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늘밭의 파수꾼
도직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7월
평점 :
사랑이라는 미끼, 진실이라는 덫
사랑이 이렇게 서늘할 수 있을까? 도직 작가의 데뷔작 《마늘밭의 파수꾼》은 로맨스와 스릴러의 교차로에서 독자의 감정을 교묘히 유린하는 작품이다. 나는 처음 이 소설을 ‘예쁘기만 한 사랑 이야기’쯤으로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건, 정체불명의 살인범과 거액의 현금,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건 바로 ‘연인’이었다.
주인공 유민은 슬럼프에 빠진 미스터리 작가다. 외모·인성·연기력까지 모두 갖춘 ‘완벽한’ 톱스타 남자친구 차이한과 연애 중이지만, 그 완벽함이 오히려 유민의 자존감을 갉아먹는다. 평화를 찾아 떠난 시골 마늘밭에서 그녀는 묘한 단서들—4억 원, 살아 있는 연쇄살인범, 그리고 이한의 기이한 집착—을 마주하고, 사랑이 진실과 의심 사이에서 균열을 일으키기 시작한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느껴지는 건 탄탄한 구성력과 치밀한 복선. 사건은 폭발적이기보단 서서히 끓는 냄비처럼 긴장을 고조시키며 다가온다. 읽는 내내 작가의 첫 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구성의 완급 조절이 탁월하다. 무엇보다 작가는 단서를 주는 방식이 매혹적이다. 아무렇지 않게 툭 던진 문장이 나중에 퍼즐처럼 맞춰질 때의 쾌감이 엄청나다.
이야기 후반, 차이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며 소설은 진정한 ‘이야미스(불쾌한 미스터리)’의 길로 접어든다. 진실이 밝혀질수록 사랑은 부패한 감정처럼 독하게 변한다. 이 책은 단순히 반전을 위한 반전이 아니다. ‘왜 사랑은 때로 가장 위험한 감정인가’를 끈적한 서늘함으로 묻는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제목 ‘마늘밭의 파수꾼’이 품고 있던 진짜 의미를 깨달으며 등골을 스치는 냉기를 느끼게 된다.
《마늘밭의 파수꾼》은 단지 누가 범인인가를 밝히는 이야기가 아니다. 누가 더 사랑했는지, 그 사랑의 무게가 어떻게 사람을 뒤틀리게 만들 수 있는지를 파헤치는, 아주 감정적인 미스터리다. 여름 밤, 서늘한 마늘밭을 거니는 듯한 기분을 느끼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한다.
추천 대상: 서늘한 감정의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 가볍지 않은 로맨스를 찾는 독자, 반전의 묘미를 기대하는 모든 이.
- 컬처블룸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