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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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수법으로 스무건이 넘는 살인을 저지른 희대의 연쇄 살인마 '리퍼'. 그의 뒤를 쫓는 프로파일러 '최승재'

드디어 잡았다... 최승재는 리퍼에게 총을 겨눴다. 그때 걸려온 전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딸만은 살려달라고 한다. 악마같은 리퍼는 20분후에 승재의 아내와 딸은 죽을꺼라고 한다. 승재는 분노했다. 죽여야 했다. 리퍼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때 번개가 쳤다. 서로 얽혀 있던 두 사람은 번개를 맞고 사망했다.

순간, 승재는 눈을 뜬다. 지금 여기가 어딘가. 영안실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 거울을 보고 나를 맞이한다. 나는... 최승재가 아니라.. 우필호다..

집요한 추적끝에 연쇄 살인마와 마주했지만 결국엔 두사람은 번개를 맞고 사망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 승재는 우필호란 인물로 깨어나게 된다. 우필호는 사람을 죽이고 자수한 자였다. 하지만 전날 복통을 호소하며 사망했던 이였는데, 이 몸안에서 승재가 눈을 뜬 것이다. 자신이 환생을 했다면 리퍼도 분명 환생을 했을 것인데, 그의 짐작대로 환생한 리퍼가 승재의 아내와 딸의 시신으로 그를 유인해낸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적 대결이 펼쳐진다.

정말로 속도감이나 몰입감은 전건우 작가를 따를 수는 없을 것 같다. 갑자기 극 초반부에 주인공이 사망에 이르러 원성(?)을 사고 있는 드라마가 잠깐 생각났다. 그런에 이 책 <듀얼 >은 시작하자 마자 주인공 두명을 함게 사망시키지 않던가. 물론 두 사람이 동시에 환생을 시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승재가 우필호로 환생하면서 리퍼를 추적하기도 바쁜데, 도망자가 되었기에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게 되어 버렸으니.. 어쩜 그런 점이 독자로써 심장이 쫄깃하면서 읽어나갈 수 잇점이 되고 있다.

요즘 연쇄 살인범들은 많이 사라졌다. 연쇄 살인범이 되기 전에 검거가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악인은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악인은 재탄생되고 있다. 바로 무차별로 마구 흉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악인이다. 게다가 그런 사건을 장난으로 해봤다며 예고글을 올리는 이들이다. 세상은 바뀌면서 악인들도 다른 형태로 탄생하는 듯하다.

"내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p.256)

가장 소름끼치는 말이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악인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정말 뒷목이 서늘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나 범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프로파일러의 수사 기법보다 살인마의 내면에 집중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그렇게 태어난 악인 리퍼는 정말로 뒷골을 서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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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숲의 아이들
손보미 지음 / 안온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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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가게 되면 서가 사이를 산책한다. 그러다 눈길을 끄는 제목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책을 빌려온다. 이 책은 그렇게 만난 책이다. 작가를 아는 것도 아니고,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손길이 갔던 책이었다. 작가의 책은 처음 읽어보는데, 다른 작품들을 보니 꽤 제목이 익숙한 책들도 많다. 이렇게 또 한 작가를 알아가게 되는 것이다.

채유형. 법학과를 졸업하고 진학한 로스쿨을 2년만에 자퇴했다. 첫직장에서도 석달만에 그만두었다. 기자일도 1년만에 그만두었다. 재취업을 하기 위해서 이력서를 제출해도 이제는 연락오는 곳이 없었다. 나이 때문에, 학벌 때문에, 잦은 이직때문에, 동종업계에 퍼진 악평때문에... 그러다가 대학 후배 윤종에게 전화가 왔었다. 나이 많은 후배였다고 했는데... 잘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어쨌든 그 덕에 인터넷 방송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방송테마를 잡기 위해 윤종과 구치소를 방문한다. 10대 청소년이 함께 어울리던 또래를 살해했다. 모든 증거는 확실한데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한다. 사건의 진실이 무엇인지 추적을 시작한다.

진경언. 과거 후배이자 파트너의 부정을 파헤쳤다는 이유로 사건도 배정받지 못하고 한켠으로 밀려난 형사이다. 빵을 무지 좋아하는 진형사는 그저 빵고르는 솜씨가 빼어난 유형을 도와주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떤 이유로 진형사가 이런 처우를 받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후배가 자살을 했고, 그의 마지막 유언같은 말을 내뱉지 않으면서 스스로 따돌림을 당하는 이유를 그저 짐작만 할 뿐이지만, 아마도 진형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들이 또 나올예정인가보다. 진형사의 이야기는 좀 더 기다려보는게 좋을 것 같다.

유형은 입양아였다.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아는 것을 부모님을 아시는 것일까. 어느날에 배달된 우편물 속에, 단란한 가족사진. 그곳엔 오빠가 있었다. 자신은 입양보냈고, 오빠는 가족과 남았다. 자신은 버려진 것일까, 선택받지 못했던 것일까? 친부는 월남전쟁에 파병되었던 군인이었을까, 아니면 파월 기술자였을까. 이 이야기는 단순하게 10대들의 잔혹한 살인사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베트남 전쟁과 그 후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는 이야기였다. 당시 파워 기술자들의 체불 임금문제 때문에, 사건이 많았다는 것을 사실 몰랐다. 우리의 현대사의 한켠이 궁금해지기도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유형이 입양아 이기 때문에 마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던 모습에 양부모님이 던지는 '우리가 너를 잘못 키운거니?'라는 말이 초반에는 책망으로 들렸지만,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안쓰러움과 사랑이 듬뿍 담긴 말로 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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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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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두번째 이야기이다. 시리즈이긴 하지만 고지마 형사가 등장을 하고, 가끔 하자키 목련 빌라가 언급되고, 고다마 부동산 주인이 나오는 것 외에는 이야기가 겹치는 것은 없다. 그런데 첫번째 이야기인 <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 보다는 좀 더 재미있었다. 게다가 고지마 형사가 이리 유능했는지 처음 알았다. 전편에서는 그다지 활약을 몰랐었는데, 이번편에서는 마지막 '베니코' 진달래 고서점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했다고나 할까. 이 책도 <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였는데, 표지나 제목이나 재출간된게 훨씬 세련되고 좋다.

뭐가 되는게 하나도 없는 '아이자와 마코토'. 정말로 불운의 아이콘이라고도 해도 될듯 싶다. 자신의 불운을 원망이라도 하는 듯 바닷가에서 "나쁜 놈아"를 외쳤는데... 정말 나쁜 바닷가는 마코토 앞에 퉁퉁 불은 익사체를 건네준다. 아.. 인생 왜 이래!!!

사체는 이 지역 명문가인 마에다가의 실종된 히데하루로 추정되고, 자살로 보여지지만 타살일수도 있겠다. 참고인인 마코토는 하자키를 떠나지 못하게 되고 우연히 들른 진달래 고서점에서 마에다 베니코 사장님의 제안을 받고 베니코가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서점을 맡게 된다. 그런데 이게 무슨일이람. 진달래 고서점에 베니코 사장님의 조카인 마치코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정말로 마코토는 불운을 몰고 다니는 것일까.

이렇게 불운이 한사람에게 집중될 수 있을까. 참으로 하늘도 무심하시지. 우여곡절 끝에 범인은 밝혀지고, 사체의 신원도 밝혀진다. 모든 사건이 해결되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고지마 형사와 베니코 형사와 독대. 아주 오래전 마에다 가문에 있었던 비밀이 하나씩 수면위로 드러난다. 사실, 앞 부분도 꽤 재밌었지만 이 독대로 양파를 까듯 하나씩 진실이 들어나면서... 어머..어머..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잘 짜여진 이야기에 엄지척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마토코에게 불운은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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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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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북클럽 스토킹 도서

우선 박수! 짝!짝!짝!

이 책은 마쓰모토 세이초의 단편집을 모아 놓은 책이다. 단편에 비교적 약한편인데, 너무나도 잘 읽었다. 게다가 재밌기도 했다. 박수가 아니 나올 수가 없다. 여기에는 모두 8편 「얼굴」, 「잠복」, 「귀축」, 「투영」, 「목소리」, 「지방신문을 구독하는 여자」, 「일 년 반만 기다려」, 「카르네아데스의 널」가 실려 있다. 단편에 약하다 보니, 리뷰를 쓸때 기억에 남는 것이나 이해한 이야기만을 적는 편인데 이 소설들은 어느 하나 빼놓을 수가 없다. 그야말로 혼자서만 하는 "독서외길"을 계속 했었드라면 절대 알 수 없었던 작가가 아닌가 싶다. 마쓰모토 세이초를 알려준 언니께 정말 감사를 드려야 할 판이다.

「얼굴」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어느 한 배우의 이야기가 나온다. 연극배우 '이노 료키치'는 그의 연기에 호평을 받으며 영화 출연 제의를 받는다. 그리 중요배역도 아니고 조금만 등장을 했지만, 한 영화사에서 그릴 콕 집어서 출연 교섭을 해왔다. 출연료도 오르고 꽤 비중있는 역할이었다. 하지만 행운이 따르던 이노에겐 걱정거리가 있다. 예전에 한 여인을 살해했다. 신중하게 행동을 했지만 기차 안에서 한 남성을 만났고, 그 사람이 당시 목격한 사실을 말했던 것이다. 혹여 그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 까봐 나름대로 조사를 해왔었다. 이번 영화를 찍고, 만약에라도 자신을 기억한다면 큰일이다. 그래서 그를 만나기로 했다. 조용하게 그 사람도 살해하면 된다고 계획을 세웠다. 약속 장소에서 변장을 하고 만나려 했는데, 우연히 들렀던 식당에서 그를 만나고 말았다. 9년전 목격자. 그런데 그 사람은 자신을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이다 싶었다. 이노는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고, 영화는 개봉이 되었다. 이노의 범행은 영원히 묻혀버릴까? 실제로 그를 기억하지 못했던 목격자. 하지만 9년이 지난 후에도 마치 알고 있었던 것처럼 집으로 우편물이 왔던 점을 경찰은 의심했고, 이노의 영화를 보았던 목격자는 비록 얼굴은 기억하지 못했지만 그 날의 분위기를 떠올릴 수 있었다. 과연 이노의 운명은 어찌 될까.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아는 것을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우(愚)를 범한다. 아무리 신중을 기했어도 어느 순간 실수를 하기 마련이다. 결국에는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 유명세를 타는 이들 중에서도 과거 자신의 행동 때문에 발목을 잡히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잘못을 모르는 것일까. 그야말로 '언행일치'가 안되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언행일치'가 잘 되고 있는 사람인지를..

「잠복」에서는 범인을 잡기 위한 어느 형사의 잠복수사를 보여준다. 얼마 살지 못해 죽을꺼라고 했다는 범인이 혹여 예전 연인에게 찾아 가지 않을까 그녀가 결혼한 집 근처에서 잠복수사를 한다. 어린 나이임에도 아이 셋이 있는 나이 많은 남자와 결혼하고 그야말로 나른한 일과를 보내는 여성. 며칠 지나자 형사의 짐작대로 범인이 나타났고, 여성은 평상시와 다른 행동을 보인다. 드디어 형사는 범인을 쫓게 된다. 범인을 체포한 후에 형사는 여자에게 말한다. 지금 버스타고 집에 돌아가면 남편의 귀가 시간 전에 집에 들어갈 수 있다고.. 당시의 시대상을 생각하면 참 씁슬하다. 어떤 약점이 있어서 그리 살고 있는 것일까. 만약, 지금 일이 알려지거나 남편보다 귀가가 늦다면 그녀의 삶이 힘들어지리라는 것을 형사는 알았을까...

배경은 꽤 오래된 이야기들이지만 현재에도 똑같은 문제들이 많다. 너무나도 일상에 밀접한 미스터리이기 때문에 깊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지 않나 싶다. 또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을 바뀌지 않는다는 점이 씁쓸하기만 하다. 지금까지 세이초의 이야기를 4권정도 읽었는데, 읽을수록 재미가 덜하기보다는 재밌어지고 있다. 그의 단편마저도 이리 재밌으니 그저 신이 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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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산장 3부작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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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 눈에 갇힌 외딴 산장에서 >는 < 가면 산장 살인사건 >, < 하쿠마 산장 살인사건(백마산장 살인사건) >에 이은 산장 시리즈 3편에 해당한다. 앞의 두 소설을 아주 오래전에 읽었는데 이 소설은 낯설다 했는데, 1992년 작품인데, 이제서야 국내에 번역되었다고 한다. 한때 미친듯이 히가시노의 이야기를 읽었었다. 그의 이야기는 책태기를 한방에 날려줄 만큼 매력적이다. 이 이야기도 소설을 읽기 시작부터 결말에 다다를때까지 거침없이 책장을 넘겨버렸다.

7명의 남녀 연극 배우들이 외딴 산장에 모였다. 연출가인 도고는 그들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이 산장에 오도록 안내문을 보냈다. 그리고 이 곳은 외딴 산장이라 설정하겠다. 외부하고도 철저하게 고립된 산장에서 기분전환을 해도 좋고, 배역연구를 위한 합숙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연락은 필요하다면 자신이 하겠으니 어떤 상황이 있어도 외부사람들과 접촉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린다. 만약 이를 어길시 오디션 합격은 즉시 취소된다는 것이다.

산장에는 책도 있었다.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게 되었다', 밴 다인의 '그린 살인 사건', 엘러리 퀸의 'Y의 비극'.. 이렇게 준비된 산장이라면 며칠을 고립되어 있어도 견딜 수 있을텐데 말이다. 첫날밤이 지나고, 7명의 사람중에 한사람이 사라진다. 그리고 그녀가 살해 당한것으로 설정한다는 쪽지가 발견된다. 다음 작품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남겨진 사람들은 수수께끼를 풀려고 산장부근을 조사한다. 하지만 다음날 한 명이 또 사라진다. 그리고 피가 묻은 범행도구도 발견된다. 순간 이들은 동요한다. 어쩌면 이건 실제 상황인지도 모른다.

다른 이들과는 다른 극단에 속해 있는 구가 가즈유키의 독백이 이어지면서 그가 나름의 탐정역할을 하면서 사건의 진실에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간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긴장을 늦출수가 없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짜임새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던 히가시노의 초반 작품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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