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간 요양원에서 어머니는 제대로 잘 지내시는 듯 싶었다. 운영자인 이준구는 그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주었다.가격에 대해서도 전혀 문제 삼지 않았고, 그저 어머니가 편하게 지내시면 된다고만 이야기해주었다.
내심 의심이 안 드는 것도 아니었다. 돈에 문제 없이 그저 고객만이 편안하게...
미정의 사수, 길자은은 생각해보는 것이었다. 단지 이준구는 한가지 조건만을 내걸었을 뿐이었다.
자신의 먼 친척뻘 된다는 아이들이 친부의 거부때문에 무적자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그렇게 말하고는 법정에서 판결한 인지 서류를 내보였다. 얼핏 보기에도 꽤 오래된 서류같았고, 실제로도 맞는 서류라는 것이었다. 단지 인지까지는 했지만 서류에 넣는 건 싫다면서 방해를 놓았다는 말에 길자은은 자신이 얻어맞게될 호의의 댓가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준구는 그동안의 요양원 진료비를 청구하진 않았다. 다만 호의적인 태도로 앞으로도 그에 대한 준구의 호의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며, 단지 생각만 좀 해달라고 했을 뿐이었다.
등록기준지가 하필이면 그가 계장으로 있는 곳이라는 게 문제였다. 애초에 사냥꾼이 몰고 온 토끼같은 심정으로 그는 서류를 받아들였다.

"난 쫓겨날 겁니다. 법집행도 받게 될 거구요."

길자은의 말에 준구가 조용하게 말했다.

"그러지 않게 저희들이 손을 쓸 겁니다."

"어떻게요. 당신들이 정부보다 더 힘이 셉니까?"

"최대한 당신이 그 일이 발각되기 전에 해외로 가시도록 손을 쓸 겁니다."

"도대체 난 어떻게 먹고 살라고..."

"제가 아는 곳이 있습니다. 가족들도 편안하고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는 아주 좋은 곳입니다."

"당신...처음부터 그럴 계획으로 나를..."

"아니오. 제가 목적한 건 하나입니다. 그 인지 서류도 진짜구요. 단지 법적 기간이 지났을 뿐."

"그게 가짠지 진짠지 거짓말 하고 있다면..."

"거짓말을 내가 왜 합니까. 단지 당신은 서류만 고쳐주면 되는 겁니다. 진실대로."

길자은은 손을 벌벌 떨었다. 이준구는 정확한 태도로 그에게 해야 할 일들을 다시 일러주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묵직한 무언가를 쥐어주었다.

"금괴입니다. 이걸 종이박스에 가득 담아드리죠. 그거면 한동안 호의호식하면서 잘 지낼 수 있을 겁니다. 어머니의요양에 대해서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치매환자를 조사하는 경찰도 없을테고, 어머니도 그에 대한 기억이나 생각같은 건 전혀 하지 않으실테니까요. 그리고 서류건에 대해서는 법정도, 상대 주소지 담당자도 이미 다 알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길자은은 이내 손으로 금괴를 꽉 쥐었다.

"당신만 믿겠습니다."

"네 걱정마십시오."

그렇게 길자은은 이준구의 방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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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저렇게 썼다고 주당이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세요~.

소주 1/3잔이 최고 주량입니다. 그래도 가끔 애주가들 술마시는 거 분위기는 좋아합니다.(ㅎㅎ)

식객 2부를 읽었는데, 이게  꼴꼴꼴 술이 넘어가는 게 자동연상이 되는 것이...

이 만화는 요물이 틀림없습니다. 여기도 술, 저기도 술...술이 안 땡기는 요리가 없어요.

오이도 신선할 때 먹으면서 소주 한잔하는 분이 많이 계신데...

어린이가 잘 안나오는 만화부분이다보니까 그런가 봅니다.

 

 

고무신 사장의 사연이 살짝 궁금해지는 그런 만화였어요. 만화 끝까지 그 말은 안 나오지만...

예쁜 딸에다가 뛰어난 요리솜씨에 다소의 과묵함과 시크함...(패션이 좀 이상하긴 하지만 그 꽁지머리도 멋집니다. 살다살다 허영만 대가님 만화 중에서 그런 미남을 볼 수 있는 건 생각도 못했어요. 이름도 멋집니다. 무신이!!!!!)부인은 근데 어딜 갔는지?;;;;;;;;

말많은 성찬이보다 더 정감가는 주인공이에요. 근데...이 멋진 만화가 3권으로 끝난 것이 아쉽습니다. 1대 식객은 말이 많고, 퍼졌고(개인적으로 좀 슬림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제 소설 주인공들도 살찐 사람은 없습니다...;;;;;;마른 사람을 개인적으로 매우 선호하는지라...)잔소리쟁이...;;;;;;

무신사장 맘에 들었는데 일찍 떠나가게 되서 아쉽네요.

하지만 3권이라 농축도가 굉장히 높습니다. 인간미 넘치고 이야기가 다양한 것이 마냥 즐겁네요.

 

 

 

허대가님의 작품은 항상 올드~한 분위기일거라 생각했는데(식객 1부가 유난히 보수적이었죠. 개인적으로 사지 않았던 이유 중의 하나가 그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는데...)2부는 그래도 20~30대 기준을 맞춰주고 있어서인지 그들의 아픔이나 실상을 너무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특히 선애씨 나오는 장면이 굉장히 리얼합니다. 고양이 2마리...를 보는 순간부터 뒤로 넘어가버렸다는...;;;;;;

 

 

하하, 하여간 인생의 만화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네요. 이게 이 정도면...

커피 만화도 기대해도 되겠는걸요? 커피 못 마시는 허대가님이, 역시 커피 못 마시는 독자를 어떻게 커피의 길로 인도하실지 기대가 됩니다!

 

 

이호준 스토리 작가님, 정말 존경합니다. 이 만화의 절반 이상은 이호준 작가님 덕분입니다.

이렇게 훌륭한 만화를 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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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들을 풀어준게 당신인가?"

정의의 형, 아니 한때 두목이었지만 이젠 더 이상 아닌 남자. 김진건.
그는 천천히 아래위로 상대를 훑어보았다.

"돈자랑 하는 졸부랑은 엮이기 싫었는데?"

"...아, 그렇게 보이는군요."

솜사탕같은 미소를 날리면서 길준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정말 하늘을 둥둥 떠다닐법한 가볍고도 가벼운, 경박한 웃음이었다.

"당신의 귀여운 아이들 아닙니까.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안해도 됩니다."

"반어법인가? 역설법인가?"

"그 어느 것도 아닐지도 모르죠."

"그건?"

"당신을 위해섭니다. 어두운 골목에서 이제 발을 빼셔야죠."

"당신, 이병률인지, 유병률인지 하는 의원하고 같은 당에 있지?냄새가 같아."

"그런 쓰레기와 같은 동격에 두니 고마워서 눈물이 다 나는군요."

길준은 표정을 싹 바꿨다. 달달한 얼굴에서 차가운 무쇠같은 얼굴로.

"내가 당신한테 바라는 건 한가집니다."

"뭐?"

"쓰레기와 같이 놀지 말고, 밝은 방향으로, 사회를 위해서 헌신하는 방향으로 가라는 거죠."

"설교하지마. 같은 쓰레기 주제에."

"쓰레긴지 아닌지는 곧 알게 될 겁니다. 진짜 쓰레기는 필요한 순간 배반하죠. 이 장독대에 올라와서 보시죠. 저기 멀리에 경찰들이 오고 있는 거 보입니까?"

"....."

"병률은 당신편이라고 했겠지만 이미 신고를 마쳤습니다. 시멘트에 묻힌 시체가 올라왔고, 병률은 익명으로 신고를 해버렸죠. 당신은 당신 부하들의 신고도 같이 받아서 부하들에게 버림도 받았습니다.
내가 하는 이야기에 동의만 한다면 이 급박한 사정에서 풀어드리죠."

진건은 이빨을 박박 갈았다. 이 상황이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거절한다."

"아직은 시간이 있습니다. 조금만 더 생각해보시죠."

"쓰레기 주제에 설교가 길군. 난 결정한 건 안 바꿔."

"뭘 원합니까?"

"뭐?"

"뭘 원하느냐고 물었다. 이 쓰레기야."

냉정함이 갑자기 분노로 바뀌었다. 길준은 눈에 안광이 번득일 정도로 눈을 부라렸다.

"그래. 나도 쓰레기다. 하지만 네놈들처럼 아무 이유없이 아무나 죽이지도 않고, 괴롭히지도 않아."

"......"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참고 있을 때 말해.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걸 말하라고. 그럼 나는 분에 넘치지 않는 적당선에서 도움을 받을 테니까."

"...나는."

안광속에서 진건은 눈물을 보았다. 그가 단한번도 의뢰자들의 눈에서 볼 수 없었던 것을.
눈물을 흘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 말투가, 그 눈빛이 눈물이 눈앞에서 보이는것 같은 착각을 일으켰다.

"그래. 좋다. 나는..."

진건은 천천히 말했다.

"내 소문이 퍼진 고향이 아니라 다른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살고 싶다...아무리 정다운 고향이라도 한번 쓰레기라는 소문이 퍼지면 돌아갈 곳이 못되니까."

"알았습니다...따라오시죠."

길준은 건물 밖에 있는 차로 그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차창을 올리면서 루가에게 말했다.

"루가. 경찰들 오는 반대방향으로 차를 몰아서, 사무소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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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에게는 중요한 일이 하나 남아 있었다. 자신의 일생을 결정하다시피했던 사수와 다시 만나는 일이었다.
그 사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도양양한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상사와의 술자리에서의 실수때문에 모든 게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오래간만이네요. 선배. 잘 있었어요?"
단순한 실수라면 그렇게 마무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홀어머니를 모시고 있었다. 어머니의 치매는 점점 더 심해져서 얼마 뒤에는 새벽녘에 집을 나가버리는 일까지 발생했다.
외동아들이라 모실 수 있는 사람은 그 하나밖에 없는데, 부양하기 벅찬 요양원에까지 모시고 가야했던 것이다.

"잘 있는것 같아 보이니?"

비아냥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유쾌한 어투도 아니었다.

"아르바이트 금지때문에 미치겠다."

"그래도 얼마 전에 계장 달았잖아요."

"계장 월급 얼마 된다고. 더더군다나 이번에 잘못하면 징계까지 먹을 수도 있다는데...자칫 잘못하면 강임이야."

"힘들죠?"

"어디 괜찮은 요양원 있으면 좀 보내드리면 좋겠는데..."

"회사에서는 뭐래요?"

"자꾸 말썽피우지 말고 다른데로 전출 가라고 하더라...근데 난 뼛속까지 이곳 사람인데 어딜 가라고 하는지 원..."

"차라리 다른델 가면 나을 수도 있잖아요."

"아서라. 계장 단 몸을 누가 반기겠니."

그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마침 생각난 김에 미정은 지갑에서 길준 ,아니 준구의 명함을 꺼냈다. 

"이거, 제가 아는 요양원을 운영하시는 분이에요. 이분 직통 전화니까 이리로 전화하면..."

"고맙다."

"그리고 혹시 통화 되시면 제 이야기도 좀 해주세요. 그럼 좀 생각해주실거에요. 전 그분이 하시는 일을 좀 도와드리고 있거든요."

그건 그의 일생에 있어서 치명적인 실수가 되겠지만, 그 순간만큼은 살짝 빛나는 열쇠였다.
그는 소중히 그 명함을 받아들고, 천천히 그 명함의 이름을 읽었다.

이준구...

자신의 어머니가 가게 될지도 모를 요양원의 후원자...
그는 절망을 검정색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는 항상 색깔있는 옷을 입지 않는 가난한 흰색이 절망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요양원의 그 흰색도 마찬가지 절망이었다.
하지만 그가 지금 보고 있는 명함은 아주 연한 노란색의 오렌지 빛깔 창틀을 단 유럽식 가정집같은 느낌의 요양원사진이 배경이었다.

'조금은 희망이 생기는군. 전화해보라고 했었지?'

어쩌면 여기라면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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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1주일에 한번 정도 카페 높은 곳으로 올라가서 윗창에서 밑을 내려다보며 발을 굴리는 걸 좋아한다. 이게 어쩌다 한번이면 좋은데, 항상 그랬으니 문제다.

커피를 마시러가면 다행인데 그 위에서 커피보다는 바깥구경하는게 목적이니 원...

커피는 잘 못 마신다. 마시면 안되기 때문에 예전에는 예쁜 카페 안에서 못 마시는 거 홀짝이면서 바깥구경을 했다면 요즘은 그냥 우유류를 마시면서 바깥구경을 한다.

들리는 곳이 한곳이라서, 직원이 늘 회원권을 만들라고 하지만...

항상 의지가 약한 나는 다음에는 안 올거라고 생각하면서 만들지 않는다...

 

 

이게 과연 잘하는 짓일까, 아닐까...

어차피 자주 들리는 곳이니 회원권을 만들어두는 게  싸게 먹히겠지만, 다음에는 다른 곳으로 갈수도 있다는 생각에 안 만든다...

귀가 얇은 주제에 이럴 때는 쇠고집이라...

나는 항상 고민한다. 절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용실이나 카페(이건 안 들려도 되겠다만, 한번 몸에 익은 버릇은 고치기 어렵다.)에서 회원권을 만들어 쓰는 게 더 이득이 아닐까?

포인트도 만들면 한곳에만 가게 된다고 잘 안 받는데...이것도 제대로 된 소비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요즘 들기 시작했다...

 

 

어느 게 맞는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한번 시도들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그 전에 서재턴데이에 재놓은 책들하고, 많이 사놓은 화장품들-도대체 나는 화장도 안 하는데 화장품이 왜 이렇게 많은 건지...-부터 다 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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