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을 대하는 아름다운 방식
유강 지음, 공서연 그림 / 아름다운사람들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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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아는 화살통을 만들 가죽이 갖고 싶었다. 하지만 아빠는 성인식을 치를 때까지 기다리라고 한다. 자격이 되려면 3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이투아는 어렸을 때부터 사냥을 배웠기에 자신있는데 말이다. 꼭 정식 사냥꾼이 되면 여우를 잡고 말 것이다. 어느날 이투아는 덫에 걸린 여우를 발견했다. 그리고 덫에서 여우를 빼내었다. 그렇다. 이투아는 방금 여우를 훔친 것이다.

범인을 찾아내라며 이웃 마을에서 찾아왔고 이투아가 여우를 훔친 것이 밝혀졌다. 그리고 특별한 의식이 시작되었다. 잘못을 한 이투아를 비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이투아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마을사람들은 돌아가며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자랄때 잘못을 하게 되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윽박지르면서 혼을 낼까? 아니면 조용히 타이를까. 이 책에 언급된 리베르 마을 사람들의 방식을 좀 의외였다. 자신을 되돌아 보게 함으로써 스스로 뉘우치도록 한다. 아이들은 이렇게 키워야지..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과연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대한다고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칠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가져봤다. 육아프로그램으로 문제 행동이 나타나는 아이들을 보게되면 정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어떻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을까, 과연 가능할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사실, 내가 부모였다면, 나는 조용히 내쫓아 버리는 방법을 택할 것 같다. 하지만 다른 방면에서 생각해보면 키우는 양육자의 문제를 방관할 수는 없다. 그렇게 키워진 부모들이 또 그렇게 아이를 키우기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까, 내 아이만 소중하다, 내 아이는 왕의 DNA를 가졌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들을 하는 것이 아닐까. 절대로 혼자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 왜 우리는 자꾸만 이기적이 되어만 가는 것일까. 우리는 아마도 이런 "잘못을 대하는 아름다운 방식"을 배워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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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빗
고혜원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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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전쟁 당시 소녀 첩보원이 있었다는 사실을 작가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던 이들.. 그래서 이 이야기는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언제인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한국전쟁은 우리나라 땅에서 일어난 참 비극적인 일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날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작가는 "일종의 반성처럼, 그 전쟁 뒤에 사라진 이야기들을 재조명하고 싶다(p.261)"고 밝히고 있다.

홍주는 약초를 캔다. 어느날 흰토끼 뒤를 쫓다가 산삼을 발견했다. 행운을 가져다 준 흰토끼. 다시 나타난 토끼를 쫓아갔다. 또 자신을 산삼이 있는 곳으로 데려다 줄 것 같은 생각에 절벽 위로 올라갔다. 큰 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비행기를 처음 봤다. 저게 말로만 듣던 비행기구나라고 여기는 순간 홍주의 마을은 불바다가 되었다. 그렇게 홍주는 세상에 홀로 남게 되었다.

가족을 잃은 홍주를 살게 해준건 동생의 친구 윤옥이었다. 윤옥은 전쟁이 터지고 나라를 위해 여군이 되겠다고 했다. 윤옥의 어머니는 윤옥을 지켜달라고 홍주에게 부탁했다. 그래서 홍주는 군에 입대하게 되었다. 홍주와 윤옥이 맡은 임무는 피란민으로 위장하여 적진에 침투여 동태를 파악해서 돌아오는 것이다. 작전명 '래빗'이었다.

어린 소녀들을 첩보원으로 선택한 이유는 "가장 효율적인 정보원"이었기 대문이다. 전쟁 중에 어린 여자애들을 의심하지 않고 보호하지 않겠냐는 생각에서였다. 사실 전쟁중에 그 어느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 더군다나 래빗들은 군번도 없고, 더군다나 혹시 변절을 했나 의심을 받게 되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고 만다. 그런 가운데, 홍주는 뛰어난 래빗이 되었다. 어떠한 위험 상황에서도 살아 돌아왔기에 그녀를 '독한 년'이라고 부른다. 이 정도면 꽤 유능한 첩보원이라고 할 수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는 계속 살아 돌아왔기에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한국전쟁이 일어난지 70여년이 지나고 있다. 나는 전쟁세대가 아니다. 앞으로도 전쟁을 겪은 사람들보다 겪지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아질 테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커다란 역사의 한페이지가 아닐까. 첩보 활동을 했었던 만큼 기록도 없고 연구나 자료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고 한다. 허구일지언정 여러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되면 당시 이름없이 사라져간 많은 소녀들은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같은 임무를 가지고 적진으로 뛰어들었지만, 혹시 변절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서로 감시자가 되어야만 했던 당시의 많은 홍주와 유경이.

홍주는 나아가는 방향으로 달렸고, 유경은 책임지는 방향으로 달렸다.(p.246)

많은 사람들이 지켜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우리는 나아가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일까, 책임지는 방향으로 달리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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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실시 일상신비 사건집 허실시 사건집
범유진 외 지음 / 고블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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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헛개나무 열매가 마치 매실처럼 열려서 '헛매실골'이라 하던 것이 와전되어 '허실골'이 되었단다. 일제강점기때는 '虛實町(허실정)'이라는 한자가 붙어 현재까지 '허실시'로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당시에는 땅의 기를 죽인다며 억지스럽게 끼워 맞춰 '허허로운 과실'을 의도했을지도 모른다. " 땅 이름 따라 사람이 모이는 것인가, 사람들이 모여 땅 이름을 만든 것이가. 이 동네 사람들은 허실피막의 얇고 부드러운 막 그 한 겹으로 살고 있다. 남의 집에 불이 났는데 전혀 모르겠다며 의뭉을 떨면서도 온갖 구호에 극진한 그들의 태도는 어느쪽이 허이고 실인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다.(p.8)"라는 오해를 남기기도 했다.

이 책은 허실시라는 가상 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상신비 사건에 대한 이야기이다. 도입부에 '허실시'라는 지명에 관련된 이야기가 등증한다. 조선시대부터 언급을 해서 하마터면 실제 있는 도시라고 여길뻔했다. 게다가 다 읽고나니, 이 지명에 관한 이야기의 향토사 연구자 '진설주'씨는 이야기에 등장한다. 다섯편의 이야기를 다 읽고나서 다시 첫페이지를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달면 삼키는 안다정」, 「내 세상의 챔피언」, 「작당모의 카페 사진동아리의 육교 미스터리」, 「돌아다니는 남자」, 「둘리 음악 학원 신발 실종 사건」의 제목으로 다섯작가의 다섯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앞서 나왔던 진설주가 세번째와 네번째 이야기가 등장해서, 혹시나 작가님들이 회의를 하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특히, 「둘리 음악 학원 신발 실종 사건」은 유독 인상에 남는다. 20여년간 운영되고 있는 '두리 음악학원'. 하지만 아이들은 '둘리 음악학원'으로 불리운다. 그런데, 그 곳에서 아이들의 신발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아이들이 맨발로 왔다며 학부모들의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얼마전 피아노 원장 선생님 남편이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고 나서 동희는 피아노 학원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동네에서는 소문이 흉흉했다. 귀신이 들렸다거나 애들이 괴롭힘을 당한다거나.. 하지만 며칠 있으면 신발을 조용히 돌아온다. 불안해진 원장선생님은 동희에게 이 사건에 대해 알아보라고 한다. "신발이 잘 돌아오잖아요. 어른들이 왜 난린지 모르겠어요.(p.334)" 이 말에 동희는 사건 진상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어른이 되어가면서 편협해진다는 것을 한번 더 느끼게 된다.

일상속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미스터리. 어느쪽이 허이고 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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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괜찮은 결심 - 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정켈 지음 / 아몬드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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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하고 불안한 여자 둘, '고결'과 '조심' 그녀들이 함께 살게 되었다. 고결은 꽤 계획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계획표를 30분 단위로 짜고, 계획에 차질이 생기면 불안감을 감출 수가 없다. 게다가 청결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조심은 안전에 관해 민감하다. " 어디서든 살아남기"에 매우 관심을 가지며 모든 상황을 불안해한다. 읽다보면 조금 짜증이 날 정도로 민감하게 군다. 가족들 마저도 이런 그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별것 아닌 것에 유난을 떤다고 한다. 그래서 두 사람은 의기투합 함께 살기로 했다.

사실, 나도 두 사람 중에 고결하고 아주 조금 비슷한 것 같다. 여행을 가서도 이동시간까지 고려해가면 전투적으로 움직여야만 한다. 언젠가 여행사에서 함께 하는 1박2일 여행을 했다가 주어지는 자유(?)시간이 너무 무료해서 다시는 이런 여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가지 했었으니 말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더라도 하차 위치, 시간까지 꼼꼼하게 살핀다. 물론 고결보다는 덜한편이다. 조심은.. 좀 비슷한 이를 알아서, 매사에 너무나도 안전 안전을 외쳐서 오히려 내가 안전불감증인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어느 것에든 덜하는 것보다 과한 것이 나을수는 있는데, 이 둘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도 싶다.

그런데 요즘같은 세상은 고결과 조심 같은 이들이 정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 코로나로 2년여를 참 고달프게 살았고, 평화로운 일상에 정말로 이유없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릴때, "이만하면 괜찮은 결심"이 아니라 "이 정도는 해야"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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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를 써야 작가가 되지
정명섭 지음 / 깊은나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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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2020년에 출간되었는데, 띠지의 설명이 '100권의 책을 출간한 정명섭 작가"라고 하니 지금은 몇 권 정도가 되시려나...2020년에 < 저수지의 아이들 >이라는 책으로 처음 만났는데, 그 이후로도 제법 많은 책을 읽었다. 정말 작가님은 어디에 이런 수많은 이야기를 담고 계시나 모르겠다. 특히, 작년에는 < 우주전함 강감찬 > 북토크에 갔을 때 직접 뵈었는데, 입담도 너무 좋으시다. 게다가 다른 후배 작가들을 이끄시는 모습도 꽤 보기 좋았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후배 작가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전해져 온다.

우리 나라 출판계는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을 겪고 있다고 한다. 1인당 독서량도 급격히 줄어 들었고 - 우리 집도 내 독서량이 대부분이다 - 예전에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서평단 활동으로 책을 지급 받을 수 있고, 나눔으로 책들도 돌고 돈다. 과연 이런 것이 얼마나 차지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우리 동네는 도서관이 너무나 많아서 예전처럼 책을 구입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출판업계의 불황을 자초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지망생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작가는 많은 책을 쓴 덕분에 책을 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 계약서요. 그게 필요합니다"

그렇게.. 계약서가 모든 것의 시작이 아닌가. 작가가 되려면 우선 기본 글쓰는 능력은 좀 있을테고(나 같은 사람은 애초에 생각을 안 한다.) 책을 내려면 출판사와 계약을 맺어 출간하는데, 꼼꼼히 계약서를 써야 할테다. 그냥 순수한 독자라는 입장에서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출판업계에서 일하는 분을 알게되니, 수박 겉핥기 식이지만 나름의 출판과정을 조금 알게 되었는데.. 만만치 않더라. 그런데 계약서는 책을 낼 때만이 아니라 다른 모든 것에도 적용되는 내용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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