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디로 갈까요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2년 3월
평점 :
품절
누구나 이별을 경험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이든 가족간의 이별이든 크고 작은 여러종류의 이별을 경험하며 인생을 살아가게 된다. 이별을 통해서 성숙한다고 말을 하지만 당사자는 이별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가슴 속에 담아두며 계속 끌어 안고 살아가는 경우도 많다. '어디로 갈까요'는 저자 김서령씨의 두번째 작품이라는데 평범한 사람들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총 9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단편소설 안에는 주인공 각자의 이별에 대한 이야기가 다르지만 그들 모두는 이별 형태가 하나같이 쿨하지 못하며 이별의 고통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이별이란 수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런 주인공들의 모습이 내 이야기 같고 주변 사람들 이야기 같아서 더 공감이 가고 수긍하게 된다.
'어디로 갈까요'는 남들 보기에는 근사한 병원에 의사로 일하는 남편의 모습이 좋아보였을지 모르지만 정작 주인공의 자살한 남편은 남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 엄청난 빚을 지고 빚 속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자 자살이란 극단적인 방법을 택하게 된다. 남겨진 아내인 주인공은 남편대신 일해서 갚아야 하는 빚에서 생각을 정리하고자 떠난 여행길에서 그녀를 위로해 주는 민박집 주인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 역시 운영하던 식당의 부도로 인해 도망친 사람이다. 여자는 자신이 살아가야할 곳으로 돌아가야하지만 그곳이 어디인지 헷갈리고 중심을 잡을 수 없다. 자신을 위해서 한번도 살아본적 없는 여자가 남편의 자살로 인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현실을 직시하지만 어디로 가야할지 알 수가 없다.
'거짓말'에서는 24살의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가슴에 멍이 든 여동생과 부모님의 상처에 관한 이야기다. 진실이라 느껴지는 이야기를 듣고서도 아들로 인해 여전히 아픈 삶을 사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여동생은 기꺼이 사건의 진실을 왜곡하고 감추기로 한다. 그것이 아들의 죽음으로 인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라 느꼈기 때문이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부풀리고 왜곡하고 나중에 진실과 헷갈리는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되는 이야기나 쿨하고 당당한 이혼녀이고 싶지만 가슴 속에서는 남편이 떠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여자의 마음이 숨어 있는 이야기, 유쾌한 언변과 사람들을 끄는 여자선배에게 느꼈던 편안함과 헤어짐을 통해 자신이 그녀를 이용한 것은 아닌지 자문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의도되었든 의도하지 못했던 사람과의 관계에서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문제들을 보게 된다. 이 밖에도 단편에서는 이별의 아픔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지는데 살면서 누구나 이별을 경험하게 되는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다.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헌데 커다란 아픔을 겪은 사람들 중에는 그 아픔 속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여전히 머물러 있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어디로 갈까요'는 전부 이별 이야기다. 서툰 이별과 그 이별로 인해서 여전히 아파하고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부담스럽지도 그렇다고 가볍지도 않은 저자만의 감성이 묻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수없이 많은 이별을 하고 살아간다. 나의 이별의 모습은 어떠한지.. 나역시도 이별을 왜곡하고 미화하고 다시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겨울철내내 메마른 거리에 한줄기 봄비같은 잔잔하지만 감성을 자극하는 작품이라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