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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삼국지 - 4050의 시선으로 다시 읽는 삼국지
허우범 지음 / 생능북스 / 2025년 6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삼국지 덕후로서 읽지 않을 수 없었다. 4050을 위한 『삼국지』라는 말에 자석처럼 끌렸다. '삼국지의 인물들을 통해 리더십, 인간관계, 처세술, 전략까지 인생의 통찰을 얻는다!'거나 중년이라는 인생의 전환점에 도움이 될 만한 자기계발 테마를 '위기, 성장, 용기, 관계, 지혜' 같은 다섯 가지로 구분하고 있는 점이 매력이다.
삼국지 덕후도 급이 있다. 나는 주로 텍스트를 파고드는 삼류 덕후다. 삼국지는 소설과 정사를 구분해야 하고, 연의의 뻥과 판타지, 교묘한 각색을 해부해 역사적 사실을 추리는 작업을 게을리하면 안 되는데, 나는 여전히 소설에 대한 관심이 정사보다 앞선다. 삼국지와 관련된 드라마와 영화도 그닥 챙겨보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저자인 허우범 선생은 다르다. 삼국지 현장 답사까지 마치고 연구서를 펴낸 일류 덕후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삼국지연의』를 펼치면 나오는 법칙이 있다. 바로 열역학 제2법칙이다. 소설의 첫 구절 "천하대세, 분구필합, 합구필분"과 맨 마지막 구절 "천하대세, 합구필분, 분구필합"은, 모두 흥망성쇠의 역사법칙을 강조한다. 사람에게 생로병사가 있고, 사물에게 성주괴공이 있다면, 역사는 일치일란(한 번 다스려지면, 한 번 혼란해진다)의 법칙이 있다.
주역의 논리도 빠질 수 없다. 격변의 시대를 이끄는 세 영웅을 천지인 '삼재'로 파악한 점이 그러하다. 가령 제갈량이 유비를 만나 천하삼분의 계책을 논하면서, 조조는 천시가 따르고, 손권은 지리, 유비는 인화가 있다는 평가를 했다. 즉 조조는 하늘이 내려 준 때를 만났고 손권에게는 장강이라는 천연의 장벽이 있고 유비는 민심을 모으는 힘을 가졌다는 얘기다. 적벽대전에서 조조에 대항하기 위해 촉오 동맹을 맺은 것도 지리를 통해 천시를 막는 주역 논리에 따른 것이다. 이 논리가 깨질 때 촉오는 공멸했다. 오나라가 관우를 죽이고 형주를 차지하는 순간, 오의 멸망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삼국지 인물은 크게 리더, 참모, 장수 세 부류로 나뉘고, 유명할수록 특유의 아이콘이 붙는다. 가령 조조는 '난세의 간웅', 유비는 '어진 군주'의 대명사, 제갈량은 '지혜의 화신'이며, 관우는 '충의의 무신'이다.
리더의 경우, 위의 조조는 냉혹한 현실주의자, 오의 손권은 치밀한 균형 감각의 소유자, 촉의 유비는 넓은 포용력을 지닌 인본주의자다. 나관중의 소설 연의는 촉한 정통론을 고수하고 있어서 유비와 제갈량을 최고의 인물로 높이고, 상대적으로 조조를 악인으로 그리고 있다. 그래서 내가 삼국지를 처음 읽었을 때 두 번 크게 울었는데, 각각 유비와 제갈량이 죽었을 때다.
하지만 사실상 조조야말로 문무를 겸비한 인재에다가 "능력 위주의 인재 등용과 상벌 위주의 법치주의를 시행"한 탁월한 용인술의 대가였다. 혹자는 시대의 영웅으로 회남의 원술, 하북의 원소, 형주의 유포 등을 언급했지만, 조조는 천하의 영웅은 오직 조조와 유비뿐이라는 말을 했다. 관상에 능한 허소는 조조를 '치세에는 능신이요, 난세에는 간웅'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