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의 힘 - 말, 태도, 생각을 품위 있게 바꾸는 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김한나 옮김 / 유노책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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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과 지성은 다다익선이다. 교양이란 무엇인가. 일본의 지식인 데구치 하루아키는 교양을 이렇게 정의했다. "교양이란 인생을 살아가며 느끼는 두근거림, 재미, 즐거움을 늘리기 위한 수단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대중지식인 사이토 다카시는 교양과 지성은 갖추면 갖출수록 더욱더 인생을 지적이고, 열정적이고, 창조적인 축제처럼 바꾸는 힘이 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교양의 힘을 키우는 방법으로 독서, 인간관계, 창작 세 가지를 제시한다. 

교양의 힘을 키우는 밑바탕은 독서와 같은 지적인 생활습관이다. 향상심과 향학심을 갖고서 독서에 열중하는 것이 교양을 쌓는 기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힌다"는 안중근 의사의 말씀을 어릴 때부터 명심한 이들이라면 분명 어엿한 교양인으로 컸을 것이다. 지성으로 평가나 불만을 뛰어넘겠다는 정신이 언제나 필요하다. 지식이 없으면 창조성도 나오지 않는다. 또한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란 말처럼, 또한 아는 만큼 재미나게 즐길 수 있는 법이다. 교양의 기본이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이라면, 교양의 결정체는 암묵지, 이를테면 미야모토 무사시 같은 전설적인 검객이나 박지성과 손흥민과 같은 축구 선수의 고도의 '신체적인 지성'에 녹아든 '단련, 궁리, 음미'가 아닐까 싶다. 

교양의 힘을 키우는 두 번째 방법은 선생과 멘토 같은 올바른 인간관계를 통해 소통력과 공감력을 키우는 것이다. 대중적인 인물 평가에 외모와 경제력은 남녀를 막론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외모와 경제력은 교양인의 필요조건이 아니다. 교양인의 자질과 덕목은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인 것, 외적인 것보다 내적인 면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천적인 면과 내적인 자질은 인간관계를 경영하는 태도나 자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령 어른다운 품격이나 친절한 배려의 모습, 인간적 매력 등이 그러하다. 

교양의 힘을 키우는 세 번째 방법은 창작이다. 능동적으로 결과물 혹은 창작물까지 만들어 낼 수 있어야 진정한 교양인이다. 창조적이고 지적으로 사는 최소 조건은 일단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러니 글쓰기 전에 이런저런 자료를 모으기 위해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일단은 엉덩이의 힘에 기대어 쓰기부터 빨리 시작해야 한다. 창조적인 삶은 난관을 극복할 수 있는 재치와 자기 머리로 생각하는 독창성이 중요하다. 인터넷에 떠도는 인기 콘텐츠나 출처 불명의 잡다한 자료는 오히려 창작과정의 장애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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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기와 반창고 - 어린이를 위한 의학 지식 사전
메이커 보르더만 지음, 벤저민 르로이 그림, 정신재 옮김, 김지은 감수 / 산수야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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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눈물샘이 막혀서 이비인후과에 잠시 다닌 적이 있다. 그때마다 코에 뭔가를 주입해서 눈물콧물 쥐어짜내던 고달픈 경험을 하곤 했다. 당시 초등고학년생이었지만 그때만해도 어린이를 위한 의학 지식을 담은 책이 거의 전무했기에 이렇다할 유용한 정보를 얻을 길이 전혀 없었다. 가령 눈물샘이 무엇인지, 무슨 기능이 있는지, 그리고 왜 막혔는지에 대해 전혀 모르고 무작정 치료를 받았다. 치과보단 덜 무섭지만 그래도 턱에 양철통을 받히고 호스로 식염수가 쭉 들어갈 때마다 오싹한 느낌이 들곤 했다. 지금 돌이켜봐도 꽤나 불쾌하고 추하고 무력한 환자의 느낌이랄까.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이 있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풍부한 아이들에게 더욱 유익한 명언이 아닐까 싶다. 한밤중에 고열이 나거나, 성장통으로 인해 뼈가 쑤시거나, 먹다가 체했거나 구토를 할 때, 발목을 접질렀거나 이빨에 충치가 생겼거나 할 때마다 쉽고 정확한 정보는 부모와 아이의 두려움과 불안과 같은 거추장스러운 감정 소모를 막아주고 빠른 치유로 이끈다. 아울러, 회복되고 나서 건강을 지키는 올바른 습관을 고수할 의지도 덩달아 커진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에 있는 파올라 아동병원의 의사인 메이커 보르더만이 쓴 《주사기와 반창고》(산수야, 2022)는 어린이를 위한 건강 의학 지식을 담은 백과사전이다. 어린이들이 걸리기 쉬운 기침, 타박상, 골절, 중이염, 충치, 코감기, 멀미 등 몸의 질병과 스트레스, 우울증, 악몽 등 마음의 병은 물론, 간단한 응급처치와 안전사고 대처법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자칫 어려울 수도 있는 의학 용어를 아이들 눈높이에 맞게끔 풀어서 소개하고 있는데, 가령 페이지 하단에 '신경세포', '척수', '병원체' 등 어려운 단어에 대한 간결한 뜻풀이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의사와 아이, 인체와 의료기구를 그린 벤저민 르로이의 친근한 삽화가 자칫 접근하기 껄끄러운 의학지식에 대한 거리감을 한결 좁히는 구실을 한다. 의사가 나오면, '열을 내리는 방법'이나 '뼈에 대한 짤막 상식'과 같은 유용한 팁들도 풍선 형식으로 제시하고 있다. 마지막 페이지는 '몸 속 그림을 그려 봐요'란 공란 코너다. 아이가 자기 몸속을 어찌 그릴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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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폭식 사회 : 기술은 어떻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가? - 2022 우수출판콘텐츠 선정작, 2023년도 한국과학기술출판협회 선정 우수과학도서
이광석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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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든 정보든 과유불급. 많이 먹으면 체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오감으로 받아들이는 외부 정보도 지나치게 폭주하면 오히려 정체가 일어나 정보처리의 효율성과 합리적 판단의 여지를 대폭 저하시킨다. 좋은 약도 용량이 과하면 독이 되는 법이다. 알짜 정보도 지나치면 독성을 띠고 해악을 끼친다. 요즘은 말그대로 정보의 홍수 시대다.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자동화 알고리즘에 기반한 정보의 물결은 알짜 정보와 가짜뉴스, 기만적인 광고와 노골적인 홍보쇼 같은 쓰레기 정보를 한데 뒤섞는 재주가 뛰어나다. 

비판적 문화연구가 이광석은 『디지털 폭식 사회』(인물과사상사, 2022)에서 "우리 삶을 파고드는 기술 만능주의와 그 기술 효과가 미치는 독성과 폭력성을 경계하기" 위해 '디지털 폭식 사회'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하고, 현재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 충격과 이른바 '피지털 플랫폼' 질서가 디지털 폭식 현상을 가속화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피지털'이란 '피지컬(물질)'과 '디지털(비물질)'이 합성된 신조어다. 참고로, 이 책은 2020년에 출간된 『디지털의 배신』의 자매서라 할 수 있다.

저자는 플랫폼 기업들이 별점, 좋아요, 댓글 등으로 사람과 사물에 대한 호불호를 평가하는 '평점 사회'를 주도하는 새로운 통제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한다. 

"날이 갈수록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 현실 속에 디지털 '독성'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다. 가령, 영세 상점과 식당에 오른 배달 앱 리뷰로 인해 가계 매출이 휘청거리는 일이 흔해졌다. 조회수의 인증 사진 등 주목 효과만으로 쉽게 호객이 이루어지고, 때로는 이로 인해 어떤 지역에는 젠트리피케이션 효과까지 유발한다. 

별점과 댓글은 현실 플랫폼 노동의 질까지 바꾸고 있다. 플랫폼 앱은 이미 전통적인 고용 계약 관계를 해체하고, 많은 사람을 위태로운 프리랜서 노동자의 지위로 내몰고 있다. 배달·택배노동, 가사와 돌봄 노동 등 단기 서비스 노동자들의 생존은 주로 고객들이 내건 별점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여기서 고객 별점과 평점은 노동자의 일자리를 쥐락펴락하는 인사고과 지표처럼 기능한다."(7, 8쪽) 

플랫폼은 일종의 현대판 '사회적 공장' 노릇을 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플랫폼의 문제는 영향력이 이미 노동 시장을 넘어서 사회와 정치에까지 미치는 데 있다. 

"지도 위 별점이 영세업자의 생존을 좌우하고, 공유 택시의 배차 알고리즘이 기사의 노동 방식을 길들이고, 플랫폼 알고리즘이 사회의 편견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혐오와 적대의 정치문화를 배양하고, 소비자 손끝의 평점과 댓글이 플랫폼 노동 수행성의 척도로 쓰이면서 '산노동'을 제공하는 이들에게 플랫폼의 별점이 비수로 꽂히기도 한다". (9, 10쪽)

기술의 도구적 합리화를 넘어선 기술 만능주의 신화는 압축 고도 성장의 대표주자인 한국 사회를 짙은 안개처럼 둘러싸고 있다. 그래서 기술민주주의와 동떨어진 디지털 첨단 기술에 대한 강박적인 신뢰가 그만큼 두껍다. 빅테크의 첨단기술에 대한 무한신뢰는 때때로 '카카오 먹통 사태'와 같은 매우 후진적 사건으로 인해 잠시 금이 가기도 하지만, 이내 곧 봉합되고 잊혀지고 만다. 저자는 카카오 먹통 사태가 카카오의 시장 확장 욕망과 정부의 데이터 시장 부양론이 함께 만든 비극적 사건이라고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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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심리코드 - 정신 분석가가 1만여 상담으로 찾은 여자의 내밀한 속마음
박우란 지음 / 유노라이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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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캉 정신 분석 분석가 박우란은 여자의 심리코드를 크게 '결핍, 욕망, 사랑, 자존, 자유'라는 다섯 가지 키워드로 설명한다. 가장 기본적인 코드는 역시 결핍이다. 결핍은 여성이 남근을 결여하고 있기에 그것을 소망한다는 프로이트의 남근 선망과도 연결되고, 나아가 라캉이 말하는 팔루스, 즉 대타자의 언어를 욕망하고 갈구하는 측면과도 연결된다. 가령 육아 상담에 휘둘리는 히스테리적 주체들은 자신의 결여를 대타자라는 대상(육아 전문가들)에게 지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대체한다. 

저자에게 '정신분석'은 우리가 믿고 있는 당연한 기준들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전복적 장치다. 

"정신분석은 내가 어떤 타자의 욕망과 쾌락에 지배되는지, 누구의 언어와 시선이 내 무의식 안에서 주인 노릇을 하는지, 그것이 내 고통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내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않는 모든 것을 뒤집어 새롭게 이해하고 의구심을 가지는 과정입니다."(6, 7쪽)

참고로 정신 분석은 인간을 크게 신경증, 도착증, 분열증 세 구조로 구분하는데, 대다수 '정상적인' 남녀는 신경증에 해당하고, 남자는 대개 강박신경증, 여자는 히스테리신경증으로 다시 구별된다. 이를테면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나오는 남녀 주인공이 그러하다. 해준(박해일)은 강박증적 주체이고, 서래(탕웨이)는 히스테리적 주체다. 

"강박증자가 타자를 받아들인다는 말은 존재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히스테리적 주체인 여성들은 어떤 헌신과 희생을 감내하고서라도 그녀들의 집을 타자 안에 짓기 위해 몸부림치지만 그 견고한 벽 앞에서 늘 좌절하게 되는 이유입니다. 그들은 자신만이 존재하며 타자가 존재하는 순간 스스로 무너질 두려움 앞에서 그녀들을 번번히 외로움과 소외에 몸을 떨게 만들지요."(162쪽)

한편, 많은 히스테리적 주체는 "남근과 신탁으로 대표되는 말씀의 전파자들에게 강력히 소속되어지는 만족을, 늘 부족한 죄인으로서 스스로를 벌하고 탓하고 질책하는 진정한 마조히스트로서의 쾌락을 은밀히 누리며 그들과 공생관계에" 놓이곤 한다. 극중에서 서래는 여성 정체성의 본질인 '모호함'과 '불투명함'을 잘 보여주는데, 저자는 서래가 팜므파탈일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로 그녀의 모호함을 언급한다.

신경증은 원형적 만족과 충동을 억압하며 발생한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저자는 여성에게 '수동적 능동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동적 능동성이란 스스로의 욕망을 포기하고, "모든 판단과 개입을 멈추고 그냥 상대를 받아들이는 행위"를 뜻한다. 저자에겐 수동적 능동성이 자기 삶의 중요한 지표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런 방식이 히스테리 주체에게 적합한 처방전일지 개인적인 의문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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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성공법칙 - 일터의 고민이 해결되는 순간 인생의 문제도 풀린다
데이비드 브렌델.라이언 스텔처 지음, 신용우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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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는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현인의 이상형이다. 현인의 문제해결법은 세월을 타지 않는 법이다. 특히 물질만능주의와 기능적 효율성, 투자 수익률에 목매어 점점 비인간화되어가는 혹독한 경쟁 사회에서 고대 현인의 조언은 언제나 이미 참신한 특효약과 다르지 않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 브렌델과 경영 컨설턴트 라이언 스텔처는 고대 그리스의 인본주의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독특한 문제해결법을 찾아냈다. 그것이 바로 '생각, 대화, 창조'의 삼단계 과정이다. 

"첫 번째, 생각하기는 한발 물러서서 속도를 늦추며, 근시안적으로 내리는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피하게 한다. 

두 번째, 대화하기는 성급한 판단을 내려놓고, 선입견 없이 열린 자세로 질문하며 의견을 주고받게 한다. 

세 번째, 창조하기는 새롭고 의미 있는 것을 화제의 중심에 놓고 기발한 해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게 한다."(65쪽)

물론 저자들이 소크라테스 문제해결법의 '최초' 발견자는 아니다. 몽테뉴는 이미 《수상록》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 대화하고 창조"하는 방법이 소크라테스를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고 평한 바 있다. 저자들은 ‘생각, 대화, 창조’라는 소크라테스의 문제해결법이 '능동적 탐구'의 실습과목으로, 개인의 불안과 분노를 없애고, 팀과 조직의 최고 성과를 내는 방법이라고 강조한다. 

"효율적인 업무환경은 누군가 단 한 번 능동적으로 탐구한다고 해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신, 개인이나 팀의 생각, 대화, 창조하기를 반복적으로 활용해 다양한 상황이나 각본에 대입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효율적인 환경이 된다."(43, 44쪽)

저자는 최고 성과를 내는 팀과 조직의 비결이 바로 '심리적 안정감'에 있다고 말한다. 심리적 안정감이란 "개인이 아이디어와 통찰력을 주도적으로 공유할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는 대인관계의 상호작용이다". 책에서 윌리엄 제임스의 철학인 '믿을 의지'를 인지심리학적 연구를 기반으로 살피는 이유도 비인간화되어 가는 일터와 일상에서 심리적 안정감과 능동적 탐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서다. 

저자들은 소크라테스 성공법칙을 잘 적용했을 때의 장점과 그렇지 못했을 때의 문제점에 대해, 구글, 페덱스, H-E-B, 북미아이스하키 아일랜더스 팀, 풋노트, 프랑스 텔레콤, 월마트, 보잉사 등 유명 기업들의 실례를 들어 살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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