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당신의 머릿속에는 부모가 산다 - 세상의 모든 자식을 위한 홀로서기 심리학
하시가이 고지 지음, 황초롱 옮김 / 더퀘스트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부모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살면서 만나는 인연 가운데 가장 소중한 인연이 바로 부모다. 부모는 우리 인생에 힘과 위안과 격려와 용기를 줄 수도 있지만, 힘과 용기를 빼앗을 수도 있고 좌절시킬 수도 있다. 무관심한 아빠와 이기적인 엄마가 자녀의 인생을 비참하게 만드는 원흉이 되기도 한다. 부모와 큰 갈등이 없는 사람도, 어린 시절 트라우마가 없는 사람도 모두 머릿속에서는 여전히 부모에게서 휘둘리고 있었다. 특히 가부장적 문화에 길들여진 한국 가정의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끼치는 선한 영향력보다 나쁜 영향력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근 '부모 자격증'을 주장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는데, 나 역시 크게 공감하는 바다. 

부모에게 응어리가 없는 자녀도 있을까. 오죽하면 '자녀는 부모 전생의 원수'라는 말이 있겠는가. 물론 '신이 모든 사람에게 다 갈 수 없어서 대신 엄마를 만들어 보냈다'는 예쁜 말도 있지만, 아무튼 아들은 아빠에게, 딸은 엄마에게 어떤 응어리가 있을 확률이 높다. 일본의 베테랑 상담심리사 하시가이 고지는 "인생의 모든 문제의 뿌리에는 부모가 있다"며, 우리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부모의 모습을 '머릿속 부모'라고 부른다. 그리고 자녀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를 풀어주기 위해서 '머릿속 부모 바로잡기'라는 치료 프로그램을 제시한다. 

사람의 정신 체계는 의식, 잠재의식, 무의식의 계층 구조인데, 머릿속 부모는 잠재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지대인 '메타무의식' 자리에 도사리고 있다. 저자는 메타무의식이 우리의 모든 것을 제어하는 영역, "잠재의식을 담는 그릇"이라고 강조하면서, 인생을 결정하는 메타무의식의 유형 열두 가지를 소개한다. 대부분의 메타무의식은 어머니 배 속에 있을 때와 유소년기의 경험으로 구성되는데, 어린 시절 부모와의 뒤틀린 상호작용에서 누적된 머릿속 부모가 그 핵심이다. 


열등감, 분노, 불안, 우울은 물론, 비합리적인 사고방식, 나쁜 습관, 대인갈등과 반복되는 실수의 원인이 머릿속 부모이기에, 따라서 '머릿속 아버지'와 '머릿속 어머니'를 의식적으로 살펴서 부정적인 기제를 바로잡는 일련의 연습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머릿속 부모를 다시 키우면 현실의 부모도 바뀐다"는 저자의 확고한 주장이 매우 고무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사이 몽고메리 지음, 승영조 옮김, 남종영 감수 / 돌고래 / 2022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마존을 떠올리면 으레 신비한 여전사나 독충들이 우글거리는 밀림, 황금 도시 엘도라도가 떠오른다. 지구환경과 생태학에 약간의 관심이 있다면 아마존이 지구별의 허파 노릇을 한다는 것쯤은 상식일 것이다. 허나, 아마존 돌고래의 존재를 떠올리는 독자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동안 바다 돌고래의 존재만 알고 있었던 나 같은 독자라면, 민물 돌고래가 존재한다는 사실에 조금 당황했을 법도 하다. 그것도 익히 알던 회색빛 돌고래가 아니라 분홍빛 몸통을 지닌 돌고래라면 말이다. 나는 세계적인 동물 생태학자 사이 몽고메리의 글을 통해 처음으로 분홍돌고래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이 책은 현지인에게 '보투'라 불리는 아마존강돌고래의 인문과학적 탐사기이자, 아마존 유역의 난개발의 실상과 그 심각한 폐해를 고발하는 르포르타주다. 분홍돌고래의 생김새를 놓고 미국의 부부 과학자 데이비드 콜드웰과 멜바 콜드웰은 "구슬 같은 눈, 곱사등, 긴 주둥이, 느슨한 피부를 지닌 고대의 유물"이라고 묘사했다. 보투를 만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대는 동틀 녁과 해 질 녁이다. 저자는 보투의 행동패턴이나 소통방식 등에 대한 과학적 관찰연구도 들려주고, 현지인들의 전설과 민담을 속삭여주기도 한다. 아마존 전설에 따르면, 분홍돌고래가 사람들을 유혹하고 유괴하고 영혼을 빼앗아간다고. 인어와 같은 생김새를 지닌 분홍돌고래를 낯설고 위험한 외지 남자처럼 그리고 있는 게 인상적이다. '전설의 고향'에 나오는 여우는 남자의 생간을 탐하는 불여시처럼 그려지는데, 보투와 여우는 묘하게 대조적이다. 

아마존은 자연 생태계의 생물다양성과 복잡성으로도 유명하지만, 환경 파괴와 자원 유출로도 악명이 높다. 풍부한 자원과 이득이 있는 곳에 무차별적 착취와 폭력이 있기 마련이다. 강 사방에 쓰레기가 널려 있는 모습은 보투를 찾아 다니는 여정의 일상적 배경이다. 비닐봉지, 스프레이 깡통과 콜라병, 기름통, 술통들이 둥둥 떠다니는 모습은 인간이 자연 생태계에 얼마나 해악을 끼치는 존재인지 상기시켜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0대가 알아야 할 프로그래밍과 코딩 이야기 - 10대를 위한 최고의 프로그래밍·코딩 입문서
우혁.이설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로그래머만 프로그래밍하는 시대는 지났다." 가까운 미래에는 프로그래밍 기술과 코딩 능력이 우리 모두가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 될 것이다. 전산학과나 컴퓨터공학과 같은 특정 학과를 나와야만 프로그래밍과 코딩의 귀재가 될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은 초등학교 저학년도 방과후 수업에서 코딩을 배우는 시대다. 미래 IT 세상의 패러다임을 혁신하려면 프로그래밍과 코딩 지식은 필수적이다. 가령 마크 저커버그는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프로그래밍과 코딩 기술을 배울 수 있었는데, 이는 학부 시절에 페이스북을 창업할 수 있는 단단한 씨앗지식이 되었다. 

시중에 나온 프로그래밍과 코딩 서적은 거개가 벽돌처럼 두껍기 마련인데, 이 책은 10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입문서라서 그런진 몰라도 얇아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오죽하면 제3장 제목이 "한 시간에 끝내는 프로그래밍 이야기"다. 제4차산업 교양도서답게 컴퓨터의 진화사는 물론 프로그램과 알고리즘, 인공지능 등 프로그램 관련 용어들에 대해 설명하고, 파이썬 프로그램을 통해 간단한 코딩까지 맛볼 수 있게 했다. 

프로그래밍이란 "어떠한 문제를 컴퓨터가 해결하도록 내리는 명령을 시간의 순서에 따라 코드로 작성하는 과정"이다. 최초의 프로그래머로 인정받는 인물은 영국의 유명한 시인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딸이기도 한 에이다 러브레이스 백작 부인이다. 컴퓨터가 발명되기 이전인데, 에이다는 찰스 베비지의 해석 기관을 컴퓨터상에서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알고리즘으로 설명했다. 1981년에 제정된 '에이다 러브레이스 상'은 과학과 기술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여성에게 주어진다.

대표적인 프로그래밍 언어로는 C 언어, 자바스크립트, 파이썬 등이 있다. 프로그래머를 대신하여 프로그래밍을 자동화하는 것을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인공지능을 개발하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파이썬이다. 파이썬은 1991년 네덜란드의 프로그래머 귀도 반 로섬이 만들었다. 파이썬이란 이름은 로섬이 좋아하던 영국의 6인조 코미디 그룹 '몬티 파이썬'에서 유래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철학자와 달리기 -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마크 롤랜즈 지음, 강수희 옮김 / 유노책주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달리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나는 생각을 멈추기 위해, 마음을 비우기 위해 달린다. 건강이나 '러너스 하이'를 위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말그대로 무념무상의 상태를 지속하고 싶어서 달린다. 한때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해 한밤중에 언덕길을 달린 적이 있다. 그때 마주친 들개떼들이 얼마나 무섭던지 혼비백산까지는 아니지만 가슴이 철렁한 적이 있다. 아무튼, 달리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지는 느낌이 든다. 중압감을 덜어내는 데 달리기만한 게 없다. 특히 장거리 달리기는 상실의 슬픔과 패배의 고통을 이기는 특효약이다.

철학자 마크 롤랜즈는 달리기의 도구적 가치(가령 건강, 장수, 활력, 젊음)보다 본질적 가치에 더욱 주목한다. 나는 달리면서 만트라를 외우던가 아무 잡념없이 그냥 달리는데, 저자는 늑대개 브레닌을 비롯한 여러 견공들과 함께 내달리고 또한 달리면서 자유, 노화, 놀이 등 인생의 의미와 가치와 연관된 철학적 테마를 사색한다. 더욱 놀라운 점은, 본인의 장거리 달리기 체험을 특정 철학자의 시간대로 구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스피노자기, 데카르트기, 흄기, 사르트르기가 그러하다. 무척 튀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달릴 때 우리가 겪게 되는 내면 풍경의 변화, 가령 육체와 정신의 연장선에서 '정신'으로, 그다음은 '사유'로 축소되고 결국 무(無)로 텅 비워지는 단계를 가리킨다.

저자의 여러 철학적 논의들 가운데, 나는 달리기의 본질을 '놀이'로 본 것이 유독 가슴에 와닿았다. 달리기가 놀이가 될 때, 그저 순수하게 달리기 위해 달릴 때 가장 가치 있다는 데 공감한다. 캐나다 철학자 버나드 슈츠는 놀이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덜 효율적인 방법을 선택하는 활동"이라고 정의했다. 어떤 행동이 놀이가 되는 것은 순전히 그 자체를 위해 그 행동을 할 때다. 비록 놀이의 기능이 이후 삶에서 필요한 어떤 기능을 연마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놀이다. 독일 철학자 모리츠 슐리크는 놀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을 놀이로 바꾸는 것은 순수한 창조의 기쁨, 활동에 대한 열정 그리고 움직임에 대한 몰두이다. 거의 언제나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는 위대한 마법이 있으니, 바로 리듬이다. 분명 이러한 리듬은 외부적, 의도적으로 그 활동에 유도되거나 인위적으로 수반하지 않고 그 행동의 특성과 자연적인 형태로부터 자발적으로 도출될 때 완벽하게 작용한다."(162쪽)

확실히 달리기는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좋은 방법이다. "중요한 것은 안락한 삶이 아니라 충만한 삶이다." 법정 스님의 이 말씀을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하는데, 비록 달리기 마니아는 아니지만, 달리기가 충만한 삶을 위한 효과적인 디딤돌이라고 믿는다. 미국의 마라토너 이언 톰슨은 이런 말을 남겼다. "나는 행복하기 때문에 달리고, 달리기 때문에 행복하다. 이 과정을 통해 가장 순수한 나를 만난다. 달리기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즈의 마법사 어린이작가정신 클래식 4
라이먼 프랭크 바움 지음, 리즈베트 츠베르거 그림, 한상남 옮김 / 어린이작가정신 / 2022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고전은 씹을수록 맛이 난다. 미국 작가 라이먼 프랭크 바움의 『오즈의 마법사』는 그런 맛깔나는 고전 동화다. 어린 독자들에게 한결같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는 출발, 입문, 귀환의 영웅 서사적 구도다. 도로시 일행의 여정은 자기이해를 향한 모험이기도 하고, 심리학에서 말하는 자아 발달 요소와도 얼마간 맞물려 있다. 도로시가 차례대로 만나는 캐릭터인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는 보통 지식, 사랑, 힘과 용기를 대변하는데, 이는 개인 양심의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두 번째는 등장인물이 품고 있는 풍부한 상징성이다. 가령 정치경제학적 상징을 덧씌우면, 도로시는 평범한 미국 시민을 상징하고, 허수아비는 농부, 양철 나무꾼은 공장 노동자, 겁쟁이 사자는 정치인, 동쪽 마녀는 은행가와 자본가를 상징한다. 자기계발적 차원에서 사랑과 지혜, 용기 등 양심 덕목을 일깨우고 있어 이야기 본래의 인성 교육적 가치가 높다. 그냥 인의예지신 같은 덕목만 강조했다면 시골 훈장의 구닥다리 훈계와 다를 바 없겠지만, 허수아비, 양철 나무꾼, 사자와 같은 인상적인 우화적 캐릭터를 등장시켜 색다른 재미와 심리 역동성을 제공한다. 허수아비는 똑똑한 두뇌를, 양철 나무꾼은 따뜻한 심장을, 겁쟁이 사자는 용기를 가지려고 하지만, 이들 모두 원하는 것을 이미 갖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상태다. 자기무지 혹은 자기신뢰의 결여 측면에선 도로시도 이들과 다를 바 없다. 

세 번째는 보드 게임과 같은 오락 측면이다. 해리포터 시리즈처럼 마법사와 마녀가 나오는 환상 이야기인 점도 어린 독자들의 흥미와 시선을 잡아 끌지만,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는 노란색 벽돌길은 모험 미션이 주어지는 보드 게임판과 다를 바 없다. 독자와 도로시 일행은 게임 플레이어가 되어, 닥친 위기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기 안에 잠재된 능력과 재능을 깨닫게 된다. 도로시 일행을 방해하는 훼방꾼 세력으로 사악한 마녀, 곰의 몸뚱이에 호랑이 머리를 한 괴물, 날개 달린 원숭이들이 등장한다. 역사적 맥락에서 본다면, 에메랄드 시티로 향하는 노란 벽돌길은 당시 금본위제를 상징한다고 한다. 

그동안 다양한 판본을 접했다. 매번 느끼는 바지만, 고전 동화는 번역보다도 그림체가 개성과 스타일을 결정짓는다. 이번엔 오스트리아의 일러스트레이터 리즈베트 츠베르거의 그림이었는데, 솔직히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특히 허수아비와 도로시의 모습은 너무 엇나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전형적 이미지를 벗어났다. 지식과 농부를 상징하는 허수아비가 너무 병적으로 부풀어올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