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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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목 맘에 든다. 그리고 동의한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지 않은가. 세상은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가는 거지. 드문드문 인스타를 사용하는 나로서는 작가를 처음 만나지만 작가는 이미 인스타그램, 트위터, 메일링 서비스 등 다양한 공간에서 연재했던 것을 이 책에 모았다고 한다. 노래가 좋아서 예고에 입학했는데, 노래만큼이나 자주 했던 일은 우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런 우울함은 만화를 그리는 것으로 풀면서 친구들과 돌려 읽은게 바로 "썩어라 수시생"의 시작이었다고 한다. 한국에서 대학입시를 해치우고 유학을 떠났다고 하니 아마도 이 에세이의 캐릭터 "씅팡"은 작가 본인이 아닐까 싶다.

6년동안 재잘대던 친구와 더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매우 우울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글을 20대때 읽었다면 매우 공감하고 어떻게 일을 해결 할 수 있을까 고민했겠지만 지금의 내 나이가 되다보니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평생 갈 수 없는 관계는 6년이 아니어도 언젠가는 소원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함께 살던 룸메이트들이 이사를 나가고 혼자 있게 된 어느날 도둑을 맞게 되었다. 말이 통하는 국내였어도 두려울 텐데 먼 타국땅에서는 더 두려웠을 것이다. 엎친데 덮친격이라고 지갑마저 소매치기를 당하고 말았다. 항상 불행한 일들은 함께 몰려 다닌다. 살아보니 그렇더라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지만 여전히 떨어질 때가 또 존재하더라. 그래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지금 당장 뭔가가 풀리지 않더라도 정말 해뜰날도 있지 않겠는가.

세상이 나한테 왜 이렇게 모질게 대하나, 너무 이상하다, 너무 수상스럽다, 싶지만 그래도 그렇게, 이상하게 사는 게 인생 아니겠어요?(p.350)

날로 변해가는 요즘 세상, 하루하루 너무 잘 살아내고 있는게 아닐까. 조금 이상하게 살면 어때.. 하지만 남에게 너무 피해는 주지 말고^^

그리고 중간중간 작가가 선사하는 음악이 너무나도 좋다. QR코드를 찍으면 들으며 에세이를 읽어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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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을 지워드립니다 -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모닝
마에카와 호마레 지음, 이수은 옮김 / 라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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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고선 < 죽은 자의 집 청소 >가 생각이 났다. 아니나 다를까, 김완 작가가 추천하기도 한 책이다. '특수 청소 전문회사 데드 모닝'은 죽은 사람들의 집을 청소하는 업체이고, 세상을 떠난 사람들의 여러 사연을 만날 수가 있다.

할머니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날, 와타루는 작은 식당에서 상복을 입은 사사가와를 만난다. 그의 상복을 더렵혀서 세탁을 해 준뒤 돌려주면서 사사와가가 운영하는 "특수청소 전문회사 데드 모닝"에서 일하게 된다. 타인의 죽음을 마주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와타루는 그저 아르바이트를 쉬는 날 하루만 일을 하기로 했지만, 벌레와 냄새가 가득한 집에 적응하지 못하고 구토를 하고 만다. 또한 실수로 유품을 망가트리고 유족에게 사과한다. 하지만 사사가와는 정작 사과해야 할 사람은 돌아가신 분이라고 말한다. 이미 죽고 없는 사과를 받을 수 없지만 사사가와는 내가 아끼는 물건처럼 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사사가와에게도 이 일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다. 밝은 아침이 될 수 없고, "데드 모닝"이어야만 했던 사연을 접하고 나면, 이별하는 과정과 그 후에 오는 상실감 등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 죽은 자의 집 청소 >를 읽을 때는 그저 살면서 내 앞에 펼쳐진 방향만을 보고 걷느라 미처 내 뒷모습을 살피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던 반면, 이 소설을 읽고 난 후에는 떠나버린 자와 남겨진 자 사이의 이야기를 공감하며 위로를 받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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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섬 민박집의 대소동 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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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키 일상 미스터리 시리즈'의 세번째 이야기이다. 이 책도 <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던 적이 있다. 바뀐 제목이 더 친근감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시리즈는 오디오 북으로 읽어서 그런가. 두번째 이야기인 < 진달래 고서점의 사체 >를 제외하고는 그다지 눈길을 끌지 않아서 말이다. '고양이'라는 내게 있어서는 플러스 요인을 포함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아무래도 종이책으로 다시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디오북으로 소설을 읽는 다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것 같다.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듣지만 말이다..^^;;

< 하자키 목련 빌라의 살인 >은 살인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밝은 것 아니야라는 뜬금포인 생각을 했지만, 이 소설은 "소동"이라는 말이 좀 어울린다. 물론 살인사건이 발생하기는 했으나, 고양이들이 등장해서 인지.. 심각하다라기 보다는 익살꾼들의 소동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초반에 등장하는 고양이 섬에 반려묘를 유기하러 왔음에도 어찌 이리 당당한지 말이다. 반려동물들을 좋아한다고 하면서 유기하는 사람들이나, 밤에 고양이들 우는 소리에 노이로제가 걸려 길고양이들을 다 입양보내라든가 하는 사람들은 정말로 당사자들을 유기해버리거나 시끄럽다고 입을 틀어막고 싶다.

어느날 해변가에서 칼에 찔린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다. 이 시리즈의 히어로(?) 우리 고지마 반장이 이 섬에 방문했다가 이 사건을 맡게 된다. 고양이털 알르레기가 있어서 기침을 해대는 고지마 반장. 근데, 사실.. 칼에 찔린 고양이 사체였는지는 잘 모르겠다(책설명에 그렇게 나왔다. 아무래도 다시 읽어야 할 것같은 강력한 생각이....) 내가 기억하기로는 인조 피혁(?)이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실제 고양이가 아닌데도 눈물 콧물을 쏟는 고마지가 뜻밖의 마약 알르레기 까지 있다는 생각에.. 오.. 마약단속반에 들어가도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더랬는데...

여러가지 소동들이 하나로 연결되면서, 전작에서 보았듯이 마지막 반전은(반전만 기억나는 것도 신기함) 역시, 와카타케의 소설은 정말 양파같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나 책소개에서 "고양이 피하기에 여념 없는 고마지 반장의 뒤를 용케 쫓아다니는 폴리스 고양이 DC도 한 몫 거든다"라는 말때문에 이 소설은 한 번 종이책으로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 귀여운 모습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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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널목의 유령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박춘상 옮김 / 황금가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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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노 가즈아키는 < 제노사이드 >로 만났었다. 당시 < 제노사이드 >를 읽을 기회가 생겼었는데, 그의 데뷔작 < 13계단 >이 란포상을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수상하며 극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 13계단 >과 < 제노사이드 >를 읽고, 다카노의 팬이 되었다. 물론 다카노의 이야기도 꽤 흥미진진하지만 < 제노사이드 >에 등장하는 한국인 유학생 '이정훈'의 실제 모델이 2001년 도쿄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故이수현씨였다고 밝히며, 국적이 다르지만 이수현 씨처럼 남을 도와 줄 수 있는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 날 이후 나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팬이 되었다. 그런데 그가 11년만에 신작 < 건널목의 유령 >을 선보였다.

마쓰다는 2년전 아내와 사별했다. 상실감과 무기력함에 일간지 사회부 기자로 일하던 그는 직장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지금은 계약직으로 여성 월간지에서 일하고 있다. 어느날, 다친 동료를 대신에 심령 특집 기획을 맡게 되면서, 시모키타자와 3호 건널목 허공에 아스라이 찍힌 심령사진에 주목하게 된다. 현재의 기술로도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사진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 사실에 중점을 두기 위해 이 소설의 배경을 1994년으로 잡은 것 같다. 이 3호 건널목에서는 잦은 열차 정지사고가 있었고, 1년전 한 여성이 살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원도 파악되지 않은 그녀를 추적하는 사운데 새벽 1시 3분에 마쓰다에게 의문의 전화까지 걸려오게 된다.

심령사진이나 영매의 등장이 아무래도 이야기에 집중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지만, 배경이 1994년인 점을 감안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문득, 예전에도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지 않아 무당을 찾아가기도 했다는 어느 형사의 이야기가 생각나서, 얼마나 이 의문스러운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고자 했을까라는 생각에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마쓰다가 아내와 사별했다는 설정 또한 현실성을 끌어올리는데 한 몫을 했다. 그리고 이 소설을 접하는 독자의 입장도...

세상에는 참 억울한 죽음이 많다. 게다가 신원도 밝혀지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서, 가족조차 모르는 그런 사연들도 많다. 왜 굳이 3호 건널목이었을까. 다카노의 소설 속에는 항상 인간애를 느낄수 있다. 생명이 꺼져가는 순간에도 그녀가 3호 건널목까지 갔던 이유를 알게 된 순간,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이제는 편안하게 잠들기를 바라게 된다. 이것이 다카노 가즈아키의 힘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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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얼 - 전건우 장편소설
전건우 지음 / 래빗홀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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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수법으로 스무건이 넘는 살인을 저지른 희대의 연쇄 살인마 '리퍼'. 그의 뒤를 쫓는 프로파일러 '최승재'

드디어 잡았다... 최승재는 리퍼에게 총을 겨눴다. 그때 걸려온 전화. 수화기 저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딸만은 살려달라고 한다. 악마같은 리퍼는 20분후에 승재의 아내와 딸은 죽을꺼라고 한다. 승재는 분노했다. 죽여야 했다. 리퍼의 목을 조이기 시작했다. 그때 번개가 쳤다. 서로 얽혀 있던 두 사람은 번개를 맞고 사망했다.

순간, 승재는 눈을 뜬다. 지금 여기가 어딘가. 영안실이었다. 누군가 자신을 부른다. 거울을 보고 나를 맞이한다. 나는... 최승재가 아니라.. 우필호다..

집요한 추적끝에 연쇄 살인마와 마주했지만 결국엔 두사람은 번개를 맞고 사망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때 승재는 우필호란 인물로 깨어나게 된다. 우필호는 사람을 죽이고 자수한 자였다. 하지만 전날 복통을 호소하며 사망했던 이였는데, 이 몸안에서 승재가 눈을 뜬 것이다. 자신이 환생을 했다면 리퍼도 분명 환생을 했을 것인데, 그의 짐작대로 환생한 리퍼가 승재의 아내와 딸의 시신으로 그를 유인해낸다. 그리고 그들의 운명적 대결이 펼쳐진다.

정말로 속도감이나 몰입감은 전건우 작가를 따를 수는 없을 것 같다. 갑자기 극 초반부에 주인공이 사망에 이르러 원성(?)을 사고 있는 드라마가 잠깐 생각났다. 그런에 이 책 <듀얼 >은 시작하자 마자 주인공 두명을 함게 사망시키지 않던가. 물론 두 사람이 동시에 환생을 시키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고 있지만 승재가 우필호로 환생하면서 리퍼를 추적하기도 바쁜데, 도망자가 되었기에 앞날이 결코 순탄치 않게 되어 버렸으니.. 어쩜 그런 점이 독자로써 심장이 쫄깃하면서 읽어나갈 수 잇점이 되고 있다.

요즘 연쇄 살인범들은 많이 사라졌다. 연쇄 살인범이 되기 전에 검거가 되기 때문에, 예전처럼 악인은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다른 의미에서 악인은 재탄생되고 있다. 바로 무차별로 마구 흉기를 휘두르는 사람들이 바로 그런 악인이다. 게다가 그런 사건을 장난으로 해봤다며 예고글을 올리는 이들이다. 세상은 바뀌면서 악인들도 다른 형태로 탄생하는 듯하다.

"내가 진짜 재미있는 이야기 해줄까?"(p.256)

가장 소름끼치는 말이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악인의 입에서 이런 말을 듣게 되면 정말 뒷목이 서늘해질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나 범죄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프로파일러의 수사 기법보다 살인마의 내면에 집중했다고 작가는 밝히고 있다. 그렇게 태어난 악인 리퍼는 정말로 뒷골을 서늘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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