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A 살인사건
이누즈카 리히토 지음, 김은모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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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말

정의란 무엇인가.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언급되는 딜레마 중의 하나. 우리가 흔히 만화나 영화에서 환호하는 영웅들은 법적 절차를 밟지 않고 정의를 구현한다. 악을 응징한다. 그런 행위에 대해 우리는 의심을 품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악인이며 악이 처벌받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에.

하지만 과연 절차가 없는 정의 역시 정의라고 할 수 있는가. 의아한 것은, 그렇게 법적 절차를 없는 것처럼 무시하고 정의를 집행하는 영웅들이, 조금의 편법(?)과 정도의 갈림길에서는 늘 과도하게 고뇌한다는 것이다. 물론, 권선징악은 구현되어야 하므로 가상의 세계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은 편법을 따르지 않으므로 완벽한 정의가 구현된다. 하지만, 현실에서 역시 그럴까?

과거의 사건, 현재의 추적

20년 전, 9살 소녀를 유인해 두 눈을 적출하여 집으로 보내고 이를 영상으로까지 남긴 14세 소년. 사회적으로 크나큰 이슈가 되었지만 촉법소년이었기에 교정치료만 받은 체 새로운 신분으로 살아간다.

그러던 중 한 번도 외부에 공개된 적이 없었던 영상이 다크 웹에 매물로 등장하면서 경시청에서는 유출한 것이 경찰 내부일 것으로 판단하고 감찰계의 시라이시가 수사를 시작한다.

콜센터에서 채권추심 업무를 하던 에리코는 고객에게 협박을 받고는 실체를 확인하러 갔다가 고객이 부정을 저지르는 것을 목격한다. 평소 '자경단'이라 불리는 인터넷 단체를 즐겨봤기에, 익명으로 이를 제보하고, 사이트 운영자인 야요이와 유투버인 료마를 만나게 된다. 때마침 불거진 소년 A 사건에 분개한 이들은 결국 감춰졌던 소년 A의 신상을 파악하고 직접 찾아가 과연 '갱생'했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하지만 실제 소년 A에게는 일말의 반성의 기미도 보이지 않았고,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기에 이른다. 그 과정에서 에리코는 협박을 받게 되고, 그때의 사건처럼 야요이의 적출된 두 눈이 배송된다.

한편, 영상 유출을 추적하던 시라이시는 당시 사건 담당이었던 미마에게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추적하다가 피해자 유족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서 전혀 뜻밖의 결론에 다다른다.

정의는 누구의 편도 아니다.

꽤나 트렌디한 소설이다. '사회파 미스터리'이니 만큼 사회적 문제를 배경에 두고 있다 보니 트렌디할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도 과하게 트렌디하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촉법소년 문제. 법 개정까지 공론화될 정도로 큰 이슈다. 거기에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인터넷 자경단들. 물론 실질은 그저 자본주의가 낳은 기형적 산물이지만, 이 역시도 소설에 깊이 녹아있다.

하지만 그저 트렌디한 사회적 이슈만을 다룬 소설은 아니다. 병행되는 이야기를 접목시키면서 독자를 작가가 의도한 방향으로 잘 몰아넣었다. 중반부까지도 내가 예상한 반전은 몇 가지나 되었지만, 그마저도 마지막 장을 덮을 때는 내가 속았음을 깔끔하게 인정할 정도로 구성이 탁월했다. 물론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과도하게 범인에 대한 힌트를 숨긴 경향이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 트릭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어떤 작가가 소설을 쓸 수 있을까.

유족의 고통과 분노에 따른 복수. 사회 정의를 직접 구현하려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결국, 그런 자경단에 활동에 대한 그 어떤 폐해도 집어넣지 않은 부분은 조금 아쉽다. 나마저도 통쾌하게 생각은 하지만. 어쨌든 정의는 그 누구의 편도 들어서는 안 되는 것 아니겠는가. 기울어진 저울은 결국 정의로울 수 없는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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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든가 죽는다든가 아버지든가 - 일본 TV도쿄 2021년 방영 12부작 드라마
제인 수 지음, 이은정 옮김 / 미래타임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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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다룬 책은 대중적이다. 그래서 장단점이 뚜렷한데, 가족 중에서도 아버지와의 관계를 다룬 에세이는 사실 많지 않은 편이라 궁금했다. 책을 고르고, 받아보고 읽는 순간 내내, 그리고 읽은 뒤 서평을 쓰는 지금까지도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묵직한 무게감이 있는 단어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오가지만 나에게 가장 큰 감정은 '두려움'이다. 내게 큰 울림을 주는 말이 있었는데, 어렸을 땐 크고 넓은 산처럼 보였던 아버지의 뒷모습이 지금은 유난히 작고 쓸쓸해 보이는 순간이 있다는 말이었다. 그 순간이 나에게도 올까 생각하고 말았는데, 언젠가 그런 순간이 왔었던 적이 있다. 자연스러운 현상인데도 왜 그렇게 슬프던지, 이제는 내가 보호해 줘야 할 사람이 되었다는 게 실감 났다. 그런 의미에서 아버지가 세상에서 작아지고 언젠가 떠날 날이 두렵다. 그래서 나에게 아버지는 두려움이다.

저자는 20년 전 돌아가신 어머니의 인생에 대해 직접 듣지 못한 것이 후회로 남은 것을 계기로, 오랜 세월 이해하지 못했던 아버지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후회하지 않기 위해 아버지에 대해 쓰려고 결정했다고 한다. 어려울 것 같았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어머니와의 추억을 공동기반으로 서서히 서로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고 그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2021년 일본 TV 도쿄에서 12부작 드라마로 제작 방영된 리얼 스토리임을 감안한다면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언젠가 한 번은 해보고 싶었던 일을 저자는 해냈다. 아버지이든 어머니이든 부모로서가 아닌 한 사람으로서 그 사람을 이해하고 다가가는 데 있어 노력을 한다면 이룰 수 있다는 것 또한 다시금 깨달았다. 나와는 환경이 다른, 타인의 이야기지만 나도 누군가의 자식으로서 공감 가는 부분도 많아 가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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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새소설 11
류현재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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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주제를 담은 책은 정말 다양하고도 많다. 흔한데도 불구하고 가족의 이면을 비춰 존속살인이라는 주제로 한 소설이라 무척 흥미로웠다. 법적으로 묶여있는 가족이란 끈이 좋을 때도 있지만 족쇄처럼 다가오는 부분이 분명 있는데, 저자는 이 소설을 통해 그 부분을 잘 표현했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의 줄거리는 늙어 을 이야기하고 있다. 소설은 시작하자마자 누군가에 의해 죽어가는 무모님의 시점에서 시작되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은 슬하에 둔 자식 4명이다. 아버지 생일날 생겨난 살인사건을 중심으로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자녀 각자의 사연과 시선을 순서대로 나열한 구조이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은 자식대로 각자 시선으로 한 사건을 바라보니 모든 사람의 입장이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좋았다. 엄마가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떡을 먹는 장면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나도 늙으면 다른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은 해봤지만 막상 부모님의 입장이 되어보니 무척 슬프게 느껴졌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고 키운 자식이 늙은 자신을 돌보기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처량한 게 없는 것 같아, 나의 노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면서도 두려움 마음이 들었다.

그 외에도 인상적인 부분도 많았고 남 일 같지 않아 공감하는 부분도 많았다. 범인이 누굴까 하며 추리해 보는 것도 흥미로웠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각자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가족이라는 주제를 가진 책이라서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좋아하는 필치를 가진 저자가 쓴 또 다른 작품 <네 번째 여름>이 마침 책장에 있으니 다른 책들보다 우선해서 읽어보려 한다. 저자의 또 다른 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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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들의 부엌
김지혜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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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면서 느꼈던 분위기를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치 감성 SNS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 또한 '책들의 부엌'이라는 매력적인 제목에 끌려 이 책을 손에 집어 들게 된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꿈꾸는 로망이 이 책에 담겼기 때문이다. 평화로운 시골마을에 북카페를 운영하고 그곳에서 일하는 스탭 각자의 사정을 들여다보면서 카페에 잠시 머물다간 손님들의 이야기까지, 읽다 보면 소양리 북스키친의 직원이 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만든다. "각각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추천받듯 책을 추천받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힐링이 되듯 책을 읽으며 마음을 쉬어가는 공간"이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나도 책방을 열고 내가 읽고 재미있었던 책을 손님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기 때문이었는데, 이 소설을 빌려 가상으로나마 상상해 보고 체험해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감성 SNS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는 너무 긍정적이고 작위적인 상황에서 오는 이질감 때문도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책방을 운영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하는데, 그런 이유에서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다 보니 그런 것 같다. 큰 사건 없이 단조롭고 또 평화로운 힐링 소설이다. 요즘은 밖에서 책을 산다고 하면 대형서점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서점 주인의 감각과 손때가 묻은 책방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돼서 즐거웠다. 가볍게 읽기 좋고, 책의 내용보다는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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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일을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못하는 겁니다 - 일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말투와 목소리
이규희 지음 / 서사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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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다니면서 주변 사람들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과 말로 일하는 사람. 전자에 속하는 나는 말로 상사를 구슬리는 그 직원이 얄미우면서도 부러웠다. 말도 하나의 경쟁력이고 무기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17년 차 승무원인 저자는 오랜 기간 방송 교관으로 일하면서 목소리와 말 습관이 사회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깨닫고 이 책에 그 노하우를 담았다.

첫 시작은 '왜 말까지 잘해야 하는 걸까?'라는 한탄으로 시작된다. 뭐든 잘 해야 하는 요즘 시대에 말까지 잘해야 한다는 무거운 고민이 고스란히 녹여있어 웃음이 났다. 저자는 말로 표현해야 알 수 있는 상황들의 사례를 시작으로 하고자 하는 말의 핵심을 전달하는 규칙, 설득 전략, 중간보고의 필요성, 스몰토크 방법 등을 담았다.

특히 도움 되었던 부분은 나의 말투를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말하기만 했지 듣는 입장에서 들어본 적은 없어 설렘(?)을 갖고 실천해 봤더니 생각보다 낯선 말하기 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말하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개선점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는 사람들은 자신의 말을 녹음해서 들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같은 내용의 마을 하더라도 '아'다르고 '어'다르다는 것을 절실히 실감했다. 직장인이 직장인의 조언을 읽고 있자니 상황도 쉽게 이해가 갔고 언젠가 경험했던 비슷한 상황들이 떠올라 남의 일 같이 않고 나의 일 같이 공감하고 집중해서 읽을 수 있었다. 말하는 방식에 작은 규칙만 바꿨을 뿐인데도 분위기가 훨씬 달라지고 이해하는 데 있어 수월하다는 걸 많이 느꼈고 저자의 말 하기 기술을 나의 것으로 만들려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겠지만 확실히 말하는 게 좋은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확신이 있어 점차 습관을 들이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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