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지팡이 너머의 세계 - 톰 펠턴 에세이
톰 펠턴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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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영화, 베스트 텐'을 꼽아본 적이 있다. 그때 '해리 포터 시리즈'는 들어가지 않았다. 당시 이미 성인이었고, 극장이 아닌 BTV로 몰아서 보았기에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했다. 전체 시리즈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편은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이고, 그 다음은 〈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다. 솔직히 해리, 헤르미온느, 론 삼인방보다도 시리우스 블랙과 스네이프 교수 같은 어른 배역에 더 공감이 갔다. 그래도 해리 포터 덕질은 여전하다. 화려한 미나리마 에디션도 완결되면 구매할 것이다. 산문집이든 인터뷰집이든 낙서든 그 뭐가 됐든, 해리 포터 삼인방의 책은 당연히 관심 일순위다. 말이 필요없다.

하지만, '드레이코 말포이'라는 악역을 맡은 배우 톰 펠턴의 에세이 《마법 지팡이 너머의 세계》(문학수첩, 2024)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비록 영화 속 비중은 삼인방에 비해 적었지만, 나름 삼인방의 라이벌이자 해리와는 '동전의 양면' 같은 대칭적인 배역이 아니던가 말이다. 어린이 배우로 십 년간 한 시리즈에 헌신한다는 것은 정말 보기드문 소중한 경험이다. 어쩌면 위험천만한 놀라운 경험일 수도 있겠다.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는 연륜 있는 배우들의 삶과 태도에선 위인전처럼 배울 점이 많다. 톰의 에세이도 나름 많은 교훈을 준다.

본인은 적극 거부하지만 분명 톰 펠턴은 천생 배우다. 열성팬들 가운데 사실과 허구, 환상과 현실, 배역과 배우를 구별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 있다. 톰 역시 말포이 캐릭터로 뜬 이상, 팬들의 미움과 비난은 따논 당상이었다. 팬들의 그런 미움과 비난은 오히려 자기 연기에 대한 칭찬의 증거물로 저금되었다. 아, 톰의 가족들 가운데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한 분이 계시다. 바로 할아버지 나이젤 앤스티다. 풍성한 회색 수염을 기르고 있어 꼭 찰스 다윈 같아 보이는데, 톰의 샤프롱으로 촬영장에 따라갔다가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눈에 띄어 호그와트 교수님으로 분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톰은 할리우드 톱스타 조디 포스터와 주윤발과 함께 영화 〈애나 앤드 킹을 찍은 적이 있다. 거기서 조디 포스터의 아들로 나온다.

톰은 가족들, 오디션, 감독과 제작진, 선배 배우와 동료 배우, 촬영장 해프닝 등을 비롯해 여러가지 테마들을 이야기한다. 그리핀도르 삼인방인 대니얼, 에마, 루퍼트와의 오랜 우정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삶의 '평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유명인이 '평범'을 유지하려면 나름 절실한 '노력'이 필요한 법이다. '소년등과일불행(小年登科 一不幸)'이란 말이 있다. 세계적인 유명스타가 된 어린이 배우라면 가장 명심해야 할 말이다.

"해리 포터 세상 바깥에 있을 때면 난 평범한 학교에 다니며 평범한 친구들을 사귀고 평범한 십대가 되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176쪽)

어린 나이에 대중의 주목을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톰은 사람의 마음이 건강해지는 데 필요한 평범성을 소중히 여겼다. 특히 펠턴 사형제 중 막내인 톰에게 세 명의 형들은 평범성의 굳건한 현실적 토양이 되어 주었다. 한마디로, 마법사 세계를 벗어난 톰의 머글 인생은 전혀 슬리데린스럽지 않다. 무대 위의 얼굴과 무대 뒤의 얼굴이 다른 배우들도 있지만, 톰은 한결같은 민낯을 보여주는 그런 담백한 배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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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정한 관찰자가 되기로 했다
이은경 지음 / 서교책방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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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가 운동머리가 있으면 아버지가 팔 걷고 나서고, 자녀가 공부머리가 있으면 어머니가 발벗고 나선다. 그동안 학부모를 관찰해온 내 느낌이다. 자녀가 축구나 골프, 보드 등 운동에 남다른 재능을 보이면, 아버지가 열성 코치처럼 나서는 경우를 제법 보았다. 반면에 자녀의 학교 성적표가 나쁘지 않다면 어머니가 진학상담가처럼 앞장서 자녀의 장래직업으로 의사, 변호사 같은 사자 전문직을 점찍어놓는 경우도 보았다. 부모가 이렇게 열성 개입하는 경우는 자녀가 재능을 보일 때다. 자녀에게 이렇다 할 재능이나 적성이 보이지 않으면, 자녀의 자율성과 개방성을 강조하면서 방목에 가까운 경향을 내세울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에 한국의 엄마들은 거개가 '타이거맘' 유형이다. 타이거맘은 힘과 권위에 기반하여 자식들의 교육과 생활을 틀지우는, 냉정하고 통제적인 양육 스타일을 의미한다. 둘러보면, 교육열이 뜨거운 엘리트 출신의 엄마들이 타이거맘 노선을 지향한다. 타이거맘이란 표현에는 말그대로, 자녀들을 엘리트 스포츠선수처럼 훈육시키는 엄격한 조련사 이미지가 강하다.

하지만 교육열이 나름 뜨겁지만 통제나 지시 스타일이 아니라 보다 개방적이거나 민주적인 양육 스타일을 원하는 학부모의 경우는 어떨까. 그럴 경우, '다정한 관찰자' 유형의 양육법이 어쩌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정한 관찰자는 초등학교 교사 출신의 교육전문가 이은경이 내세우는 부모상이다. 자녀가 기대만큼 잘하지 못해도 섣불리 실망하지 않고, 염려한 대로 게으름을 부려도 실시간으로 감시하거나 지적하지 않고,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봐주는 양육 스타일을 말한다. 여러모로 개성이 뚜렷한 두 아들을 키우는 워킹맘으로서의 양육 경험을 들려주는데, "아이는 대부분 내 기대보다 낮은 점수와 레벨을 들고 온다"는 말이 가슴에 와닿았다. 저자는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는 범생이 큰애와 지적장애를 가진 '금쪽이' 둘째를 키우고 있다.

"아이는 성장하며 지겨울 만큼 계속 실수하고 실패할 것인데, 그때 엄마는 아이를 나무라고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존재가 될 것인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여 끝내 방법을 찾아갈 것인가를 선택할 수 있다."(20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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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끊어내기로 했다 - 내 발목을 잡는 가족에게서 벗어나 죄책감과 수치심에 맞서는 심리학
셰리 캠벨 지음, 제효영 옮김 / 심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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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조심해야 할 악의 수렁은 세 곳이다. 학교, 직장, 그리고 가정. 이중 가장 끊어내기 힘든 악의 수렁이 바로 가정이다. 학교와 직장이 악의 수렁이라면 전학과 이사가 최후의 카드로 쓰일 수 있다. 하지만 해로운 가족과 관계를 완전히 끊는 일은 알콜 중독이나 마약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보다 더욱 어렵고 고통스럽다. 악의 수렁이 된 가정에선 온갖 몹쓸 일들이 노골적으로 자행된다. 정서적 학대와 조종, 경제적 학대, 신체 학대, 성적 학대, 중독과 방임, 자신과 다른 가치나 상반되는 가치를 강요하는 행위, 사생활이 거의 없는 환경, 가족 구성원을 전반적으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 서로에 대한 믿음과 정직함이 없는 관계, 가족 전체가 한 사람을 배척하는 집단행동, 험담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셰리 캠벨은 화재나 지진 같은 심각한 재난 상황에서 구출된 이들을 생존자라고 부르는 것처럼, 사사건건 내 발목을 잡는 해로운 가족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나선 용감한 이들을 '학대 생존자'라고 부른다. 저자는 부모, 형제, 성인 자녀 그 누가 되었든 해로운 가족과의 단절은 자신을 보호하고 해방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단언한다.

"해로운 가족과는 관계를 끊어도 된다. 여러분의 행복에 계속해서 해가 되는 사람은 그게 누구든 관계를 정리해도 된다. 화가 나면 화내도 된다. 자신을 챙기고 필요한 것들을 얻어라. 상대가 용서해달라고 해도 순진하게 다 받아주지 않아도 된다.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한 방식으로 돌봐도 된다. 나를 지키려면 그런 결정을 내려야만 했다고 일일이 이유를 설명할 필요는 없다."(19쪽)

육체적 심리적 학대를 가하는 가족과 스스로 연을 끊은 후에도 여전히 죄책감과 수치심에 시달리는 생존자들이 적지 않다. 과도한 죄책감과 해로운 수치심은 학대의 파괴적인 결과다. 과도한 죄책감은 생존자의 주도성과 소속감을 앗아가고, 해로운 수치심은 자신은 아무런 가치가 없는 존재라는 비이성적인 생각과 굴욕감, 자기혐오를 지속시킨다. 그래서 저자는 발달심리학 이론을 토대로 해로운 수치심과 죄책감에서 벗어나는 점진적 과정을 소개하고, 아울러 '선물과 카드, 경제적 학대, 가족의 질병과 사망' 같은 '2차 가해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조언한다. 일테면 2차 가해를 기억을 되짚어보는 계기로 여기거나 반응하지 말고 침묵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대처법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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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숲 - 신비로운 옛 신전이 품은 26가지 이야기 씨앗 10대를 위한 생각의 숲 시리즈
김헌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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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는 신들의 이야기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은 능력은 지나치게 비인간적인데, 심성과 기질은 지나치게 인간적인 특징이 있다. 가령 신들의 격렬한 사랑과 미움의 수준은 인간의 정상성을 넘어서는 과한 측면이 있고, 분노와 저주는 거의 개막장 드라마보다 더한 추한 꼴을 드러내곤 한다. 샘물에 비친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된 사냥꾼 나르키소스의 자기애나 살벌하게 번개를 내던지는 진노한 제우스의 경우를 떠올려보라.

유명한 신화학자 조지프 캠벨에 따르면, "신화는 상징적 이미지와 이야기가 결합된 것이다." 여기서 상징적 이미지는 인간의 본성과 인간의 욕망을 보여주는 원초적 상징적 이미지를 말한다. 가령 우리가 삶에서 바라는 것, 두려워하는 것,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들을 여러 신들의 모습과 이야기를 통해 그려낸 것이 바로 신화다.

20년 넘게 그리스 로마 신화를 강의해 온 서양 고전학자 김헌은 신화가 결국은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끔 돕는 거울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크게 세 가지 테마의 신화를 들려주는데, '신비롭고 아름다운 신화 속 사랑 이야기', '무시무시한 분노로 가득 찬 신의 저주 그리고 재앙', 끝으로 '스스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용감한 자들'이다. 청소년 수준에 맞춘 교양서라 그런지 몰라도, 이야기마다 뭔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이 하나씩 따라붙는다. 가령 에코와 나르키소스의 이야기에 "다른 사람의 기준을 따르기만 하는 에코의 비극", "타인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지나친 자기애" 같은 교훈을 덧붙였다.

신화는 세상 만물의 기원에 대한 고대인들의 지혜와 상상력이 녹아있는 이야기 보따리다. 이를 어떤 것이 생겨난 기원의 이유나 연유를 담아낸 이야기라는 뜻에서 '연기 설화' 또는 '연기 신화'라고 부른다. 연기 신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변신'과 '되기'에 있다. 일테면 월계수는 아폴론으로부터 도망치던 다프네가 변신해서 생긴 것이고, 샘가의 노란 수선화는 나르키소스가 녹아내려 피어난 것이고, 메아리는 나르키소스를 짝사랑하던 에코의 목소리가 남은 것이라는 식의 신화적 설명이 대표적이다. 나는 대모신 가이아를 비롯해 이런 식의 신화적 설명이 지구온난화 같은 현대의 심각한 생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고대인의 거룩한 사유방식을 보여준다고 믿는다. 합리성을 중시하고 이분법과 동일성 철학에 길들여진 근대인의 인식과는 다른 차원의 인문적 상상력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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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로 말하는 사람들 - 최고의 퍼포먼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성장의 모멘텀 시리즈 1
안데르스 에릭손 외 27인 지음, 신예용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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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다보면 크고 작은 성공과 실패를 겪곤 한다. 이런 게 소시민의 삶이다. 하지만 때론 매우 높은 성과, 탁월한 성과를 거둬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는 이들도 있다. 세계 정상급 재벌, 노벨상 수상자, 올림픽 메달리스트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들은 백 년에 한 명 나올까말까 한다는 소수자일 수도 있다. 비즈니스, 과학과 예술, 스포츠 등 분야에서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거둔 이들은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궁금하다면 《성과로 말하는 사람들》(세종서적, 2024)을 펼쳐보시라. 개인의 잠재력 및 능력 개발, 리더십, 조직심리, 조직행동 등을 연구한 세계적인 석학과 멘토들이 높은 성과를 내기 위한 비법을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최고의 퍼포먼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예술과 스포츠 분야에선 의도적인 반복 훈련을 강조한 '1만 시간의 법칙'이 통용된다. 피아노와 야구를 떠올려보라. 모차르트와 오타니 쇼헤이를 떠올려보라. 눈에 보이는 실패와 실수를 통해 뭔가 개선하고 배워나가는 대표 분야가 예술과 스포츠다. '1만 시간의 법칙'을 처음으로 제시한 이는 스웨덴 심리학자 안데르스 에릭손이다. 진정한 전문가는 다음 세 가지 기준을 충족시킨다. 첫째, 동료보다 지속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둘째, 구체적인 결과를 내야 한다. 마지막으로, 진정한 전문성은 실험실에서 재현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가는 또한 '전문성의 함정'을 피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우물 안의 개구리 같은 '전문가 바보' 소리를 듣는다. 경영학자 시드니 핑켈스타인은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이 전문성의 함정에 빠지는 이유는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똑똑해야 한다거나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기존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겸손함을 기르고 자신의 지적 한계를 상기해야 한다."(208쪽)

전문성의 함정에 빠졌다는 적신호가 있다. 가령 "업계의 새로운 기술이나 접근 방식에 익숙하지 않다", "의사결정을 내릴 때 앞으로 생길 기회보다 발생할 위험에 더 집중한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예전과 똑같은 전략과 전술을 계속 제안한다", "완전히 새로운 솔루션을 개척하기보다 기존의 솔루션을 더욱 정밀하게 개선하려 노력한다" 등이다. 전문성의 함정을 피하는 세 가지 처방전을 제시하는데, '스스로의 전문성에 도전하라', '신선한 아이디어를 추구하라', '실험주의를 수용하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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