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남자의 물건' 제목부터 심상치가 않다.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이 남자들이 말하는 '자존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으며 저자 김정운씨의 말처럼 여자의 물건하면 떠오르는 것이 많지만 남자는 선뜻 생각나는 것?이 없었다. '노는만큼 성공한다'를 통해서 저자의 유쾌한 이야기를 만난적이 있는데 이번에 나온 '남자의 물건'은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남자들의 외로움, 존재 가치... 삶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여자들의 갱년기 보다 남자의 갱년기가 힘들게 지나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요즘은 너나할것 없이 다들 살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입에 달고 산다. 물가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고 봉급은 크게 오르지도 않으면서 나이들수록 명퇴라는 말에 은근히 신경이 쓰이는 중년의 남자들....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를 집에까지 가져 갔다가는 아내와 아이들에게 눈치가 보이고 자상하고 친구같은 남편과 아버지 역활을 해야 그나마 가정에서 대접 받을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남자의 물건'의 저자 김정운씨는 남자들의 고충을 하나씩 이야기하면서 대한민국 남자들이 얼마나 외롭고 공허한 마음 상태에 놓여 있는지 이야기한다. 시간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듯이 나이들면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몸의 질병이나 건강상태, 공부 잘하는 자식을 두고 싶지만 하루 8시간씩 자는 고3 아들의 모습, 실수로 쏟은 쥬스를 보고 한마디 건네는 아내의 모습, 어여쁜 간호사 팬이 모습 앞에서 받아야하는 검사, 아저씨라는 말에 유달리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는 점이나 자신보다 잘나고 멋진 사람과는 될수 있으면 멀리하는게 행복하다는 조금은 엉뚱한 면을 드러내 보이는 저자의 이야기는 유쾌하면서도 한편으로 대한민국 남자들의 속 마음을 들여다 본것 같아 불편함도 느꼈다. 여자들의 우울증도 심하지만 남자들의 우울증도 상당히 심각하고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스트레스는 높은데 반해 이를 해소할 이야기 상대인 아내는 바쁘고 아이들은 아버지와 거리감이 있다보니 심적으로 더 우울한 기분에 빠져들게 되고 우울증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한다.
2부에서는 각계의 인연이 있는 열두 명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시인이지만 커피 로스팅부터 바리스타가 하는 역활까지 다하며 커피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사랑을 가지고 있는 김갑수 시인이나 영화를 찍을때가 아니면 항상 집에서 혼자 말을 중얼거리며 그림을 그리는 배우 안성기씨.... 그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인지 처음 알았다. 누구보다 커다란 책상을 가지고 싶었다는 이어령 교수님의 책상, 4대나 되는 컴퓨터가 다 다른 용도로 쓰이는 것도 놀라웠고 자식에게 등만 보여줘서 미안하다는 말에는 어쩔 수 없는 지식인인 이여령 교수이지만 대한민국의 평범한 아빠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외에도 단답형의 말만하며 말 수가 적은 문재인씨 등의 이야기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파카 만년필에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비싼 몽블랑 만년필보다 뚜껑이 무거운 파카 만년필을 좋아하는 저자의 이야기도 있다.
남자들 스스로가 아끼는 애장품에 담겨진 이야기를 통해 남자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나는 어떤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니 간단히 따져 보아도 2-3가지는 된다. 이것만 봐도 여자들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옆지기인 남편이 행복해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였는지 떠올려보며 돈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남편의 하나뿐인 사치?인 물건에 대해 잔소리는 하지 않았나 반성도 해본다.
여자들은 감정이 격해지면 울음으로 풀어낼 수가 있지만 남자들이 눈물이 많으면 안된다고 어린 아들에게도 울지 말라고 말했는데 좀 더 자연스런 감정표출 할 기회를 많이 갖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고 힘든 직장 생활로 기운 빠지는 경우도 많은 옆지기에게 힘내라는 응원과 함께 따뜻한 포옹을 해 줄 생각이다. 평소에 생각해보지 않은 남자들의 고민이나 불안, 외로움에 대해 생각도 해보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마음을 알 수 있어 뜻깊은 시간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