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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66계명 - 용인보감
김영수 엮음 / 창해 / 2025년 7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지인(知人)이 용인(用人)보다 어렵다. 사람을 쓰는 일보다 사람을 아는 일이 훨씬 어려운 법이다. '위사조인', 일을 위해 사람을 찾는다는 말이다. '인인설사', 사람에 맞추어 일을 마련한다는 말이다. 사람을 위해 일을 만들 것인가, 일을 위해 사람을 찾을 것인가, 이를 분명히 해야 한다.
지인과 용인의 성패를 확연히 보여준 역사적 사례가 항우와 유방의 초한쟁패다. 초한쟁패는 한마디로 인재 경쟁이었다. 건달 출신인 한고조 유방을 보좌한 인재는 출신이 다양했을 뿐만 아니라 각자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가졌다. '서한삼걸'로 불리는 장량, 소하, 한신 등 전략, 행정, 군사 방면에서 유방 자신보다 나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일본 소설가 시바 료타로는 이런 유방의 리더십을 '허(虛)의 리더십'으로 표현한 바 있다. 마음이 넓게 비어 있어 어떤 인재든지 포용할 수 있었다는 비유다. 유방이 중용한 인재들은 사회의 하층민 출신이 많았다.
"가장 귀한 신분 출신인 장량은 몰락한 귀족이었고, 명장 한신은 떠돌이였다. 맹장 주발은 북을 두드리고 퉁소를 불던 딴따라 출신이었고, 주발 못지 않은 맹장 번쾌는 개를 잡아 그 고기를 파는 백정이었다. 유방의 마차와 호위를 책임졌던 관영은 옷감 장수였다. 도읍 선정과 초기 국정 안정에 큰 공을 세운 누경은 마부였으며, 유방이 위기에 빠질 때마다 기막힌 꾀를 내어 위기를 넘겼던 진평은 떠돌이 유세가였다. 유세가 역이기는 몰락한 지식인이었고, 장수 경포는 죄인이었다."(42, 43쪽)
반면 귀족 출신인 항우는 '신임 리더를 파멸로 이끄는 함정들'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 반면교사다. 항우 리더십의 실패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세부적인 내용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둘째, 비판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행동을 보인다. 셋째, 상대에게 위협감을 주는 행동을 보인다. 넷째, 성급하게 결론에 도달하는 행동을 보인다. 다섯째, 직속 부하 직원들의 업무에 지나치게 간섭한다.
인재와 용인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은 과거제 실시였다. 수 문제 양견의 과거제는 당시 가장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재선발 방식이었다. 그런데 송대 후기에 이르면 과거 시험을 독점하는 기득권의 부패가 심화되었고, 과거제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관리는 재능에 따라 기용해야 한다. "수레를 끌거나 소금을 짊어지는 데는 천리마보다 황소가 낫고, 장작을 패는 데는 보검보다는 도끼가 낫다."
이재명 정부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한창이다. 일을 위해 사람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관리 선발은 재능과 깜냥이 우선이고 덕과 인격은 다음이지만, 덕과 인격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으면 곤란하다.
"사리사욕에 집착하는 사람, 사소한 불법과 탈법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 인재는 특권을 누려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삐뚤어진 특권의식을 가진 사람, 부와 권력을 능력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왜곡된 의식의 소유자… 이런 자들은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임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그들의 재능과 능력이 오히려 백성과 나라를 크게 망치기 때문이다."(3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