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머슨의 자기 확신에 관하여
랄프 왈도 에머슨 지음, 솝희 옮김 / 레디투다이브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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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은 19세기 미국의 유명한 사상가이자 시인이다. 에머슨은 저서와 강연을 통해 초월주의 철학을 전파했고 남녀평등과 노예제 폐지를 주장했다. 초월주의 운동의 특색으로는 낭만적 개인주의, 윤리적 이상주의, 실험적 공동체주의, 범신론적 영성주의를 꼽을 수 있다. 초월주의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터 휘트먼 등에 깊은 영향을 주었고, 미국 민주주의의 정신적 바탕이 되었다.

《에머슨의 자기 확신에 관하여》(레디투다이브, 2025)는 에머슨의 대표 인생론이다. 자기신뢰, 보상, 정신의 법칙, 사랑, 우정, 신중함, 초영혼, 지성 등 굵직한 테마에 관한 통찰력 있는 사유와 가치관을 보여준다. 특히 에머슨은 자기신뢰를 자기성찰과 위대한 지성의 근본 토대로 강조한다. 자기신뢰야말로 주체성과 홀로서기, 성찰과 인생 실험의 토대인 것이다. 소크라테스, 예수, 루터, 코페르니쿠스, 갈릴레오, 뉴턴 등과 같은 위대한 존재는 자기신뢰의 화신이었다.

"세상의 기준에 따라 사는 것은 쉽다. 자기 자신의 뜻에 따라 고독하게 사는 것도 쉽다. 그러나 위대한 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완벽하게 차분한 마음으로 온전히 독립성을 유지하는 사람이다."(25쪽)

삶은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고, 관습이나 상식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에머슨은 세상 논리나 상식의 틀에 순응하지 말고, 남을 모방하지 말고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하라며 주체성의 힘을 강조한다. 한걸음 더 나아가 에머슨은 생각의 일관성을 쓰레기통에 내버리라고 말한다.

"미련한 일관성은 소인배의 근심거리이며, 편협한 정치인이나 철학자, 혹은 성직자가 받드는 것이다. 위대한 영혼은 일관성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는 차라리 벽에 드리운 자신의 그림자를 염려하는 편이 낫다. 지금은 지금 생각하는 바를 단호하게 말하고, 내일은 내일 생각하는 바를 단호히 말하라. 그것이 비록 오늘 말한 모든 것들과 모순을 이룬다고 해도."(31쪽)

"우리는 세상을 홀로 걷고 있다." 에머슨은 이처럼 철저한 개인주의를 강조한다. 하지만 동시에 사랑과 우정 같은 사회적 관계가 삶의 행복에 필수적인 조건임을 강조한다. 사랑의 열정이 "세상을 다시 만들고, 만물에 활기와 의미를 불어넣는다"라고 말하면서, "사랑의 고통에 비할 만한 쾌락은 없다"라며 낭만적인 사랑의 정취를 찬미한다. 한편, 벗이야말로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라면서 참된 우정을 구성하는 두 가지 요소로 '진솔함'과 '다정함'을 강조한다. 니체의 표현을 빌면, "우정은 우리의 영혼을 확장시키는 힘이다." 에머슨이 보기에, "우정의 본질은 온전함, 완전한 아량, 신뢰이다." 단단한 우정의 완성은 사랑의 달콤한 결실과 마찬가지로 더할 나위 없는 지고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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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지향성 - 성공한 사람들이 지키는 12가지 원칙
존 R. 마일스 지음, 임지연 옮김 / 오픈도어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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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과 행복을 위한 외재적 요소와 내재적 요소가 있다. 열정, 끈기, 회복력 같은 것은 잘 알려진 내재적 요소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우리네 속담은 성공의 내재적 요소가 외재적 요소보다 중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실어준다. 동기부여 전문가 존 마일스의 《성장지향성》(오픈도어북스, 2025)도 성공과 자기실현을 위한 내재적 요소에 주목한 자기계발서다.

저자는 일단 마인드셋의 차원에서 안정지향성과 성장지향성을 구분한다. 성장지향성을 너무 강조하고 싶은 나머지 틀에 박힌 현실에 안주하는 '핀볼 생활'로 묘사되는 안정지향적 삶의 단점만을 부각시키고 있어, 상황과 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안정지향성이 가져올 수도 있는 나름의 장점은 무시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남는다. 그리고 열망, 야망, 행동에 기반한 성장지향성을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구심 원리로 삼는다는 점에서 서부 개척 정신을 연상시키는 전형적인 미국식 자기계발 서사를 보여준다.

대다수 사람들은 물질적 부와 외적인 성취, 사회적 인지도, 명예 등을 성공과 동일시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성공의 화려한 외재적 요소보다는 열정, 목적, 진정성으로 가득 찬 진지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목적의식을 더욱 강조한다. 외부의 잣대에 휘둘리지 말고 내면의 열정을 발견하고, 관계와 영향력을 강화하는 의미있는 관계를 구축하고, 개인적인 건강과 멘탈 웰빙 같은 자기실현을 위한 내재적 요소에 더욱 집중하라고 요구한다. 성장지향성의 사고방식 뿐만 아니라 행동양식과 성장의 단계까지 고려하고 있는데, 오프라 윈프리, 드웨인 존슨, 스티브 잡스, 일론 머스크 등 유명 인사의 사례를 참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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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마음의 주인으로 살고 있는가 - 기울어진 삶의 중심축을 다시 세우는 동양 고전의 말들
하승현 지음 / 생각지도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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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책상 눈높이 위치에 '공생시도'라는 문구가 붙어 있다. '더불어 사는 것이 (바른) 길'이라는 뜻을 날마다 되새기고 있다. 신영복 선생의 글씨체다. 맹렬히 공부하는 누구나 이처럼 자기 책상 앞에 꿈과 각오를 되새기는 만트라 같은 글귀가 있을 것이다. 조선 시대의 유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조선의 유자들은 잠(箴)과 명(銘)의 형식으로 처세의 교훈과 경계가 될 만한 내용들을 써붙여 심신 수양의 기준으로 삼곤 했다. 어디 그뿐이랴. 잠명은 구약성경의 잠언이나 철학적 아포리즘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문학적 장르이기도 하다. 가령 송나라 때 유학자인 진백의 〈숙흥야매잠〉, 주자의 〈경재잠〉과 〈사물잠〉, 장재의 〈서명〉 등이 대표적이다.

고전번역가 하승현은 조선시대 유자의 문집에서 그러한 잠명의 글귀를 가려 뽑았다. 텍스트로 『계곡집』, 『존재집』, 『격몽요결』, 『졸재집』, 『목민심서』, 『담헌서』 등 43권이나 된다. 성리학의 도와 심신수양의 지혜를 담은 글귀를 주제에 따라 다섯 갈래로 묶었는데, 각각 "마음을 다스리고, 자신을 갈고 닦는 학문에 힘쓰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나쁜 습관을 끊고, 일상을 평화롭게 유지하는 것"이다.

조선 중기의 유학자 송익필은 『구봉집』에서 "나의 하늘을 즐길 수 있게 되면, 남과 함께 하늘을 즐기게 되리"라는 문구를 남겼는데, 공교롭게도 내가 앞서 언급한 '공생시도'와 통하는 바가 적지 않다. 군자의 경지를 보여준 절묘한 아포리즘이 아닐 수 없다. 잡념을 거두고 마음의 본원으로 돌아가면, 자기 수양의 소체 차원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삶까지 윤택하게 하는 이른바 대동사상의 대체 차원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 분명하다. 이것이야말로 한국철학의 기본정신이라 할 수 있는 일심(一心)의 오묘한 경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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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 경영자의 조건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수경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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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불편하지만 일단 알고 나면 매우 편리한 생활의 지혜 가운데 '삼의 원리'가 있다. 올림픽 시합의 금·은·동 메달 순위처럼, 뭐든지 하여간 세 가지로 귀결하면 편해지는 원리다. 특히 '삼의 원리'는 아이디어 구상이나 문제 해결 발상에 효과적이라고 소문이 났다. 독서 메모나 자료 정리를 할 때 내용의 중요도에 따라 각각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삼색 볼펜을 이용하는 것도 삼의 원리에 기반하고, 글쓰기 얼개를 잡을 때 세 가지 아이디어를 키워드로 삼아 써내려가는 것도 그러하다.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삼의 원리'의 열혈 신도이면서 충실한 전도사다. 대표작 《일류의 조건》에서도 숙달에 이르기 위한 근본적인 힘으로 '훔치는 힘, 요약하는 힘, 추진하는 힘' 세 가지를 강조한 바 있다. 어떤 분야든 일류가 되려면 '삼의 원리'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후속작 《일류 경영자의 조건》에선 삼의 원리에서 벗어났다. 비즈니스 현장에서 일류 경영자가 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언급하고 있는데, '각색하고 응용하는 힘, 이미지화하는 힘, 낭비를 없애는 힘, 매뉴얼을 훔치는 힘, 여백을 만드는 힘'이다. 어허, 스스로 아주 쓸모있는 삼의 원리를 위반하고 있다. 그래서그런지 전반적인 글의 긴장감이 늘어진다는 약점이 보인다.

저자는 일류 경영자를 만드는 다섯 가지 조건의 실제 사례로 다수의 텍스트를 참조한다. 가령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저서 《연전연패》, 호텔 경영의 신 구보야마 데쓰오의 《프로젝트 호텔》, 자동차 제조업체 도요타의 생산 시스템을 다룬 《도요타식 개선력》, 19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큰 인기를 누린 매거진하우스의 취향 잡지 <뽀빠이>의 편집 과정을 소개한 《증언구성-뽀빠이의 시대》, 스티븐 킹의 소설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 아폴로 13호 무사 귀환 일화를 다룬 《아폴로 13호, 기적의 생환》, 일본 철도 시스템과 열차 운행표의 특성, 기관사의 일화를 소개한 《정시 출발》 등이다.

저자는 각색하고 응용하는 힘을 예시하기 위해서 안도 다다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안도 다다오는 일본 도시 오사카의 교외에 빛의 교회를 세웠는데, 이는 스위스 출신 건축가 르코르뷔지에의 롱샹성당을 각색하고 응용한 결과다. 낭비를 없애는 힘을 예시하기 위한 사례로 도요타식 생산 공정과 개선 방법을 자세히 살펴보고, 매뉴얼을 훔치는 힘을 설명하기 위해 일본에서 '호텔 경영의 신'으로 통하는 구보야마 데쓰오가 맥도날드 매뉴얼을 훔치고 싶어한 사례를 소개한다. 그리고 여백을 만드는 힘을 예시하는 케이스로 잡지 《뽀빠이》 편집진의 경우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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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
비르지니 그리말디 지음, 지연리 옮김 / 저녁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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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소설가 비르지니 그리말디의 《펠리시타 호가 곧 출발합니다》(저녁달, 2025)는 100일간의 크루즈 세계여행을 무대로 펼쳐지는 여자 세 명(마리, 안, 카미유)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자기성장 이야기다. 화려한 크루즈 여행의 테마는 얄굿게도 '고독 속의 세계일주'다. 여행객들은 다섯 개의 대륙을 지나고 서른 개가 넘는 나라를 방문하게 된다. 여행객 대다수가 사별이나 이별 등 친밀 관계에서 온 내면의 상처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나홀로 탑승했다. 물론 어디나 예외는 있는 법이다.

사십대 전업주부인 마리는 바람둥이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고 배에 올랐다. 육십대의 안은 소심한 성격으로, 오랜 배우자와 헤어지는 아픔과 분리 불안을 견디기 위해서 배에 올랐다. 그리고 이십대의 자유분방한 카미유는 꿩 먹고 알 먹기 위해서 배에 올랐다. 전 세계 남자들을 유혹한다는 야심찬 로망을 이루기 위해서, 그리고 그런 대담한 로맨스를 칼럼에 기고하기 위해서다.

세 여자 모두 자신의 제대로 된 짝을 찾게 된다는 점에서 낭만적인 로맨스 공식에 충실하다. 특히 마리가 만난 영혼의 짝은 첫인상이 영 아닌 츤데레 스타일이다. 하지만 둘이 삐끄덕대며 일으킨 사랑의 스파크가 그리 강열하지 않다는 게 흠이라면 흠이랄까. 서로 똑같이 한 가수를 무척 추앙한다는 점이나 노래 가사를 매개로 한 러브레터의 교환은 다소 유치한 면도 있다. 크루즈 선내 방침상 나홀로 여행을 유지해야 하기에 '연애 금지'라는 금칙이 있다. 하지만, 너무나 깨지기 쉬운, 그래서 결국 말썽을 일으키는 꽤나 신파스런 금칙이 아닐 수 없다.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미드 '섹스 앤 더 시티'의 다이제스트판을 닮았다. 마리와 안이 보수적인 샬롯과 사업가 기질이 있는 미란다를 반씩 닮았다면, 카미유는 연애에 거침없는 사만다와 자기욕구에 충실한 캐리의 화신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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