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 - 폭식하는 알바트로스와 히치하이커 애벌레
제럴드 더럴 지음, 김석희 옮김 / 우리학교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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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 유튜브, 각종 블로그 등을 살피는 시간이 더 많다 보니 읽고 싶은 책이 산더미처럼 쌓여간다. 더불어 필요한 참고서나 책을 살 때마다 조금씩 끼워서 집에 쌓아놓는 편. ㅋㅋㅋ 나와 수업하는 친구들은 과연 저 선생님 뒤에 장식된 책들이 어떤 순서로 언제쯤 결국 읽힐 것인가를 두고 토론도 한다. 처음엔 분명 기억하고 있었지만 구비했다고 바로 읽는 편이 아니기에ㅠㅠ 결국 시간은 흐르고 내 기억은 저 멀리~~~!

<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은 아마도 TV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던 송은이 MC의 "북유럽"을 통해서였던 것 같은데 다시 대강 찾아보니 못 찾겠다. 맞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중고로 구입해서 처음부터 책등이 바랜 책이었지만 그래도 "동물"이라는 글씨가 언제나 흐믓하게 해서 결국 이번에는 완독! 읽는 내내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저자 제럴드 더럴은 동물학자이다. 동물원을 설립하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동물원에서 양육한 뒤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야생동물 보호 방법을 개척한 사람이라고 한다. 그 과정에서 동물은 키우고 싶고(보호하고 싶고) 돈은 들고~ 해서 소설가가 된 형의 조언에 따라 옛 기억을 되살린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책으로 내게 되고 그것이 바로 베스트셀러가 되어 자신의 일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바로 그 책이 <나의 특별한 동물 친구들>이다. 저자가 어린 시절 항상 비가 오고 싸늘한 날씨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던 가족이 그리스의 코르푸 섬으로 떠나 지낸 5년 간의 이야기로, 각자의 개성이 너무나 뚜렷한 네 남매와 강인하지만 낭만적인 어머니만으로도 즐거운 이야기가 가득하다. 그런데 그 중심에 있는 제럴드, 즉 제리의 남다른 동물 사랑이 더해져 자연 속에서 매일을 쏘다니던 제리의 다양한 관찰과 가만히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견딜 수 없어 집으로 데려와 벌어지는 여러 이야기들은 그야말로 폭소대작전이다.

예민하다 못해 시니컬한 첫째 형 래리의 구박이 있어도, 자신을 지지해 주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제리는 거북이, 애벌레, 거미와 까치, 전갈, 검은등 갈매기 등 정말로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기에 이른다. 가족들은 결국 방 하나를 동물원처럼 꾸밀 수 있도록 내주기도 하면서 그들과의 동거에 들어간다. 그리스라는 낭만적이고 푸근한 시골 마을에서 이 개성 강한 가족이 지내는 이야기는 정말로 꿈 속의 동화같다. 이런 시절을 보낸다면 동물원장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마음껏 탐색하고 마음껏 관찰하며 지낸 이 꿈같은 5년은 제리의 단단한 밑바탕이 되었을 것이다.

읽는 내내 부러워하며 읽었다. 그저 다른 나라에서 여유만만 보내는 이들의 상황이 아니라 그럴 수 있는 마음 속 여유가 부러웠다. 다른 책도 낸 것 같은데 국내에는 아쉽게도 이 한 권의 책밖에 없어 조금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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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세계사 1 - 경이와 혼돈의 시대 선명한 세계사 1
댄 존스.마리나 아마랄 지음, 김지혜 옮김 / 윌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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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선명한 세계사"라니, 제목을 정말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이 책은 사진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하는 세계사인 것이다. 사진 자료이므로 고대부터 중세는 없다. 사진기가 만들어진 1850년대 자료부터 시작하여 1960년대까지만 설명한다. 그 중 1권은 1910년대까지다. 그러니 사실 세계사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근대, 현대사"이다.

그렇게 읽기 시작하면 또 하나 의문이 든다. 처음 사진기가 나왔을 땐, 모두 흑백이었을 텐데, 이 책 속의 사진들은 모두 컬러다. 앞부분 설명을 보면 매우 많은 이들과의 협업을 통해 하나하나 색을 살려냈다고 한다. 그냥 마음에 드는 색을 칠한 것이 아니라 이 또한 원래 사진에 맞을 만한 자료를 수십, 수백 장을 찾아 원래의 색을 하나씩 덧입히는 작업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이 책은 그냥 세계사 책이 아니다.




사진의 출처 또한 마찬가지다. 역사란 이긴 자의 기록이나 유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자칫하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대한 다양한 사진들(개인, 우편 엽서용,

대중 잡지용 등) 사진들을 모아 역사를 설명하려고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사진은 이미지이기 때문에 그 어떤 설명보다 각인 효과가 크다. 하나의 큰 통사는 아니지만 각각의 사진이 설명하는 것들을 이어서 읽다 보면 어느새 근현대에 이 세계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는지를 상상하게 된다. 교과서 속 단편적인 사진들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다양한 사진을 통해 바로 이 시대의 바로 얼마 전이었던 시대를 추측해볼 수 있다. 때로는 감탄하며, 때로는 가슴 아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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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묻힌 거인 - 가즈오 이시구로 장편소설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하윤숙 옮김 / 시공사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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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의 첫 책은 <나를 보내지 마>였다. 꽤 오래 전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어릴 적 읽던 SF 이후, 책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던 장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푹 빠져 읽었던 기억이 난다. 두 번째로 접한 작품이 <클라라와 태양>이다. 나이를 먹은 만큼 비슷한 SF여도 너무나 크게 인간성이 다가왔다. 그러니 이제 이 작가의 작품은 무조건 읽는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파주 출판 단지에서 하루를 묵고 다른 서점을 기웃거리다 한 중고 서점에서 발견한 <파묻힌 거인>은 내게 지금까지 읽었던 SF를 빙자한 인간성과 상실에 대한 아픔이 주제겠지~했던 예측을 완전히 깨부쉈다. SF는 커녕 용과 도깨비가 등장하고 아서 왕의 시대를(살짝 뒤이긴 하지만) 배경으로 한다. 하지만 영웅 소설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주인공은 노부부 한 쌍이기 때문이다.

브리튼 족 마을에서 안개에 싸인 듯 희미한 기억만으로 서로에게 의지한 채 살아가던 노부부는, 마을을 지나가는 한 여성에게 어떤 말을 들은 이후 자신들의 아들을 방문하기 위해 긴 여정길에 오른다. 하지만 이들은 기억하는 것이 거의 없다. 어딘가에 있을 아들을 향해 그저 한 걸음씩 나아갈 뿐이다. 그런 와중에 만나는 다양한 사람들, 색슨족 마을에서의 사건, 다른 길에서 들은 이야기들 등을 통해 자신들의 기억을 흐리는 원인이 이 근방의 용 케리그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소설은 그 용을 죽여야만 기억을 되찾으므로 용을 죽이기 위한 여정으로 바뀌는 듯 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이 얽히며 마치 영웅 소설인 듯 흘러간다. 하지만 뒤로 갈수록 석연치 않은 느낌이 거세지고 결국 작가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망각"이라는 사실을 조금씩 깨닫게 된다. 두 사람만의 망각을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다. 색슨족과 브리튼족의 싸움에서 누가 누구를 죽였는지, 그 사실을 잊게 하면 어떤 이득이 있는지, 한때 위대한 협상가였던 엑슬과 그 부인이 기억하고 기억하지 못함으로써 무엇이 달라지는지를 독자는 천천히 알아가며 과연 "망각"이 나쁘기만 한 것인가! 하는 물음을 제기한다.

내가 기억하는 과거는 대부분 좋은 추억들이다. 물론 가슴에 비수가 꽂히듯 잊혀지지 않는 것들도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곱씹고 곱씹는 타입이 아니어서 거의 잊히듯 한쪽에 숨겨져 있다. 현재에 충실하다 보니 많은 것들을 잊고 지내기도 한다. 때로는 망각이 우리를 나아가게 하기도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것을 들춰서 세세히 따질 필요는 없지 않을까. 더 행복한 어느 날을 위해 때로는 잊기도 해야 하지 않을까. 잘못한 입장에선 좀 다르다. 그들은 잊지 않고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그러니, 다시 생각 해도 역시 가즈오 이시구로는 뛰어난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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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정수윤 옮김 / 북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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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20살, 대학 입학을 앞둔 겨울 동안 친구와 함께 일본어 학원에 다녔다. 일본어라니~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언어였는데 1학년 교양으로 제 2 외국어를 들어야 하고 어순이 같아 제일 쉽다는 친구의 주장에 거의 끌려가다시피 했는데, 막상 공부를 시작하고 보니 의외로 잘 맞아서 스스로도 놀랐던 것 같다. 그렇게 오랫동안 일본어 공부를 했다. 익숙해지려고 자막 없이 애니메이션을 보고, 중급을 살짝 넘어서면서 선생님께 추천받은 첫 소설책을 읽기도 했다. 그 책이 바로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이즈의 무희>다. 고급반이 아니었기에 한 문장 한 문장 해석하는 데 급급했던지라 사실 일본 소설의 맛을 제대로 느끼지는 못했다. 그저 내가 사전 없이 어느 정도는 읽어내려갈 수 있다는 사실에 끝까지는 읽었다, 할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 줄거리는 대강 아직도 기억이 나고 우리와는 뭔가 문화가 정말 다르구나~하고 느꼈던 것 같다.

그 후,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을 다시 접한 건, <설국>에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한번 읽으면 그 하얀 눈이 가득한 이미지를 잊을 수 없다는 소설을 읽었을 땐, 그야말로 그 서정적인 문체에 푹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가와바타 야스나리라는 작가는 내게, 언제나 이미지로 가득한 소설가다.

이번에 만난 <소년>은 좀 다르다. 물론 책 속의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로 선명하게 이미지로 떠오르긴 한다. 하지만 이 <소년>이라는 소설(소설로 분류되어 있다. 읽고 있으면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지만)은 이미지는 뒤로 한 채, 도대체 50이 넘어가는 이 소설가가 어린 시절 써 놓은 일기장을, 편지를 들고 무엇을 하는가를 따라가며 그 시절 느꼈을 감정을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노력한다는 건, 완전히 공감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하지만 일시적이든 아니든 그런 감정을 가지게 되는 때가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러니 그보다 작가가 마치 자신의 고백인 듯, 아닌 듯... 수필인 듯, 소설인 듯 써놓은 이 <소년>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자신을 까발려도 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없다. 얼마 전 읽었던 프루스트의 <밤이 오기 전에>에도 동성애 몇 편이 등장하고 아마도 괴로웠을 작가의 심중을 대변하는 듯이 보였지만 <소년>은 그 표현과 감정이 너무나 적나라해서 오히려 읽는 이가 놀라게 된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일에 대해 누군가를 온전히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지만 적어도 그의 번민이,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소설이었다. 시간이 한참 지나 그때를 회상할 때, 자신을 보듬고 유지하고 성숙시켰던 한 시절의 애틋함은 언제나 그리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글로 완성시켰어야 했을지도. 작가를 이해할 수 있는 한 편의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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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가무연구소
니노미야 토모코 지음, 고현진 옮김 / 문학동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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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소소한 만화책을 좋아하는 50대~!

음주가무에서 "가무"는 좋아하지 않지만,

음주는 즐기는 자로서 <음주가무 연구소>라는 책을 보고 어떻게 그냥 넘길 수 있음?ㅋㅋㅋ

오랫동안 중고책 담아놓고 기회를 엿보다 이번에 겟~!

진짜 신나게 읽었다.

킥킥, 큭큭대며...

이 B급 감성 너무 좋아~ 도대체 이 만화가는 누구야~

하다 보니 <노다메 칸타빌레> 작가였던~ㅎㅎ

역쉬~~!!! 멋지다~하며 마무리.

그러고 나서 보니 아주 예쁜 표지를 입고 다시 재출간된 듯 하여 좀 아쉬웠다...는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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