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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이희진 지음 / 씨엘비북스(CLB BOOKS) / 2023년 7월
평점 :
인간이 플라스틱으로 변하면서 죽음을 맞이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 소설집은 「죽은 연인의 초상」, 「악취」, 「역 피그말리온」,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의 4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배경은 같다. 최근 코로나라는 팬덕믹의 여파로 생활에 매우 많은 제약이 있었던 탓에, 이 이야기가 그다지 낯설지 않다.
이 병은 접촉으로 전염되는 것 같다. 플라스틱으로 변하며 사망하는 이 병은 플라스틱으로 변하다 보니 매장도 안되고, 태워서도 안된다. 굳이 치워야 한다면 주민센터에서 분리수거로 해야 한다나... 참으로 난감하다.
「죽은 연인의 초상」에서는 상조회사에서 일하는 나영의 이야기이다. 그의 연인 준은 며칠째 연락이 되지 않는다. 어느날 의문의 번호로 걸려온 전화는 그녀의 연인 '준'이었다. 이미 플라스틱 병이 진행되고 있는 준은 나영을 불러서는 안되었지만, 그래도 마지막으로 나영에게 부탁을 할 것이 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 병을 연구하던 준의 마지막 부탁으로 드디어 플라스틱 병에 대한 항체를 발견하게 된다.
「악취」에서는 플라스틱 병으로 사망한 시어머니의 사체를 장남이 처리해야 한다며 수진의 남편은 우선 관을 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를 안방에 놓았지만 남편은 이불을 챙겨 거실로 나갔다. 아무리 플라스틱으로 변했어도 시체와 함께 자고 싶지는 않았다. 이럴땐 장남이 처챙긴다면서 장남은 어디로 가고 며느리인 수진이 전적으로 맡아야 하는 것일까. 엄마가 다니던 절에서 사십구재를 지내준다며 아가씨는 전화를 걸어온다. 엄마를 모시고 가면 좋겠다고. 도대체 누가 자식인걸까. 남편은 7일째 되는 날에 출장을 가야 한다며 안도의 숨을 내쉰다. 이 이야기를 읽다가 진짜로 속터지는 줄 알았다. 정작 자식들은 입으로만 떠들지 실제로 본인들이 나서야 하는 일에는 나서지를 않는다. "인간쓰레기"는 다른 이야기의 제목이지만 수진의 남편과 그 형제들이 정말로 인간쓰레기 같다. 어머니의 시체가 없어진 후(?) 슬며시 방으로 돌아와 잠을 자는 수진의 남편을 쥐어박고 싶었다.
어쩌면 이 소설은 지금의 우리들의 민낯을 풍자하는 소설인 것 같다. 지금 사회를 보면 정말 아무짝에도 쓸데 없는 일들을 하면서 오만해지는 모습들을 볼 수가 있다.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은 사건을 흉내내며 장난처럼 글들을 올리고, 음식을 먹고, 물건을 사며 그야말로 먹튀하는 사람들.. 도대체 제대로 정신을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우리 모두 쓰레기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성해야 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