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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 - 유대인은 선택받은 민족인가 ㅣ 고정관념 Q 8
빅토르 퀘페르맹크 지음, 정혜용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유대인 : ‘유다(야곱의 아들)의 부족’을 의미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서, 초기에는 팔레스타인 지역에 살았던 아브라함의 후예를 가리켰다. -중략- 기독교도에게는 금지되었던 돈과 간련된 여러 가지 직업에 종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유대인이라는 단어는 수전노나 돈벌이에 악착스러운 사람과 동의어가 되었다. -중략- 오늘날 이 말은 유대 민족에 속하는 사람들과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을 동시에 가리킨다. (p.6-7)
누가 유대인인가라는 대답에 답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유다 왕국에 살았던 사람, 유대교를 믿는 사람, 유대인 공동체에 속하는 사람, 유대민족에 속하는 사람”(p.13) 그러나 자신이 유대인이라고 말하기 위해서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지 그 중 하나면 충분한지 알 수가 없다. 그러므로 누가 유대인인가에 대답하기 위해서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 책은, 유대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거기에 유대인은 선택받은 민족이라는 생각(유대인 스스로 그런 생각을 하는가,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의 생각인가와는 별개로)이 더해져서 수많은 고정관념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하는 고정관념은, 유대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라는 말로 고정관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는 듯하다. 따라서, 고정관념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 없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는, 이 책의 저자는, 경전의 민족이라는 것은 다른 종교도 마찬가지가 아닌가라고, 유대인이 다언어에 능통하다는 것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야했기 때문에 필요에 의해 그렇게 된 것이지만, 모든 유대인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유대인의 의식이 비교(秘敎)적이라는 것은 할례가 대표적인데 그것은 유대인만의 풍습이 아니라 여러 문명에서 행해진다고, 유대인 어머니의 독점욕이 강하다는 것은 어머니를 통해 이어지는 유대교의 특성 때문에 크게 부각되어 보이는 것이라고, 유대인이 돈을 좋아한다는 것은 기독교도들이 종사할 수 없었던 금전과 관련된 직업을 유대인들이 가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 역사적으로 유명한 공산주의 지도자 5명 중 3명이 유대인이기 때문에 유대인=공산주의라는 등식이 성립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보자면, 유대인에 대한 편견은, 일부 유대인의 행동을 전체 유대인으로 확대해석해서 빚어진 것이 아닌가라고 이야기하는듯하다.
그런데 아쉬운 점은, 바로 이것이다. 왜, 다른 민족과는 달리 유대인에게만 이런 편견이 두드러지는가에 대한 해답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흥미로운 것은, 대중은 유대인이 아닌 사람들이 성공한 경우 그들이 어느 민족인지를 캐지 않지만, 유대인일 경우에는 반드시 민족적 뿌리를 밝히려고 든다는 것이다.”(p.133)라고 말하는데, 왜 그런가하는 대답이 없다. 제시된 고정관념들은 모두 다른 민족들도 가지고 있을 수 있는 것들인데 유독 유대인에게 한정지어 이야기하기 때문에 생겨난 고정관념들이다. 저자는 유대인만이 아니라 다른 민족들도 그렇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그것이 편견임을, 고정관념임을 이야기했지만, 정작 왜 사람들이 유독 유대인에게만 그런 생각을 가지는지에 대한 해답이 없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해답이 없는 주변부 이야기만 들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의문은 바로 누가 유대인인가라는 질문과도 이어진다. 나에게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라는 질문은 던져도 “당신은 어느 민족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는 것처럼 유대인들에게도 “당신은 어느 나라 사람입니까?”라는 질문만이 유효할 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누가 유대인인가라는 질문은 바로 고정관념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세계는 점점 더 민족이라는 울타리가 필요 없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대민족을 구분하고자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유대교를 믿는 사람들을 유대인이라고 한다면 그건 종교의 자유이므로 그 역시 구분하고 나눌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