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죽음을 보는 소녀 ㅣ Numbers 1
레이첼 워드 지음, 장선하 옮김 / 솔출판사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죽은사람(유령)을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책이나 드라마, 영화는 본 적이 있다. 허나 다른 사람들의 죽는 날짜를 정확히 보는 이야기는 읽어 본 적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알려주는 숫자만 보아도 섬뜩하고 무서울텐데 자신과 마주친 사람들의 눈을 통해서 보게 된다면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의 상처와 외로움을 안고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죽음을 보는 소녀'의 주인공 젬은 열다섯의 소녀다. '10102001'의 숫자 표시가 나타난 엄마가 그만 마약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날을 보게 되고 그날에 죽은 엄마를 보면서 숫자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게 된다. 아주 어릴적에는 젬은 아무 생각 없이 사람들에게 보이는 숫자를 말하기도 했지만 엄마의 따끔한 말로 인해서 절대 입 밖에 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은연히 느끼다가 엄마의 죽음으로 인해 확실히 깨닫게 된다.
비밀을 간직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고 엄마의 죽음으로 천애 고아가 된 젬은 여러 시설과 학교를 걸쳐 지금의 양엄마 카렌과 쌍둥이 동생과 같이 산다. 다른 사람과 인연의 끈을 만들고 싶지 않은 젬의 마음과는 달리 학교에서 만난 키 큰 흑인 소년 스파이더(그의 할머니는 테리라고 부름)가 젬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그의 죽는 날짜가 몇주 남지 않은 것을 말하지 못하는 젬은 어느날 스파이더의 초대로 간 그의 집에서 만나게 된 그의 할머니는 젬이 남과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간파하고 그녀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시킨다.
학교에서의 말썽으로 인해 더 겉으로 도는 스파이더와 젬은 런던시내의 관관명소인 런던아이를 찾게 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작은 소동 속에서 젬은 사람들의 이마에 새겨지는 숫자가 모두 똑같다는 사실에 놀라며 스파이더와 함께 급히 그 자리를 피하게 된다. 런던 다리에서 그들은 런던아이의 폭발 사고를 보게 되고 이 모든 것에 의문을 품은 스파이더는 젬을 다그치는데 어쩔 수 없이 젬은 자신이 감추고 있었던 비밀을 털어놓게 된다.
폭발사고가 발생하기 바로 전에 급히 떠나는 모습의 스파이더와 젬은 테러리스트라는 누명을 쓰고 TV 방송과 신문에 보도된다. 자신들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을거란 생각에 급히 떠나기로 결심한 두사람은.....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런던아이에 있던 사람들에게 사실을 말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스파이더의 이 물음은 나 역시 생각해 보게 된다. 죽는 날은 운명 지어져 있다고 한다. 자신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모든 위험에서 물러나 있다고해서 그들이 죽지 않을까? 물론 '죽음을 보는 소녀'은 판타지를 가미한 픽션 소설이다.
가장 위험한 순간에 찾게 되는 가장 좋은 추억속의 장소... 스파이더는 추억속의 장소를 찾아가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위험과 젬과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고 젬은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경찰들을 피해 달아나는데...
젬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간다. 운명을 거스를수도 비켜갈수도 없지만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이며 성숙된 삶을 향해 나아가는 젬... 그녀의 인생에 가장 큰 등불이였던 스파이더와의 만남과 누명을 쓰고 피하는 도중에 만나게 되는 소녀와 교구목사 부인 등... 인생은 정해져 있지만 가족과 의지하며 성실히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해준다.
책도 좋았지만 영화로 나온다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거란 느낌을 받았다. '죽음을 보는 소녀'는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나의 입맛에 딱 맛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