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인간 - 진짜 인간으로 나아가는 인문학적 승진 보고서
장재용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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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을 덮은 후 나의 첫 감상은 글쎄, 저자 말대로 살기가 어디 쉬운가? 그렇게 살면 나도 내 주변의 사람들도 모두 행복하다고 할까? 아니, '남'은 둘째치고 '나'는 행복할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저자가 자신의 꿈을 쫓아 살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자가 꿈을 쫓는 동안 누군가는 자신의 꿈도, 시간도, 자유도 포기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저자의 의견에 공감하거나 동의할 수 없었다.

저자는 "나는 회사 업무와 자기 성장을 연결 짓는 세상의 말들을 이젠 믿지 않는다."(p.49)라고 말한다. '반복되는 업무는 지겹고, 누군가 시켜 하는 일은 굴욕적인 것이어서 매일 아침 일터로 향하는 어깨는 무겁기만 하다. 하루를 패배하며 시작하는 월급쟁이에게 노동은 양가적이다.'(p.57)라고 말한다.

모든 월급쟁이들이 매일 가기 싫은 회사에 억지로 끌려가듯 생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발언이다. 나는 월급쟁이지만 회사에 가서 만나는 사람이 반갑고, 하는 일이 즐겁고, 누군가 시켜서 하는 일뿐만 아니라 내가 만들어내고자 애쓰는 시간을 즐긴다. 내가 좋아하는 취미를 활용해서 회사 직원들과 함께 나누기도 한다. 월급쟁이의 애환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이다.

저자는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에베레스트 정상을 올랐다. 휴직계를 내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던 모습은 일반적인 우리 모습과 다르지 않다. 사직까지 할 마음으로 휴직계를 냈지만 다행히도 휴직이 받아들여졌고, 오히려 회사홍보팀에서는 그것을 회사홍보용으로 활용한다.

그래서 아마도 저자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회사인간으로 살지 마라. 자기 꿈을 쫓아 한번 움직여봐라. 마치 큰일이라도 날 것처럼 했지만 아무 문제 없지 않나? 라고. 정말 그럴까? 회사에서는 아마도 '당신'이 비운 두 달을 위해 업무 분장을 하고 대안 마련을 하느라 분주했을 것이고, 그런 손해를 감수하면서 휴직을 허용했으니 '우리 회사 일하기 좋은 회사'라고 홍보라도 해야겠기에 당신을 이용했을 것이다. 결국은 당신도 '회사인간'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닐까? 그리고 집에서는 어떤가? 가족과 상의는 했을지, 휴직이 아니라 사직이 되었을 경우도 충분히 고려한 것인지 모르겠다.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다녀 온 사람들이 있다. 나는 오히려 그들을 응원한다. 휴직은 아니었을테고, 가족이 모두 동의하고 움직였을테니..

저자는 회사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자들의 답을 들려준다. 철학자들의 사유를 통해 회사인간은 '자유를 잃은 노예'이며 '삶의 모든 결정에서 차선을 택한 자들'이라 말한다. '최선'을 선택할 수 없는 일은 무수히 많다. 그런 과정에서 차선을 선택한 것이 잘못일까? 저자는 쾌쾌묵고 오래된 철학자들의 사유를 인용하면서, 죽은 자들의 지혜를 빌리는 것이 탐탁치 않다고 말한다. 책의 내용 절반이 철학적 해석에 할애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회사인간'에서 '독립'하고픈 마음은 그다지 들지 않는다. 나는 '노예'근성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모든 월급쟁이들이 '아이히만'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다른 회사는 어떤지 모르겠다. 시간당 생산성을 향상시켜 근무시간을 줄이고, 국가에 해주지 못하는 것은 회사 복지 제도를 통해 보완하는 등 '회사'도 많은 변화를 했다. 그런 흐름에 발목을 잡는 '제도'가 있다면 개선해나가는데 작지만 힘을 보탤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자본주의사회에서 일하지 않는 자가 먹고 살 수 있는 길은 흔치 않다. 나의 노동을 폄화하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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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가 슬금슬금 북극곰 이야기샘 시리즈 6
이가을 지음, 허구 그림 / 북극곰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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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나다. 도깨비의 형체를 특별히 정해 놓지 않아서 그림으로 남은 것도 찾기 힘들다고 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도깨비의 모습은 일본의 오니라고 하니 그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도깨비들은 사람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 살았다고 한다. 사람들과 아주 많이 친해지고 싶어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도깨비들은 사람들이 아이를 낳는 것을 보고 하느김 같다고 여겼을 수 있다. 그들은 그냉 생겨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다닐 수 있는데 도깨비들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면 안되었다. 그냥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가질 수 있는데 도깨비는 무엇을 할 수는 있지만 무엇을 가질 수는 없다. 이런 저런 특징을 가진 우리 도깨비들도 사람이 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뭐냐면 [사람을 도와주되 골려주면서 도와줘야 하고 골려 주되 다치게 해서는 안 되고 골려 주면서 도와줘서 어떤 사람이 깜짝 놀라 "이게 뭔 도깨비 조화 속이랴?"라고 하는 말을 천 번을 들어야 한다.](p.13)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 하나는 하나만 아는 도깨비다. 돌쇠도 하나밖에 모르는 아이다.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 하나는 돌쇠네 헛간에 자리를 잡는다.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는 돌쇠가 이쁜 돌멩이를 가지고 와서 헛간에 두는 것을 보고 돌쇠가 가져오는 것들을 한가득 가져와서 헛간을 채운다. 하나밖에 모르는 도깨비는 계속해서 돌쇠나 헛간을 채워놓는데... 아, 어쩌면 저렇게 물건을 모아다 놓는 것이 도깨비 방망이 이야기랑 겹치는 게 아닐까 싶다. 우리집에도 도깨비 하나 있으면 좋겠네. 대장간 도깨비 뚝딱이도 비슷한 이야기이다.


씨름꾼 도깨비 얘기는 도깨비 얘기 중에 가장 유명한 이야기가 아닐까. 씨름을 좋아하는 도깨비와 밤새 씨름을 하다 골탕을 먹는 이야기이다. 때로는 빗자루와 싸우기도 하고 이 이야기처럼 암소를 빼앗기기도 한다. 밤에 어슥한 곳을 걸어갈 때 말 거는 도깨비가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고~~


사람이 되고 싶은 물도깨비는 이런저런 물건을 모은다. 혹시 잃어버린 물건이 있다면 언젠가는 물도깨비가 두 배로 돌려주러 올지도 모른다. 도깨비 이야기를 읽다보면 엣날에는 밤 새는 줄 모르고 즐겁게 들었을 것 같다. 지금이야 도깨비 하면 '공유'를 떠올릴지도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골탕 먹이고 장난을 치는 도깨비 하나.... 내 곁에 있으면 참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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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스필드 파크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류경희 옮김 / 시공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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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의 제인오스틴 전집을 사놓고 겨우 오만과 편견 하나 읽었다. 그 외 다른 책은 줄거리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냥 책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독서동아리에서 읽을 책을 정할 때 일부러 이 책을 추천했다. 언젠가 읽으려고 사 놓은 책을 읽기 위해서. ^^


쉽지 않았다. 우선 778페이지나 되는 책인데다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소설 읽기가 좀 더딘 편이다. 감정 이입도 잘 하지 않는 편이라서 더 그런 것 같다. 당연히 주인공인 패니와 에드먼드에게 집중을 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크로포드 남매에게 더 눈길이 갔다.


"결혼 문제에 관해서라면 늘 그런 게 아니란다. 사랑하는 메리."


“결혼 문제에서 특히 그래요. 지금 말하고 있는 그 두 사람의 결혼 운에 대해서는 적절한 경의를 표하는 바이지만요, 친애하는 그랜트 부인, 결혼할 때 기만당하지 않는 사람은 여자건 남자건 백 명 중 한 명도 안 된답니다. 앞으로 제가 처하게 될 입장에서 보면, 정말 언제나 그렇게 보여요. 결혼이라는 것이 모든 거래 중에서 상대에게 가장 많은 것을 기대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가장 정직하지 않은 모습을 보이는 거래라는 점을

고려해보면요."


“저런! 너 런던의 힐 거리에 살면서 결혼에 대해 정말 잘못 배웠나 보다."


"돌아가신 가엾은 숙모의 결혼 생활은 분명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하지만 제가 직접 관찰한 것들만 근거해서 말한다고해도, 결혼이란 책략을 쓰는 작전 같은 일이에요. 결혼하면서 기대감에 잔뜩 부풀어 인척 관계에서 뭐라도 한 가지 득이 있겠지, 혹은 상대방이 교양과 훌륭한 성품을 갖고 있겠지 하고 철석같이 믿었다가, 자신이 완전히 기만당했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그래서 그 정반대의 상황을 참고 견딜 수밖에 없게 된 사람들을 제가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는데요! 바로 이런 게 사기가 아니고 뭐겠어요?"


"얘, 그 생각에는 틀림없이 상상이 어느 정도 가미된 것 같구나. 미안한데 네 말을 전부 믿을 수는 없어. 내가 장담하는데 너는 절반밖에 못 보고 있어. 안 좋은 면은 보지만 위안이 되는 면은 못 보고 있다고. 어디든 사소한 마찰이나 실망은 있는 법이야. 그리고 우리는 모두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경향이 있고. 하지만 그렇더라도 한 가지 행복의 계획이 실패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다른 계획 쪽으로 눈을 돌리기 마련이지. 첫 번째 계산이 잘못되면 두 번째 계산은 더 잘하게 되는 법이야. 어디에서든 위안을 찾아. 사랑하는 메리, 심사가 비뚤어져서 사소한 문제를 중요한 일로 치부하는 제삼자들이 사실은 당사자들보다 더 많이 기만당하고 속아넘어간단다."


"참 훌륭한 말씀이네요, 언니! 언니네 기혼 부인 집단의 단결심에 존경을 표하겠어요. 저도 기혼 부인이 되면 딱 그만큼 심지를 굳게 가질게요. 제 친구들 모두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요. 그럼 가슴 아픈 여러 일들을 피하게 되겠죠." (p.77~78)


책을 읽는 동안 잊어버렸었는데, 메리의 결혼관을 이렇게 서두에 말해두었다. 메리는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결혼을 하지 않으려는 비혼주의자는 아니다. 결혼이란 서로가 서로를 기만하는 거래라고 생각하기에 그녀는 그 거래를 훌륭히 해내려고 생각하는 듯하다.


나는 그랜트 부인의 대화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얼마나 행복하게 살기에 그렇게 결혼을 못 시켜 안달인 사람이 많을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결혼이 행복하다고만 말할 수 없음을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을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보기도 한다. 그때나 지금이나 '결혼'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비슷하다.


나는 영악하지만 메리의 행동에 오히려 공감하는 바였다. 내가 닳고 닳아서 그런거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가난한 성직자, 아니면 재산은 있어도 그 재산을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도전이나 모험을 할 필요가 없는 에드먼드에게 '성직자'가 아니면 안되냐고 하는 그녀를 나는 이해한다. 도시에서 온 메리와 헨리 남매의 눈에 에드먼드와 패니의 삶이 좋게 보일 리는 없는 것이다.


시골의 삶을 동경하여 귀농을 했다가 다시 도시로 돌아오거나 실패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많이본다. 쉽게 생각하면 안 되는 것이 시골의 삶이다. '돈'이 있다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다른 여자들이 무시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만큼, 너는 주목받고 칭찬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했던가."(p.315)


메리는 패니를 정확하게보았다. 물론 패니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 만들었을 수 있다. 그러나 원래 그녀의 성격도 한몫 했을 것이다. 패니는 비록 노리스 이모의 잔소리와 미움, 구박을 받고 있을지언정 자신의 집에서 나와 이모 집에서 살게 된 것이 엄청난 행운이었다. 환경이라는 것이 한 개인의 삶에 얼마나 큰 작용을 하는지, 나는 자주 느껴왔다. 패니가 이모집이 아닌 자신의 집에서 그 많은 동생들을 돌보며 자랐다면 그녀의 사려깊은 생각과 처신들은 그다지 형성되지 않았을 수 있다. (물론 안 그럴수도 있지만)


패니는 이모집에서 눈에 띄지 않으면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던 것 같다. 노리스이모가 사랑해마지 않는 언니들을 제쳐두고 자신의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바보같은 짓인지를 알고 있었던 것이다. 눈칫밥을 먹으며 자란 인물이 그 정도 눈치가 없을 리가 없다.


패니의 행동은 자신감 없고, 마음은 자존감 낮고, 거기에 몸마저 허약했다. 그런 패니를 잘 챙겨주었던 에드먼드도 그녀를 여자로서 느끼지는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런 점이 아닐까. 나라도 메리 같은 여자에게 반할 것 같다. 물론 메리의 사고방식에 깜짝 놀란 에드먼드가 패니와 결혼을 하게 되는 것은 좀 의외였다.


노리스이모는 지금 말로 하자면 '가스라이팅'을 저지른 사람이 아닐까?


"분수도 안 지키고 제 본분을 벗어나 터무니없는 일을 하면서 어리석게 구는 사람들 얘기를 하다 보니 네게 조언을 하나 해주는 게 옳겠다는 생각이 든다, 패니. 네가 우리 누구와도 함께 가는 게 아니니까 말이다. 제발 부탁이고 간곡히 바라는데, 너무 나서서는 절대로 안 된다. 네가 네 사촌 언니들이라도 되는 양 함부로 말하면서 네 생각을 밝히면 안 돼. 우리 러시워스부인이나 줄리아처럼 굴어서는 안 된다는 거다. 그런 일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내말 명심해. 어느 곳을 가든 네가 제일 미미하고, 네 순서가 제일 마지막이라는 걸 잊지 마. 물론 크로퍼드 양은 목사관이 제집인 양 편안한 태도를 보이겠지. 하지만 네가 그녀의 자리를 차지해선 안 돼. 그리고 밤에 돌아올 때 말인데, 에드먼드가 바라는 시간만큼만 그 댁에 머물러야 한다. 결정을 그 애에게 맡겨"


“네, 이모, 딴생각은 전혀 하지 않을게요."


"그리고 혹시 비가 온다면 말이다. 그럴 가능성이 아주 높아 보여, 내 평생 오늘처럼 비가 금방이라도 퍼부을 것 같은 험한 날씨는 본 적이 없구나, 어쨌든 혹시 비가 온다면 너 스스로 알아서 최대한 잘 해결해야 한다. 너를 위해 마차를 보내줄 거라는 생각은 하지도 말고. 나는 오늘 밤 분명히 집에 안 돌아갈거야. 나 때문에 마차가 나갈 일은 없을 거다. 그러니 혹시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에 대비해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준비를 철저히 해 가거라."


조카딸은 이모의 말이 지극히 타당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은 노리스 이모가 생각하는 만큼이나 안락하게 지낼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p.350~351)


다행스럽게도 패니는 완전히 넘어가지 않았지만 말이다. 나로서는 패니의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는데 성격이든 태도든 그렇지 않고 그녀의 생각이든간에 커다란 변화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주인공이라면 역경을 이겨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내면의 변화라도 보일텐데 패니에게서는 그런 점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에게 갔을 때 자기 식구들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나의 기대와는 달랐다.


3부에 넘어가면 책의 내용은 급한 마무리가 된 듯하다. 에드먼드가 메리에게서 패니에게로 마음이 옮겨가는 과정을 오롯이 느끼지 못했는데 어느새 그들의 결혼으로 귀결된다. 헨리와 마리아가 사랑의 도피를 한 후 파경을 맞는 과정도 그렇다. 줄리아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예이츠 씨와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도 그렇다. 이야기를 마구 풀어놓았다가 급하게 거둬들이느라 앞에 비해 지나치게 생략된게 많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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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에트와 그림자들 - 2022 볼로냐 라가치상 오페라프리마 수상작
마리옹 카디 지음,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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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읽고 나면 제목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표지가 보이게 전시된 그림책은 정말 행운이다. 그렇지 않고 책등만 보게 되면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밖에 없는 그림책이 많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 서점은 표지 그림을 보면서 책을 선택하게 되니 나름 그것도 장점이긴 하다. (오프라인에서야 당연히 내용도 볼 수 있겠지만)


이렇게 구구절절 말하는 것은, 바로 이 책의 제목이 사실 그닥 눈길을 끄는 제목은 아니었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다. 그림책의 핵심 내용을 제목에다 써버리면 그 또한 책을 읽는 맛이 사라져버리니 제목을 잘 짓는다는 건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그림책의 표지를 보고 나는 이 책을 골랐다. 아리에트는 누군지 모르겠는데 물에 비친 소년의 얼굴과는 다른 모습에 눈길이 갔다. 머리모양은 좀 비슷한 것 같기고 하다.


이 그림책의 첫 장면은 이렇게 시작한다.


옛날옛날에 사자가 살았어요. 

사자는 사냥을 많이 하고, 많이 먹고, 많이 자다가

어느날 죽었어요. 그리고 그림자만 홀로 남겨졌답니다. 


늙은 사자의 평온한 죽음과는 대비적으로 물 속에 비친 사자는 젊고, 강단이 있어보이고, 동물의 왕 같은 면모를 보인다. 죽음 뒤에 그림자만 남아 돌아다닌다는 것이 참 기발한 상상인 것 같다. 사자의 그림자는 다른 주인을 찾아다니다 아리에트의 생활을 지켜본 다음 아리에트의 그림자가 되기로 한다. 아, 아리에트는 저 소년이었구나. 그렇다면 그림자....가 아니고 그림자들...인 이유는??


학교에 가는 아리에트를 뒤따라간 사자의 그림자는 아리에트의 그림자를 쫓아내고 자신이 아리에트의 그림자가 되어 함께 하교로 간다. 그날따라 아리에트는 자기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거칠어진 느낌을 받는다. 아침에 학교에 가고 싶지 않은 얼굴로 준비를 하던 아리에트였기에 그가 그날 하루 학교에서 벌인 일들은 확실히 평소의 그답지 않은 행동이었다. 


아리에트는 사자의 기운을 받아 활기차고 신나는 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그 다음날 사자는 더욱 신이 나서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아리에트는 평소와는 다르게 행동하면서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의 모습이 더 확대되고 더 거침없어지자 '피곤함'을 느낀다. 


아리에트와 같은 느낌을 받았던 때가 있다. 나의 평소 성격은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커피와 재미있는 책 한권이면 충분히 시간을 만끽할 수 있다. 하루종일 입 한번 떼지 않고 있어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때도 많다. 하루 세끼 굳이 챙겨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을 때도 많다. '나' 혼자 일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행동들인데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그런 내 모습을 유지한다는 것이 어렵다.


그러다보니 평소의 나보다 오버해서 행동을 하거나, 말을 할 때가 있다. 내가 원해서 그렇게 해야 할 때도 있지만, 상황상 그렇게 해야만 할 때도 있다. 처음에는 별 문제가 없지만, '내 속의 나'가 하고 싶어하는 행동과는 반대되는 행동이다보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그럴 때 나는 집으로 돌아와, 혹은 카페 같은 곳에 가서 '평소의 나'로 돌아간다. 이게 릴렉스이고 이게 나를 다시 충전시키는 일이다.


우리는 여러 가지 면을 가지고 있다. 그 중 하나만이 '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언젠가 봤던 영화 '인사이드아웃'도 떠오른다. 내 안에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내가 여럿 있다.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적절한 나를 발동시켜야 한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에게 필수적인 여건이다. 눈치도 좀 챙길 줄 알아야 하고, 스트레스도 확 날려버릴 수 있어야 하고, 신중하게 고민하고 생각도 해야 한다.


그림자라는 특이한 소재로 내 행동의 여러 면을 생각하게 해 준 그림책이다. 거기에 페이지 페이지마다 작은 볼거리가 곳곳에 숨어있는 그림책이어서 그걸 찾는 재미도 있다. 색감이나 무늬의 사용도 다채로워서 그림책을 보는 눈이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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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6-17 12: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표지그림 진짜 좋은데요. 그림책의 아이디어도 좋고.... 도서관 가는 날에 한번 살펴봐야겠어요. 내가 가진 또 다른 얼굴은 뭐가 있나 생각 좀 해보면서요

하양물감 2022-06-17 15:54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표지보고 골랐어요. 제목이 마음에 안든다는 이야기예요^^
너무 평범하잖아요.
 
유월의 종이비행기 - 2022 문학나눔 선정 도서 마주별 고학년 동화 4
최은영 지음, 김소희 그림 / 마주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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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루탄이니 사과탄이니 하는 것이 학교 안에서 터지고 전경, 백골단에 대항하여 쇠파이프 들고 앞장서던 선배들, 동기들도 기억난다. 내가 대학생이던 그 시절 나는 정치적 행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학생이었다. 당시 친구였던 ㅈ 이 나를 꽤나 비판했었다. 국가의 횡포에 가만히 있으면 안된다. 우리 하나하나가 힘을 합쳐 한목소리를내야 한다며 …


이 책은 어린이책이지만 나의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하였다. 당시의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단어들과 광주항쟁과 유월민주화투쟁 등이 이 책을 읽는 어린이들에게는 많이 낯설 것 같다. 그래서인지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꽤 많아보인다. (아니 그런 것까지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알려주며 읽을 필요까지는 없는 것일수도)


누런 갱지에 인쇄된 가정통신문, 학교에 가져가기 위해 모으던 폐지와 빈병, 국민학교라 불리던 그 시절이다. 굴다리 아래 '할매식당'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동규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동규는 부모님이 없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엄마는 동규가 어렸을 때 돌아가셨고, 아빠는 재혼을 해서 다른 집에서 산다. 아빠는 동구더러 함께 살자고 했지만, 동규는 가지 않는다. 새엄마라고 불러야 할 지 아주머니라고 불러야 할지도 헷갈리는 그 분과 함깨 살고 싶지 않아서이다.


동규는, 종이비행기를 자주 접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할머니는 동규가 비행기 접는 것을 꺼려한다. 동규 역시 자신이 무의식중에 종이비행기를 접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만 그게 왜인지는 잘 모른다. 할머니의 반응으로 볼 때 '종이비행기'는 무언가를 떠올리게 하는 장치일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제목이 '유월의 종이비행기'라는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라 생각하게 한다.


동규의 학급에는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민석이라는 아이가 있다. 동네에서 제일 큰 병원의 병원장 아들이다. 민석이는 반 아이들을 자기 수하처럼 부린다. 그 중에 승우라는 아이를 특히 많이 괴롭히는데, 승우는 늘 그런 민석이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반 아이들은 승우를 유달리 괴롭히는 민석이를 말리지 않는다. 아마도 그렇게 했다가는 그 불똥이 자기에게 튈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동규도 마찬가지다. 동규는 남의 일에는 일체 관심이 없다. 학교에서도 튀지 않게 지낸다. 그런 아이들과는 달리 미진이는 이 상황을 바로 잡아보려고 애쓴다. 반 아이들이 함께 해주면 좋겠지만 언제나 미진이 혼자이다. 선생님은 반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는 눈치이다. (아니 알면서도 눈감아주는 걸까?)


동규집에는 준희라는 대학생이 하숙을 하고 있다. 할머니는 유독 준희에게 신경을 쓰는데 늦게 다니거나 하면 걱정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동규 엄마의 친구라는 사람이 찾아오는데, 동규는 그동안 궁금하지 않았던 엄마에 대해 알고 싶어진다. 할머니는 동규에게 엄마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아빠에게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한 동규가 명동에 잇는 아빠에게 가다가 데모 현장을 보게 된다. 아빠의 도움으로 집으로 온 동규는 준희누나가 백골단에게 쫓겨 들어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 이야기는, 과거의 광주의 이야기를 끌고 들어온다. 대통령의 독재로 인해 무고한 광주시민을 무참히 짓밟았던 그때의 이야기를. 수많은 희생이 있었음에도 무엇이 변했냐며 회의적인 사람들과,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그때처럼 당하지 않는다, 모두가 같이 행동한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교차된다. 6월 항쟁은 그렇게 타오른다.


이 책은 이러한 역사적 상황만을 보여주지 않는다. 동규의 시점에서 동규와 같은 나이의 어린이 시점에서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독재'를 끄집어낸다. 친구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민석이의 행동에 아무도 반발하지 않고 나만 안 당하면 된다고 생각하며 몸을 사리던 아이들이 모두 함께 나서 대항하자 민석이도 힘을 쓸 수 없게 된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서 이미 그런 정치적 경험을 하고 있다. 학교에서마저 무기력하게 당하고만 있다면 그들이 자라 사회로 나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정치적 상황을 보면 우려가 되는 일이 하나둘이 아니다. 자기 이익이 더 우선인 어른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아이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까? 이 책은 아이들에게 한 사람, 한 사람의 힘은 약하지만 그들이 하나되어 움직일 때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한번 더 생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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