였다. 나도 곰곰히 나의 어린 시절을 생각해보면 상당부분 부모님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주변 어른들이 무심코 하는 말이나 행동에서 나름대로 가치관이 형성되던 때에 영향을 많이 미쳤다. 이런 점들 때문에 나의 화 잘내는 성격이 이제 와서 나타나게 된 것이 아닐까 싶다.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사람은 궁지에 몰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방어 기제로 화를 내는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가능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이 중요한데, 굉장히 예민해져있는 상태라 앞에 쌓여있던 스트레스도 미처 풀지 못했는데, 또 다시 자극을 받게 되면 나도 모르게 더 약한 자극에도 화를 내게 되는 것 같다.

 

책의 마지막에는 화를 조절하는 방법을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실용적이지는 않다. 일단 여기서 말하는 요지는 시간을 두고 천천히 화를 낼 만한 상황인지 두고보라는 것인데 불같이 화를 잘 내는 사람의 경우에는 이것마저도 쉽지 않다. 이와 같은 성격을 다루기 위해서는 일단 심신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안정감이 있다고 여겨지면 마음이 좀 더 여유로워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화난 감정과 원인에 대해서 상대방도 분명히 알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도 원만한 관계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한다. 가장 마지막에는 '용서'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하는데, 만약에 오랫동안 묵은 화라면 그것마저도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인의 불같은 성격에 대해서 이처럼 자세하고도 현실적으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 책도 무척 드물 것이다. 평소에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서 이 책의 내용들은 나를 다시 되돌아보게 하는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이 책을 읽고나서 내가 왜 화를 내고 있는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온화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도 얻을 수 있었다. 물론 한 번에 화를 내지 않는 사람이 되기는 어렵겠지만, 매일 조금씩 노력한다면 예전의 밝은 모습의 나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스스로가 생각했을 때 내가 화를 잘 내는 사람이라는 판단이 든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자신의 화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고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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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론 - 지구화시대 문학의 쟁점들 창비담론총서 4
김영희.유희석 엮음 / 창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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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딱딱해보이는 표지와 제목의 책이다. 사실 나는 세계문학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도 없고, 한국 문학보다는 외국 문학을 더 좋아하는 독자이다. 한국 문학은 나와 비슷한 현실을 겪는 주인공들이 있지만, 그 주인공들이 마치 나의 모습인 것 같아서 공상의 나래로 빠져들 여력이 없다. 책을 읽으면서도 자꾸 현재 나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니 휴식이 아니라 고뇌의 시간이 되어버리는 탓에 나는 외국 문학을 더 즐겨 읽는다. 외국 문학에서는 나와 다른 이들이 살고 있어서 적어도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현실을 잊을 수 있다. 그런데 흔히 알고 있는 세계문학이란 곰곰히 생각해보면 서구의 문학을 일컫는 대명사가 되어버린 듯 하다. 어릴 때 많이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에서도 유럽 작가들의 작품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볼 때 세계에는 유럽 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아메리카 등 다양한 나라들이 존재한다. 근대의 서구화 과정에서 서양의 고전들이 그대로 유입된 탓에 조금은 잘못된 시각을 가지게 되었지 않나 싶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의 문학이 좀 더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나름대로의 세계문학과 한국문학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할 것인가에 대해서 쓴 글들을 모아놓았다. 사실 이런 따분한 이야기를 다루는 책이 그리 많지 않은데, 시대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작업을 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주제는 아니지만, 클릭 한 번으로 세계와 연결되는 현 시기에 세계화의 유행만 따라가다가는 우리 문학의 정체성이 사라져버릴 수도 있는 노릇이다. 이런 문제점을 미리 깨닫고 어떻게 하면 한국 문학을 세계 속에 알리고, 또 우리들에게 다양한 세계 문학을 접하게 해야겠다는 사명감을 가진 사람들이 있기에 독자들은 서구 문화 외에도 존재하는 세계의 풍부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아무래도 서구 문학은 이미 많이 알려진 상태라 여기서는 크게 다루지 않는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는 내용들은 세계 문학 속의 한국 문학의 정체성, 아시아 문학의 현황, 이에 관련된 개념들에 대해서 좀 더 집중하고 있다. 어떤 결론을 내려고 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들을 모음으로서 좀 더 깊이 생각해 볼 여지를 만들었다는 점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나도 이전까지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분야라 솔직히 책을 끝까지 다 읽는데 좀 버거웠다. 그리 어려운 단어가 쓰인 것이 아닌데도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의 생각을 따라가는 것조차 상당히 어렵게 여겨졌다. 그러나 조금식 시간이 지날수록 책을 읽는 것이 편안해졌다. 이것은 조금 더 어려운 책을 읽음으로서 뇌가 적응을 했다과 봐도 좋겠다. 아무튼 세계문학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들과 관점들을 보면서 과연 나는 한국문학에 대해서 얼만큼이나 알고 있는지를 되돌아 보게 되었고, 결국은 거의 아는 것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 부끄러웠다. 나름대로 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우리 것에 대한 관심은 극히 적었으니 말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이해해야 상대방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사실은 문학에도 여지없이 적용된다. 이제라도 한국 문학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세계에 우리 문학을 알리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리나라의 독자들이 한국 문학을 좀 더 사랑해야 한국 문학에도 발전이 있을 것이다. 아직 소수의 작품이기는 하지만, 우리 문학도 세계에서 조금씩 인정을 받고 있다. 앞으로 좀 더 발전된 우리나라 문학의 모습을 기대하며 다양한 세계 문학의 모습을 살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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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울랄라 - 웬수같은 직장, 그래도 행복하다
임성원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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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시대의 청년들은 취직을 하지 못해서 취업난이라고 난리인데,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는 우울하고 힘들다는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들어가고자 했던 직장인데, 왜 그들은 직장에서 행복해질 수 없는 것일까? 학교에서 직업을 갖는 것은 자신의 자아 실현을 위해서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런데 과연 지금 나의 모습을 돌아보면 진정한 자아실현을 하고 있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 많은 신입사원들이 1년 내에 직장을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자신이 생각하던 직장인의 모습과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이 많은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직장 생활을 한지 이제 5년차에 접어드는 나로서는 이런 책이 왠지 반갑다.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뭔가 뚜렷한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상황을 접하더라도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서 자신이 행복하다고 느낄 수도 있고, 마지못해서 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을 다니면서 수많은 경험을 한 저자는 어떻게 이런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말한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략적인 행동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직장인 행복론에 대해서 실제 사례와 자신의 생각을 함께 말함으로서 독자들에게 한층 친근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든든한 멘토를 얻은 느낌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 지금의 나로서도 충분히 행복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모든 직장 생활 환경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하게 맞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정한 체계를 갖추고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누구라도 한번쯤은 해보았을 고민들을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물론 저자의 생각 중 100% 동의하지는 않아도 인생의 선배로서 참고할 만한 글귀들은 무척 많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해되지 않던 일들이 이 책을 읽고나니 한층 잘 이해가 된다. 상사들이 왜 그런 행동을 했으며, 후배들에게는 어떤 모습의 선배가 되어야 할지 나 자신을 다잡아본다. 책을 읽으면서 당장 실행에 옮기고 싶은 일이 있다면 하드 리딩 (Hard Reading) 독서 이다. 쉽게 읽히는 달달한 글 말고, 철학이나 인문학에 대해서 다룬 책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면 머리가 한층 잘 돌아가는 느낌이 든다고 한다. 나도 최근에 원론적인 내용을 다룬 책을 읽기는 했는데, 처음 읽을 때는 무슨 말인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다가도 천천히 읽다보니 어느정도 사고력이 늘어가는 느낌이 들어서 무척 신기했다. 올해에는 그런 책들을 좀 더 많이 읽어볼 계획이다. 무조건 직장생활에 순응하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나의 직장생활이 순조로울 수도 있고, 굉장히 어렵고 힘들게 지낼 수도 있다.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또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겠지만, 정말 힘들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면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직장생활이 나와는 맞지 않는 것 같고, 너무나도 힘들어서 어쩔줄 모르겠다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 직장인의 행복론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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