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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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한 권만 놓고 바라보면 표지가 참 신기하다~ 옛날 방식이네, 하고 말았는데 두 권을 나란히 놓고 보니 참, 소장 욕구가 저절로 인다. 예쁜 보색으로 처리한 표지 안에 마치 눈여겨보는 듯한 눈만 보이니 무언가 심중을 꿰뚫리는 것 같기도 하다. 말로만 듣던 "캐드펠 수사" 시리즈 이야기다.

무려 움베르토 에코가 영향을 받았다고 고백하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는다고 평가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 작가.엘리스 피터스가 쓴 이 시리즈는 탄탄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슈롭셔 지방에서 펼쳐지는 추리소설이다. "캐드펠 수사"라고만 하면 어떤 사건을 수사하는 것 같지만 표지를 보고 표지 안쪽 중세 웨일스 지도를 보고 나면 수사가 그 수사가 아님을 알게 된다.

13권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은 캐드펠 수사가 있는 수도원에 자신의 집을 기증한 한 여인의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남편을 잃은 후 그 집에서 계속 머물 수 없어 집을 수도원에 기증하고 그 조건으로 매년 그 집에서 나는 장미를 한 송이 받기를 원했던 주디스 펄은 그 고혹적인 장미 한 송이를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기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그리고 이제 그 날짜가 곧 다가오고 있다. 반면 매년 그 임무를 맡아 장미를 펄에게 전해주러 가던 젊은 수사 엘루릭은 자신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사랑의 감정 때문에 수도원장에게 그 임무에서 배제해 달라고 부탁한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지나갈 것 같던 그 다음 날, 집의 담벼락의 아름답던 장미나무 아래 엘루릭이 죽은 채 발견된다.

소설은 마치 연극 극본처럼 진행이 된다. 배경 설명에서부터 인물들의 움직임, 대사 등 하나하나 각 인물을 잘 그려내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누가 범인일지 저절로 추리하게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주 악한 인물 하나 없이 여러 일들이 맞물려 돌아감으로써 벌어지는 긴장감과 애매모호함이 소설을 더욱 생생하게 한다.

무엇보다 읽는 내내 이어졌으면 하는 커플이 이어지게 되어 아주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 캐드펠은 포와르나 홈즈처럼 겉으로 나서서 무언가를 파헤치지는 것은 아니지만 끊임없는 관찰과 사색으로 범인을 추리해 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따라서 캐드펠 수사 시리즈는 원맨 캐드펠을 앞세운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주변 배경을 잘 묘사하고 상황을 연극 연출하듯이 짰기 때문에 잘 씌여진 추리소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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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니콜 크라우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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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서점 인친님들의 서평을 둘러보다가 레이더망에 걸린 책 <사랑의 역사>. 표지도 사랑스러운데 책 제목도 사랑의 역사라니~ 정말 몽글몽글하다. 스포당할까 자세히 읽지 않아 이 책이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책인 줄. 그래도 읽고 싶어서 일단 대여해 봤다.

첫 느낌과 점점 달라지는 느낌에, 역시나 읽기 잘했다고 생각하는데 뭔가 점점 익숙한 느낌이 난다. 조너선 사프란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 9.11 테러를 배경으로 하고 아빠를 잃은 아이의 아픈 성장기를 다룬 책인데, 어째서 <사랑의 역사>에서 그 향기가 나는 걸까~ 신기하다...생각하다가 검색해 봤더니! 세상에~! 두 작가가 부부란다. 오호~ 이럴 수도 있구나 싶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책의 성격도 닮는 걸까. 그건 좀 아니지 않나...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해 봤으나, 뭐 두 작가의 대표작밖에 안 읽어봤으므로 결론은 내릴 수 없다.

<사랑의 역사>는 제 2차 세계대전에서부터 비롯된다. 전쟁으로 목숨을 잃을 뻔 했던 한 소년. 그 이후 사랑하던 소녀도 잃고, 가족도 잃었다. 일생에 자신의 사랑은 그녀 하나뿐이라고 생각해 우여곡절 끝에 찾아갔으나 그녀는 이미 가정을 이룬 뒤였다. <사랑의 역사>는 그 이후 이 소년과 이 소년이 소녀를 사랑하며 쓴 책 <사랑의 역사>를 가지고 있던 그의 친구, 또, 칠레에 방문했다가 우연히 이 책을 구입해 감동하여 자신의 딸에게 책 속 엘마의 이름을 붙여주고 그 이름을 가지게 된 한 소녀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엄격하게 이야기하자면, 주인공은 사랑의 책을 쓴 레오폴드 거스키와 그 책의 여자주인공 이름을 갖게 된 엘마로 볼 수 있다.

이들 모두 상실을 경험했고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이어 살아가고자 한다. 한 사람은 죽음을 앞둔 나이로 죽기 전에 자신의 존재와 자신이 남긴 것들을 통해 의미를 찾고자 하고, 다른 한 사람은 이제 막 사춘기를 겪으며 제대로 자신의 두 발로 이 땅에 서기를 희망한다. 그런 두 사람이 <사랑의 역사>라는 책의 진실을 쫓아간다.

결국 이 책은 "상실의 슬픔과 애도"에 관한 책이다. 전쟁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고통받는지를 보여준다. 그럼에도 마지막은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사랑으로 끝날 수 있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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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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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합격하고 신나게 노는 약 2개월의 시간 동안 밖에 나가지 않고 방 안에서 그동안 못 읽었던 책을 무진장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접했던 작가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무라카미 하루키였다. <상실의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지만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았는지 그 다음부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과 에세이를 찾아 읽어나갔다. 한창 일본어를 배우던 때인데, 중급으로 올라가면서부터는 원서까지 구입해서 번역도 했던 것 같다. 분명히 그때 <상실의 시대>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기에 이제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만 역시 그 소설은 20대 만의 감성이 잔뜩 실린 소설이라 지금 읽으면 그때의 감성이 반감될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빵가게 재습격>.단편 모음집이라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점이 가장 매력이라 손에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한 권으로 일 주일 내내 읽는 내가 이틀 만에 클리어! 더하여 오랜만에 그때의 감성에 다시 젖어들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다른 작가들이 구사하지 못하는 아주 묘한 세계관을 지닌 작가다. 환상문학이라고 하기엔 뭔가 진짜 환상 속에서 머무는 것도 아니고, 현실 세계에 튼튼히 바탕을 둔다. 그렇지만 그의 소설 속 환상을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니 소설 속 주인공들은 어딘가 조금씩 불안하고 애매하고 이상하다. 남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 할 상황 속에서 혼자만 헤매다니는 것 같다.

"코끼리 사건 이후 내 안에서 뭔가의 균형이 무너져버려, 그 때문에 외부의 여러 사물이 내 눈에 기묘하게 비치는지도 모른다. "...68p

아마도 소설 속 주인공들은 모토는 모두 저 문장 안에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내가 밖으로 꺼내지 않고 꽁꽁 숨겨놓은 나 자신일지도. 그래서 자꾸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읽게 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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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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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비교적 우리나라 소설을 읽는 중이다. 더해서 SF 소설도 자주 읽고 있다. 한번 읽고 나니 내 어린 시절 아주 푹~ 빠져 살았던 SF에 대한 매력이 송송 솟아난다. 벌써 몇십 년이나 흘렀으니 그 구조나 내용 면에서 무척이나 다르지만 미래를 상상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무엇보다 최근 몇몇 SF를 읽으며 느낀 점은 그저 미래에 대한 상상(거의 모두 디스토피아)해 내는 것이 아니라 그 미래 속 "인간"의 모습을 그려낸다는 점이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은 오랫동안 베스트셀러 위치에 있는 것을 보면서 읽을까 말까 오래 고민했던 책이다. <종이 동물원>을 읽고 나니 우리나라 SF 소설도 잘 읽을 수 있을 것 같아 우선, #우리집도서관 에서 대여하여 읽었는데 일이 바빠지면서 앞의 두세 꼭지밖에 못 읽고 반납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계속계속 생각이 나는 거다. 첫 이야기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수업 중에도 중등 아이들에게 여러 번 언급하며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고 "스펙트럼"도 외계 생명체와의 교감 이야기가, 외계 생명체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 아니라 그 서로 나눈 온기에 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몇 달이 지나도록 생각이 나는 거다. 그래서 결국 구매했다. 이렇게 계속 생각나는 책은 두고두고 읽어야지~ 하고!

표제작인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또한 간절함과 애절함을 안겨주는가 하면, "관내분실"이나 "감성의 물질" 등 어느 하나 빼놓을 작품이 없다. 후반부로 읽어나가며 어쩌면 작가는 "물성"이 주는 감각과 우리의 감정을 무척이나 들여다보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가까이에 있는 것들, 그것들에 우리는 의미를 부여하고 내 마음을 빼앗기고 하는 것은 아니냐고. 그러니 SF라는 장르는 그저 수단일 뿐으로, 작가는 결국 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인간만이 가진 감정, 생각, 가치관 같은 것들. 그래서 아름다운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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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 판소리 - 조선의 오페라로 빠져드는 소리여행 방구석 시리즈 3
이서희 지음 / 리텍콘텐츠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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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가끔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마주치게 되는 "국악한마당". 창극을 제외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본 적이 거의 없다. 여러 매체를 통해 잘 알려진 판소리 한 대목을 보게 되어도 그 한 구절뿐. 사물놀이와는 또 다르게 그렇게 신나지도, 재미있지도 않다. 아마도 가장 큰 이유는 무슨 소리인지 잘 들리지 않기 때문이 가장 큰 것 같다. 노래이다 보니 가사전달력이 떨어지는 것도 있지만 너무 어려운 한자어들로 이루어져 있어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오페라 또한 뭐라 하는지 몰라서 그다지 재미를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사실 판소리든, 오페라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선 조금의 노력이 필요하다.

<방구석 판소리>는 우리 전통 노래를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책이다. 제목이 <방구석 판소리>이다 보니 판소리를 주로 하고 있지만 판소리만 담겨있지는 않다. 판소리 열두 마당 중 현재 살아있는 마당이 다섯 개. 그 외 창을 잃고 이야기로만 남아있는 마당이 일곱이다. 책에선 그 중 네 마당을 소개하고 삼국시대부터 불려지던 향가와 조선시대 고전 시가와 고전 소설 또한 재미나게 설명해 준다.

사실 판소리 다섯 마당은 "적벽가"를 제외하고 우리나라 전래 동화로 아주 어릴 때부터 자주 접하는 이야기들이다. 그래서인지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된 판본으로 읽어보거나 판소리를 들어본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래도 "쑥대머리"라든가 "사랑타령" 같은 것들은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편이다. 그 노래가 어느 부분에 들어가는지 전체 이야기는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알면 더 재미있게 판소리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최근에는 새로운 시도들이 많이 보인다. 이미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한동안 인기를 끌었고,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서 국악을 하던 젊은이들이 우리 가요와 접목하여 훨씬 더 신명나고 훨씬 더 재미있게 보여주는 시도들이 나쁘지 않게 다가오는 건, 너무나 멀게만 느껴지던 판소리를 그래도 더 듣고 싶게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신데렐라는 아는데 콩쥐팥쥐는 점점 잊혀져가는 상황에서 우리 것을 좀더 지키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그 첫 걸음으로 <방구석 판소리>는 어떠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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