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러 수용소
고호 지음 / 델피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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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출간되었을 즈음에 들어서 그다지 낯설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고호 작가님 이야기였네. 당시에도 관심이 가긴 했었는데, 인연이 안 닿다가 이번에 개인적으로 고호 작가님 책을 스토킹하듯 읽다 만나게 되었다. 작가님 이야기는 꽤 다양한 소재로 꽤 흥미있다.

요즘 두드러지게 보여지는 범죄 형태의 하나가 바로 '악플'이다. 무심코 던진 돌맹이에 맞아 죽는 개구리가 있듯이, 심한 악플로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다가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과연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고 해서 죄를 모면할 수 있을까. "세치 혀가 사람 잡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손가락의 놀림으로 사람들을 잡는 세상이 된 것이다.

걸그룹 출신의 여배우 고혜나가 숨진채 발견된다. 그녀는 그동안 수많은 악플에 시달렸고, 결국에는 극단적 선택을 하고 말았다. 혜나를 죽음으로 내몬 11명의 사람들이 '악플러 수용소'에 입소하게 된다. 악플은 단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다. 서로 마주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 이들은 100일간의 입소기간에 악플 필사와 낭독, 상담을 받게 되며 일주일간 공감지수를 가장 많이 받은 수감자는 '레드볼'을 획득하여 퇴소할 수 있다. 하지만 레드볼은 한가지 수행해야 하는 미션이 주어진다. 누구나 레드볼을 획득하여 이 수용소에서 나가고 싶어했지만 레드볼은 이 상황의 조기 종료를 알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형태의 형벌이 된다.

가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뻔하게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사실처럼 말하는 이들을 만나게 된다. 게다가 이야기는 전해지면서 살이 조금씩 더 붙게 된다. 때론 무심결에 내뱉은 말이 누군가를 벼랑끝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거짓의 화살이 나를 향할 수도 있다는 것 또한 잊지 말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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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걸려온 전화
고호 지음 / 델피노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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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할아버지의 고향은 이북이다. 한국전쟁 당시 이북에 부인과 함덕이 고모를 남겨두고 남쪽으로 내려오셔서 주희네 할머니와 결혼하시고 아빠와 작은 고모를 두셨다. 주희의 부모님은 몇년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 그래서 할아버지와 단둘이 산다. 종종 찾는 고모는 할아버지가 눈앞에 살아있는 자식은 안 찾고 죽은 자식들만 찾는다고 잔소리를 한다.

어느날, 핸드폰으로 낯선 번호로 전화가 온다. 그런데 요상하다. 자기가 평양이란다. 뭐지? 자신은 회령으로 전화를 했는데 왜 자꾸 선생께서 받느냐며 남조선이 맞냐고 따진다. 서로 평양이 맞는지, 남조선이 맞는지 증명을 하란다. 급기야 험한 말도 오고간다. "니 조국 통일을 바라디 마라! 그 날 제일 먼저 니 머릿가죽 혁명적으루 뱃겨주갔어!!!(p.71)" 살벌한데 왜 웃음이 날까...^^;;

자꾸만 연결되는 전화에 주희와 설화는 친구가 된다. 17살 설화는 주희에게 언니라고 부른다. 그런데, 자꾸만 이야기가 어긋난다. 조심히 주희가 물었다. 혹시 지금 몇년도인지 묻는다. 1996년 7월 1일이란다. 헉! 주희는 놀란다. 그녀의 모니터 하단에는 조용히 2019년 7월 1일이라고 알려주고 있다.

독특한 소설이라고 할까. 마치 드라마 "시그널"처럼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는 통화가 시작된다. 게다가 상대는 평양에 살고 있다. 할아버지는 실향민이시기도 하다. 23년의 세월을 뛰어 넘은 두 사람의 대화를 보며 1996년과 2019년을 오가며, 한국전쟁의 비극이 여전히 진행중임 비로소 실감을 하게 된다. 1996년의 설화의 이야기를 보면 북한사회가 엄청나게 폐쇄적임을 깨닫게 된다. 외부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자신들의 힘든 상황도 숨기기도 한다. 얼굴도 모르는 외할아버지가 월남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면 아빠는 엄마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오빠는 외부 상황에 눈을 뜨고, 배신자라고 낙인이 찍혀 보위부로 끌려갔고, 설화네는 위기를 맞지만 아빠는 오빠와 의절을 하면서 위기를 벗어나려고 힘쓴다.

요즘 고호 작가의 책을 스토킹하듯이 읽고 있다. 떄론 스릴러를 선사도 하면서 휴머니즘도 보여주고 있는데 꽤 매력적인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 같다. 마지막 한문장까지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데 이 소설도 마찬가지이다. 설화와 주희도 어떤 인연이 있겠다는 짐작으로 읽어나갔는데.. 마지막에 제보를 해주려는 할아버지 너무나도 말이 많아서... 고만 입을 틀어막고 싶었는데.. 마지막장에서는 또 한번 고호 작가의 필력에 정말 또 한번 박수를 치고야 말았다. 돌아 돌아 돌아~ 감동적인 소설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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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고독에 초대합니다
정민선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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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관찰예능이 꽤 유행이다. 유행을 지나쳐 너무 넘쳐 흐른다고 해야 할까. 처음에는 호기심에 봤을지 모르겠지만.. 남이 먹는거 남의 연애를 왜 들여다 보는걸까. 똑같은 포맷의 프로그램들도 많아서 정말로 식상할 지경이다. 그런데 이상한게 글로 읽으니 별로 식상한 점이 없는게, 개인적인 취향인가?^^;;

핵가족화는 오래전부터 되어 왔고, 1인가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외부와 단절된 상황에서 쓸쓸하게 맞이하는 고독사도 증가하고 있다. 사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갖고 싶긴하다. 그렇다고 아예 외부와 단절하고 싶지는 않다. 어느 정도 교류하면서 충분히 고독을 즐기고도 싶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인가?

A, B, C, D, N. G 홀로 살고, 그리고 각자의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떠한 것도 노출되지 않은채 「혼자이지만 외롭지는 않습니다」라를 다큐를 찍게 되었다. 개인톡을 제한하고 단톡을 만들어서 서로 생존신고를 하면서 제작진에 제출할 브이로그를 찍게 된다. 갑자기 G의 제안에 따라 6명은 즉흥 여행을 떠나고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갑자기 세상으로 나와 남과 어울리는게 익숙치 않았던 누군가는 과호흡에 힘들어 했고, 비슷한 아픔을 가지고 있었던 이에게 관심이 끌렸으며, 과거 악연으로 힘들었던 두 사람은 대치하게 된다. 과연 이 다큐는 계속될 수 있을까.

요즘에는 방송이라든지, SNS가 활성화 되면서 이중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지만 익명의 공간에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면서 주목받고자 한다. 과거의 힘든 트라우마로 인해 위축되고 자존감이 떨어지게도 된다. 그래서 그런지 "과거가 너를 지배하게 두지마(p.191)"란 말이 마음에 와닿는다. 우리는 항상 과거에 발목 잡혀 사는 것 같다. 자신감도 잃고, 자존감도 떨어지고, 스스로를 괴롭히고 '고독'에 빠져든다. 그러면서도 누군가는 나를 알아주기를, 너때문에 그런일이 벌어진게 아니야라는 위로를 받고 싶어한다.

"고독"이라는 말은 세상에 홀로 떨어져 있는 듯이 매우 외롭고 쓸쓸함, 부모 없는 어린아이와 자식 없는 늙은이라는 사전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말도 의미가 달라질 필요가 있다. 미디어에 노출되기도 싶은 세상이 되고, 사실 좀 각박해지지 않았던가. 가끔은 홀로 조용히 고독을 음미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진실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좀 하면서 말이다. 제 고독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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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가 너를 지배하게 두지 마 -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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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분의 1의 우연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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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도메이 고속도로에서 6중 추돌 사고가 일어난다. 우연히 이 사고 현장을 촬영한 야마가 교스케는 신문사 사진 공모전에서 최고의 상을 수상한다. '10만 분의 1의 우연'이 만든 장면이었다며 극찬을 받기도 했지만 차량 안에 갇힌 사람을 구하지 않고 사진을 찍었다는 비난 또한 일었다. 지금이야 스마트폰에 익숙하지만, 이 소설에서는 그런 도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때론 지금의 현실이 너무나도 익숙해 핸드폰이 존재하지 않던 옛배경의 이야기를 읽노라면 다소 어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현실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무슨 일부터 해야할까? 신고를 먼저 하고 사진을 찍었더라면 비난은 받지 않았을까.

그 사고로 죽은 피해자들이 있었다. 안타깝게 결혼을 2주 앞둔 여성이 사망한다. 그녀와 행복한 미래를 꿈꾸던 약혼자 누마이는 유일하게 혼자서만 불덩어리를 봤다는 생존자의 증언에 주목하게 된다. 어쩌면 이 사고가, 약혼녀가 불의의 사고를 당한게 아니라 의도적인 행동에 따른 희생자일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정말로 10만분의 1로, 100만분의 1의 확률로 이런 큰 사고를 마주할 수 있다. 누군가는 신고를 할테고, 누군가는 앞뒤 가리지 않고 뛰어갈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호기심에 영상을 담을수도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사고를 일으키고 그것을 자신의 이름을 떨칠 기회로 삼는 것은 안된다. 아쉽게도 여전히 이런류의 일들은 끊이지 않은 것 같다. 다른 사람의 인생이야 어찌되었든 상관없이 나만의 이익을 위해서 벌어지는 일들. 만약 그런 일들도 제대로된 처벌이 이루어진다면 조금의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심증으로는 교스케가 이 사건을 일부러 유도해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하기란 참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읽어나가면서 누마이를 응원했는지도 모르겠다. '보도와 인명'중 어느것을 우선해야겠는냐라는 질문에 의심할 여지 없이, '인명'이라고 말해야 할 것 같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눈앞에 두고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을 가지고 있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 생명에는 더 소중하고 덜 소중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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