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죽을 거니까

곧 죽을 거니까
우치다테 마키코 지음, 이지수 옮김 / 가나출판사 / 2021년 8월

다. 자존감이 무척 높은 이 할머니 옆에는 '나 인생에서 가장 잘 한 일은 하나와 결혼한 일이야'라며 말하고 다니는 스윗한 남편이 있다. 안정적으로 살던 이 숨겨있었다. 그 비밀로 인해 하나는 다시 삶의 의지를 불태운다.

본래 나이보다 젊고 예쁘게 살고 싶어 하는 하나, 평생 일과 종이접기를 하며 살아온 이와조, 자신의 꿈을 신뢰하고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단단한 유미의 개별적인 서사를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10년밖에 안 남은 늙은 연령층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의 삶을 돌아보게 하고 앞으로의 어떻게 살아야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까 생각해 보게 만든다. 내가 일흔여덟이라는 나이가 되었을 때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살까 생각해 보았다. 또한 지극한 애정을 표현했던 남편 이와조가 죽으면서 남긴 유언장 속 이와조의 숨겨진 비밀이 재미를 한 층 더해주었다.

하나는 줄곧 나이 뒤에 숨어 자신을 가꾸지 않은 사람들을 보며 게으름뱅이만이 벌레가 된다고 생각하며 동창들을 '벌레 무리'에 비유한다. 이런 부분에서 저자는 '곧 죽을 거니까'라며 스스로를 꾸미지 않고 외모 단장을 내팽개친 삶은 '자기 방치'가 아닐까 하며 자신의 생각을 내비쳤다. 필자도 저자의 생각과 같은 생각이지만, 며느리 유미가 일방적으로 비난하는 시어머니 하나에게 '어머님과 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달라요'라고 야무지게 말하는 생각처럼 나와 다른 사람은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시선으로 일련의 사건들을 동행하면서 동창을 비롯한 타인(심지어 관공서 직원까지도)에게 속으로 패션을 가늠하고 위협적이게 보이기 위해 속으로 생각하고 '한 방 먹였다'라며 뿌듯해하는 모습이 꼬장꼬장한 할머니 같았다. 며느리 유미에게는 왜 그리 못되게 굴고 무시하는지, 일흔여덟을 먹고 정말 저런 생각을 할까 의아할 정도로 아량이 좁게 느껴졌다. 하지만 반려자의 죽음으로 혼자 덩그러니 남은 하나를 보니, 언젠가 나에게도 올 외로움이라 생각이 들면서 애정이 생기고 응원했다. 혼자 남은 사람들이 겪을 상실감이 유독 짙게 보였다.

전반적으로다. 하나를 보면서 기력 없고,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말을 하며 살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자존감 높고 단단한 하나라고 하더라도 결국 할머니라는 생각에 왠지 모른 씁쓸함이 느껴져 먹먹했다. 평소 '끝'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고 살다가 '끝'을 생각하고 사는 삶을 경험해서 그런 것 같다.

저자도 48년생으로 나이가 많다. 늙은 사람의 심정이 많이 반영되었을 책이다. <곧 죽을 거니까>는 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원하는 것을 얻는 10가지 질문법

원하는 것을 얻는 10가지 질문법 - 10 Questions
알렉산드라 카터 지음, 한재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9월

컬럼비아 대학교 로스쿨의 법학 임상 교수이자 중재 연구소 소장으로 겸임하면서 10년간 협상 능력을 훈련시키는 일을 해온 저자 알렉산드라 카터는 수많은 협상가와 일해본 경험을 토대로 <원하는 것을 얻는 10가지 질문법>을 통해 새로운 협상의 법칙을 제안한다.

저자는 흔히 우리는 협상이란 질문이 아닌 대화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정해진 행동 위주로 설명하게 되어 협상 상대방이 흥미를 잃고 비효율적이라 말하면서 자신과 상대방 모두에게 올바른 질문을 해야 협상 테이블에서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질문이라는 무기를 사용한 협상을 할 때는 유용했던 부분은 협상하기에 앞서 정확한 문제 판단과 자신의 욕구를 명확하게 정리하여야 하고, 질문을 통해 상대방에게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뿐만 아니라 자신을 성찰하기도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상대방의 욕구를 파악하고 상대방의 우려를 먼저 해결한다. 과거의 성공을 기억하게 하는 질문을 던져 점화 효과를 가져오게 하는 방법 등을 활용한다면 원하는 것을 얻는데 유리할 것 같았다.

전반적으로 협상에 있어서 질문이 주는 효과에 대해 강조한 내용이 많다.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예시가 부족한 면이 있다. 정보 취득을 목적으로 할 책인 만큼 개괄식으로 편집되면 빠른 정보 취득에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이 책을 읽고 협상의 개념은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보였다. 질문으로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아간다는 것이 신선했고 협상 테이블에서 하나의 무기가 생긴 것 같다. 질문이라는 무기는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협상이나 관계를 개선할 때 유용하게 쓰일 것이다.

규모가 크던지 작던지 누구나 살면서 원하는 것을 얻고자 협상을 한다. 특히 외교관 같은 협상에 관련된 업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움 될 책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1시간에 끝내는 대화의 기술

1시간에 끝내는 대화의 기술 - 일, 사랑, 관계를 기적처럼 바꾸는 말하기 비법
리상룽 지음, 정영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9월

말에는 생각보다 많은 정보와 눈에 보이지 않은 감정이 들어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억양과 상황에 따라 대화하는 상대방이 체감하는 게 차이가 많다. 쉽게 생각하면 정말 쉬운 게 말이고 또 어렵게 생각하면 정말 어려운 것이 말이다. 필자 같은 경우에도 사회경험이 쌓일수록 인간관계가 어려워지고 말하면서 쓰는 단어 하나하나에 조심한다. 우리는 단 한 번도 대화를 어떻게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뭐가 옳은 방향인지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고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대화의 기술을 배우고 싶을 때 보면 도움 될 책이 있다.

에서는 상대와 대화하면서 갖출 기본적인 자세, 직장에서 말하기 7가지 법칙, 상사나 부하직원과 소통하는 방법, 승진과 임금 협상 전략, 연설의 요령, 대화의 주도권을 갖는 방법, 스토리텔링 등 대화의 확장 기술 등 4가지 파트로 나눠 담았다.

필자는 직장에 다니기 때문에 직장 부분을 주로 다룬 2번째 파트가 실전에 가장 도움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예를 들어 부하직원과 소통하는 요령 중에는 "무슨 일인가요? → 어떻게 생각해요? →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 제가 도울 일이 있을까요? →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나요?"라는 기본적으로 질문해야 할 체계를 갖출 수 있었고, 체계를 갖추고 나니 보이지 않은 대본이라도 있는 것처럼 든든했다.

이외에도 '연설의 요령'부분에서는 연설자의 복장과 관중에게 보내는 시선처리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연설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당신과 밀접한 이야기, 당신이 자신 있는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다.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할 줄 안다면, 연설도 잘할 수 있다."라는 저자의 말이 응원이 되어 작은 용기가 났다.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아무래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일 것이다.

저자는 3가지의 방법을 제안했는데 '만능 질문'을 준비한다면, 갑자기 어색한 상황이 생겨도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다.

1. 외적인 부분에서 주제 찾기

의상이나, 가방, 사는 지역이나 고향, 칭찬과 호기심 어린 질문

2. 개방적인 주제 선택하기

날씨가 정말 좋네요 그렇죠?라고 질문하면 대답이 네, 아니오로 돌아옴

→ 날씨가 정말 좋네요. 이런 날은 뭐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음으로서 개방적인 답변을 들을 수 있는 질문을 던지자

3. 만능 질문 준비하기

여가는 무얼 하며 보내는지, 최근 무슨 책을 읽었는지, 요즘 재미있는 일은 무엇인지, 놀라 가지 좋은 곳은 어디인지 등

대화의 중점을 상대에게 넘겨 상대방이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부추긴다.

이 책을 읽고 당초 궁금하고 기대했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내가 실제로 잘 실천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방향으로 대화를 해야 할지 갈피를 잡았다. 책 속에서 조언하는 내용들은 실용적이나 기초적인 부분이 많기도 하고 개인 간의 대화보다는 주로 직장 내에서 일어날만한 내용들이 많기 때문에 사회 초년생이 보면 좋을 것 같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AI 시대의 일자리 트렌드

AI 시대의 일자리 트렌드 - 당신의 일자리는 안전하신가요?
취청.천웨이 지음, 권용중 옮김 / 보아스 / 2021년 9월

최근 인공지능을 주제로 한 책과 영화가 많이 나오고 있다. 나 또한 최근에 인상 깊게 읽은 JP덜레이니의 장편소설 '퍼펙트 와이프'를 떠올리며 앞으로 인공지능은 우리 사회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로 떠오를 것이 뻔한데 과연 그 범위는 어느 정도이냐가 화두라고 생각한다. 블로그 서핑 하면서 초등학교 교사분이 쓰신 일기를 봤는데, 인공지능이 발달하면서 앞으로 교사의 역할은 '교육'에서 '돌봄'으로 변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판단하여 교사를 그만둔 썰이었다. 처음에는 단호한 결정에 당황스러웠는데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고 장기적으로 봤을 때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의 직업은 안전한 것일까? 하는 자문과 성찰의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는데 그 막연한 궁금증을 구체적으로 해결해 줄 책을 발견했다.

<AI 시대의 일자리 트렌드>는 인공지능과 관련된 직업을 가진 중국인이 만든 책인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존의 많은 일자리가 새롭게 정의될 것으로 보인다며 운을 뗐다.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었다. AI 등장으로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길 것인가, 취업의 기회를 가져다줄 것인가, AI가 업무에 도입되면 어떤 효과를 가지고 올 것인가, AI로 대체될 확률 높은 직업들, AI 시대에 발맞춰 실무 종사자가 갖춰야 할 능력은 무엇인가, AI가 영향 미칠 직업군 농업, 금융, 교사, 의사, E 커머스,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심층 분석을 다뤘다.

1. AI가 쉽게 대체 가능한 일자리는 : 복잡한 일 + 체력을 요하는 일 + 단순 업무

2. 그래서 AI에 의해 대량실업을 초래할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답은 NO.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해 완성도 높은 과제를 수행하게 되어 생산력이 항상 되고 인간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고 답한다.

3. 새로운 일자리

AI 연구개발, 디자인, 유지 보수, 성능 테스트, 기계조작, 감정 관련 일

→ 기계관리, 프로세스 정보, 알고리즘 능력과 판단력, 플랫폼 및 데이터 관리 관련 자격증 취득

4. AI 대체 가능성 높은 직종 : 텔레마케터, 회계사, 고객서비스 직종

제5장에서 다룬 'AI는 농업을 재정의한다' 부분은 동의하지 않는 내용이 많았다. 농업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살아있는 생물을 키우는 일이고 오롯이 데이터에 의존해 판가름 날 분야가 아니다. 농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인데, 자연재해를 AI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분명하고 농업에 AI를 대입하자면 기초자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책에서 보면 주로 해외 사례를 많이 인용한 부분이 많았는데 지형에 따라 작물의 조건이 천이하게 달라지는 작물의 특성상 오차가 너무나 클 것으로 생각되어서 나랑 생각이 많이 달랐다.

AI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점점 커지면서 나의 직업은 안전한가?에 대한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AI가 우리 삶에 많은 부분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몇몇 기존의 일자리는 없어지겠지만 대량실업을 초래하지 않고 기계와 인간의 협업으로 완성도 높은 성과를 가져온다는 시각이 인상적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겁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했다. 이 책에서 심층적으로 다룬 농업, 공장, 금융, 교사, 의사, E 커머스, 문화 엔터테인먼트 분야는 꽤 많은 변화를 예상하고 있음에 따라 관련 종사자는 기계관리와 관련된 공부를 하여 대비한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다.

콜카타의 세 사람

콜카타의 세 사람
메가 마줌다르 지음, 이수영 옮김 / 북하우스 / 2021년 9월

들어가는 말

간디와 붓다의 나라. 세계적으로 아직까지 계급제가 유지되고 있는 몇 안되는 나라. 그런 계급제를 유지하면서도 IT강국이면서, 인구 13억이 넘는 거대국가. 이런 인도는 우리의 뇌리에 부정적으로 박혀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가 인도와 관련하여 듣는 뉴스 대부분이 도저히 이해불가할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들이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솔직히) 인도에 대한 필자의 이미지 역시 매우 좋지 않다. 여행을 인생의 모토로 삼고 있는 필자가 제외시키는 몇 안되는 여행국가 중 하나가 인도니까. 그럼에도 이 소설이 의미하는 바는 불쾌감보다는 연민, 혹은 동질감이었다.

그것은 아마 우리네 사회가 이미 밟아온 진흙탕길을 그네들이 따라 걷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그 길을 걸은 발걸음은 온갖 폭력에 따른 고통과 끊임없는 자기희생, 올곧은 마음 때문에 되려 주위에서 배척당하는 슬픔이 뒤섞여 발자국이 온통 뒤틀려있다. 뒤틀린 발걸음을 따라 걸으려는 그들이 모습은 괴이할 정도로 온 몸을 뒤틀고 있었다. 그 고통을 알기에, 필자는 소설을 읽는 내내 그들의 사회구조에 대한 이질감과 동시에 강한 연민을 느꼈다. (필자가 그 시대를 겪어본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 배운 것만 해도 충분히 고통스러웠음을 알린다.)

격동의 콜카타

소설의 투표를 앞둔 콜카타에서 벌어진 기차 방화 테러를 시작으로 주인공인 세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반은 극빈층에서 장학금으로 기초 학교를 겨우 마치고 이제 막 판매원 일을 시작한다. 그러나 기차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기차 테러를 목격하게되고, 꿈에 그리던 휴대폰을 사서 페이스북을 하던 도중 기차테러에 대한 게시글과 메신저를 잠깐 나눴다가 테러 동조자로 지목되어 체포된다.

러블리는 트랜스젠더로, 배우를 꿈꾸지만 역시 빈곤층인 관계로 꿈을 이루기 불가능해보인다. 구걸을 하며 살던 그녀(그)는 지반에게 연기를 위해 영어를 배우던 인연으로 지반의 재판에서 증언을 한다. 이 증언이 매스컴을 타면서 일약 스타덤에 오르고, 그녀의 연기 연습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면서 꿈에 그리던 배우가 된다.

체육선생은 지반이 학교를 다닐 당시 은사였다. 운동신경은 좋으나 가난해 끼니를 거르던 모습을 본 그는 지반에게 먹을 것을 주는 등 도움을 주지만, 갑자기 학교를 그만 둔 지반에게 은근한 배신감을 느낀다. 인정받지 못하는 학교에서 마이크를 고치던 그는, 우연히 야당의 선거유세 현장을 구경갔다가 마이크를 고쳐주는 인연으로 급작스레 정계에 발을 담그게 된다.

이러한 세 명의 이야기는 결국, 지반의 사건으로 귀착된다.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온갖 사회부조리와 극빈층의 삶, 종교적 탄압과 정치적 음모들이 그렇게 낯설지만은 않다. 절대 이해되지 않을 인도의 사회상과 구조. 타국의 향신료로 범벅된 음식같은 이 책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런 익숙함때문이었으리라.

해피엔딩은 없다

필자는 마지막까지 반전을 기대했다. 솔직히 그냥 대부분의 선량한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50페이지도 안 되는 얇은 잔여분을 손끝으로 느끼면서도, 마지막 반전을 기대하리라 생각한다. 그것은 우리가 부마항쟁이나 5.18 민주화운동이나 제주 4.3 항쟁같은 역사적 사실들을 들을 때 느끼는 간절함과 일맥상통한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리의 삶은 그 결과 행복해졌다. 하지만 소설에서 그들은 어느 한 부분도 행복해지지 못했다.

지반은 열사가 되었다.(될 것이다. 되야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아다시피 열사는 행복할 수 없다. 최소한 '그'는 행복할 수 없다.

러블리는 배우가 되었다. 하지만 친구를 버려야만 했다. 구걸을 하되, 그것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자신하던 그녀는 이제 없다. 대신 빈껍데기의 스타가 남았다.

체육교사는 인정받지 못하던 체육교사를 그만두고 정치인이 되었다. 정부 요직에 앉은 그는 양문형 냉장고를 사고, 전기화덕을 산다. 여러 정책을 결정하고 선물도 받는다.

필자가 가장 눈여겨 본 것은 체육교사다. 그는 전혀 어떤 사회적 불만이 없으나, 야당의 정치 유세에서 마이크를 고치고 돌아오는 기차에서 단순히 이마에 야당의 표식이 있다는 이유로 공짜 간식을 받는다. 그 뒤로도 참가한 유세에서 특별 도시락을 받는다. 이런 대접을 받은 그는, 야당을 위한 위증을 하고 시골 학교들을 다니면서 선거유세를 돕는다. 결국 선거에서 승리하여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그는, 종국에 가서 이제 막 걸음을 뗀 신정부의 확립을 위해 위증을 넘어 재판 청구를 기각하는 짓까지 서슴지않는다.

소설에서 유일하게 이름이 없는 사람. (필자가 책을 제대로 안읽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1인칭으로 서술되는 소설에서 체육교사의 이름을 본 기억은 없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오히려 지반이 아닌, 이 체육교사였지 않을까. 그 어떤 개혁의지없이 단순히 본인의 영달만을 신경쓰는 사람. 러블리가 본인의 성공을 위해 친구를 배신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체육교사는 마치 본인이 교육계나 사회의 어떤 혁명적 과업을 지닌 것처럼 생각하며 선거 유세를 하지만 결국 말미에는 정계에서 성공한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모습을 보인다. 러블리가 개인의 이기심을 드러낸다면, 체육교사는 사회(정치)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작가는 그런 인도의 현실을 꼬집고 싶어했던 것이 아닐까.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