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선풍기나 에어컨 없이 잠드는 게 너무 좋아서 9월이 온 걸 잊고 있었다.
아, 이렇게 또 9월이 와버렸네. ㅠㅠ
어제는 저녁에 동네 산책하고 있는데, 벌써 붕어빵이 나온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아직 낮에는 여름의 한가운데 있는 것 같아서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제 붕세권을 찾아다니는 계절이 오고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더위에 '헉헉' 하다가, 폭우에 잠 못 드는 밤을 보내다가, 이렇게 가을이 오고 있었네.
분명 가을을 기다렸는데, 또 스치듯 그렇게 빨리 지나가 버릴 것 같아서 벌써 아쉽다.
주변의 심란스러운 상황에 빠져 있느라, 여전히 책을 안 읽고 있었다.
여름에는 더워서, 한 가지 일을 마무리 하면 또 다른 일이 터지기도 하고,
심신이 피곤하니까 좀 누워 있느라, 긴 시간은 아니지만 가끔 육체 노동도 하느라.
좋은 말로는 병렬식 독서라고 하던데,
책 한 권에 두세장씩 페이지를 넘기는 건 병렬독서라는 이름을 붙이기에는 좀 부끄럽잖아? ㅎㅎ
그래도 책을 계속 사는 건, 차분해지지 않는 마음을 달래주려는 약이라고 우겨본다.
하우스 메이드 3.
솔직히 3편까지 나올 줄은 몰랐다. 출간 소식을 듣고 좀 놀라긴 했는데,
자석에 끌려가듯 그래도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러다가 토지 같은 긴 이야기로 , 밀리의 황혼까지 계속되는 이야기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밀리와 엔조가 결혼을 했대. 아이도 두 명이나 있다네.
올해 말 영화로 개봉된다는 소식도 함께...
사랑의 가설, 아름다운 세상이여 그대는 어디에.
이 두 권의 책은 알라딘 서재에서 언급되는 것을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마치 이 공간의 필독서 같다. ^^
소개해 주는 알라디너님들의 글이 너무 재미 있어서,
아, 내가 아이돌이나 K팝은 잘 몰라도 이 책들을 놓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 <사랑의 가설> 읽어보고, 훅 빠져들면 <러브 온 더 브레인>까지 달려보겠다고 생각해 보는데, 올 해 안에 가능하겠지? 다행히 이 세 권 모두 도서관 비치 자료여서 시간 여유 두고 챙겨보겠다고, 불끈! 그러고 보니 로맨스 소설 읽은 지 너무 오래 됐다. 한 번씩 말랑말랑한 이야기 만나면서 가슴도 두근거려줘야지, 나 살아 있나? 확인하면서 말이다. ^^
아무튼 시리즈의 또 한 권, <아무튼, 맛집>
지금 내 몸뚱이가 만들어진 건, 그놈의 '맛집'이란 단어를 알게 되고 나서부터인데,
몰라도 좋을 것을 알게 된 것처럼 후회가 되기도 했다.
적당히 끼니만 때우면 되는 게 식사였는데, '맛있는' 게 이렇게 많았다니. 이제는 못 끊어. ㅠㅠ
맛집 투어를 주제로 전국을 다닐 수는 없지만(귀찮음 때문에라도 그렇게 못 하는),
죽을 때까지 이 동네의 맛집도 다 찾아다닐 수도 없겠지만,
맛있는 것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건 기분이 좋다. 히히.
사실, 세상 가장 최고의 맛집은 엄마가 해주는 밥이 차려진 곳인데 말이다.
이기호의 장편 소설을 그렇게 기다려왔는데, 아직 열 페이지도 넘기지 못했다.
집중하지 못해서 그런지 초반부가 잘 넘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마치 숙제 하듯 읽어내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건, 그동안 만나온 이기호의 작품이 너무 좋아서다.
읽어야지. 가독성 좋은 그의 이야기에 푹 빠져보고 싶기도 하지만, 유머스러운 문장에도 녹아든 진지함이 그리워서다.
늦어도 이번 주에는 이시봉의 우여곡절 여정에 동참해야겠다.
처음 방광염을 경험한 건 중학교 졸업 무렵이었다.
그냥 개운하지 않은 어떤 느낌 정도로 여겼는데, 이게 병이라는 것을 병원에 다녀오고서야 알았다.
진료 받고 주사도 맞고 약도 먹고, 밤새도록 괴로워했던 게 언제였냐는 듯 개운해진 몸이 반가웠다.
아, 병이었구나. 그 후로도 가끔 몸이 피곤할 때나 기운이 없을 때 한 번씩 찾아오는 방광염을 익숙하게 받아들이곤 했는데, 사실 병이라는 게 안 걸리면 가장 좋은 거 아니겠나. 그래도 내가 예상하지 않은 순간에 한 번씩 또 만나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피하기 보다는 더 잘 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작가가 경험한 방광염을 시작으로 펼쳐진 이야기는 우리 몸의 방광에 대해, 특히 여성의 방광에 대해 더 잘 알 필요가 있음을 말한다. 나의 소중한 방광을 더 사랑하고 아껴주기 위하여...
샌디프 자우히르의 <내가 알던 사람>이 궁금했다.
오래 전부터 보관함에 담아 놓은 책을 펼쳐보려고 한다.
왜 우리는, 우리의 뇌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는 걸까.
알츠하이머는 정말 몹쓸 병이기만 할까?
어느 정도 옆에서 지켜보기도 했지만, 감당이 안 되는 건 여전하다.
오죽했으면 치매에 걸리지 않고 죽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살까.
그만큼 우리 인생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은 병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저자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지켜보고 느끼고 확인하는 의학적 탐구이자,
죽음보다 무서운 병에 맞서는 여정이 들려온다. 피해갈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알츠하이머란 녀석.
주변에 아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심란한 요즘이다.
인간의 삶이라는 게 원래 끝이 있으니 새삼스러운 여정도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들려오는 소식에 기분이 더 다운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마도, 계속되는 불안에 어떤 책을 펼쳐도 페이지를 넘기기 어려웠던 것 같기도 하다.
눈은 책 속 문장을 보고 있는데, 그 문장들이 머릿속으로 들어가지는 않는다.
한 달도 남지 않은 명절이 벌써 부담스럽고,
누군가는 이번 추석을 지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더 심란해진다.
인간이기에 각자의 상황에 맞게 또 살아가기 마련이지만,
때로 누군가의 삶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너무 주관적인 시선일까.
가을이, 그래도 조금은 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